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맹 홈페이지에 올린 글입니다. 여기에도 그대로 실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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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에 있는 국회 의사당내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국선도 개원 42주년 기념식에 다녀왔습니다. 42주년이란 숫자의 의미는 청산선사님께서 스승님의 뜻을 받들어 산중 비전으로 전승되던 국선도를 사회에 보급한지가 42주년이 되었다는 뜻입니다.
평소 아침잠이 많아 일찍 일어나는 편이 아닌데 오늘은 7시도 안되어서 저절로 눈이 떠졌습니다. 행사는 오후 2시에 예정되어 있었지만 강원도 원주라는 지리적 여건과 그동안 뵙지 못한 그리운 얼굴들이 있기에 서둘러 출발했습니다. 몇차례 기념식에 참석한 기억이 있어서인지 속으로 나름 많은 기대를 하고 출발했습니다. 하지만 막상 도착해서 행사장 주변을 둘러보니 올 해 행사는 예년에 비해 조촐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헌정기념관이란 장소는 채 300명을 수용하기에 버거워 보였고, 예전에는 행사때마다 모습을 보이던 여러 사범님들의 모습도 볼 수가 없었습니다. 뭔가 모르게 분위기가 많이 침체된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경제 사정이 어려우니 모두들 마음에 여유를 갖기가 힘들다는 사실을 저 역시 절감하며 생활하고 있으므로 다른 분들의 사정도 미루어 짐작이 가고도 남지만 다른 곳에서는 몰라도 국선도라는 단체내에서는 그런 모습이 없었으면 하고 기대했는데 경제한파가 우리 단체에서도 예외도 아닌듯 보였습니다.
그리고 최근 우리 단체내에서도 약간의 불협화음이 들리는 부분도 있어 기념식 행사가 김빠진 모습으로 맹숭맹숭하게 끝나는 것이 아닌가 하고 내심 걱정도 많이 되었습니다. 처음 시상식이 진행될 때는 아무런 느낌없이 수상자들께 박수만 열심히 쳤습니다. 현사님들의 기념사와 도종사님의 말씀도 죄송스러운 얘기지만 건성으로 들었습니다. 하지만 한가지 흐믓하게 생각되는 부분은 있었습니다. 제가 11기 사범교육을 받으면서 말없이 무슨 일이든 솔선수범하시던 동기 사범님 한분을 가슴을 담고 지켜보던 분이 있었는데 오늘 그 분이 상을 받는 모습을 보고 제가 상을 받는것처럼 기분이 좋았습니다.
남상혁이란 사범님이신데 최근에도 천선원에 매주 자원 봉사를 하고 계시다는 걸 국선도 나눔의 장에 올라오는 자원봉사 명단을 보고 알고 있었습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말없이 수고하시는 이런 분들을 기억하고 수상자 명단에 올려 놓은 것을 보고 너무나 기분이 좋았습니다. 제가 그동안 겪은 세상에서는 말없이 수고하시는 분들을 알아주는 단체가 별로 없었습니다. 오히려 정반대로 작은 일에 생색내기 좋아하고 말 잘하는 사람들이 대접받는 그런 모습을 많이 보았습니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오늘 시상식은 건방진 얘기이지만 참으로 제대로 된 시상식이란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후 귀여운 꼬마 아가씨가 엘 콘도르 파사라는 곡을 오카리나로 멎지게 연주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마음이 흐믓해지는 느낌을 받았고 제 딸처럼 사랑스럽게 느껴졌습니다.(나이도 비슷하더군요.) 잠시후 이름은 기억이 안 나지만 모 전수장의 원장님께서 장구춤을 신명나게 열성적으로 추시던 모습이 지금도 눈앞에서 어른 거릴 정도로 속이 후련한 춤사위였다고 생각합니다.
다음 공연으로 대구 성서 수련원의 시범이 이어졌는데 저는 이 공연에서 참으로 깊은 감명을 받았고, 국선도의 모습은 바로 이런 모습이어야 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60세가 훌쩍 넘은 할머니들의 원기단법 시연 모습과 노인대학에서 오신 분들의 입단행공을 각색한 댄스공연은 참으로 보기가 좋았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가슴이 뭉클하게 만든 모습은 앞이 보이지 않는 맹인들이 기신법 시범을 보이는 모습이었습니다. 다른 분들의 손을 잡고 안내를 받으면서 무대에 올라와 북소리에 맞춰서 기신법 시연을 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눈시울이 뜨거워져 애써 참느라 참으로 힘들었습니다. 평소 소외받는 힘겨운 이웃들에게 따뜻한 손길로 다가가 그들에게 희망이 되고자 노력하시는 정도현 현사님과 김순자 사범님께 이 자리를 빌어 진심으로 존경의 마음을 표합니다.
처음 행사장에 도착했을 때는 예전보다 분위기가 가라앉은 듯한 모습을 보고 마음이 상당히 무거웠는데 위에서 말씀드린 이런 모습을 보고 돌아오는 길에는 기분이 무척 좋았습니다. 여러가지 제반 여건이 안좋은 시기이지만 대의를 생각하는 훌륭한 분들이 우리 국선도 단체내에 많이 계시므로 그 모습을 거울삼아 한걸은 한걸음 내딛고자 합니다. 국선도 외공 시범단의 모습도 환상적이었습니다. 경제사정은 어렵지만 모두들 희망을 가지시고 수련에도 정진하는 한해가 되었으면 합니다. 두서 없는 글 이만 줄입니다.
첫댓글 밝은 소식 감사드립니다
감사히 잘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