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마
맞추픽추에서 돌아오니 시각도 늦고 일요일이라고 사랑채도 영업을 하지 않아 근처의 식당에서 처음으로 라마고기를 먹고 호텔에 와서 와이파이를 보니 항공사에서 나에게 메일이 한통 와 있었다. 프론터에 보여주고 내일 아침 7시에 리마가는 비행기를 확인해달라고 하니 전화를 받지 않는다고 한다. 전화번호를 적어 주고 나중에 늦게라도 전화해서 무슨 내용인지 알려주고 내일 아침 리마가는 비행기를 타야하니 5시에 모닝콜을 해달라고 신신 당부했다.
긴 여정에 피로도 누적되고 같이 간 일행이 뭘 잘못 먹었는지 두드러기까지 나서 한참동안 야단을 떨었다. 나하고 무슨 원수를 졌다고 여러 가지 하네요.
그래도 긴장이 풀리지 않아서 새우잠을 자고 눈을 뜨니 4시 반이라 일어나 세수하고 짐 정리하여 내려가니 5시가 넘었는데도 프론트는 밤중이다. 우리 거꾸로 프론트직원을 모닝콜을 하여 깨워서 대문을 열고 큰길에 나오니 마침 택시가 있어 공항으로 갔다. 새벽이라 신호도 대충 무시하고 달려서 공항에 도착하여 페루항공사 창구에 탑승객이 한명도 없어 우리가 너무 일찍 나와 그러나 하고 창구직원에게 물어보니 무전기로 누군가와 이야기하더니 빨리 2층 승강장으로 들어가란다. 짐이라야 간단하고 관용여권을 가지고 있으니 일사천리로 진행하여 비행기에 오르니 모두 자리에 앉아서 우리를 본다. 숨을 고르고 물어보니 리마는 낮 시간에는 안개가 많아 어제 메일로 탑승시간을 조정하니 항공사에 확인 해달라는 메일을 발송했다고 한다.
별 일이 없으면 놀아도 뱃사람은 물가에서 놀아야 한다는 어른들의 말씀대로 2시간 전에 왔기에망정이지 그렇지 않았으면 비행기를 놓칠 번했다.
리마에 도착하니 비행시간이 한 시간 남짓 되는 것으로 보아 쿠스코에서 리마까지는 서울과 부산 거리 정도 되나 보다. 공항에서 내리자마자 택시를 타고 치안이 잘되고 쾌적한 신시가지 호텔로 가자고 하니 인구 천 만의 대도시 거리를 잘 아는지 막힌 길을 이리저리 돌아서 호텔에 왔다. 미리 예약이 안 되어 있어 방이 있느냐고 물어보니 있단다.
짐을 풀고 프론트에 이야기하여 이까투어를 할 여행사를 불러 달라고 하여 형식적이긴 하나 계약서를 쓰고 점심은 가까운 중국식당에서 중화요리를 먹었다. 식사 후에 동행한 사람에게 신시가지 관광을 가자고 하니 방에서 쉰다고 하여 나 혼자 시가지를 둘러보니 우리의 강남과 같이 고층 건물이 많고 거리는 깨끗하고 옷차림도 밝았다.
그래서 그런지 리마의 신도시 이름이 미라 플로레스(Mira Flores 꽃을 보라)이다.
호텔에서 가까운 곳을 둘러보니 바로 우리가 묵고 있는 호텔 옆에 <쓰시>라는 일식집을 발견하여 저녁부터는 그곳에서 먹기로 하였다. 동행한 사람이 일본에서 2년간 교환교수를 했다고 하니 잘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페루는 약129만 평방킬로미터로 우리나라의 약 13배정도 되는 면적을 가지고 있으며 인구는 3천만인데 리마에 약 천 만 명이 집중되어 교통체증 등의 문제를 안고 있다.
남회귀선 안에 위치하여 위도상으로는 열대권에 속하지만 지역에 따라 전혀 다른 기후를 보이고 있다.
페루를 크게 코스타(Costa/해안사막지역) , 시에라(Siera/산악지역), 셀바(Selva/열대우림지역)로 나눈다.
리마는 페루의 태평양쪽 폭 30-50km, 길이 3.000km의 해안 사막지역에 있으며 연간 섭씨 20도 전후의 기온을 보이고 일 년 내내
비가 내리지 않고 안데스산맥에 내린 눈녹은 물이 강이 되어 도시를 적셔준다. 10월-4월까지의 여름은 매일 맑은 날이 이어지고 반대로 겨울에는 가루아(Garua/ 이슬비, 가랑비)라는 안개가 짙게 끼는 날이 많다. 특히 겨울철 낮 시간에는 비행기 이착륙이 어려울 정도이니 비행기 탑승 2-3일전에 반드시 확인할 것을 권하고 싶다. 안개에 취약한 비행기의 안전을 위한 조치이니 어찌할 수 있을까?
1박2일 일정으로 깔라파스와 이까투어를 계약하면서 호텔로 픽업을 요청하였더니 아침 일찍이 승용차로 데리러 왔다. 1차 목적지인 칼라파스까지 갈 고급관광버스가 대기하고 있었다. 특이한 것은 승차시 여권 제시를 요구하고 탑승자 전원의 개인 사진을 찍어 두는 것이다.
2층 버스로 깨끗하고 안락하며 물은 물론 아침식사도 제공되며 승무원도 친절하다. 아침 10시경에 칼라파스선착장 부근에 내리니 가이드가 다가와 바예스타스섬(Isla Ballestas)주변을 관광할 요트를 타러 갔다.
바예스타섬은 거친 파도에 깍인 여러개의 바위로 이루어져 있고 오타리아(물개종류), 바다새, 팽귄 등이 서식하고 있으며 배가 접근하면
오타리아가 일제히 으르렁거리고 새가 울며 날아오르고 소리 등으로 한동안 야단법석을 떨어 소란스럽다. 실로 리틀 칼라파고스라는 별명이 어울리는 동물들의 낙원이다. 바예스타섬에 가면서 나무한 그루 없는 산에 그려진 삼지창(또는 촛대)모양의 지상화도 눈여겨 볼만하다.
섬투어를 마치고 뭍으로 나와 점심을 먹고 이까로 가는 버스를 타고 사막속의 도시, 이까의 우아까치나(Huacachina)오아시스로 갔는데 글쎄 우리를 마중 나온 가이드가 없어 난처해 하니 호텔직원이 전화하여 우리 묵을 호텔로 안내하여 갔더니 우아까치나에서 제일 유명한 우아까치나호텔이다. 호텔에 짐을 풀고 오후일정을 호텔에 물어보니 해질 무렵에 사막투어를 간다고 한다. 해 있을 때 안가고 해가 지고 나서 가느냐고 하니 해가 있으면 너무 덥고 해질 무렵에 가면 시원하고 일몰광경이 일품이란다. 몸을 딲고 씨에스타를 하니 한결 살 것 같다.
해질 무렵 호텔 프론트로 가니 다른 사람은 부기라는 모래밭을 달리게 만든 차를 태우면서 우리보고는 사장이 다른 곳으로 가자며 길 건너편에 있는 다른 집으로 간다. 들어가자마자 그 집주인 아주머니(아가씨인지도)가 앉기를 권하여 소파에 앉자마자 자기는 한국을 잘 알고 있다고 하며 pc를 조금 보란다. 보니 나도 보지 못한 <꽃보다 청춘>이라는 프로인데 우리나라 배우들이 페루에 와서 촬영한 것인데 그 배우들이 사막에서 부기 타는 것을 자기 집 부기로 했다며 즐거워하고 그 집 여자 사장도 잠깐 몇 번 화면에 나온 것을 굉장히 자랑스럽게 생각하여 한국인은 자기 집으로 많이 모신다고 한다.
조금 있으니 남자가 들어오더니 우리 보고 앞좌석에 앉기를 권하며 운전기사를 뺀 8명이 다 타니 해가 뉘엿뉘엿 져가는 사막동산을 오르기 시작한다. 이 저녁 무렵이 좋긴 좋은 모양이다. 이 집 저 집에서 부기가 굉음을 내면서 사막의 모래 동산을 오르기 시작하니 내가 마치
2차 대전 때 사막의 여우라는 론멜장군이라도 된 듯 한기분이다.
경사가 급한 모래동산을 올라갈 때는 천천히 올라가서 정상에서 내려 올 때는 마치 청룡열차를 탄 기분으로 부기가 내는 굉음과 사람이 내지르는 괴성에 한데 어우려져 마치 큰 사고라도 나는 듯한 상황이다.
몇 차례 모래 언덕을 오르락내리락하여 혼 줄을 빼 놓더니 큰 모래 언덕 정상에 부기를 세우더니 모두 내리라는 기사의 지시를 따라 내리니
양초 한 도막과 보드를 주면서 바닥에 양초를 잘 칠해 달라고 한다.
맨 먼저는 샌드보드에 몸을 엎드려 대형모래언덕을 마치 살 같이 내려 가니 정말로 기분이 좋았다. 모두 내려 보내고 나서 부기를 몰고 내려와 모두를 태워 또 다른 모래 언덕으로 올라가서 이번에는 스노보드처럼 서서 언덕을 내려가자고 한다. 사실 내가 수원에서 은행 근무할 때 리조트 몇 군대를 거래를 하여 그 곳 사장이 스키나 스노보드를 무료로 타라고 했지만 직원들 눈도 있고 체면이 있어 못 탔는데 지금 머리가 허옇게 센 노인이 그것도 나른 나라 사람이 가르쳐 주는 샌드보드를 배워서 타니 격세지감이다. 사막의 샌드보드가 좋은 것은 아무리 넘어져도 다칠 염려가 전혀 없고 옷을 더렵힐 염려가 없다는 것이 좋다.
몇 번 연습하고 타니 부기운전수가 대단하다고 한다.
샌드보드를 타고 몇 번 언덕을 내리고 하니 서쪽의 해가 없어지면서 주위가 어두워지기 시작한다. 기사가 빨리 갈 곳이 있다며 부기에 태우고 간 곳은 이까 사막에서 가장 일몰이 좋은 곳을 가기 위함이란다.
서해안의 일몰과 높은 산에서 일몰을 몇 번 보았지만 아무 걸림이 없는 사막에서의 일몰도 장관이다. 각각 제 나름대로 멋과 풍치가 다르게 있다.
해가 꼴딱 넘어가고 나서 사막에서 오아시스로 내려오니 모래언덕에서 보는 오아시스의 모습이 정말 아름답다.
저녁은 연일 육고기만 먹어 대니 속이 부대기어 큰 곳으로 나가 일식을 먹기로 하였다. 프론터에 택시를 불러 달라고 해서 타니 우리나라에서는 없어진 대우티코다. 택시기사는 티코가 아주 좋은 차라며 입에 침이 마르게 이야기 한다. 이까 택시의 90%정도는 티코라고 하니 참 기분이 좋다. 물어물어 일식집에 가니 바다가 있는 나라라서 그런지 생선국과 생선구이가 일품이다. 모처럼 배부르게 먹고 식당주인에게 택시를 불러 달라고 하니 또 티코다. 저녁 먹으려 갈 때 택시기사 이야기가 맞는 모양이다.
이튿날 아침 체크아웃을 하려 호텔 프론트에 가니 호텔 사장이 한국 옷을 혹시 팔게 있으면 자기에게 팔라고 한다. 처음에는 무슨 말인가 하였더니 한국 사람들이 많이 오는데 자랑하고 싶단다. 그래서 우리는 나이도 있고 여행 온 사람이라서 옷이 없다고 하니 입던 거라도 좋으니 좀 팔아 달란다. 그래서 땀에 지든 코이카마크가 새겨져 있고 태극마크가 그려진 티샤츠를 내가 파라과이 집에 가서 세탁하려고 비닐봉지에 처 밖아 둔 것을 꺼내어 주니 펴 보더니 좋아서 어쩔 줄 모른다. 코이카 마크가 그려져 있고 태극마크가 있어 한국 사람들이 올 때만 오랫동안 잘 입겠단다. 입던 옷이라고 내가 돈 받기를 사양하니 머리가 당에 닿게 몇 번을 절을 하고 무차 그라시아스(대단히 고맙습니다)를 연발한다.
리마로 돌아오는 길에 포도를 재배하여 직접 포도주를 만드는 공장을 견학하고 밤이 상당한 시각이 되어서야 리마의 호텔에 왔다.
내일이면 저녁 무렵이긴 하지만 리마를 떠나 아순시온으로 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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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천만, 우리의 강남에 해당하는 신도시의 모습, 거리는 깨끗하고 표정과 옷차림은 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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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내리지 않아 산에는 풀 한포기, 나무한그루 없다. 그러나 들과 도시는 안데스의 눈녹은 물로 관개하여 포도랑 여러 농작물이 풍성하고 도시에는 분수와 수도물이 콸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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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다가 가면 영역을 지키려는 듯 수천 수백마리의 물개들이 동시에 울부짖어 귀가 멍멍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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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사막에서 즐겁게 해 줄 부기라는 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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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대단하십니다.
선배님 덕분에 좋은 여행합니다.
건강이 일 순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