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 파티]
졸업 후 40년이 흘렀다. 어려운 가운데 고등학교를 마치고 모임을 시작하여 지금에 이르렀다. 남자들만의 모임이 부부동반으로 또 아이들과 부모님까지 챙기게 되었다.
창녕에 4도3촌 하며 지낸 지 두 달이 흘렀다. 시골 생활에 적응하며 집 주변 유실수와 풀 뽑기는 일상이다. 아침저녁에는 제법 쌀랑하지만 한 낮에는 더위가 그대로다. 부부 동반 다섯 쌍이 터를 잡은 창녕으로 집 소개도 할 겸 초대를 하였다.
곳곳에 손을 봐야 할 곳이 있다. 먼저 조립식 그네를 만들어 집 왼쪽에 배치를 하였다. 조립하는데 도구가 갖추어지지 않아 시간이 많이 걸렸다. 도색과 안전 점검을 마치고 조명을 얹어 멋을 내었다. 두 번째로 8인용 테이블 조립과 도색은 순조롭게 이루어졌다. 햇빛 가리개까지 갖추어 간이용 카페 멋을 내었다. 세 번째는 창고 한쪽에 탁구대를 넣어 언제든지 운동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었다. 하나씩 채워 나가면 또 다른 욕심이 생긴다.
별채 온돌방은 늘어진 몸을 녹이기에 안성맞춤이다. 한지를 벽면에 둘렀다. 편백나무를 구입하여 직접 설치 중이다. 재료 구입은 아내가 맡고 시공은 내가 한다. 화장실 벽면 타일도 주문했다. 이제껏 해보지 않는 분야에 도전한다. 시골살림살이에 초유의 일을 스스로 해결하는 자신이 희한한 생각이 든다. 화장실 출입문 높이가 가슴높이에 지나지 않아 높이와 넓이를 더해야 했다. 이전 방식으로 정과 망치로 조각조각 뜯어내는 방식을 택했다. 시간은 많이 걸렸지만 기계를 구하지 못한 결과다.
친구들은 휴일 점심을 함께 하기로 하였다. 약속 시간이 다가오자 하나 둘 씩 집 입구에 도착하여 집을 둘러본다. 각자가 생각했던 촌집이 아닌 것에 감탄을 자아내며 ‘잘 선택을 했다’고 연거푸 대화의 중심에 섰다. 다양한 유실수와 잔디 마당과 배치된 집의 공간이 좋다며 인생 후반기 적극적인 활력소가 될 것이라 부러운 눈빛을 보낸다.
집 구경을 마치고 준비된 음식으로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숯불 불고기에 이어 가마솥 오리 백숙을 준비했다. 갖은 약재는 물론 텃밭에서 잘라온 헛개나무를 넣고 참나무 장작으로 두 시간정도 푹 익혀 뼈와 살이 절로 발라질 정도였다. 손수 준비한 음식을 맛있게 먹는 친구들의 모습에서 수고로움의 흔적을 잊는다.
서너 시간을 즐겼다. 얼굴에는 술기운이 약간씩 올랐다. 마련된 탁구대로 옮겨 단식 리그전을 펼친다. 예상과 달리 한 친구가 일방적으로 게임을 이끈다. 20여년 만에 탁구대 앞에서 겨루는 서로의 감각을 꺼내 보았다. 경기가 거듭 될수록 이마에는 땀방울이 맺힌다. 아쉬움 속에 경기를 마치고 다음에는 부부 동반 복식 경기까지 겨루어 보기로 하였다.
다섯 쌍이 모이는데 세 명은 홀로 참석하여 섭섭한 마음이 들었다. 전부 참석할 것으로 예상하여 음식을 마련하였다. 개개인이 각자 사정이 있어 함께 하지 못한 것이 안타까웠다. 시골에 정착하는 모습을 보여 주고 선망하는 친구에게 안내자의 역할을 할 수 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시골에 대한 생각이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여우가 죽을 때는 머리를 태어난 곳으로 둔다’는 말을 옮겨와 본다. 예순을 넘기고 직장을 퇴직한 요즘 오히려 활력이 생긴다.
삶을 되돌아본다. 결혼 생활에 이어 직장에 매여 지냈다. 어쩌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행하는 일이다. 한 가지 일에 삼십년을 보내고 지금은 자유로운 시간에 만족한다. 모임을 통해 직장 생활을 하고 있는 친구 대부분이 조만간 현직을 떠나게 된다. 자영업을 하는 친구도 노년을 걱정하는 것 마찬가지다. 자식이 성인이 되고 이어서 가정을 하나씩 꾸려 간다. 가정을 이루어가는 아랫세대의 성장을 지켜보면서 우리가 나이 들어감을 느낀다. 친구와의 긴 시간 가지는 대화는 우리 삶의 여러 영역에서 공감을 준다. 같은 시대를 살고 있는 공통 관심사를 나눈다. 지금까지의 경험을 바탕으로 부족한 부분은 채워 나가고 서로 의지하며 삶의 동반자로서 인생을 함께 이야기 한다. 즐거운 만찬이 또 다시 나눌 수 있는 시간을 기대해 본다. 삶은 유한하고 우리의 우정은 영원하기에 십대의 열정이 육십 대의 중년에 무르익어가는 우리를 엿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