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드워드 홀의 인간관계 거리(근접학)
미국의 인류학자 에드워드 홀이란 사람이 인간관계에서의 거리에 대한 연구를 했다고 합니다. 그는 인간관계의 거리를 친밀한 거리(Intimate Distance Zone:45.7cm미만), 개인적인 거리(Personal Distance Zone: 45.7cm~1.2m), 사회적인 거리(Social Distance Zone :2m~3.8m) 공적인 거리( Public Distance Zone:3.8m이상)등 4가지 유형으로 분류했는데 문화권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다고 했습니다.
좀 더 자세히 내용을 보면 친밀한 거리는 친밀한 유대관계가 전제되어야 합니다. 따라서 이성 간에는 아무리 동료나 선후배 사이라고 해도, 이 거리를 함부로 침범해서는 안 됩니다. 기본적으로 친밀함의 거리는 자기 방어를 위한 최소한의 사적인 공간이므로, 갑자기 이 영역을 침범하면 본능적으로 긴장감이나 공포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개인적인 거리란 이 정도 거리에서는 어느 정도의 친밀함과 함께 격식이 전제되어야 한다. 일상적인 대화에서 가장 무난하게 사용할 수 있는 거리라는 점에서 볼 때, 격식과 비격식의 경계지점 정도가 될 것입니다. 이 거리에서 좀 더 멀어지면 긴장감은 줄어들지만 오히려 친밀함이 떨어지고, 좀 더 다가서면 긴장감이 고조됩니다.
사회적인 거리란 이 정도 거리에서 이루어지는 대화는 별다른 제약 없이 제3자의 개입을 허용한다고 봅니다. 따라서 대화 도중에 대화의 참여 및 이탈이 자유롭습니다.
공적인 거리란 이 정도 거리에서 이루어지는 대화는 연설이나 강의와 같은 특수한 경우에 한정됩니다. 강사의 입장에서는 청중 모두를 한 눈에 파악하기 위해 이 정도의 거리가 필요하고, 청중의 입장에서도 편안히 강의를 들을 수 있는 거리입니다.
댄스스포츠에서 이것을 적용해 보면 재미있는 현상이 있음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댄스스포츠는 커플댄스이므로 파트너와 둘이 맞잡고 또는 친밀한 거리에서 개인적인 거리 내에서 춤을 추게 됩니다. 이것을 만원버스에서 어쩔 수없이 밀집된 상태이므로 친밀한 거리 이내에 들어 와 있는 것으로 해석해야 할지 정말 믿고 붙잡고 춤출 수 있는 친밀하거나 개인적인 거리에 해당되는 사이라서 그런 것인지는 본질이 약간 다를 수 있습니다.
단체반의 경우 같은 인원의 많고 적음에 따라 각 커플들끼리의 거리가 문제가 됩니다. 라틴댄스는 룸바, 차차차, 자이브는 각 커플이 필요한 공간 정도면 되지만 프로그레스브 댄스인 삼바, 파소도블레와 모던댄스는 사람이 많으면 부상을 당하거나 합니다. 이론상은 모든 커플들이 똑 같은 회전량과 똑 같은 거리를 유지하면서 춤을 추면 부딪칠 수 없지만 실제로는 각 커플간에 보폭도 다르고 회전량도 다르기 때문에 사람이 많으면 부딪치는 사고가 자주 발생합니다.
재미있는 것은 에드워드 홀의 ‘숨겨진 차원’이란 책에 ‘싱크현상’이라는 것이 나옵니다.
인간을 포함한 모든 동물들은 최소한의 공간적 욕구를 갖는데 그것이 충족되지 않으면 스트레스는 물론 생존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것입니다. 공간 유지 법칙이 지켜지지 않을 때 사회는 밀집되고, 과밀 되어 마침내 싱크현상이 발생한다는 것입니다. 발 디딜 틈조차 없는 초만원 버스 안이나 사람이 꽉 들어찬 곳에서는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그래서 그것이 싫은 사람은 비용을 더 쓰더라도 자가용을 사는 것입니다.
개강하는 날 사람이 많다가도 나날이 사람 수가 줄어드는 이유가 싱크현상이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싱크현상으로 스트레스를 받고 본의 아니게 서로 부딪쳐서 부상도 생기게 되니 감정도 상하고 실제로 아파서 안 나오는 경우도 생기는 것입니다.
같은 반이 아닐 경우 당연히 서로 잘 모르기 때문에 역시 말을 걸거나 할 때 이 주장이 더 정확하게 적용됩니다. 같은 학원에서 왔다 갔다 하다 보면 몇 번 마주쳐서 서로 얼굴을 알 수도 있겠지만 상대방은 나를 모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뒤풀이 때보면 서로 마주 보고 앉는 거리가 개인적인 거리 정도가 될 것이며 뒤풀이에 사람이 많이 모여 한쪽 끝에 있는 사람들과는 말 한마디 못하고 있을 정도라면 사회적인 거리에 해당할 것입니다. 그 자리에서 누군가가 일어나 공지 사항이나 원 샷을 외쳤다면 공적인 거리에 해당됩니다. 그러고 보면 너무 많은 인원이 모여 뒤풀이를 한다면 전체적인 단합을 과시할 수는 있겠지만 사회적인 거리부터는 별 효과가 없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그러므로 반드시 사람이 많다고 좋은 것만은 아니며 최적 인원이 모일 때 가장 쾌적하고 학습 능률도 좋은 편이며 분위기도 좋은 것 같습니다. 개인 레슨이 좋은 것은 일대일이라서 좋은 것도 있지만 친밀한 거리 내지는 개인적인 거리 이내에서 배우기 때문에 레슨을 받을 때는 물론 개인 레슨이 끝나고 나서도 친밀도가 유지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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