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겨울을 찾아 떠나는 온천 테마캠핑, 둘
유명 관광지를 위주로 숨가쁘게 돌아다니는 단순한 여행에서 탈피해, 여행 자체에 의미를 부여하고, 볼거리, 즐길거리, 먹을거리를 함께 하는 '멀티 여행'이나 '테마가 있는 여행'이 보편화 된지도 오래다.
오토캠핑도 이런 흐름 속에서 단순히 캠핑 자체만으로 끝나기 보다는 계절별, 지역별 특성에 맞춰 ‘테마가 있는 멀티캠핑’으로 빠르게 변화해 가고 있다.
캠핑과 연계해 캠핑장 주변 명소를 둘러보고, 그 지역에서 나는 제철 별미를 기꺼이 찾아가 맛을 즐기는 캠퍼들의 캠핑후기가 부쩍 늘어난 것이 이러한 트랜드를 잘 보여주고 있다.
프랑스어로 '스키를 타고 난 뒤 뒤풀이'를 뜻하는 '아프레 스키(Apres-ski)'처럼 캠핑도 이런 뒤풀이가 일반화 되고 있다. 일례로 겨울캠핑에서 많이 볼 수 있는 ‘캠핑+온천+여행+맛체험’이 여기에 해당된다고 할까. 거창하게 의미를 부여하자면 ‘아프레 온천 테마캠핑’이라 불러도 괜찮겠다.
이번에는 본격적인 겨울에 접어들면서 캠퍼들이 즐겨찾는 국내 대표적인 온천지역 캠핑장을 중심으로 온천 테마캠핑을 떠나 보자.
삼욕(三浴, 삼림욕·온천욕·해수욕)과 겨울 별미가 있는 동해안 캠핑
천 년의 세월 동안 사랑 받아온 약천(藥泉)답게 전국 제일의 온천으로 사랑 받아온 백암온천과 덕구온천을 보듬고 있는 경북 울진에는 첩첩 산중마다 조용히 자리잡은 휴양림과 야영장이 곳곳에 산재해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구수곡, 통고산, 청옥산, 태백고원, 검마산자연휴양림과 수하청소년수련원 야영장 등이 온천 인근에 두루 자리잡고 있어 국내 대표적인 온천 테마캠핑지로서 최적지라 하겠다.
뿐만 아니라 임금님 수라상에 동해안 제일의 진상품으로 오른 울진대게가 찬 바람이 본격적으로 불기 시작하는 이맘 때부터 이듬해 3월까지 통통하게 살이 올라 맛과 영양이 최고에 달해 캠퍼들의 입까지 즐겁게 해준다.
또, 울진대게를 잔뜩 실은 어선들로 떠들썩해지는 죽변항이나 후포항의 새벽을 찾아 동해의 살아 꿈틀거리는 싱싱한 대게와 해산물도 구입하고, 사람 사는 냄새가 물씬 풍기는 새벽 항구의 분주한 소리도 직접 느껴볼 수 있어 더욱 매력적이다.
여기에 왕실만을 위해 키웠다는 일품 소나무 숲이 보는 이로 하여금 감탄을 자아내기에 충분한 소광리 금강송 숲길(서면 소광리)과 백암산 금강송 숲(온정면 온정리) 삼림욕, 덕구온천과 백암온천에서의 온천욕, 동해안 7번 국도를 따라 환상의 드라이브를 즐기며 나곡·후정·봉평·망양·덕신·기성망양·구산·후포해수욕장 중에서 마음에 드는 곳을 골라 캠핑은 물론 여름철에는 해수욕까지 삼욕(三浴, 삼림욕·온천욕·해수욕)을 한 지역에서 모두 체험할 수 있다는 것도 이곳 울진만이 가지고 있는 장점이다.
물론 캠핑장과 온천 주변에도 불영사, 불영사계곡, 민물고기생태체험관, 성류굴, 월송정, 강구항, 후포등대, 울진 용의 꿈길, 구산해수욕장에서 평해남대천까지 이어지는 명사십리 백사장길 등 다양한 볼거리까지 산재해 있어 조용히 겨울 바닷가를 거닐거나 인적이 드문 겨울의 고즉넉한 운치를 제대로 만끽할 수도 있으니 캠퍼 입장에서 울진은 무척 구미가 당기는 캠핑지임에 틀림 없다.
이처럼 테마캠핑이 갖춰야 할 모든 조건을 완벽히 충족시켜 주는 곳이 바로 울진이 아닐까.
죽변항과 국내 유일의 자연용출 온천인 덕구온천을 이용하는 온천 테마캠핑을 즐기고자 한다면 두 곳 모두 오토캠핑이 가능한 구수곡자연휴양림이나 통고산자연휴양림 야영장에 베이스캠프를 마련하는 게 좋다. 물론 동해안이나 덕구온천과 약간 떨어져 있지만 태백의 태백고원자연휴양림도 베이스캠프로 활용하기에 무리가 없다.
참고로 구수곡자연휴양에서는 야영장 바로 옆에 있는 물놀이장이 겨울에는 멋진 얼음썰매장으로 변신을 해 한결 재미를 더해 주고, 태백고원자연휴양림은 차로 10분 거리에 태백산눈꽃축제장이 있어 맘껏 눈썰매를 즐길 수 있어 좋다.
후포항과 백암온천을 이용하는 온천 테마캠핑을 즐기고자 한다면 거리상 가까운 영양의 수하청소년수련원, 검마산자연휴양림, 영덕의 칠보산자연휴양림에 베이스캠프를 마련하고 즐기는 게 한결 편리하다.
아흔아홉 굽이 죽령고개 넘어 찾아가는 내륙 테마캠핑
소백산국립공원과 월악산국립공원을 어머니 품삼아 자리잡고 있는 단양, 수안보, 문경, 영주지역의 캠핑장 역시 온천 테마캠핑을 위한 대표지역 중의 하나다.
원래 이 지역 캠핑장들은 고속도로가 생기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접근성이 떨어져 캠핑지로서 관심을 덜 받았던 곳이지만 중부내륙고속국도와 중앙고속국도가 뚫리면서 최근 들어 캠퍼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곳이다.
특히 단양에는 새로 생긴 소선암오토캠핑장은 물론 소선암자연휴양림, 소선암유원지, 천동국민관광지 야영장들이 단양유황온천 가까운 곳에 자리잡고 있는 터라 온천 테마캠핑을 위한 베이스 캠프를 어디에 치더라도 전혀 불편함이 없을 만큼 선택의 폭이 아주 넓다는 게 매력적이다.
여기에 묘적봉, 황정산, 도락산 등 뛰어난 경치를 자랑하는 산도 있어 온천욕과 등산은 물론 단양 대명콘도 아쿠아월드와 가족이 함께 둘러 보기에 그만인 고수동굴,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절경인 단양8경 등의 볼거리도 즐비해 캠퍼들이 자주 찾는 캠핑명소이다.
또한 소백산을 사이에 두고 단양과 마주하고 있는 영주 역시 아흔아홉 굽이 죽령고개 가는 곳마다 자연의 아름다움과 문화의 향기가 넘쳐나고, 알칼리성 유황온천으로 수질이 아주 매끄러워 소백산 산행 후 들러 피로를 풀기에도 좋은 풍기온천과 온천 테마캠핑을 위한 베이스캠프로 적당한 옥녀봉자연휴양림과 소백산 삼가야영장, 그리고 비로사, 풍기인삼시장, 희방사, 부석사, 소수서원, 선비촌 등의 문화답사지도 많아 온천 테마캠핑지로서 전혀 손색이없다. 또, 순흥전통묵밥과 산채정식 같은 별미를 부담없이 맛 볼 수 있으니 더 이상 바랄 게 없을 정도.
소백산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월악산 또한 온천 테마캠핑지에서 빠진다면 안될 말이다.
자연적으로 용출한 전국 최초의 온천으로 여러 고서에 그 기록이 남아 있을 만큼 유서가 깊고, 옛날부터 병 치료하는데 그만이었다는 수안보온천에서 차로 20~30분 거리에 있는 조령산자연휴양림과 월악산 송계야영장도 온천 테마캠핑을 위한 베이스캠프로 절대 빠질 수 없는 곳이다.
이 뿐만 아니라 주변에는 문경새재도립공원, 조령삼관문, 마역봉, 소옥폭포, 미륵사지, 송계계곡, 문경석탄박물관, 문경도자기박물관, 문경궁터마을 등 수많은 볼거리와 체험놀이가 캠핑의 흥을 더해 주고, 광물질을 듬뿍 함유해 누런 빛깔을 띠는 탄산수가 일품인 문경온천과 이곳을 이용하려는 캠퍼들에게 베이스캠프로 적당한 불정자연휴양림도 가까이에 있어 더 이상 바랄 게 없다.
오밀 조밀 온천과 캠핑장이 모여 있는 게 특징인 이들 지역이야말로 캠핑장을 오가는 길에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어 그 어느 곳보다 캠퍼들을 강력하게 흡입하는 묘한 매력이 있는 곳임에 틀림 없다.
겨울레포츠와 별미를 함께 즐기는 수도권 온천 테마캠핑
수도권 거주 캠퍼의 경우 거리의 압박감으로 지방의 유명 온천을 찾아 캠핑을 떠날 수 없다면 여주, 이천지역도 괜찮지만 다양한 레포츠와 등산을 함께 할 수 있는 경기도 포천에 눈길을 돌려보자.
포천에는 유황온천지구로 1개의 온천과 2개의 대형 욕장이 있는 일동온천과 국내 최대의 중탄산나트륨천으로 유명한 신북온천이 있는데 일동온천을 이용하고자 한다면 산정캠프나 명성캠프, 포천A캠프, 국망봉자연휴양림, 백운계곡에 베이스캠프를 치는 게 좋다.
특히 겨울철에도 다양한 레포츠를 즐길 수 있는 것도 이곳만의 매력인데다, 명성산, 산정호수, 백운계곡을 둘러보고 이동갈비촌에 들러 식사를 한 후 일동온천에서 온천욕으로 캠핑을 마무리하는 것으로 캠핑 일정을 짜면 알찬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아직은 몇몇 캠퍼들만이 아지트 삼아 찾는 백운계곡은 계곡의 길이가 무려 10㎞나 되며 연못과 기암괴석이 한데 어울려 아름다움을 빚어내고 있어 드라이브 코스로도 그만이지만 캠핑할 만한 적당한 장소가 곳곳에 있어 자신만의 은밀한 아지트이자 베이스캠프가 되어 줄 곳을 새롭게개발해 보는 것도 괜찮을 듯.
특히 화천의 광탄리조트나 딴산유원지, 평화의 댐에서 캠핑을 즐긴 캠퍼들의 경우 캠핑을 마치고 372번 지방도를 이용해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이동갈비촌과 일동온천에 들러 가면 시간도 절약되고 보다 알차게 캠핑의 여정을 흡족하게 마무리 할 수 있으니 조금은 돌아가더라도 이런 일정으로 캠핑을 계획해보길 권한다.
한탄강오토캠핑장을 이용할 경우 거리가 있어 포천지역 온천을 이용하기가 그리 녹녹하지 않다.
그래도 온천을 이용하겠다면 그나마 일동온천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까운 신북온천을 이용하는 게 좋겠다.
피로 풀고 입맛 돋우는 충청권 온천 테마캠핑
서해안고속도로와 경부고속도로가 가까이에 있어 뛰어나 접근성을 자랑하고, 서해안이나 충청 내륙 캠핑장에서 캠핑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 들러도 좋은 곳이 바로 아산, 온양, 도고온천 지역이다.
딱히 온천 테마캠핑이라 명명하지 않아도 캠퍼들이 자주 찾는 태안지역 캠핑장은 물론 서해안 고속도로를 이용해 캠핑을 하는 캠퍼라면 오가는 길에 자연스럽게 이곳을 찾기 마련이다.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온천 역사만큼 조선시대에는 세종, 세조, 현종, 숙종, 영조, 정조 등 여러 임금들이 온궁을 짓고, 휴양이나 병의 치료차 머물고 돌아갔다는 기록과 관련 유적들이 많이 남아 있는 아산(온양), 예산, 도고온천 주변에는 다양한 볼거리 만큼 의외로 캠핑장과 휴양림도 적당히 있는 편이다.
아산 둔포 기쁨두배마을, 아산 곡교천시민체육공원, 천안 광덕산자연휴식공간, 천안 독립기념관 서곡야영장, 서산 용현자연휴양림 야영장 등이 바로 그런 곳인데 온천지역에 인접해 있어 이곳에 베이스캠프를 마련하고 캠핑 중간에 들러 피로를 씻기에도 그만이다.
여기에 조금 부지런을 떨거나 캠핑 도중에라도 가족들과 마음이 통했다면 당장이라도 차를 몰고 겨울 찬바람과 함께 미각을 돋우는 서해안 별미와 서해 낙조까지 감상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니 그야말로 이곳에서의 온천 테마캠핑은 일석다조(一石多鳥)의 즐거움이 오래오래 기억되기에 충분한 곳이라고 할 수 있다.
어느 덧 2008년 한 해도 얼마 남지 않았다. 이럴 때, 일부러라도 시간을 내어 캠핑을 겸해 온천을 한번 찾아가 조용히 명상에 잠기거나 신년 계획을 정리해 보는 뜻깊은 시간을 가져 보시길 권한다.
* http://www.enclean.com/review/col/columnist.list.do?columnistId=22&cateId=CMT020001003 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