넓은 늪, 그 위를 조용히 떠다니는 새떼, 잔잔한 물결, 황금빛의 억새, 그 사이를 조용히 걸어가는 사람들.
그야말로 거대하면서 조용한 환상의 실내악을 듣는 기분이었다.
1시 30분에 걷기가 시작된다는 생각과 우포늪까지 3,40분이면 갈 수 있다는 생각에 늦장을 부리다가 마산역에 도착한 시간이 12시 40분, 부랴부랴 배차를 하여 차를 나누어 타고 그것도 고속도가 아닌 국도로 달렸다.
창녕교육청에서 운영하는 생태학습관 앞에 도착하니 벌써 1시 30분이 다되었고, 차로 바로 가는 것이 아니라 차는 생태학습관에 세워두고 셔틀버스를 타고 들어가야만 한다는 것이다.
행사장에 도착하니 개회식이 끝나고 걷기를 하는 사람들의 꽁무니가 입장문안으로 빨려들어가는 순간이었다.
개회식장 앞의 홍보관이나 체험학습장은 사람들이 빠져나가고 일부만 있어 썰렁한 분위기였다.
우리도 남에게 뒤질세라 급히 걷기를 하는 사람들 뒤를 따랐으나 거리가 상당히 있었다.
여름에는 채 다듬어지지도 않았던 입구 쪽에도 나무들이 우뚝우뚝 서있고 하얀 억새 꽃이 우릴 반겨 주었다.
걸음을 빨리하여 늪의 오른 쪽을 돌아 걷다가 왼편의 늪을 바라보니 멀어서 정확히는 잘
모르겠으나 논병아리 가족들과 청둥오리 가족들이 물위에 떠 있거나 뻘 위에서 졸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너무나 평온한 분위기라 옆 사람과 얘기도 못 나눌 정도였다.
곧이어 다다른 곳은 대대제방.
이 제방의 증축을 싸고 환경단체와 창녕군과의 싸움이 심했던 제방이었지만 사람들이 제아무리 떠들어도 억새는 아무 말없이 하얗게 꽃을 피우고 바람에 날리고 있었다.
그 아래 늪에는 논병아리 가족들이 아무런 움직임도 없이 물에 떠 있고 제방을 걷는 사람들도 조용히 그들을 관찰하면서 걸어가고 있었다.
둑 위를 걷는 우리 회원들도 멋진 광경을 보면서 걸음을 재촉하여 앞서 가던 일반참가자들과 섞이기 시작하였다.
대대제방의 좌우에는 억새가 만발하여 제대로 늪을 볼 수 없을 정도 였으나 군데군데 관찰할 수 있는 공간이 있었다.
오랫만에 참여한 지킴이 김점수 님과 송학 님이 다정스레 얘기를 나누다가 현수 님이 보이자 같이 사진을 찍고 걷
자고 하다가 물의 잠 님의 남편이 나타나자 웃음꽃을 피우고는 일행이 모두 같이 어울리게 되었다.
대대제방 위에서의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 걷기였다.
하늘에는 구름이 끼어 흐린 날씨였으나 바람이 불지 않아 두텁게 입은 옷 속에는 땀이 약간 밸려고 하는 정도로 걷기에도 참 좋은 날씨였다.
제방의 오른 편은 대대 마을의 넓은 농경지였다. 멀리는 가을 보리를, 가까이는 양파를 심어 하얀 비닐이 온통 논밭을 덮고 있었다.
본래는 이 넓은 농토도 늪의 일부였다고 하는데 지금 우리가 걷고 있는 이 대대제방을 쌓는 바람에 농토가 되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우포 늪의 크기는 도대체 얼마나 되었을까?
우리가 말하는 우포늪은 사실 4개의 늪으로 되어
있다.
보통 우포늪이라고 말하는 우포늪은 소벌,
조금 더 가면 사지포=모래벌,
주매제방을 지나면 목포=나무벌,
그리고 우포늪 아래 조그마한 쪽지벌.
이렇게 4개의 늪(벌)로 되어 있고,
창녕의 4개면을 접하고 있으며 람사르 등록 습지라고 한다.
오늘 우리가 걷는 길은 순수하게 우포늪(소벌)의
둘레만을 걷는 것인데 그 거리가 자그만치 8.4Km
라고 한다.
대대제방을 지나 배수펌프장이 있는 길로 내려가 다시 사지포 제방으로 올라서니 벌써 반환점까지 갔다가 기념품과 떡을 받아 되돌아 오는 사람들과 만나게 되었다.
그 제방의 오른 쪽 즉, 사지포와 소목의 황금 빛 경치가 너무나 아름다워 한 동안 넋을 놓고 바라보다가 반대편의 우포늘을 보니 이 또한 환상적인 장면이었다. 아무도 손대지 않은 자연이 만든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 정말 장관이었다.
우리도 반환점에 도착하여 줄을 서려다 보니 외국인도 제법 눈에 띄었다. 그런데 묘한 것은 기념품과 떡, 음료수를 받아들고는 거의 다 되돌아가는 것이엇다.
출발점에서 반환점까지의 거리가 2.7Km이면 다시 돌아가면 5.4Km, 약 3Km만 더 가면 늪을 한바퀴 돌텐데 그냥 돌아가다니. 왜? 걷기하러 온게 아닌 모양이었다. 그렇다면?
남의 일이지만 약간은 아쉬운 마음이 들면서 기념품과 떡을 2개-점심을 먹지 않아 약간 배가 고파서-받아서 조금 더 가니 작은 동산이 나타났다. 그 동산 위에서 가지고 온 간식도, 받아 온 떡도 먹을 겸 자리를 폈다. 여기서 기다리면 뒤쳐진 사람은 찾아 오겠지 하면서.
언제나 점심-오늘은 간식-은 정말 맛나다. 2통의 커다란 막걸리와 송학님의 굴 부침개. 점심을 겸한 김밥. 누가 재촉하는 사람도 없이 맘껏 퍼질고 앉아 여유를 부렸다.뒤에 따라오는 회원을 위해
회원이 다 모이자 다시 출발하였다. 주매 제방을 지나 이젠 늪이 아니라 작은 동산이었다. 이름하여 우향산길 너무나 멋진 길이었다.
지난 해 12월 8일 우포늪 걷기에서는 뒤따라 가기가 바빠서 그랬는지 이렇게 좋은 길이 있었는 줄도 몰랐는데 없던 파고라도 생기
고
무심코 길만 따라 가다가 보니 일부 회원이 좋은 우포사람들이란 쉼터에서 이정표를 보고 나무계단으로 올라가야 하는데 그대로 동네로 직진한 것이었다. 다시 불러 세워 이정표를 따라 나무 계단을 올랐다.
계단을 조금 오르니 참나무와 잡목이 섞인 아름다운 숲이 나오고 떨어진 굴밤들이 발길에 차이기도 하였다.
다시 내리막길을 걷다가 조금더 걸어가니 오르막길. 그리고 멋진 소나무 숲길이 나타나고 그 사이로 또 다른 맛이 나는 파고라가 나타났다. 이 곳에는 다른 팀들이 라면을 끓이고 있었는데 그래도 되는지 모르겠다.
파고라를 지나고 나니 또 내리막길. 검은 나무로 된 계단이 나타났다가 끊어진 곳부터 다시 검은 나무계단의 오르막길.
별로 높은 산이 아니라 오르막
길이 있는가 하면 또 내리막길.
오르락 내리락 참 걷기가 재미있는 곳이었다.
작은 동산 길이 끝나고 나니 이젠 목포 제방.
좌우의 늪에는 재두루미 몇 마리와 논병아리들 가족들이 미동도 하지 않고 물위에 떠 있었다.
잔 자갈을 깔아 놓은 길은 바삭바삭 소리를 내면서 촉감이 참 좋았다. 제법 긴 목포제방을 지나면 장재리와 갈라지는 곳.
여기서 차도를 따라 걷다가 우포늪과 쪽지벌을 가로지르는 사초 군락지.
사초 군락지 입구에는 갯버들이 졍글인 양 늘어져 있어 멋진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그냥 지나칠 수 있나? 또 한판 찰칵.
사초군락지에 들어서니 사초는 발아래 깔려 있고 키를 넘는 억새들이 하얗게 우릴 맞아주었다. 처음 오는 물의 잠님 부군은 아름다운 부인의 모습과 억새의 조화를 연방 카메라에 담아대는
것이었다.
이 길은 언제 걸어도 참 좋은 길이다. 사초가 한창인 여름에는 운이 좋아야 걸을 수 있고 가을과 겨울에는 언제든지 네 활개를 펴고 걷고 싶은 길이다.
억새풀 넘어 늪에는 왜가리, 원앙, 청둥오리 인듯한 새들이 그냥 물위에 떠 있은 듯 노닐고, 하늘엔 큰 기러기 같은 새떼들이 날아 오고 있었다.조용한 안무를 펼치듯.
사초밭을 벗어나 큰 길로 들어섰다. 자전거를 대여해서 타고 온 젊은이들이 몇몇이 보이고 우리 일행과 또 다른 일행을 빼고는 사림들이 별로 보이지 않았다. 아마 우리가 너무 늦은 탓이기도 하겠지만.
길을 가다가 왼편을 보니 청둥오리, 원앙, 논병아리 떼가 조용히 물위, 그리고 뻘 위에서 먹이를 줍고 있었다. 멀리 재두루미 같은 큰 새가 두마리 뚜벅뚜벅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이 때의 시각이 벌써 4시 반경. 후속 행사가 시작 될 무렵인데 우리와는 관계가 없어 천천히 탐방을 하면서 우포늪 생태관으로 향하였다.
생태관으로 갔으나 이런날 입장료를 받는데다가 그보다 시간에 쫒겨 바깥만 휙 둘러보고는 서들러 셔틀버스를 타러 갔다. 이미 후속행사는 막을 내려 그리 많지 않은 사람들이 홍보관 주변을 맴돌고 셔틀버스를 타기 위해 길게 줄을 서 있었다. 우리도 셔틀버스를 타고 생태학습관(과거 회룡초등학교)으로 와서 귀가길에 올랐다.
비록 적은 인원이었지만 즐겁게 걸어주신 회원님들께 감사를 드리며 또한 회원이 아니면서 같이 동행해주시고 차까지 내어주신 물의 잠 님 부군님, 그리고 차를 내어주신 회원님께도 감사를 드립니다.
하나 아쉬운 점은 우포늪 생명길 걷기대회는 어쩐지 어수선한 느낌으로 아주 나쁘게 말하면 세련되지 못한 시골 행사에 불과한 것 같았다. 나름대로 수고를 하신데 대해 죄송하지만 좀 더 깊은 관심과 노력을 더해야 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첫댓글 많은분들과 꼭 한번 더 걸어보고 싶은 길이었습니다.
토요일이고 못가 속상하네요 우포늪은 언제나 아름다운 곳이고 특히 겨울이 좋아요.
참 좋았겠수다. 참 아름다운 곳이기에 꼭 갈려고 했는데.
언제나 걸어도 지루하지않고 아름다운 우포생명길 회장님게서 멋진 사진과 기행문까지 ... 고맙고 감사드립니다 다시가고싶은 우포늪~~
참 좋았읍니다. 저녁 모임관계로 뒤푸리를 못한점이 못내 아쉽습니다....고맙습니다.....
모두모두 댓글 달아주셔서 감사드리며 또한 같이 가셨던 분은 정말 고맙고 또 동행하지 못한 분은 꼭 한번 다녀오시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