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활쏘기에서 각궁과 개량궁은 일종의 변증법적? 관계에 있지 않나 싶다. 70년대 이후 경제 성장과 전통 문화에 대한 각성 흐름을 타고 전통(각궁) 활쏘기가 서서히 확대되면서 활 제작기술 발전과 새로운 필요에 의해 카본 재질로 만든 개량궁이 탄생하였고, 개량궁의 저렴한 가격과 사용 편의성으로 인해 국궁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지면서 각궁의 수요와 생산은 거꾸로 줄어드는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개량궁 덕에 국궁 인구가 늘어나고 이젠 거의 스포츠화된 국궁의 ‘전통성'이 다시 주목, 강조되는 흐름이 생겨나면서(2020년 '활쏘기'가 국가무형문화재로 등록됨) 각궁에 대한 새로운 수요가 다시 일어나는 흐름도 얼마간 감지가 되기 때문이다. 물론 여기에는 우리 활판의 주류 단체인 대한궁도협회가 5단 이상의 승단 대회에서 각궁 사용을 의무로 지정해 시행해 왔고, 현재 활쏘기 대회 가운데 상금이 꽤 높고 권위가 있는 몇몇 전국 대회(전주 대사습, 수원 시장기, 황학정 대회)는 각궁만 사용하도록 규정한다는 사실도 얼마간 영향을 미치고 있을 것이다. 이렇듯 각궁과 개량궁은 서로 경쟁하면서도 또한 서로를 키워주는 묘한 관계에 있는 듯하다.
좀 다른 측면을 보면, 우리 활판의 전통 사법 담론장에서는 각궁과 개량궁을 둘러싼 (논쟁 아닌?) 논쟁이 있다. 그 시발점은 바로 전통 사법의 종가로 늘 자칭하는 온깍지 문파이다. 그들이 하는 주장의 요지는, 각궁을 쓰지 않는 활쏘기는 결코 전통 사법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나아가 각궁을 적어도 10년 이상 써보지 않고서는 전통 사법에 관해 왈가왈부하지 말라는 주장까지 나온다. 이런 태도를 각궁 지상주의(또는 절대주의)라 부름 직하다. 물론 이러한 말들은 본인들의 허울뿐인 권위(?)를 유지하기 위한 억지 주장에 불과하고, 그에 대해서는 다른 글을 통해 이미 필자는 물론 한산님이, 최근엔 나무아래님도 충분히 논리적인 반박을 했다.
여기서는 활을 막 배우기 시작했거나 얼마간 초보를 벗어난 활꾼들이 각궁과 개량궁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지, 그리고 어떤 기준으로 활을 선택하는 게 좋을지에 대해, 정답은 없겠지만 하나의 실마리를 제공해 보고자 한다. (다음글로 이어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