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맹 탈출을 위한 안내서; 주식투자, 최소 이것만은 꼭
박지수 『경제기사를 읽으면 주식투자가 쉬워집니다』 저자 나라경제 2021년 02월호
“적금 금리에 현타(현실 자각 타임)가 왔어요. 이제라도 주식계좌를 만들어야 하나 봐요.”
지난해 동학개미운동에도 꿈쩍 안 했던 사람들마저 신년 들어 주식계좌 개설 열풍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키움증권은 지난 1월 5일 하루에만 3만9,756개의 신규 계좌가 개설돼 회사 창립 이래 하루 단위 역대 최대 기록을 냈다. 지금 시점에서 주식투자를 시작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하나다. 넘쳐나는 통화 유동성이 야기하는 화폐 가치 하락으로부터 자산을 지켜내고 싶은 마음이다.
급히 먹는 밥이 체하기 쉽다. 남들보다 뒤처졌다는 조급한 마음으로 주식을 시작하면 더 큰 자산 손실이 생길 수 있다. 주식계좌를 만들고 무엇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분들을 위해 ‘심플한 3단계 주식투자법’을 정리해보려 한다.
1단계, 투자할 기업을 찾는다
주식에 투자할 때는 수익을 예상한다. 그러나 10개의 기업에 투자한다 해도 자신의 투자 성향과 맞지 않다면 매도·매수만 반복하다가 수익을 놓칠 확률이 크다. 똑같은 기업에 투자했는데도 본인만 손실이 났을 때는 보통 이런 이유 때문이다. 먼저 목표 수익률이 얼마인가, 몇 년까지 매도하지 않고 버틸 예정인가, 나는 꾸준히 들어오는 배당금이 좋은가, 목돈이나 신용을 활용해 짧고 굵게 수익을 보고 싶은가처럼 자신의 목표와 성향에 대해 스스로 묻고 답을 노트에 써보자. 각자 맞는 주식투자법을 찾는 것이 오래 투자할 수 있는 필요충분조건이다.
첫째, 마음 편하게 투자하고 싶으면 대장주가 좋다. 대장주는 해당 산업을 대표하는 주식을 말한다. 최근에는 테마주나 레버리지 ETF, 인버스 ETF 투자는 단기 수익률이 높은 만큼 위험이 따른다. 이런 데 현혹되지 않고 낮은 수익률이라도 천천히 얻고자 한다는 마음으로 대표적인 우량주에 투자하는 방법이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세상에서도 유망할 반도체·IT·2차전지·전기차 등의 대장주를 눈여겨보자.
둘째, 제2의 월급통장을 원한다. 저금리·고령화 시대에 월급처럼 일정한 시기에 배당금이 들어온다면 더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예금 금리는 연 1~2%, 임대 수익률은 연 4~5%로 예상되는데 연 4~8% 수준의 배당금을 받을 수 있는 주식도 많다. 단, 주식은 원금이 보장되는 금융상품이 아니기 때문에 주식 자체의 가치가 떨어지면 배당금을 아무리 받아도 손실을 볼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하자.
셋째, 공모주 투자를 통한 빠른 자금 회전을 좋아한다. 공모주 청약은 기업이 증권시장에 상장할 때 일반인으로부터 청약을 받아 주식을 배정하는 것을 말한다. 예전에는 돈 많은 강남 사모님들이 안정적으로 돈을 버는 전유물이었지만, 정보 취득이 용이하고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으로 손쉽게 청약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지난해부터 많은 개인 투자자가 참여하고 있다. SK바이오팜과 카카오게임즈 공모주가 소위 ‘따상(첫 거래일에 공모가의 두 배로 시초가가 형성된 뒤 상한가로 마감)’ 신화를 불러일으키며 관심을 끌었다.
2단계, 기업의 정보를 읽는다
다음으로는 기업의 펀더멘털(fundamental)을 확인한다. 단순히 테마에 좋다, 흐름을 탔다가 아니라 기업 실적을 받치는 기본에 대해 알아야 한다. 현재 실적이 잘 나오고 있나, 운영은 잘하고 있나, 현재 주가에 거품은 없나, 저평가되고 있지는 않은가 등을 객관적 지표를 통해 알아볼 수 있다. 주식은 싸게 사서 비싸게 팔라고 했으니까 지금이 싼지 비싼지를 가늠해보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매출·영업이익·영업이익률·PER·ROE·PBR 등이 있다. 간단하게 뜻을 살펴보자.
• 매출액: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고 실현된 수입금액.
• 영업이익: 매출액에서 매출원가, 판매비, 일반 관리비를 제외한 금액.
• 영업이익률: 매출액에 대한 영업이익의 비율.
• PER(Price Earning Ratio, 주가수익비율): 기업의 가성비. 건물가 대비 임대 수익률과 비슷한 개념.
• ROE(Return On Equity, 자기자본이익률): 기업의 수익성. 은행에 예금을 넣었을 때의 금리와 비슷한 개념.
• PBR(Price Book-Value Ratio, 주가순자산비율): 기업의 청산 가치. 진짜 자산 대비 보이는 재력의 비율과 비슷한 개념.
이 중 매출액, 영업이익, 영업이익률은 기업의 분기 실적 기사를 보면서 꾸준히 확인하는 게 좋다. PER, ROE, PBR은 전통적으로 기업 가치와 현재 주가의 상관관계를 파악하는 지표인데, 최근에는 이런 값과 상관없이 혁신기업에 더 가치를 매기는 추세라 예전에 비해 중요도가 낮아지고 있다.
3단계, 내 주식을 쑥쑥 키운다
지금까지 투자 성향을 파악해서 기업을 골랐다. 그런데 주식계좌를 운영하다 보면 본인도 모르는 사이 포트폴리오에 담긴 기업 수가 늘어나 있을 것이다. 이것도 좋을 것 같고 저것도 좋을 것 같아 하나씩 넣다 보면 꼭 이런 현상이 생긴다. 대부분의 사람이 이럴 때 ‘소유의 고통’을 느낀다. 관리할 종목이 많아지면 공부해야 하는 양도 늘어나기 때문이다. 특히 주가가 하루 2% 내외의 변동이 있으면 이유를 추적해야 하니 여간 번거로울 수 없다. 그래서 쉽게 지치고 하루 종일 신경이 쓰이는 상태로 있다가 성급히 손절(손해 상태에서 매도)해버리기도 한다. 그러니 포트폴리오에 주식을 3~5개 정도로 압축해 정성껏 키우는 게 좋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주식투자는 모든 과정이 선택의 순간이었다. 코로나19 수혜주를 재빨리 선택했던 것, 코로나19 피해주를 저렴할 때 매수했던 것, 시장이 상승하거나 하락할 때 버텨냈던 것, 스스로 이해되고 확신이 들었을 때 투자했던 것이 그런 순간들이다. 그 모든 선택의 순간에서 스스로 결정하고 책임질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최소한 주식투자 프로세스, 기업 정보, 주식계좌 운용에 대한 기본 지식이 필요하다.
모르면 주변에서 알려주겠다는 사람이 나타난다. 항상 조심해야 하는 건 너에게만 알려주는 특별한 정보를 주겠다며 접근하는 사람들이다. 남이 찍어준 주식을 사면 고민할 필요도 없이 편할지 모른다. 하지만 그렇게 투자에 성공한 사람은 없다. 투자의 기회가 어딘가에 숨어 있는데 나만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면 불안하다. 그럴 때가 바로 주식 공부를 시작할 때다. 예전과 달리 주식시장에서 개인투자자의 역할과 비중이 커졌다. 개인은 주식을 하면 잃는다는 편견을 이길 수 있다는 마음으로 조금씩 부담되지 않게 도전해보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