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윤형
제 구여친이 자신의 블로그에 서술한 저의 데이트 폭력에 대한 사과 및 해명서입니다. 이 계정에서 공개모드 글을 쓰게 될 줄 몰랐습니다만, 지금은 다른 루트가 없어서 여기 이렇게 씁니다.
1. 데이트폭력에 대한 사과 및 사실관계 해명
결론적으로 말하면 저는 피해자와 연애를 할 당시에 데이트 폭력을 행사한 적이 있습니다. 그 부분에 대해서 과거에도 몇 번이고 사과를 했지만 다시 한 번 피해자에게 사과를 드립니다. 남성과 여성의 신체적 격차가 엄연히 존재하며, 제 생각엔 별 것 아닌 액션이 피해자에겐 공포로 다가올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그 당시에 저는 그런 행동을 하였습니다. 피해자의 입장을 존중하며 그 부분에 대해 이렇다 할 해결이 없었던 부분에 대해 매우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저에 대해 쏟아지는 많은 비난들은 온당합니다.
하지만 피해자가 서술한 맥락과 사실관계는 제가 기억하는 것과 전혀 다릅니다. 사실 서로의 재구성된 기억은 다를 수 있고, 웹상에서 진실공방을 벌이는 것은 이런 사건에서 현명한 일이 아닐 것입니다. 그러나 저는 이런 종류의 사건에서 가해자가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 대응을 할 경우 피해자의 기억이 진실로 확정되는 경우를 많이 봤습니다. 그렇기에 저 자신의 행동을 해명하는 최소한의 맥락만을 기술하고자 합니다.
피해자는 연애시기에 저에게 데이트폭력 문제를 제기한 적이 있습니다. 피해자가 적은 바 저와 같이 살던 여동생이 개입한 사건입니다. “어느 날 저는 또 그의 행거에 머리를 박으며 맞고 있었고, 제 나름의 저항을 했습니다만 먹히지 않았습니다. 다행히도 당시 그와 함께 살고 있던 그의 여동생이 저를 자기 방에 가서 재우며, '오빠는 엄마가 맞았던 걸 기억하고 자기도 맞았으면서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고 평했지요”라고 기술한 사건입니다. 이 부분의 사실관계는 제 기억과 다릅니다. 제 기억에 따르면 당시 매우 우울했고 술에 적당히 취한 제가 잠을 청하고 있었는데 피해자가 지속적으로 방해하였습니다. 그래서 저는 피해자를 저의 잠자리영역에서 몰아내기 위해 발길질을 하였습니다. 피해자는 비명을 질렀고 다른 방에 있던 여동생이 찾아와 피해자를 데려갔습니다. 다시 말해 여동생은 때리는 것을 봤다기 보다는 비명소리를 들은 것입니다. 피해자가 기억한 발언은 여동생의 것이 맞습니다. 다음날 저는 이 사건에 대해 ‘폭력’이라고 인지를 했고 피해자에게 사과 및 재발방지 약속을 했습니다.
그 전의 맥락을 살피자면 이렇습니다. 피해자는 기분이 좋아질 경우(주로 술에 취했을 때였습니다) 저에게 신체적 투닥거림을 시도하는 습관이 있었습니다. 타격일 때도 있고 레슬링일 때도 있었습니다. 물론 장난이었습니다. 하지만 토닥토닥에 비해서는 수위가 높았습니다. 저는 남자형제와 자라지 않았고, 그 외의 영역에선 주로 맞는 쪽이었습니다. 신체적 투닥거림에 대한 스트레스가 강했습니다. 제발 그러지 말라고 여러차례 부탁한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대체로 제가 함께 투닥거리다가 피해자 자신이 아픔을 느껴야 끝났습니다. ‘구타유발자’란 표현을 제가 취했을 때 쓴 것을 기억하고 매우 부적절한 표현이라고 생각합니다만, 이런 맥락에서 나왔습니다. 당연히 제가 수위조절을 잘못했던 때가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 경우엔 제 잘못입니다. 다만 피해자가 서술한 방식은 아닙니다. 앞서 제가 ‘폭력’이라 인지한 사건에 대해 저를 비난할 때 피해자는 “몇 번 전조가 있었는데 그럴 줄 알았다”는 식으로 평을 했습니다. 저는 그게 다소 부당하다고 생각했지만 그때는 제가 잘못을 저지른 직후였기 때문에 반박할 수 없었습니다.
피해자와 연애를 한 건 2008년 말에서 2012년 초까지입니다. 문제의 사건은 아마도 2009년 혹은 2010년에 제가 사당에서 살 때 발생했습니다. 또 피해자의 서술에서도 일부 나오듯, 당시 제가 분노했을 때의 습관은 소리를 지르거나 휴대폰을 방바닥 내지 길바닥에 던지는 것이었습니다. 물리적인 폭력이 아닐지라도 이 역시 데이트폭력의 범주에 들어갈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반성합니다. 더불어 저에게는 연인에게 애정표현을 이마 등을 가볍게 치는 행동으로 하는 습관이 있었습니다. 이 역시 데이트폭력의 범주에 들어가거나, 좀더 심한 데이트폭력으로 나아갈 수 있는 전조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을 지난 세월 동안 복수의 사람들에게 들었습니다. 이 부분도 고쳐나가려고 노력하는 중입니다.
저 사건 이후의 상황을 서술하기 위해선 어쩔 수 없이 이 얘기를 해야겠습니다. 2010년 말에 한 번 헤어진 일이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의 제 상황은 만일 남녀성역할을 바꿔서 본다면 ‘안전이별’이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구체적 상황은 서로를 위해 상술하지 않습니다. 그 상황에서 상호폭력이 있었습니다. 이 폭력에 대해서도 제가 도의적 책임을 느껴야 하지만, ‘데이트폭력’의 범주에 들어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서로가 기억하는 것도 많이 다를 것입니다. 가령 제가 기억하는 피해자가 ‘맞았다’고 느낄 한 순간은, 제 입장에선 피해자가 부엌 바로 앞에 있었기에 식칼이라도 꺼내 들까봐 겁이 나서였습니다. 저는 이 설명을 사후에 했습니다만 피해자는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이후 다시 시작한 연애에서는 저는 폭력을 행사한 기억이 없습니다. 저는 두 번째 이별에서는 상대적으로 우호적으로 헤어졌습니다.
2011년에 저를 정신과에 보낸 상황도 피해자의 기억과 저의 기억이 배치됩니다. 당시 피해자가 제게 정신과를 갈 것을 거듭 권유한 이유는 데이트폭력 때문이 아니라 자살충동 때문이었습니다. ‘죽겠다’는 말은 2010년에도 입에 붙어 있었는데, 2011년엔 실행방법을 생각하는 단계에까지 갔습니다. 우울증 환자 중 일부가 그렇듯, 저는 병원에 가는 것도 싫어했습니다. 2011년의 저는 2010년에 비해서도 훨씬 더 우울했고, 친한 친구들도 만나지 않고 집에서 있는 처지였습니다. 저는 일이 전혀 안 되는 지경에 이르러서야 병원에 다녀왔습니다.
저는 피해자에 대해 어린 나이에 빈곤하고 우울한 저를 만나 겪지 않아도 될 심적 고생을 했다고 여겨 미안한 마음이 강했습니다. 그래서 헤어진 후에도 관계적인 면에서나 물질적인 면에서나 도움을 주려고 애썼습니다. 둘이 만나서 술을 마신 적이 종종 있었고 그때 과거의 데이트폭력에 대해서 피해자가 언급을 하는 경우 “그 시기가 내 인생에서 가장 우울한 시기였던 것 같다. 정말 미안하게 생각한다”는 식으로 거듭 사과했습니다.
2. 성폭력 사건에 대해
제 지인이 피해자(여기서의 ‘피해’는 지금까지 말한 ‘피해’와 다릅니다)에 대해 성폭력을 행사한 맥락에 대해 말했기에 저도 최소한의 부분만 답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그 사건은 2013년 말에 일어났습니다. 그전까지 저는 피해자와 우호적인 인간관계를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사건 다음날 아침 저는 피해자에게 카톡 메시지를 받았습니다. 차마 물어보지 않았지만 아마도 사건에 대해 처음으로 들은 몇몇 중 하나일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최초의 메시지는 그렇게까지 심각한 상황 같아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아마도 “헐?” 정도의 반응을 보였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후 피해자가 아침에 집에 가는 지하철에서 펑펑 울었다고 제게 다시 메시지를 보냈을 때에야 ‘성폭력 사건’이란 인지가 생겼고 “내가 다 미안하다”는 식으로 보냈습니다. 이에 대해 피해자는 “그래야 니가 인간이지”라는 식으로 답했습니다.
가해자의 지인이며 남성이기 때문이기도 했겠으나, 그후로도 저는 피해자에게 사태의 개략을 들은 바가 없습니다. 가해자 역시 저에게 사태의 개략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습니다. 피해자는 상황은 설명하지 않았지만 가끔 저에게 자신의 안부를 카톡으로 전하기도 했습니다. 그 와중에 가해자로부터 경찰로부터 연락이 왔다는 소식을 들었고, 가해자가 저에게 자신이 어떤 방식으로든 사과할 테니 고발을 취소해달라는 의사를 전해달라고 하였고 제가 함부로 나설 일이 아니라 생각하여 침묵하고 있던 저는 그때 피해자에게 한 번 접촉을 시도했습니다. 피해자는 이때 제게 카카오톡으로 가해자가 쓴 사과문을 캡쳐해서 보냈습니다. 거기엔 피해자가 요구한 사건의 전말이 적혀 있었고 저는 경악을 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때 피해자에게 카카오톡으로 사과를 하며 ‘나는 이 사건에 개입하지 않겠다’라고 약속을 했습니다. 그후 저는 이 사건의 결말이 날 때까지 피해자와 연락을 한 일이 없습니다. 피해자는 대리인을 선정하였는데, 사실 저는 대리인과도 이 건에 대해선 별로 얘기를 나누지 않았습니다.
제 서술에서도 잘못 처신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나중에 사태를 돌이켜봤을 때, 사건이 터졌을 때 ‘가해자 주변인 행동 매뉴얼’이라도 찾아 읽고 숙지했어야 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한 번 밖에 연락을 취하지 않았습니다만 피해자에게 상처를 줬을 수 있습니다. 공포에 질렸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그 사건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는 피해자의 추측은 사실이 아닙니다.
3. 책임을 지는 방식
지나고 나니 데이트폭력 문제는 두 사람 사이에서 해결하고 말 문제가 아니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각자의 지인 몇 명에게, 그러니까 특정소수에게라도 공론화했다면 가해자에게도 더 확실한 제어장치가 되었을 테고, 피해자의 자존감도 좀 더 온전했을 것입니다. 서로가 기억을 재구성했을 때 이렇게나 차이가 나는 상황도 없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껏 고통을 느껴왔고 사건이 일어난 지 오랜 시일이 지나도록 잊지 못하고 있다가 이제야 폭로라는 방식을 통해서 공표를 결정했을 피해자의 아픔에 다시 한 번 진심으로 반성과 사죄를 전합니다. 피해자가 제 말에 반론할 수도 있겠지만 이후로는 웹에서 진실공방을 하지 않을 것이며, 피해자가 납득하지 못할 경우 피해자가 원하는 다른 방법을 강구하도록 하겠습니다. 지금도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만 제가 먼저 피해자에게 접촉하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사실 제가 이 건에 대해 어떤 식으로 책임을 질 수 있을지 솔직히 말씀드리면 아직 잘 모르겠고 고민 중입니다. 치료나 교육 같은 것이 먼저 떠오릅니다만, 각 사건이 발생시간이 지나서 그게 올바른 방식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 외 제가 책임을 질 수 있는 방식에 대해 의논하고 고민해 보겠습니다.
첫댓글 참으로 구질구질하네요.
앞으로 당신의 글은 설득력을 잃겠군요.
근데 누규..? ㅋㅋ 누군지도 모르는..ㅋㅋ
기자래요. 작가. 서울대 철학과 나왔고.
@Rabiosa 서울대 벽돌 깔고 들어갔나? 아님 공부 잘하는 녀석들 중에 완전 요상한 놈들이 간혹 있긴하죠. 으이구
@moon 부친이 엄마를 때리고 어릴때 폭행당해서 폭력에 쉽게 노출됐다고...
인문학적 소양이 있으면 사람이 다를줄 알았는데 아닌가봐요.
헐. 여기 회원수는 58명, 그 중에 50%가 활동한다고 치면 현재 이 글의 조회수는 146. 뭔가 이상하지 않아요?
외부 검색된듯 ㅎㅎ
@헝그리뽀더 헐. 덜덜. 저 어떻게 되는거에요...?
@Rabiosa 뭐 국내거주자도 아니고 별일 없을거 같은데요? ㅋㅋ
@헝그리뽀더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아, 그렇군요.
철학과 누구요??ㅎ
별의 별 사람다있군요.
긴글 읽느라 힘들었음..ㅎㅎ
한윤형. 별의 별 사람이 많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