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승대>
뛰어난 풍광에 빼곡한 시서가 함께 어우러져 있다. 정자와 시서는 인간이 자연에 참여하는 방식을 보여준다. 그 안의 무수한 서사는 풍광 때문이었다가 이제는 자신이 풍광이 되어 또 다른 서사를 만들어낸다. 산과 물과 인간이 조화롭게 어울릴 때 어떤 아름다움을 생산하는지 보여주는 곳이다.
1. 방문지 대강
명칭 : 거창 수승대
위치 : 경남 거창군 위천면 강천리 790
입장료 : 없음
방문일 : 2023.5.16.
2. 둘러보기
수송대에서 수승대로 이름이 바뀌었다. 퇴계 이황이 시를 지어 보내어 이름이 바뀌었다. 역사성 담긴 이름에서 묘사형 시각형 이름으로 바뀌었다. 서사에서 묘사로 바뀌었다. 더구나 퇴계는 이곳에 오지 않고 소문만 듣고 이름을 지었는데 이름으로 굳어졌다. 퇴계의 위상은 확인되지만 언중의 이름은 희미해진 듯하다.
우선 놀라운 풍광을 보고, 즐기고, 그러고도 감성이 남으면 정자를 보고, 그러고도 머리가 남으면 바위에 새겨진 숱한 선인의 흔적과 만날 일이다.
1) 수승대 소개
거창 수승대는 거창군 위천면 황산리에 있는 영남 제일의 동천(洞天: 산천으로 둘러싸인 경치 좋은 곳)으로 알려진 ‘안의삼동(安義三洞)’ 중 하나로 원학동 계곡 한가운데 넓은 화강암 암반으로 이루어진 계곡이다. 이곳은 암반 위를 흐르는 계류와 숲이 어우러져 빼어난 자연경관을 이루고 있어 2008년에 명승 제53호로 지정되었다.
수승대는 이곳이 신라와 백제의 국경이었던 관계로, 신라로 가는 백제 사신들이 수심에 차서 송별하는 곳이어서 수송대(愁送臺)라 불렸다고 한다. 퇴계(退溪) 이황(李滉)이 이곳의 풍경을 예찬하는 시를 한 수 읊은 뒤부터 수승대(搜勝臺)로 그 이름이 바뀌었다고 한다.
수승대에는 거북바위를 비롯해 요수정(樂水亭)과 관수루(觀水樓)가 아름다운 계류와 함께 어우러져 있다. 주변에는 구연서원과 원각사 등이 자리하고 있어 문화경관으로서의 가치도 크다. 수승대의 하부에는 보가 설치되어 하천의 일정 구간이 못으로 형성되어 있다.
수승대에는 그 명칭이 유래된 퇴계 이황의 개명시와 관련하여 갈천(葛川) 임훈(林薰)의 화답시가 전한다. 거북바위에는 수많은 사람들의 이름이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빼곡하게 새겨져 있다. 특히 거북바위에 새겨진 글 중에서 누구의 장수지대(藏修之臺), 장구지소(杖屨之所)라 한 것은 그가 이 동천의 주인임을 명확히 표시하고자 한 각자라고 한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전재)
진입로의 출렁다리
수승대 아래 계곡
요수정 진입로
요수정
요수정
요수정에서 바라본 수승대 계곡과 거북바위
2) 거창 요수정(居昌 樂水亭)
조선 전기의 학자 신권(愼權, 1501~1573)이 지어 풍류를 즐기며 제자를 가르치던 곳으로, 2005년 1월 13일 경상남도 유형문화재 제423호로 지정되었으며, 거창신씨 요수종중에서 관리해오고 있다. 요수(樂水)는 신권의 호로, 요수정은 수승대 건너편 솔숲에 부속건물 없이 홀로 세워진 1동의 중층 정자이다.
역사적 변천
1542년(중종 37) 구연재와 남쪽 척수대 사이에 처음 건립하였으나, 1592년(선조 25) 임진왜란 때 소실되었다. 그 뒤 재건되었으나 수재로 무너지자 이를 피하기 위해 1805년(순조 5) 후손들이 수승대 건너편 현 위치로 이건하였다. 상량문에는 1800년대 후반에 수리한 기록이 있으며, 최근에는 지난 2009년 단청보수가 실시된 바 있다.
집터만큼 넓은 너럭바위를 주춧돌로 삼아 지은 누정으로, 정면 3칸, 측면 2칸의 규모이다. 건물 구조를 보면 계자난간을 둘러 걸터앉게 하였고, 마루 가운데에 판자로 한 칸의 온돌방을 만들어 놓고 있다. 또한 굴뚝을 뒤축 축대로 냄으로써 그 묘미를 더하였고, 지붕 용마루 밑에 암키와와 수키와 한 벌로 덧댄 눈썹이 특징을 이루고 있다. 이는 용마루 아래 물이 새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인데, 함양과 거창 지역의 누정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건축양식이다. 정자의 마루는 우물형식이고 사방에 계자난간을 둘렀다. 종보가 있는 5량 가구로 기구의 짜임이 견실하고, 네 곳의 추녀에는 정연한 부채살 형태의 서까래를 배치하여 세부장식에서 격조 높은 정자 건물의 양식이 잘 반영되어 있다.
예로부터 자연의 기운에도 새로운 창조가 시작되는 삼합(三合)이 있다고 하는데, 바위와 물, 그리고 소나무가 함께 갖추어진 곳이 바로 그곳이라는 것이다. 바위의 화기(火氣)와 물의 수기(水氣)가 서로 상극인데, 목기(木氣)인 소나무가 중화적 매개체로 연결되어 영지(靈地)를 일구어낸다고 한다. 이 요수정이 자리한 곳은 너럭바위와 물, 그리고 울창한 소나무 숲이 있어 완벽한 삼합지로 풍치가 이루 말할 수 없이 좋다.
우리나라에는 오래된 누정이 400여 개 이상이나 된다고 한다. 선조들의 자연을 사랑하고 자연과 어울려 벗하기를 좋아했던 그 시대의 마음을 엿볼 수 있다. 수승대에 자리잡은 이 누정은 지리적 삼합을 이룬 영지로 그 건축적 의의가 높다. 특히, 추운 산간지역 기후를 고려하여 누정 내부에 방을 놓는 등 지역적 특성이 잘 반영된 거창 지역의 대표적인 문화재이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전재)
수승대 계곡
거북바위는 수승대 경승의 중심이자 시서가 농축된 풍류의 중심이다. 너럭바위는 시화를 그려내는 서안이고, 거북바위는 화선지이다.
너럭바위 쪽에서 보는 거북바위. 너럭바위는 넓은 바위를 일컫는 보통명사이나 굳어져 고유명사가 되었다. 우리는 여기저기 시내에서 너럭바위를 만난다. 세검정 세초하던 너른 바위도 너럭바위다.
이 너럭바위는 거북바위와 만나 시인들이 글을 쓰는 공간이 되었다. 세검정이 사초의 글씨를 씻어내는 소멸시키는 공간이었다면 이 너럭바위는 감회를 풀어 시를 쓰는 생산의 공간이었다. 영남 최고의 경승은 선비의 머리와 가슴을 거쳐 새로운 모습으로 태어났다.
거북바위, 어디서 봐도 아름답다. 더구나 사면 빼곡이 시서가 새겨져 있으니, 그 안에 담긴 온갖 시인묵객의 감회는 덤으로 오늘 나의 감회를 풍부하게 한다.
거북바위 앞의 너럭바위. 세필짐, 연반석, 장주갑 등을 찾아볼 일이다.
완연한 거북이다.
3. 돌아본 후
수승대는 아름답고 광활한 공간이다. 여기서 힘을 다 빼지 말아야 한다. 아직 감상해야 할 시간이 남았기 때문이다. 수승대 근처 서원 등, 역사와 문화의 축적에 관해서는 장을 달리해 살펴본다. 다른 꼭지에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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