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선택을 위해 정보를 수집하고 소화하는 과정에 대하여 믿을 사람, 그리고 책임질 사람은 오로지 '나'
[나윤석의 독차(讀車)법] 자동차를 구입하기로 결심했다면 이제는 어떤 차종을 선택할지 정보를 수집할 단계입니다. 친구나 지인에게 물어보기도 하고 인터넷의 유명한 사이트를 가보거나 잡지의 시승기를 찾아보기도 합니다. 교과서부터 커닝페이퍼 형태까지 극에서 극인 시승기를 동영상 사이트에서 찾아서 섭렵합니다. 그런데 이제부터 문제입니다. 시승기들이 항상 똑 같은 평가를 내리는 것도 아니고 자동차 관련 사이트나 카페를 보면 모든 자동차가 절대 사면 안 되는 문제 덩어리인 것처럼 느껴집니다. 이제는 정보가 너무 많고 어떤 정보가 옳은 것인가 헷갈리기 시작합니다.
옛날에는 정보가 부족했기 때문에 정보를 구하는 것이 관건이었다면, 이제는 반대로 정보가 너무 많기 때문에 어떤 정보가 옳은가, 그리고 내가 의미 있는 정보가 무엇인가를 구분하는 것이 훨씬 중요합니다. 인터넷을 보통 ‘정보의 바다’라고들 하는데 어떤 사람들은 인터넷을 ‘정보의 쓰레기통’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그만큼 엄청나게 많은 정보 가운데 옳은 정보를 찾기가 어렵다는 뜻입니다. 모바일 시대가 오면서 이런 현상은 더욱 심해집니다. 개인 한 명 한 명이 모두 원하는 순간 자기 의견을 대중에게 전달할 수 있는 개인 생방송 미디어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대단히 주관적인 의견들이 정제되지 않고 쏟아져 나오는데 그들 가운데에는 잘못된 것들이 없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정보를 소화해야 할까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합니다. 첫 번째는 최대한 객관화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최대한 주관화하는 것입니다. 뭐라고요? 객관화하고 주관화하라고요? 앞뒤가 안 맞지 않느냐고요? 아닙니다. 이게 말이 됩니다.
첫 째, 정보를 객관화하는 것은 객관적인 정보를 수집하고 이해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대표적인 객관적 정보는 모델의 종류와 제원, 그리고 가격입니다. 즉, 정보의 시작은 자동차 브랜드들이 제공하는 카탈로그의 내용과 제원표, 그리고 가격표라는 뜻입니다. 마음에 두었던 모델이 자신의 용도에 맞는지를 차종을 기준으로 대략 필터링할 수 있습니다. 후보군들을 압축한 뒤 카탈로그의 설명과 사진을 보면서 자신이 원하는 기능이 있는지 등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제원표를 보면서 경쟁 모델과 비교하여 장단점을 비교합니다.
그리고 가격표를 보며 내가 원하는 옵션을 선택할 수 있는가, 그리고 그 때의 가격을 계산하고 이달의 할인 조건을 감안하여 실제 구매 가격을 예측합니다. 믿을만한 온라인 중고차 사이트에서 중고차 시세표를 보며 내가 관심있는 모델이 감가상각이 큰가를 확인합니다. 이런 순서로 1차적 정보를 객관화하여 비교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계측 데이터를 제공하는 시승기들을 참조하면 보다 실질적인 이해에 도움이 됩니다.
제원표의 데이터들은 단순한 숫자가 아닙니다. 이 숫자들은 말을 하기 때문입니다. 단순히 숫자가 큰 것이 좋은 것만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엔진의 출력이 높다고 해서 반드시 힘이 좋은 차는 아닙니다. 같은 힘을 내는 차들이라고 할 경우 무게가 가벼운 차가 훨씬 힘이 좋겠지요. 그리고 우리가 보통 느끼는 힘은 최고 출력이 아니라 최대 토크입니다. 고등학교 물리만 기억한다면 엔진의 출력 단위인 kW는 힘이 아니라 에너지의 단위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즉, 저항 에너지를 이기고 어디까지 빠르게 달릴 수 있는가를, 즉 최고 속도를 좌우하는 것이라는 뜻입니다. 우리가 힘이 좋다라고 말하는 경우는 주로 가속할 때입니다. 가속을 좌우하는 것은 물리학의 관점에서는 힘이고 제원 가운데에는 토크가 바로 힘입니다.
그래서 토크가 좋은 차가 가속을 잘 합니다. 그런데 토크가 높은 회전수에서 나오는 차는 엔진을 열심히 돌렸을 때 가속이 좋아지므로 스포티한 감각을 주지만 피곤합니다. 반대로 요즘 터보 엔진들처럼 아주 낮은 회전수부터 평평하게 최대 토크가 발휘되는 엔진들은 마치 오르막도 평지처럼 가속하는 풍성함이 좋아 장거리도 피곤하지 않지만 엔진 회전수를 올려도 딱히 힘이 늘어나는 느낌은 작아서 스포티하다는 느낌은 덜합니다.
이번에는 정보를 주관화하는 방법을 말씀드리겠습니다. 그것은 앞에서 객관적으로 옳다고 확인된 정보들이 ‘내게 무슨 의미를 갖는가’를 생각하는 과정입니다. 즉, 차를 사서 사용하는 나의 용도, 내 운전 성향, 그리고 심지어는 우리 집의 주차 공간에 이르기까지 내 관점에서 정보를 취사선택하는 것이지요. 예를 들어 가정에 아기가 새로 태어나서 온 가족이 안락하고 안전하게, 그리고 카시트와 유모차도 여유 있게 실을 수 있는 차를 고르면서 올해의 차를 수상하여 객관적으로 검증이 된 스포츠카를 마음에 둔다면 아내에게 혼나기 십상입니다. 새로 나온 럭셔리 리무진이 안락하고 안전하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는데 나는 스포티한 차를 원한다면 내게는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가성비가 뛰어난 중대형 패밀리 SUV를 발견했는데 우리 집 주차장에 넣을 수가 없다면 이 또한 그림의 떡입니다.
그리고 정보를 주관화하는 방법이 하나 더 있습니다. 시승기를 볼 때 시승 평가자의 성향을 확인하는 것입니다. 만일 자신과 관심사나 성격이 비슷한, 그러나 확실하게 전문성이 검증된 전문 필자를 찾을 수 있다면 그가 쓴 시승기는 나에게 좀 더 중요하고 신빙성이 있는 시승기가 됩니다. 마치 내 아바타가 대신 시승한 것처럼 시승기를 공감하면서 볼 수 있다는 뜻입니다. 재미로 보는 시승기와 정보를 위하여 보는 시승기는 확실히 구분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나 마지막 단계는 결국은 ‘나’에게로 돌아옵니다. 반드시 시승을 하십시오. 충분한 시간을, 그리고 자신이 주로 다닐 곳 또는 가장 유사한 환경에서 시승을 하십시오. 요즘 카페나 동영상 사이트에서 시승기만 보고 차종을 정한 뒤 딜러와 조건만 협의한 뒤에 얼른 출고해달라고 서두르고 막상 차 열쇠를 받아 든 후에야 뭔가가 잘못되었다고 후회하는 사람들을 종종 만납니다. 그 다음에 튜닝이나 용품을 통하여 문제점을 보완하려 하지만 거기에는 분명 한계가 있고 비용도 만만치 않습니다. 시승은 많이 할수록 좋습니다.
첫댓글 신차시 시승을 잘 안해주는데....어찌???????
할수만 있다면 시승을 해보고 구매하는것이 최고일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