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산행
동두천 마차산(588.4m)
경원선을 타기 위해 의정부역에 도착하니 일행들이 개찰구에 모여있다. 10시20분 기차를 타려고 서둘러 개찰구를 통과, 열차에 오르자마자 곧 의정부역을 출발한다. 좌석은 전철처럼 일자형으로 돼있고 휴일이라 그런지 사람들로 꽉 차있다. 입은 옷만 등산복 차림이지 북적대는 기차 안은 아침 출근시간 전철과 별반 다르지 않은 풍경이다. 30분 후 기차는 동안역에 도착했다. 대부분 등산객이 소요산에 가는지 내리는 사람이 별로 없다.
이번 산행에는 최두열(한국철도산악연맹 구조대장, 43세)씨와 건교부 철도공안원 기형석(31세), 채정훈(31세), 김지연(30세)씨가 함께 한다.
'공안' 하면 뉴스에 많이 나오는 중국 공안이 먼저 떠오르는데 최두열씨에게 물어보니 청도 공안은 철도지역 내에서 사법권을 검사로부터 부여받아 사법경찰 직무 취급을 하는 공무원이라고 한다.
굳은 일을 마다하지 않는 이들이 있기에 철도지역에서의 안녕과 질서가 유지되는 것이다. 보통 2교대 근무가 기본인데 세 명은 같은 동기로 쉬는 날을 이용, 이번 산행에 왔다고 한다.
동안역 주변은 공사중이다. 육교를 건너니 신흥고교가 보인다. 날씨는 쾌청하다 못해 계절을 훌쩍 뛰어넘어 한여름의 기미까지 보인다. 저 멀리 오늘 산행의 대상지인 마차산(馬叉山)이 보인다.
원래 북쪽으로 뻗어가는 산맥이 이 산에서 끝났다 하여 마친산이라 불렀었고 또 마고할미가 비녀를 갈았다 하여 마차산(磨叉山)이라 한다.
작은 다리(안흥3교)를 지나 시멘트길을 조금 더 올라가니 동두천 기도원 입구다. 그 위로 버섯재배장이 있고 포장도로가 끝난다. 주변 계곡은 한창 땅을 파헤치고 공사중이다.
버섯재배장 위 가정집에서 물을 얻어 보충한 뒤 집 옆으로 나있는 임도를 따라서 올라간다. 자갈길이다. 주변에 은행나무들이 숲을 이루고 널찍한 길이 나있어 오히려 심심해지는 그런 오르막길이다. 길을 따라 왼쪽으로 돌아 조금 가자 부도가 나오고 그 앞으로 난 길이 뚝 끊어져 있다.
"길이 없나?"
최두열씨가 앞에 가서 나뭇가지를 휘저어 보지만 여의치가 않다.
"다시 빽하자고."
왼쪽으로 꺾어지기 전까지 되돌아와서 지도를 펴놓고 다시 머리를 맞대어본다.
"우리가 재재기골에 있는 것은 확실하거든. 그럼 꺾어지지 말고 위로 곧장 올라가 보자고."
최두열씨가 무릎 높이의 돌담을 넘어 길을 찾아본다.
"있어, 길이 있어."
정말 길이 보인다. 하지만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길은 아니다. 형태만 유지하고 있을 뿐이다. 그 희미한 길을 따라 출발한다. 바닥만 길이 있지 잡풀과 나뭇가지가 산행을 방해한다. 숲을 헤치며 골자기로 조금 들어간 것 같은데 이제 길 흔적도 없어진다. 지도를 펴봤자 능선 상도 아니니 제 위치 찾기가 수월치 않다.
그냥 큰 나무만 있으면 길은 없더라도 정상을 보고 걸어가겠지만 잡목이 우거져 전진하기가 쉽지 않다.
"이런 산행은 처음 해봐요. 떨리는데요." 채정훈씨가 웃으며 말한다. 잡목 숲을 헤치며 오르느라 팔뚝에 긁힌 상처가 여러 개다.
"안되겠어. 능선 상으로 치고 올라가자고."
길도 없는 골짜기에서 너무 헤매는 것 같아 최두열씨가 먼저 왼쪽 능선으로 치고 올라갔다. 가파른 능선을 오르니 능선상 등산로를 따라 아저씨 아주머니들이 산을 오르고 있다. 길을 잘못들어 밑에서 고생한 생각을 하니 괜히 억울해진다.
제대로 된 등산로나 알자는 심정으로 지도를 들이밀며 물어본다.
"여기 기도원 있잖아, 거기 가건물 뒤쪽으로 돌아서 있는 길로 가면 능선으로 오르지."
잠시 쉰 후 능선길로 산행을 시작한다. 조금가니 큰 바위도 보이고 전망대도 나타난다. 시야가 확 트이니 산행하는 맛이 난다. 조금 더 올라가니 등산로 가운데 큰 소나무가 보인다. 곧 마차산 정상이다. 정상에는 삼각점 '포천 301 1997 재설'이 있다. 탁 트인 시야가 골짜기 속에서 답답했던 마음을 싹 쓸어내 준다.
동쪽으로 쭉 뻗은 3번 국도 뒤로 소요산이 보이고 서쪽으로 감악산이 있다.
구전에 의하면 당나라 장수 설인귀가 당나라 평양에 설치한 안동도호부의 검교안동도호부로 부임하여 고구려땅을 9도독부 42주 100현으로 나누어 관할했다. 이때 설인귀가 마차산 정상에 비를 세웠다고 한다.
천파리에 살던 김씨 성을 가진 한 노인이 어느날 꿈에 자기 집에서 기르는 황소가 마차산 정상에 서있는 설인귀 비를 감악산 정상으로 옮겨 놓은지라 하도 꿈이 생생하여 눈을 뜨고 일어나 외양간에 가보았다. 그런데 소가 땀을 비오듯 흘리며 지쳐 누워 있는 것을 보고 이상히 여겨 날이 새기를 기다렸다가 마차산에 올라가보니 비는 온데간데 없고 황소 발자국이 남아 있어 그 발자국을 따라가보니 어느새 감악산 정상까지 도달하게 되었다. 그런데 바로 그 앞에 비가 옮겨져 있었다.
노인은 '아마도 이것은 분명 산신령의 계시로 이루어졌다'고 단정하고 이 사실을 인근 마을에 알려 주민들과 의논 끝에 '이 비는 신성한 효험을 가진 비이니 우리 모두 이제부터 비에 치성을 드려야 한다'고 결의하고 그때부터 매년 춘추로 치성을 드렸다고 한다. 그후부터 지금까지 치성이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정상 부근에서 김밥과 김지연씨가 아침 일찍 일어나 준비했다는 찐 감자로 간단히 점심을 먹고 북쪽 능선으로 하산을 시작한다. 능선 왼쪽이 간파리다.
간파리에는 옛날 마차산에서 딴 복숭아로 남편 목숨을 구했다는 아내에 관한 전설이 있다. 시부모에 대한 공경도 대단했다는 아내는 중병에 걸려 죽음에 임박한 남편 목숨을 살리기 위해 약재를 구하려고 엄동설한에 마차산을 며칠동안 헤매다가 산신령의 현몽으로 복숭아 세 개를 구해 남편에게 달여 먹여 중병이 완쾌되었다. 이 정성어린 이야기가 조정에 알려져 나라에서 정문을 내린 '열녀 청풍 김씨지문'이 간파리 송산리 마을에 지금도 있다고 한다.
벙커가 몇 개 보이고 '댕댕이고개' 표지판이 보인다. 조금 더 능선길을 타니 밤골재다.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어 밤골로 내려간다.
조금 내려가다가 툭 튀어나온 산자락 끝에서 쉰다. 양쪽 아래의 골짜기가 앞에서 합쳐지고 있다. 합수점을 향해 출발한다. 119표지판 '(1-3)갈림길'을 지나니 샘이 보인다.
길을 계속 따라 내려가니 표지판 '1-2(밤골)'이 있고 부서진 시멘트 하수관이 있는 다리를 지나면 소망기도원이 보이고 임도가 시작된다.
*산행길잡이
동두천기도원-(5분)-버섯재배장-(40분)-남동능선-(30분)-정상-(15분)-댕댕이고개-(10분)-밤골재-(10분)-합수점-(25분)-소망기도원
마차산은 해발 587m로 감악산의 지맥으로 동두천시의 서북쪽을 감싸고 있다. 소요동 서단에 위치하면서 연천군 전곡읍과 경계를 이룬다. 북쪽에는 옥녀봉, 남쪽으로 마고개가 있고, 서쪽으로 감악산, 동쪽으로 소요산이 자리하고 있다.
등산코스는 주로 재재기골에서 동두천기도원을 끼고 왼쪽으로 난 길을 따라 능선에 오르거나 더 올라가 버섯재배장에서 오른쪽으로 틀어서 남동릉을 타는 코스와 밤골재에서 올라가는 코스가 있다.
*교통
대중교통은 의정부역에서 06:20~22:20까지 경원선이 1시간 간격으로 1일 17회 운행한다. 요금은 전 구간 어른 1,200원, 어린이 600원이다. 동안역까지 30분 걸린다. 동두천시에서는 동두천버스터미널(평안운수 031-897-4968)에서 남산모루행 버스를 타고 신흥고 앞에서 내리면 된다.
승용차는 서울에서 3번 국도를 타고 북상해서 의정부시를 통과해서 동두천시를 지나면 곧 동안역이 보인다.
동두천시 도로교통과 교통행정담당 이정열씨 031-860-2294.
*잘 데와 먹을 데
밤골 날머리에는 마땅한 숙박시설이 없다. 육교를 건너 소요산역으로 가거나 동두천 시내로 들어가면 음식점과 숙박시설이 많다.
청궁반점(031-866-6564), 제일삼계탕,칼국수(867-0147), 대운식당(867-0997), 부일식당(866-0507), 팔복가든식당(865-3804), 할매순대국(866-1116), 성진식육식당(867-0136), 만성기사식당(865-0639), 소요산 백운장모텔(011-787-4303), 성인장(866-9490), 녹수파크(867-0776).
*볼거리
요석공원 동두천시청에서 전곡, 연천 방향 3번 국도 4km 지점 우측 소요산 관광지에 있다. 요석공원은 시민들의 휴식을 위하여 지어진 공원으로 이 이름은 원효대사 일화에 등장하는 요석공주의 이름을 딴 것이다.
자유수호박물관 자유와 평화를 수호하기 위하여 희생한 이들의 뜻을 기리고 유엔 참전국과의 우호증진을 위해 건립된 박물관으로 "6.25전쟁 참전 21개국 유엔군"과 관련된 유물 및 자료를 전시하고 있으며, 경기의 소금강으로 잘 알려진 소요산내에 박물관이 위치하고 있다. 관람료는 어른 1,000원, 어린이 400원. 031-860-2058~9.
글쓴이:신주한 기자
참조:마차산
참조:감악산불국산
참조:동안역~안흥교~무두리길~내안흥 다리 앞 삼거리~다솜자연학습장~남서릉~기차바위~정상~북릉~댕댕이고개~밤골~상봉암동~소요산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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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월간<사람과산> 2005년 6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