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저승갈때가 아니다~ (1월 3일 방송)

아직은 저승갈때가 아니다~  (양광규.  서울 관악구 신림 3동)   군 생활하는 3년여 동안 남들은 한 번도 겪을까 말까 한 일을 단 1년 사이에 2번이나 격은 사연 을 이야기 할까 합니다. 지금부터 30여년전 국가의 부름을 받고 국방의 의무를 다 하기위해 훈련소(신병교육대)에 입소했 을 때 의 일입니다. 저는 꼭! 현역을 가고 싶었으나~ 어찌하다 보니 현역 판정을 받지 못하고, 낮에는 군복을, 밤에 는 사복을 입고 다니기에 그 정체를 알 수 없어 김일성조차도 벌벌 떨었고, 귀신조차도 피해간다 는 용맹스런 방위 판정을 받고 조치원에 있는 32사에 입소하여 4주간의 훈련이 시작되었습니다. 군대에는 꼭 한, 두 명씩은 있다고 하지 않습니까?  그렇습니다. 바로 "고 문 관!" 우리 소대에 그 '고문관'이 한명 있었습니다. 잠잘 때를 제외하고는 한시도 쉴 틈을 주지 않고 밤낮으로 뺑뺑이를 돌리는 초긴장 속에, 입소 1 주일 동안에는, 인간의 생리적 현상마저 멈추어버리는 그런 상황에도 그 고문관이 있어 가끔은 웃을 수 있는 게 우리의 유일한 즐거움 이었습니다. 첫 번째 사건은 사격장에서 일어났습니다. 그때만 해도 M1, 아니면 카빈 소총으로 훈련을 받았는데, 소총이 노후하다 보니 가끔은 작동이 잘 안 되는 소총이 종종 있었습니다. 사격에 임하기전 사고에 대비하기위해 입에서 단내 나도록 얼차려와 정신교육을 받은 후~ 드디어 엎드려 자세로 사격 훈련이 시작되기 전, 빨간 모자를 눈도 안 보이게 푹~ 눌러쓴 교관은 우리를 향해 외쳤습니다. (조교) - “사격 중 소총에 조금이라도 이상이 생긴 훈련병은 절대, 절대로 일어나지 말고, 엎드           린 상태에서 오른발만 위로 구부려라~ 알겠나? 절대 일어나선 안 된다. 준비된 사수로           부터 사격 실시~~” 여기저기서 ‘탕! 탕! 탕!’ 사격이 시작 되었고, 화약 냄새가 진동을 하는데, 총 소리와 화약 냄새에 정신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나도 첫 발을 발사하고 두발 째 발사 하려는 순간~ 내 바로 옆 사선에 있던 훈련병이 갑자기, 벌 떡 일어나 앉더니 (훈병1) - “교관님! 총알이 안 나갑니다~ ” 하는 게 아닙니까? 나는 반사적으로 옆을 바라보았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그 훈련병은 바로 고문관 이었고, 더욱더 나를 얼어붙게 한건, 방아쇠에 손가락을 넣은 채 총구가 나를 향하고있는 게 아닙니까? 순간 뒷덜미가 서늘해지면서 온몸은 경직이 되었고 5m/m도 채 안 되는 내 머리카락이 뾰쪽 서는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짧은 순간에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습니다. (나) - ‘아니~ 이러다가 작동이 안 되던 저 고문관의 총이 다시 정상적으로  작동, 격발이 된다         면~ 아! 장가도 못 가보고 꼼짝없이 죽는 거 아니야? 에~라 모르겠다.’ 하며 도망가려 했으나, 너무 놀래서 인지, 몸은 뻣뻣이 굳어서 꼼짝도 할 수 없었습니다. 나는 다시 소리쳤습니다. (나) - “야! ×× 놈아~ 총 치워~!” 하지만 그 소리도 입 안에서만 맴돌 뿐 말이 입 박으로 나 오질 않았습니다. 바로 그때 뒤에서 교관이 소리쳤습니다. (조교) - “야! × 새끼야~ 총구 하늘로 향해 들어~!” 그러자 그 고문관, 총을 옆구리에 낀 채, 소리 나는 교관 쪽으로 ‘휙’ 돌아 안더군요. 나는 ‘아~ 이젠 살았구나! 까딱했으면 저승 갈 뻔 했네~ ’ 하며 생각하는 동시에 나는 보았습니다. 빨간 모자의 그 교관, 어느새 땅바닥에 납작 엎드렸고, 엎드리는 그 동작은 0.1초도 안 걸리는 눈 깜빡할 사이었습니다. 역시 대한민국의 축출한 교관이었습니다. 그 후 옆에 있던 다른 교관에 의해 사건은 아무 사고 없이 잘 마무리 되었습니다. 땅에 엎드렸던 교관은 일어나, 고문관 에게 다가가더니 쩌렁 쩌렁 하던 목소리는 어디가고~ (조교) - “워~메! 십년감수 했잖여~ ” 하더니 그 고문관의 뒤통수를 '탁!' 하고 힘껏 올려치며 (조교) - “야! 썩을 놈아~ 너 때문에 황천 갈 뻔 했잖아~ 뭐 이런 자식이 다  있어~ 너 사회에            나가서 뭐 될래?” 하며 태연한척 했지만 교관의 목소리는 유난이 떨리고 있었습니다. 나 역시 그때까지 가슴이 콩닥 콩닥 뛰고, 다리는 덜 덜 덜 떨리고 있었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4주간의 훈련을 무사히 마치고, 모 부대에 배치되었고 나를 포함한 4명의 신병은 고향(금산) 의 군청에 사무 보조로 배치되었습니다. 첫 출근하여 군청에 도착하니, 선임 방위병들이, 우리 신병 4명을 군청 옥상으로 불러내는 게 아 닙니까? 우리는 잔뜩 긴장하며 옥상에 올라가니 까마득한 고참 들이 쭈~욱 서 있는데 반가운 선 임 병이 2~3명보이더군요. 고등학교 동창, 내 동생의 친구인 후배들 이었습니다. 동창인 지태에게 악수를 청해, 어정쩡한 악수를 끝내고 후배에게 (나) - “야! 너 '천호' 아니냐? 반갑고 오래만 이구나~ ” 하는 순간, 후배 놈의 워커 발이 번 쩍 이더니 내 가슴팍에 날아 왔습니다. ‘헉1’ 하고 시멘트 바닥에 낙아 떨어졌고, 이어서 후배 놈은, 쓰러져있는 내 등짝을 워커 발로 내려찍으며~ (천호) - “뭐? 천호야~ 내가, 니 친구냐? 이 새끼가~ 여기는 군대야 임마~  학연, 지연은 시궁          창에 버려라~ 신병 놈들이 군기가 빠져 서리!  앞으로 취침, 뒤로 취침, 좌로 굴러,          우로 굴러.” 그날 우리 신병들은 초죽음을 당했습니다. 나는 후배 놈이 나에게, 그렇게 까지는 할 줄 몰랐다는 괘씸함과, 서러움에 두 눈이 퉁 퉁 붓도 록 울었습니다. 그날 저녁 그 후배는 우리 집까지 찾아 와서, 그리 할 수 밖에 없었던 자기의 처지를 이해 해 달 라며 손이 발이 되도록 빌었습니다. 그리고 한 달에 한번씩은 '집체교육' 이라 하여 소속 부대에 들어가 훈련을 받았는데 그날은 죽도록 고로운 날 이었습니다. 관 공소에 배치된 우리는, 부대 안에서 근무하는 지들보다 편안한 생활을 한다는 이유로 훈련보다 뺑뺑이를 더 돌렸습니다. 어쨌든 2번째 사건도 '집체교육' 때 사격 훈련장에서 일어났습니다. 군에 갔다 오신 분들은 다 아시겠지만~ 사격훈련 할 때 실탄을 지급받고, 사격이 끝나면 지급받은 실탄 수량만큼 탄피를 반 납해야 되지 않습니까? 오전 사격이 끝난 후 탄피를 반납하는 과정에서 동기생인 김 삐리리의 탄피가 한 개 모자랐습니 다. 아무리 찾았지만 찾지 못하고~ 교관의 지시에 따라 노리쇠 후퇴고정, 약실검사, 노리쇠 후퇴 전진, 어깨위에 총, 격발, 이 순서를 3~4번 반복 했으나,소총에는 다들 아무 이상이 없었습니다. 교관은 10분간의 휴식을 주며, 탄피를 찾으라 했고, 우리는 담배 한 가치씩 을 태우며 탄피를 찾 고 있는데, 김 삐리리가 내게 오더니 자기 총이 좀 이상하다는 겁니다. (잠깐! 김 삐리리도 2프 로 정도 부족한 친구입니다) (나) - “야~ 내가 봐줄게! 노리쇠후퇴하고 고정시켜봐!” 하고 그 친구의 총구를 들여다보았습니다. 다들 아시겠지만 노리쇠를 후퇴시키고 총구 쪽에서 바라보면 조우선과 함께 구멍이 훤하게 보여 야 하는데, 총구 안쪽은 깜깜한 게 아닙니까? 뭔가가 잘못 되었다는 것을 직감하고 노리쇠 안쪽 을 확인하기 위해 총구에서 눈을 때고, 총구를 옆으로 살짝 밀치는 순간~ ‘탕!!’ 소리와 함께 옆에 있던 선임 병이 '푹' 하고 쓰러졌고, 귀 밑에서는 피가 주루룩~ 흘러 내렸습니다. 모두들 깜짝 놀라 우왕좌왕 하는 사이, 누군가가 수송부에 연락했고 잠시 후 군 트럭이 와서 총 에 맞은 선임 병을 태우고 병원으로 떠났습니다. 우리는 죽은 선임 병의 명복을 빌며 훈련이고 나발이고 한쪽에 모여 웅성거리고 있는데, 참~ 개 갈 안 나더군요. 대대장은 조금만 있으면 승진 하는데, 이번 사건으로 모든 게 물거품이 될까봐 전전 긍긍 하는 모습이 역력 했습니다. 그리고 한 1시간 정도 지났을까? 나갔던 트럭이 다시 들어왔고, 죽은 줄만 알았던 그 선임 병이 머리에 붕대를 감은 채 멋쩍은 듯 씨~익 웃으며 차에서 내렸습니다. 그렀습니다. 다행이도 총알이 머리에 맞은 게 아니고, 귀 밑을 살짝 스쳤고 그 선임 병은 잠시 기절했던 겁니다. 만약, 내가 총구를 바라보고 있을 때 격발 되었다면~  아~~ 상상 하기도 싫습 니다. 30여 년이 지난 지금도 그때의 일을 생각하면 소름이 쫙~ 끼치며, 머리카락이 쭈뼛 섭니다. 방위 근무하는 짧은 1년 동안, 1번도 아니고 2번씩이나 총기 사고에서 살아남은걸 보면, 내 명줄 도 길긴 긴 가 봅니다. 그리고 저승은 아무나 가는 게 아니구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E N D.   끝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드리며,   겨울의 길목에서 건강들 조심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