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출혈 산재(과로사 산재) 승인사례_나는 광주의 택시운전사
아들~ 밤새 운전을 했더니 너무 피곤해. 아빠 차 안에서 잠깐 눈 좀 붙여야겠다. 이따가 연락할게.
택시기사인 재해자는 쏟아지는 잠을 이기지 못하고 등교하기 전 언제 들어올지 물어오는 아들의 전화에 나중에 연락하겠다는 말만 남기고 쓰러졌습니다.
- 직 업 : 택시기사
- 나이 및 성별 : 76년생(만44세) 남성.
- 입 사 일:2013.12.27.
- 근무 시간:2:00~익일 8:00(통상의 근무시간)
- 휴게 시간:근무시간 중 특별히 정해진 휴게시간 없음
- 근로 형태:1인 1차제, 24시간 전일제 운행.
사람과산재(www.humansanjae.com)
재해자는 5년 째 택시기사로 근무하고 있었습니다. 택시기사 중에서도 가장 힘들다는 24시간 전일제 운행. 재해자에게는 특별히 정해진 휴게시간도, 교대근무자도 없었습니다.
하루에 148,000원. 전일제 근무자였던 재해자는 남들보다 두 배의 사납금을 채워야 했습니다.
한 달이면 370만원이라는 어마어마한 사납금을 납부하기 위해서는 남들보다 더 부지런히 운전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장기화 된 경기침체로 승객을 태우는 일은 날이 갈 수록 힘들어져 갔습니다. 더구나 수도권도 아닌 광주 지역은 유동인구가 많지 않아 택시 수요도 점차 하락 추세였습니다. 하루 종일 도로에 나가있어도 하루 영업률은 전체 기사들 중에서도 최하위 수준. 하루이틀 밀린 사납금은 어느새 수백만원이 넘어가고 있어 월급도 제대로 받을 수 없을 지경이었습니다. 그래도 사납금을 조금이라도 채워보고자 그나마 손님이 많고 야간 할증 승객을 태울 수 있는 저녁시간은 재해자의 고정 근무시간 이었습니다. 장거리 손님이 많은 광주의 한 디스코장은 재해자의 주요 영업장소. 남들이 모두 잠든 새벽시간은 재해자에게는 가장 소중한 영업시간이었습니다.
밤샘 운전을 마친 후, 남들은 모두 출근하는 오전 8시 재해자는 비몽사몽인 채 귀가를 했습니다. 등교한 아들은 얼굴조차 마주칠 수 없습니다. 초등학교 5학년의 어린 아들과 아빠가 만날 수 있는 시간은 하루에 한두시간 남짓. 재해자가 출근하기 전 점심식사를 하는 동안 하교한 아들과의 만남이 전부였습니다.
밀린 사납금을 채우기 위해 휴일도 없이 거의 매일같이 출근하는 재해자. 게다가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서 피할 수 없었던 야간 운전. 아들은 언제나 물어왔습니다. "아빠는 도대체 언제 자? 안 졸려? 아이언맨이야?" 장난스럽게 물어오는 아들의 말에 재해자는 그저 아들은 꼭 안아주었습니다.
사실 재해자는 만성적인 수면부족에 시달리고 있었습니다. 하루 열두시간씩 운전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몸은 지칠대로 지쳐있는데 밤에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니 퇴근만 하면 온몸이 녹초가 되었습니다. 귀가한 후에도 몇시간 선잠을 자고 일어나 다시 출근 준비를 하는 힘겨운 일상의 반복. 재해자도 모르는 새 몸은 하루하루 제기능을 잃어가고 있었습니다.
게다가 새벽시간의 주요 승객인 취객들을 상대하는 일은 지친 일상을 더욱 힙겹게 만들었습니다. "야이 새끼야!" 만취한 상태로 하루가 멀다하고 시비를 거는 승객들을 상대하며 쌓인 스트레스는 어쩌면 부족한 수면보다 더욱 견디기 힘든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 5년이라는 시간 동안 택시 영업을 하면서 건강했던 재해자는 하루하루 병들어 가게 되었고 결국 뇌출혈로 인해 사망하게 되었습니다.
택시 운전기사는 왜?! 과로성 질병의 주요 발병 직군일까요?
1. 사납금
지역과 회사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기본적으로 택시 영업은 하루 약 15만원의 사납금을 납부해야 합니다.
2인 1차제 근무 기사분들은 이를 절반씩 나누어 내고 위 사례와 같이 1인 1차제 기사의 경우 하루 15만원을 혼자서 납부해야 합니다.
경기 침체로 인해 택시를 찾는 승객이 줄어들고 있는데도 사납금은 매 해 상승하고 있어 개인이 감당하기 힘든 수준입니다.
2. 장시간 근무
그래도 사납금을 납부하기 위해 기사님들은 하루 열두시간씩 쉬지 않고 운전하고 있습니다. 24시간 전일제 근무의 경우 특별히 정해진 근무시간이 없기 때문에 12시간 이상 근무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3. 교대근무 및 야간근무
12시간 맞교대, 24시간 전일제 근무 모두 피할 수 없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야간근무'.
승객이 많고 할증금액까지 붙은 야간시간은 택시기사분들에게는 가장 매력적인 영업시간입니다.
문제는 야간근무를 반복하게 되면 만성적인 수면부족과 피로에 시달리게 된다는 것이죠.
4. 과도한 긴장과 스트레스
운전은 고도의 집중을 요하는 업무입니다. 한순간의 방심은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고 승객을 태운 상태에서 발생하는 사고는 더욱 큰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기사분들은 정신적으로 긴장한 상태일 수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취객이나 진상을 부리는 승객을 상대하는 일이 많아 운전을 하면서 받는 스트레스에 승객을 상대하는 스트레스가 더해지게 됩니다.
다행히도 유족급여 신청은 승인이 되었습니다.
재해자의 어머니는 아들이 그래도 우리 손주를 끝까지 책임진다면서 기쁨과 슬픔이 섞인 말씀을 전하셨습니다.
과로사 사건을 수행하면 정말 많은 택시 기사 분들이 쓰러지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택시 기사분들의 열악한 근무환경에 대한 이야기는 수년전부터 제기되고 있지만 특별히 개선된 점이 없습니다.
시민의 발이 되어 주시는 기사분들이 하루빨리 안전한 환경에서 근무하실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