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잔의 커피를 탈 때 필요한 커피와 설탕, 프림의 배합 비율을 얼마로 해야 제대로 된 맛이 나는지, 그 배합 순서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각각의 배합 비율을 달리하고 순서를 바꿔가며 커피를 타 맛보기를 셀 수도 없이 했다. 그뿐 아니었다. 물은 언제 부어야 하나, 구수한 커피 향을 즐기려면 프림을 언제 넣어야 하나... 물의 온도는 어느 정도가 적당한가, 물을 펄펄 끓인 물로 타면 쓴맛이 나고, 물 온도가 떨어지면 떫어서 맛이 없어지고...커피 잔의 상태는 어때야 하나, 예를 들면 커피 잔은 차가워도 되는지, 잔에 물기가 있어도 좋은지, 온갖 방법으로 커피를 타서 내가 마셔보기도 하고 다른 직원들에게 시음하게 해 보았다.
그 때 내가 나름대로 얻은 결론은 이랬다. 커피의 양에 대한 설탕과 프림의 정도는 개인의 기호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커피 두 스푼이면 설탕 두 스푼에 물을 붓고 천천히 좌삼우사(左三右四), 왼쪽으로 세 번, 오른 쪽으로 네 번 하는 식으로 돌려 가면서 저어준다. 커피가 잘 풀어지도록 한다는 이점도 있지만, 구수한 커피 향을 더 잘 느끼기 위한 방법이다. 하지만 이 때 물의 온도가 중요하다. 펄펄 끓은 상태에서 숨을 죽인 상태, 다시 말해 94~5℃ 정도의 물로 적당량의 커피와 설탕을 타야 한다. 이 때 더욱 중요한 건 잔이 차가워서도 안 되며, 잔에 물기가 있어서도 안 된다는 점이다. 따라서 잔은 미리 따뜻한 물로 덥혀서 마른 행주로 물기를 닦아낸 뒤 커피를 타야 한다.
이왕이면 커피 잔이 곱고 예쁘면 좋다. 잔의 모양이 커피 맛에도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투박한 잔은 가급적 안 쓰는 것이 좋다.
이와 같이 앞에서 열거한 요소들과 이런 저런 방법들을 동원해서 커피를 타면 분명 같은 커피라도 맛을 배가시켜 마실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무언가 정말 중요한 게 빠진 것 같다. 무얼까? 진짜 커피 맛을 결정하는 그 무엇이 따로 있을까? 커피를 타는 사람의 정성? 이건 이미 다 반영된 것이다. 앞에서 얘기한 것들을 다 지키려면 어찌 정성을 들이지 않을 수 있으랴?
그렇다면? 나는 그걸 여기서 감히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커피 맛을 결정하는 가장 핵심적인 요소, 커피 맛을 더해주는 그건 바로 누구와 마시느냐 하는 것이다. 물론 때로는 혼자 마시는 커피 맛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때도 있다. 사랑하는 연인 사이에, 둘도 없는 친한 친구 사이에 커피 잔을 놓고 마주 않아 있다면 그 자체로 기분이 좋으니 커피 맛이 기막힐 수밖에 없다.
뿐만 아니다. 비록 처음 만나는 사람이라도 커피 한 잔을 시켜 놓고 마시던, 직접 타거나 내려서 마시는 경우라도 그 커피 한 잔의 위력은 핵 폭탄으로는 할 수 없는,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행복하게 만드는 힘을 지닌다.
좋은 사람을 만나서 커피를 마시면 커피의 맛이 아무래도 따지거나 나무라는 사람은 없을 거다. 그러니 원두를 막 볶아서 정성스레 내려 마시는 커피의 맛까지 비할 데 없이 좋은 것이라면 금상첨화가 아니겠는가? 그러고 보면 커피를 결정하는 가장 핵심적인 건 사람임에 틀림없다.
(2011. 1.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