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작된 원가계산서대로 입찰공고한 경우 발주기관의 책임
지금까지 필자가 출간한 정부계약법 해설(Ⅰ,Ⅱ)에 기재된 판례를 순서대로 소개하고 있는바, 금회에는 계약담당자가 조작된 원가계산서를 간과하고 입찰공고하여 계약상대자가 손해를 입게 된 경우 발주기관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지 여부를 살펴본다.
1. 사건개요
발주기관은 1994. 5. 31. 설계업자와 이 사건 건물의 신축공사 전체에 관하여 설계용역계약을 체결하면서 위 전체공사 중 건축부분 공사의 예산액을 약 1,930,000,000원(관급자재비 제외)으로 제한한 사실, 설계업자는 설계도면 및 시방서 등은 자신이 직접 작성하고 수량산출조서(건축에 필요한 물량을 산출해 놓은 것) 및 공사비내역서(수량산출조서상의 물량을 기초로 금액을 산출해 놓은 것)는 서울 소재 적산사무소에 작성을 의뢰하였는데, 위 적산사무소가 작성한 공사비내역서에 의하면 이 사건 공사부분의 공사비(관급자재비 제외, 이하 같다)가 당초의 예산액을 초과하는 2,323,189,310원에 달한 사실, 이에 설계업자는 설계도면, 시방서, 수량산출조서 등은 그대로 둔 채 위 적산사무소에게 공사비내역서만을 위 공사예산액에 맞추어 수정하도록 지시하여 위 사무소로부터 이 사건 공사부분 중 가설공사 등 20개 항목에서 수량과 금액이 축소되어 그 공사대금이 1,935,209,972원으로 변경된 공사비내역서를 재작성받은 뒤 1994. 8. 13. 이를 설계도면 등과 함께 피고에게 제출한 사실, 발주기관 계약담당자는 설계업자로부터 제출받은 설계도면 등을 검수하면서 공사비내역서를 수량산출조서와 대조하여 확인하지 아니하는 바람에 공사비내역서가 축소 작성된 것을 발견하지 못하고 설계용역이 준공된 것으로 처리하였고, 발주기관은 1994. 10. 24. 이 사건 공사부분에 관하여 입찰방법을 총액입찰로 하는 입찰공고(이하 '이 사건 입찰공고'라 한다)를 하면서 위 축소 수정된 공사비내역서를 기초로 하여 설계금액을 1,935,210,000원으로 공고한 사실, 원고는 1994. 11. 21. 입찰공고된 설계금액의 약 85%인 1,634,890,000원에 이 사건 공사부분을 낙찰받아, 같은 달 29. 발주기관과 이 사건 공사부분에 관하여 위 낙찰액을 계약금액으로 하는 도급계약을 체결하고 같은 해 12. 5. 이 사건 공사부분의 공사에 착수한 사실, 그 후 원고는 공사비내역서가 축소 작성되었음을 이유로 피고에게 설계변경을 요구하였으나 발주기관은 공사비내역서의 오류만으로는 설계변경을 할 수 없다는 이유로 이를 거절한 사실, 원고는 원래의 설계도면대로 이 사건 공사부분을 완공하고 발주기관로부터 당초의 계약금액 및 물가변동으로 인하여 증액된 계약금액을 수령하였다.
2. 사안의 쟁점
이상과 같이 계약담당자들이 공사입찰을 시행하면서 조작된 원가계산서를 간과하여 그 설계금액을 기준으로 입찰공고하여 이를 낙찰받은 계약상대자가 그에 따라 시공한 결과 손해를 입게 된 경우 계약상대자가 발주기관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지 여부가 문제된다.
3. 사안의 검토
살피건대, 이 사건 입찰 당시에 시행되던 관계법령에 의하면,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경쟁입찰에 부칠 사항의 예정가격을 당해 사항에 관한 규격서, 설계서 등에 의하여 결정하고, 적정한 거래실례가격이 없는 공사계약의 경우 원가계산에 의한 가격을 예정가격으로 결정하며, 원가계산에 의한 가격은 계약의 목적이 되는 공사를 구성하는 재료비, 노무비, 경비, 일반관리비 및 이윤으로 이를 계산하도록 규정되어 있고, 설계금액이란 재료비, 노무비, 경비, 일반관리비 및 이윤 등 공사의 원가를 의미하며, 지방자치단체의 장 또는 그 위임을 받은 공무원은 계약상대자가 계약의 이행을 완료한 때에는 그 이행을 확인하기 위하여 계약서·설계서 기타 관계서류에 의하여 스스로 이를 검사하거나 소속 공무원에게 그 사무를 위임하여 필요한 검사를 하게 하도록 규정되어 있으므로, 설계에 대한 준공검사, 설계금액의 공고, 예정가격의 결정 등 사무를 담당한 발주기관은 공무원으로서는 설계업자가 설계용역계약의 이행을 제대로 완료하였는지 검사, 확인하는 동시에 이 사건 공사부분의 실제 원가를 산정하기 위하여, 적어도 공사원가계산서는 공사비내역서 부분과, 공사비내역서 부분은 수량산출서 부분과 각각 대조하여 상호 상이함이 없이 일치되는지 여부를 확인하여야 할 주의의무가 있다고 할 것이다. 또한 이는 건축적산전문가 또는 건축사가 아니더라도 설계에 대한 준공검사 또는 공사입찰에 관한 사무를 처리할 능력이 있는 공무원이라면 쉽게 수행할 수 있는 것으로 보여지는 바, 그럼에도 불구하고 발주기관 공무원이 앞서 본 바와 같이 수량산출서 부분을 공사비내역서 부분과 전혀 대조하지 아니함으로써 공사원가계산서가 축소 조작되었음을 간과하여 이 사건 공사부분의 입찰공고를 함에 있어서 축소 조작된 공사원가계산서대로 설계금액을 공고하였다면, 위 담당공무원에게 사무집행상의 과실이 있다고 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대법원 2003.10.09. 선고 2001다27722 판결).
이상의 판례에 의하면 발주기관이 입찰공고하면서 조작된 원가계산서를 간과하여 계약상대자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 손해를 배상해야 할 수도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는바, 더 나아가 발주기관이 고의 또는 과실로 예정가격을 조작한 후 그 예정가격을 기초로 입찰을 실시하고 그에 따라 공사계약을 이행한 결과 계약상대자에게 손해가 발생했다면 계약상대자는 발주기관 또는 계약담당자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볼 것이니 발주기관 계약담당자들로서는 공사입찰과 관련하여 예정가격이 제대로 산정되고 수량산출과 공사비내역서간에 모순이 있는지 여부를 면밀히 확인해야 할 것이다. 이상.
법무법인(유) 동인 김성근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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