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을 먹고 마이클을 재촉해 마사이마라로 출발하면서 나쿠루 국립공원을 사파리하기로 했다.
오후 사파리하고는 사뭇 다른 느낌으로 아침공기가 쌀쌀하기 까지 하다.
마사이 마라가 먼 거리이기 때문에 간단히 공원을 둘려 보고 마라로 향헀다.
마사이 마라를 가는 길은 나이바샤까지는 온 길로 돌아가 나이바샤에서 나록으로 향해 간다.
나록에서 마사이마라로 접어드는 길부터는 비포장도로여서 꽤 시간이 많이 걸린다.
지나칠 때마다 창문너머 손을 흔드는 아이들의 모습에 반가이 화답해주곤 하는데 잠시 멈출 때는 으레 손을 벌리는 모습이 지난 우리의 모습같아 안타깝다.
대개 원하는 것은 사탕이나 볼펜이다. 학용품 사정이 여의치 않기 때문에 펜을 주면 그렇게 좋아한다.
아이들이 너무 많은 곳에서 주면 너나 할 것 없이 달려 들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또 하나 주의할 점은 잠시 들르는 주유소나 휴게소, 공원 출입구에는 대부분 호객행위를 하는 상인들이 있는데 대부분 턱없는 가격으로 흥정한다.
차라리 문을 닫고 상대를 안해야지 몇 마디 붙여다가는 떨어지지 않아 곤혹스럽다.
혹 사고 싶은 물건이 있으면 전문 목각 선물 가게(Curio Shop)가 좋다. 흥정 하는 요령은 제시한 가격의 1/5로 흥정을 시작해 1/3이나 1/4정도에서 구입하면 된다.
개별 구입보다는 모아서 한번에 흥정하는 편이 좋다. 여행일정에 맞춰 구입해야지 대부분 부피가 크고 무겁기 때문에 이동하는데 짐이 되기 쉽다.
이 곳 휴게소들은 외국인들이 사용하기 때문에 시설이 잘 갖추어 져 있어 깨끗하다. 대부분 목각 장식물들을 파는 가게를 겸하고 있어 둘러 볼 만 한데 대부분 비싸고 할인도 잘 해 주지 않는다.
마사이 마라에 가까워 질수록 빨간 천을 두르고 있는 마사이족들이 눈에 띈다. 수십마리에서 수백마리의 소와 염소를 몰고 가는 아이에서부터 마을의 촌로 까지 다양하다. 예외없이 모두들 빨간 체크무니가 새겨진 망토 같은 천을 두르고 있어 눈에 잘 띈다. 빨간색은 사자 같은 맹수들의 접근을 방어하기 위해 사용하고 직접 짜기보다는 시장에서 구입해서 쓴다. 또 마사이족은 대부분 크가 크고 상당히 마르다 못해 가냘프기 까지 한데 주로 소의 피와 우유를 주식으로 하기 때문에 골격이 얼마나 튼튼한지 차가 부딪혀도 차가 들어갈 정도이다.
마사이족의 주의 점은 절대 허락 없이 사진 촬영을 하면 안된다. 꼭 사전에 허락을 받던지 흥정을 해야지만 촬영을 할 수 있다. 만약 허락없이 촬영하다 걸리면 필름을 빼앗기거나 봉변을 당하기 쉽다.
이윽고 허허 벌판을 달려 도착한 마사이마라 국립보호구역 입구에 도착했다. 드라이버가 입장료를 치르는 동안 또 목각 인형과 목걸이, 팔찌 등을 창문 안으로 들이 밀며 난리다. 마사이 족은 귀볼이 크면 클수록 미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어릴때부터 구멍을 뚫어 넓혀 논다. 가까이서 보니 맥주캔 하나는 충분히 들어 가고도 남을 만큼 크다.
값을 부르던 상인 중 한 청년이 내 모자와 선글라스가 마음에 들었는지 자기 물건과 바꾸잔다. 가지고 간 물건중에 그리 중요하지 않다면 돈 주고 사는 것보다 물물교환도 괜찮을 듯 하다.
마사이마라 국립 보호 구역은 크기가 우리나라 제주도 넓이(1,510 sqkm)로 탄자니아의 세렝게티와 접해있다.
거주민의 대부분은 마사이족들로 이들은 아직도 모란(moran, 용사)이 되기 위해 사자를 사냥하고 있다. 청년시절 사자를 사냥하지 못하면 모란이 되지 못하기 때문에 부족에서도 대우를 못 받고 평생을 수치심을 갖고 산다고 산다.
늦은 점심을 마치고 오후 게임 드라이브에 나섰다. 멀리 큰 나무아래 사파리 차들이 모여 있어 순간 우리 일행은 흥분되기 시작 한다.
맹수를 발견하면 차량들이 모여 들기 때문이다. 기대대로 표범 수컷이 나뭇가지에서 낮잠을 즐기고 있고 옆 나무에는 이 녀석이 먹다 남은 워독(야생 멧돼지)이 내장만 먹힌 채 하늘을 쳐다 보고 누워 있다.
이 곳은 전형적인 사바나 초원으로 동물의 왕국답게 온갖 동물들의 군상이 널려 있다. 그래도 역시 사자나 표범, 치타등 맹서류를 자연에서 불 수 있는 것이 이곳을 찾게 되는 큰 매력이다.
개인적으로 몇 년전에 아프리카에 왔다가 사자는 직접 보지 못한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내심 불안 했는데 마사이 마라는 맹수의 낙원답게 곧 사자 무리를 발견했다. 암 사자 세마리가 마침 도로변에서 나른하게 졸고 있다. 숨을 죽이고 다가간 우리 차량은 바로 앞까지 다가가 섯는데도 이 녀석들은 별로 게으치 않고 한 번 쳐다 보고 다시 누워 버린다. 이렇게 유유자적하는 것도 사자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연신 터지는 셔터 소리에 가끔 귀만 쫑긋 할 뿐 덤덤하기 그지없다. 그래도 절대 차 밖으로 나가서는 안되는데 몇 년전에 대만 관광객이 멀리 앉아 있던 사자를 배경으로 밖에서 기념 사진을 찍다가 갑자기 엄청난 속도로 달려 와서 변을 당한 적이 있었다.
기분좋게 사파리를 마친 후 롯지로 돌아와 대한 저녁 정찬은 와인 한잔과 어우러져 사파리한 돔물 애기로 깊어만 간다.
맹수들은 새벽과 저녁으로 사냥을 하기 때문에 혹 먹이감을 덮치는 스릴을 맛보기 위해서 새벽 사파리를 한다. 사실 사냥하는 장면은 매우 보기 어려워서 마이클도 1년에 한 두번 볼까 말까란다. 보통 조식 전 6시 30분에 시작 해 더워지기 시작하는 9시 사이에 즐긴다. 기온이 꽤 쌀쌀해 옷을 단단히 차려 입고 새벽 게임 드라이브에 올랐다.
오늘은 닦여진 길을 피해 초원을 가로 질러 달려 본다. 멀리서 경계하던 하이에나 두마리가 연신 쳐다본다. 남이 잡아 먹고 버린 고기나 먹어 왜소할 거라는 것과는 달리 가까이서 보니 송아지 만하다.
마이크로 연신 무언가 연락하던 마이클이 사자가 나타났다고 한다. 어제의 흥분도 가시지 않았는데 다시 긴장감이 돈다. 예의 연락을 받고 온 차량들이 한 두대씩 몰려 오고 있다.
도착해 보니 이게 웬일인가! 사자가 떼로 버팔로 두마리를 공격하고 있다. 관목 숲 사이를 왔다 갔다하며 이리 저리 쫒고 있다. 처음에는 암사자 밖에 없었는데 멀리서 지켜보던 숫사자 두마리가 가세한다. 버팔로 반격도 만만치 않다. 덩치가 크기 때문에 쫒아오면 연신 머리를 쳐들고 달려든다. 백수의 왕 사자도 영락없이 피하고 그 틈에 바팔로가 도망가거나 숨을 고르고 있으면 다시 협공을 시작한다. TV로만 보던 사냥장면을 약 10m 앞에서 직접 목격하고 있는 것이다. 치열한 공방전이 계속 됐지만 쉽게 결판이 나질 않는다.
주위를 둘러 보니 다른 차량들은 찻길이 있는 뒤에서 보고 있는데 우리 차량만 한참 떨어져서 제일 앞에 나와 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우리 마이클이 용기를 내 가까이 주차한 것이었다. 사자는 둘째 치고 라도 버펄로가 달려 들면 상당히 위험한 상항이었다는 것이다. 보통 결판이 나려면 약 1시간 넘게 사투를 벌인다고 한다. 마냥 기다릴 수 없어서 아쉽게도 잡는 장면은 보지 못하고 돌아 왔다. 어떻게 될 것 같냐고 물으니 결국 버팔로 한마리는 잡혀 먹힐거란다. 사자가 목표로 하면 몇시간이고 힘이 빠질 때까지 좆아가 잡는다고 한다.
마치 복권에라도 당첨 된듯한 기분으로 롯지로 돌아오면서 마이클은 우리가 연신 칭찬하고 격려금(?)도 쥐어주니 덩달아 신났다. 아침식사를 마치고 다시 나이로비로 돌아가기 위해 경비행장으로 이동했다.
나이로비까지는 육로로 약 6식간 넘는 거리기 때문에 경비행기로 이동한다. 마이클과 아쉬운 작별을 하고 비행기에 올랐다. 경비행기는 쌍발 프로펠러부터 70인승 소형 비행기까지 다양하다.
40분 비행으로 나이로비 윌슨 공항(Wilson Airport)에 도착하니 다른 차량과 가이드가 맞이한다. 카니보어(Carnivore)라는 야생 바비큐 식당에서 9종류의 다양한 바비큐로 식사를 하고 암보셀리로 향했다.
암보셀리까지는 탄자니와의 국경 도시인 나망가를 거쳐 약 3시간 30분거리로 암보셀리 공원 입구에서 부터는 우기 때만 호수가 되는 암보셀리호를 약 30분간 가로 질러 가면 롯지에 도착한다.
암보셀리는 탄자니아에 위치한 킬리만자로산(5,895m)을 가장 잘 볼 수 있는곳으로 코끼리의 집산지로 유명하다. 곳곳에 물이 고여 있어 조류도 다양하다. 특히 가는 동안 하이에나 굴을 발견했는데 열 댓마리의 새끼와 어미가 쏟아져 나온다. 경계하는 눈치가 여간 날래지 않다. 숙소에 도착하니 과연 킬리만자로의 위용이 당당하다.
헤밍웨이리 ‘킬리만자로의 표범’으로도 유명한 한해 세계 각지에서 수심만명이 오르기 위해 모인다는 킬리만자로는 그 이름 자체가 오를수 없는 산이라는 의미이다. 그 만큼 이곳에서는 성스러운 산으로 1848년 독일인 선교사 레프만이 처음 발견하고 1889년 독일인 메이어가 식민지 하에서는 영국과의 신경전끝에 독일 땅이었다가 독립과 함꼐 탄자니아로 귀속 되었다.
등반 코스는 보통 4박 5일 일정으로 개인 등반은 허용되지 않으며, 라이선스를 가진 가이드가 동행해야 한다. 절대 무리하지 말고 천천히 올라야 하며, 전문 등반가가 실패하고 등산을 처음하는 여자가 성공하는 경우가 있을 정도로 무리하면 안된다.
롯지에 도착해서 여장을 푸니 위쪽으로 킬리만자로산이 그림처럼 둘려있다. 지금도 저 위에선 열심히 등반하고 있을 사람들을 생각하니 더 자세히 보게 된다.
저녁을 마치고 다음날 새벽 사파리를 위해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새벽에 일어나 바라보는 킬리만자로는 푸르름에 젖어있다.
여명이 비치며 고요의 어둠속에서 신비한 자태로 다가오는 순간들이 경건하기 까지 하다. 산의 실루엣이 다 사라질 즈음 새벽 게임드라이브에 나섰다.
간단히 View Point에서 킬리만자로를 조망한 후 사자와 코끼리, 기린등을 사파리하고 아침 식사를 한 후 탄자니아로 가기위해 나망가로 출발했다. 말라버린 호수를 달리다 보니 지평선 멀리 소떼가 지나가는 듯한 광경에 마사이족이 몰고 가는 것이냐고 물으니 신기루 현상이란다. 정말로 자세히 보니 아지랑이 같이 흐물거린다. 사막처럼 땅의 열기와 대기의 작용으로 착시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마치 살아서 이리로 걸어오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진다.
혹 이글을 일고 암보셀리에서 이런 현상을 목격하면 곡 확인하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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