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진안 백운중학교과 마령중학교를 다녀왔습니다.
중간에 마령고등학교까지 살짝
또 들렸다가 왔지요.
진안교육청에서 매월 두 학교씩 저를 불러다가
논술특강을 하는 날이었기 때문입니다.
가는 길은 관촌을 지나 방수리에 들러
그 아름다운 숲길을 찍고
또 반룡리의 아름다운 강촌도 담아 왔지요.
백운에 도착했는데 시간이 남아서
섬진강 발원지를 찾아가는 길에
동창이라는 곳에서 잠시 쉬었습니다.
참 느티나무가 우람한 마을입니다.
그 삼거리에는 정미소가 있습니다.
아니, 정미소였던 건물이 남아있지요.
<동창미곡정미소>라는 간판이 아직도 선명하게 남아있습니다.
정미소, 그 방아간!
벼를 찧을 때마다 먼지 속으로 들어가
쏟아지는 겨와 쌀을 거둬내야 했던
정말로 힘든 시절이 제게는 있었는데.......
아니, 한때는 들판의 뱅크였지요.
모든 나락이 들고 쌀이 나가듯
돈이 모였다가 풀리는 은행이었으니까요.
그런 회상에 젖다가 아무래도 안될 것 같아서
차를 되돌려 백운중학교로 갑니다.
그런데 시내버스 한대가 길가에 서있습니다.
사람이 한명도 타지 않은 빈 버스
농번기에 누가 저 버스를 타고 다니겠는가?
당연하지! 그래서 운전사가 소피를보나?
하고 다가가는데.......
그 기사는 차를 세워놓고
길가에 핀 노란 금계국과
하얀 마카로니 꽃을 꺾고 있었습니다.
버스기사는 주어진 길을 사간에 맞춰 가야하는
자유가 없는 직업인데
손님이 없으니 늘 다니던 길에 흔들리는 저 꽃들에
이제야 마음을 둔 듯 싶었습니다.
사진을 찍을까 한다가
그게 또 무슨 고발하는 모습으로 보일 것 같아서
주황색 시내버스를 바라보다가 왔답니다.
참 한가롭고 보기 좋은 모습이었습니다.
그래서 집에 돌아와
학교 가는 길 사진을 찾았습니다.
더샾과 수목토에 사는 학생들이
서전주중학교로 가기 위해 삼천천의 징검다리를 건너는 모습입니다.
어떤 때는 여학생과 남학생이
서로 내외하듯 서먹서먹 걸어갑니다.
아, 강을 건너는 법을 이제야 배우는구나.
그래 그 서먹거리고 설레고
마치, 덕장에 걸려 얼녹아 삭는 명태처럼
그렇게 강을 건너면 언젠가는 자유로워진단다.
"하지만, 글쎄?"
며칠전 금강가에 부여군 화양면 시음리에 갔다가
찍은 사진입니다.
작년에도 여기를 다녀와 올렸던 적이 있지요.
논으로 가는 길이 굽어져
그모습만으로 아름다운데
나무는 또 나무대로 청정합니다.
길이 있습니다.
그리고 또 내일도 모래도 길을 갑니다.
그 길이 삶이지요.
당신에게 오는 길
당신이 다가가는 길 모두 사랑하십시오.
한주가 끝나고 쉬는 토요일입니다.
색다른 길을 잡아보는 건 어떨까요?
그 길에서 건져올린 이야기들을 저에게도 들려주시길.....
김판용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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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이야기
여름의 길목에서
김판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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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7.02 14:22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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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월봉 저수지를 방죽이라 하여, 신작로와 만나는 사거리를 방죽목이라 했는데, 그곳에 정미소가 있었다. 지로지와 방죽목을 오가며 쌀을 찧는 날! 생각난다. 그 먼지 속에서 거둬내던 겨와 쌀들....... 노재화내도 정미소 했던가?
그래 방죽목이였지, 며칠전 시골가는 길에 성산으로 새로난 농로를 달리면서 방죽목 경유를 안하기에 조금은 아쉬우면서 그곳의 지명을 생각해 보았는데 생각이 나지 않았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