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길
양 촌 최 유 식
바람이 휘돌아 나가는 골목길.
바람 빠진 자전거가 뼈대만 드러낸 채 나뒹굴고
이빨 빠진 화분들이 여기저기 까칠하게 누어있다.
무심한 발길에 채인 허리 꺾인 화초는 외로 뜬 눈으로
골목길을 한 바퀴 휘 돌아본다.
오물 담긴 비닐 봉투는 내장을 드러내 악취가 진동한다.
육시된 조각들 속에 버려진 양심이 하나 둘이 아니다.
잘난 선량들, 고관대작들 양심이 골목길에 나뒹굴고
순실이 양심도 푸른 집 비서관들 양심도 우리를 외로 보고 있다.
여론에 밀려 골목길에 뒹구는 쓸모없는 쓰레기들.
그러나,
쓰레기더미 한 구석에도 작은 싹이 나고
조그마한 하얀 꽃이 피어난다.
우리들의 선혈을 먹고 피어난 한 송이 꽃.
새벽을 깨우며 향기로 피어난다.
천고 뒤 작은 씨앗은 또 다른 씨앗을 내어
풀꽃 가득한 꽃 덤불을 만들겠지.
작은 풀꽃들이 모여 향기로운 골목길이 되겠지.
우리들의 선혈을 먹고 피어난
우리들의 바람으로 피어난 소중한 꽃.
외로움
양 촌 최 유 식
저문 구름이 일산처럼 드리워져
그믐밤 앞산을 눈썹처럼 그려내고
문틈으로 새어든 쌀쌀한 겨울바람에 시름만 쌓인다.
애닮은 세월이 촛불로 내려앉는 밤
수심만 가득한 외로운 이 밤
원앙금 찬바람에 술잔을 기울인다.
술 잔 가득 물 먹은 별이 가득해
함께 할 이 없이 젓가락만 달그락 거린다.
겨울비 엷은 소리에 가슴에 피어나는 눈물은
눈가에 방울방울 맺히고
소쩍새 소리만 가슴에 못이 되어 박힌다.
그리움
양 촌 최 유 식
달빛에 스며드는 소쩍새 울음소리에
아린 마음을 움켜쥐고
황톳길을 밝히는 찔레꽃 따라 가다보면
가지에 돋아난 사월의 새순 끝에
묻어나는 그리움은 그대를 향해 뻗어 있다.
매일 밤 꿈속에서 수 없이 걷던 길은
한 겨울밤 그리움으로 남아 문풍지를 잡고 울고 있다.
꽃이 피고꽃이 남김없이 다 져서
꽃잎이 바람에 다 날려 갈 때 까지 기다려도
그대에게 소식 없어 그리움만 쌓여간다.
그대 생각에 깊어진 세월
떨어지는 꽃잎에 적어 보냈지만
그리움엔 길이 없어
여태껏 소식은 전해지지 않았나 보다.
崔 侑 植
시인 언어 역사 논술 학원장, 입시 학원장
중3동 자치 위원장. 중3동 자연보호 위원장
한국문인협회 부천 지부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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