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요 내용
- 영상 감상 : 「그리움을 훔쳤다」(공광규)
- 시 : 「모서리」(권인찬), 「가로등」(최동순), 「낙타들의 동창회」(이희주), 「돈돌라리」(이순복)
- 동시 : 「노오란 원피스 입고」(김경란)
○ 다음(6.24) 계획 : 자작 詩 / 글 발표 및 評
이번 주는 공광규 시인의 詩 「그리움을 훔쳤다」를 감상하였습니다. 누구에게나 그리움의 대상이 있을 것 같습니다. 글로써 그 그리움을 표현해 보는 건 어떨까 싶네요. 공지해 드렸듯이 이번 주 목요일(6.20)에 “북 돋는 양양” 북콘스트에 같이 참석하실 저에게 연락주세요. 평일이라 움직이기가 어렵긴 하겠지만, 시간과 여건이 되시는 학우님들과 함께 참석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특히 자신의 작품을 책으로 발간하는데 관심이 있으신 학우님들께는 큰 도움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이번 한 주도 늘 건강하시고 다음 주 다시 뵙기를 기다리겠습니다.
🐫 낙타들의 동창회 ㅡ 이정표
산도 나무도 하도 *쌔빌라서
뻔뻔한 풍경으로 눌러앉은 *아림촌雅琳村
들성이 사라진 한들에는
초저녁 노을이 빠알간 얼굴로 잠이 들었다
상살미 너머 남상 갔다 온 *서흥여객 막차가
툴툴거리며 읍으로 돌아오면
전봇대에 매달려 있던 60촉 전구가
술 취한 아버지를 기다렸던 오래된 그림을 그린다
심심한 밤에 어쩌다 생긴 아이들
딱지치기 공기놀이 술래잡기 비짝차기
더럽고 시끄럽고 툭하면 싸움질
그랬던 그때가 목구멍에 걸려 날을 잡았다
바람과 모래에 휘둘리던
각자의 고비사막을 걸어온
순이와 자야, 철이와 식이들은
귀밑머리 허연 어른 낙타가 되어 모였다
혹 두개 매단 쌍봉낙타가
혹 하나뿐인 외봉낙타를 위로하는
괴이하고 별스런 동창회
얼마 후
별이 내어준 길을 따라
우린 나란히
생의 마지막 여행을 떠나야 하지만
두렵거나 아득하지 않다
라면에겐 스프가 있고
네게는 내가 있기 때문이리라
낙타들의 동창회는 일년에 단 한번
삶의 고비가 찾아온 사막에서만 한다 카드라
* 쌔빌라서 ㅡ 많고 흔함을 일컫는 말 경남 내륙지방 방언
* 아림촌 ㅡ 경상남도 거창군의 옛지명 (통일신라시대 )
* 서흥여객 ㅡ 거창군 11개면과 1개 읍을 순환하는 관내 버스회사
가로등
최동순
밤새,
골목길 지키며 서있는 넌
졸음도 없구나
오 가는
발자국 소리에
잠 못 이루는 밤
긴 밤 지새우며
글 읽는
영혼들 울림소리 들으며
영롱한 불빛 밝혀주는
너를 닮고 싶어
밤새워 피워내는 한 송이 시 꽃
노오란 원피스 입고 - 김경란
우쭐대 봤어?
나
이래봬도
쟁쟁한 경쟁과들 속에서
당당하게 살아남은 몸이야
우리 농장주님
송곳눈으로 옴팡지게 뚫어보는데
아이구 말도 마
콩닥콩닥
두근두근
벌렁벌렁
꼴깍꼴깍
노오란 원피스 입고
으스댈 만하지
*돈돌라리 - 이순복
갈매기만이 탐냈을 척박한 모래 언덕 위
보따리 반만 풀고 지었던 작은 움막
판자를 덧대다 덧대다
시멘트 굳어진 벽 위에 그려진
고향을 잃어보지 않은 자들의 어설픈 위로
들숨만으로 몰아치는 파도에
갈 곳 잃어 어쩔 줄 모르는 그리움
좁아진 백사장에 남아 목숨줄 부여잡고
거친 숨 헐떡이며 부르는 노래
돈돌라리 돈돌라리 돈돌라리
리라 리 리라리 돈돌라리요
*돈돌라리 : 함경도 민요
모서리
권인찬
무슨 애정 표현이라도 하려 했던가
내 무릎이 겁도 없이
네모진 식탁 한 모서리와
진한 키스를 나누었다
몰려오는 아픔
시퍼렇게 멍든 상처
사랑의 흔적은
오랜시간 남아 있었다
짧게 만난 모서리도
이런 아픔과 상처가 되는데
마음 한 구석의 뾰족한 돌덩이
긴 세월동안 응어리져 있었다
이제 모난 마음은 버리고
둥글게 살아가고 싶다
세상 그렇게 각 잡고 살지 않아도
좋을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