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0월부터 인문학, 건축 등 8가지 주제로 매주 금요일마다 강좌를 여는 '불금야행'을 시범 운영했다.
다음 달에는 ▲ 음악사와 음악미학(최유준 전남대 교수) ▲ 매력 있게 말하기(박진영 공감커뮤니케이션연구소 대표) ▲ 공자, <논어>(류근성 전남대 교수) ▲ 건축의 안과 밖(이효원 전남대 교수) ▲ 루소, <인간 불평등 기원론>(류도향 전남대 교수) ▲ 철학 하는 시민(박구용 전남대 교수) 강좌가 열린다.
수강료는 강좌당 16만원이며 한 번에 두 강좌를 신청하면 할인받을 수 있다.
수강신청 등 문의는 시민자유대학 누리집(http://cafe.daum.net/volkshochschule)이나 전화(☎ 062-961-1110)로 가능하다.
인문 樂 페스티벌
“경계를 넘어 세계로 향하다!”
글_송재영
인문학은 근대과학에 대해 그 목적과 가치를 인간적 입장에서 규정하는, 인간과 인류 문화에 관한 모든 정신과학을 통칭하여 일컫는다. 인문학(Humanities)은 라틴어 후마니타스(humanitas)에서 비롯되었는데 이는 ‘인간의 본성’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그리스·로마 시대에는 교양인을 양성하기 위한 일반 교육을 의미하던 것이 르네상스 시대를 거치면서 ‘인간의 정신을 고귀하고 완전하게 하는 학문’으로 바뀌고 인간다움을 추구하는 학문으로 재정립되었다. 경제성장을 강조하며 야기된 현대인의 심리적 불안, 정체성의 위기, 고독은 삶의 권태를 불러일으키고 이는 창조성의 상실로 이어진다. 인문학은 이러한 시점에서 우리에게 특별한 의미로 다가온다.
2014년 10월 27일부터 11월 2일, 총 7일간 진행된 인문주간은 교육부, 한국연구재단, 광주광역시 광산구 주최로 진행되었으며, 전남대학교 철학연구교육센터와 (사)경제문화공동체 더함이 주관했다. 광산구에 거주하는 구민 뿐 아니라 인문학에 관심 있는 많은 사람들이 참여한 이번 축제는 광산구의 과거와 현재라는 거울을 통해 미래의 비전을 비추어 보고자하는 시도였음에 의의가 있다. 과거인물을 재조명하여 미래에 대한 방향을 설정함으로써 현재의 가능성과 그 가치를 확인했던 계기가 되기도 했다. 이념․인종․종교․빈부 등 수많은 갈등의 벽을 허물고 서로를 보듬는 관용의 인문정신을 현실화함으로써 인간다움의 근원을 탐구했다. 동시에, 광산구를 인문자치도시로 선언함으로써 관용의 물결을 광주광역시 전체로 확산시키는 한편, 세계시민으로서의 광산구민의 이미지를 정립하고자 했다.
이번 인문주간 행사는 광산구 속에 스며있는 인문학적 요소를 오늘날의 정서에 맞게 재해석하여 ‘인문학은 어렵다.’라는 통념을 깨고, 대중이 인문학의 즐거움(樂)을 느끼도록 다채로운 행사로 진행했다. 특히 빛뫼의 문화적 요소로 콘텐츠를 만들고 이를 축제의 요소로 활용하는 장이 되었다. “인문 樂 페스티벌, 경계를 넘어 세계로 향하다”라는 표제는 인문학은 누구나 즐기기 쉬운 학문으로써 철학․문학․음악․역사․시간 등 다양한 경계를 넘어 새로움을 창조한다는 광산구의 인문 가치를 의미한다. 더 나아가 광산구의 인문 가치가 전 세계로 확장돼 현대사회의 방향과 대안을 제시하고, 인문 정신을 통해 서로를 관용으로 포용하는 세계인으로서 광산인 상(像)을 표현했다. 광산구청, 광산구공익활동지원센터, 광주여성새로일하기지원본부, 운남동어린이도서관, 쌍암공원 야외공연장 등 광산구 일대 시민공간에서 7가지 소주제로 우리시대에 인문학의 필요성과 그 가치를 제고, 공존의 회복과 대안을 제시하며 막을 내렸다. 7일간의 여정을 정리하며, 인문 樂 페스티벌, ‘경계를 넘어 세계로 향하다’가 남긴 의미와 울림을 되돌아본다.
■ 1일_음악의 樂 ■
“광산, 글로컬(Glocal)을 노래하라”
‘세계적인’이란 뜻의 global과 ‘지역’이란 뜻의 local 합성어인 ‘Glocal’은 지역의 세계화를 말한다. 인문학축제의 주제인 ‘경계를 넘어 세계로 향하다’와 뜻을 같이하며 지역적 한계를 특화로 승화시켜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을 이끌어내고, 함께 나아가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첫날 음악의 樂에서는 ‘광산구인문자치도시’선언으로 인문주간의 막을 올렸다. 광산구청, 광산구의회, 교육청, 기타 유관단체에서 참여한 이날 행사는 바이올리니스트 강명진의 전자바이올린공연을 시작으로 개회식, 민형배 광산구청장의 인사와 축사가 이어졌다. 광산구민의 영상메시지에는 인문학축제에 대한 시민들의 기대와 설렘, 세계로 뻗어가는 광산구의 미래가 담겨있었다.
전남대학교 철학연구교육센터장 박구용교수는 인문도시의 취지 및 개념을 설명하며 인문학이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던지는 질문과 삶에서의 작은 실천을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인문인상 수여식이 있었다. 인문인상은 우리시대에 인문학적 가치를 계승하고, 끊임없는 탐구와 가치실현에 힘쓰고 있는 인물에게 수여되었다. 송광종합사회복지관장 박춘현, 미혼모센터 편한집 대표 기세순 이 수상했다. 광주광산구청 광장에서 치러진 이 행사에는 유관단체 뿐 아니라 시민들도 함께 참여해 더욱 뜻 깊은 자리였다. 광산구는 지역에 대한 따뜻한 사랑과 격려에 힘입어 글로컬(Glocal) 광산구에 한 발짝 더 다가섰다.
■ 2일_문학의 樂 ■
“책 속의 나침판” 文學의 樂
2일차 문학의 樂에서는 청소년의 성장과정을 통해 우리 시대의 자화상을 되돌아보았다. 문학, 시 그리고 음악을 혼합한 Miterature(Music + Literature) Festival을 진행했다. 한 시간 동안 진행된 Book개미장터에서는 자신이 소중하게 읽었던 책이나 쓰지 않는 물품을 사고파는 행위를 통해, 소유하는 소비에서 나누는 소비를 체험할 수 있는 장을 마련했다.
▲북 물물장터
▼북 콘서트
선착순 접수단체 5팀에게는 각 5권의 도서를 증정하기도 했다. 이를 통해 더 많은 아이들이 책 속에 숨겨진 나침반을 찾고 현명한 사람으로 성장하기를 바라보았다. Book개미장터 이후에는 Book콘서트가 이어졌다. 초대작가 김남중을 초청해 책이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다. 책이란 삶에서 겪는 다양한 문제들을 조율하는 과정을 다룬 우리 삶의 축소판이다. 인문학에서 문학의 역할은 허구적 이야기 안에 자신을 대입해보고, 주인공의 삶을 통해 마음의 정화를 얻어 현실의 삶에 더욱 충실하게 한다는데 있다. 특히 동화는 어린이들의 동심을 지켜주는 동시에 바른 시민으로 성장시키는 건강한 책임을 강조했다. 푸른문학상을 수상한 시인 안오일은 자신의 저서‘나는 나다’ 중에서 시를 낭독하였고, 음유시인 한보리는 기타를 연주하며 자신의 노래를 선보였다. 이날은 추첨을 통해 도서 1000원 구매권을 증정하고 또한 동화작가 김남중의 저서인 ‘불량한 자전거 여행’ 친필사인 도서를 참여한 10명에게 증정하기도 했다. 북 페스티벌을 통해 저자와 시민이 교감을 나누는 장을 마련한 소중한 자리였다.
■ 3일차 철학의 樂 ■
“관용으로 마음 읽기 ”
관용의 사전적 의미는 상대를 너그럽게 이해하는 것이다. 즉, 나와 상대의 다름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바로 관용이다. 3일차 관용으로 마음읽기는 나와 타자의 넘나듦과 시간과 공간의 넘나듦을 다루었다. ‘시간을 나누다’는 월드뮤직이 당시의 시대상을 어떻게 표현했는지 알아보고, 오늘날 우리 모습에서 과거의 흔적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찾아서 과거와 현재의 시간 간극을 느껴보는 시간이었다. 전 광주월드뮤직프로듀서 장용석이 진행한 이 강연은 우리에게 친숙한 소재를 현장으로 끌어들였고 강의자 및 참여자간의 활발한 토론을 이어갔다.
광산 스토리텔링 대회’는 예로부터 내려오는 우리 지역의 역사를 재조명하고, 이를 컨텐츠로 개발할 스토리텔러를 선발하는 행사이다. 2명의 스토리텔러의 발표가 있었다. 광주여성새로일하기지원본부에서 치러진 이날의 행사는 새일본의 인문학강좌 수강생이 참여하였는데, 철학으로 접근한 인문학에 여성의 시각이 더해져 풍요로운 자리가 되었다.
■ 4일차 초록의 樂 ■
“동심으로 어루만지다”
2014 인문 樂 페스티벌에서는 어른 뿐 아니라 아이들도 참여하여 어릴 적부터 인문학을 친숙하게 접하고 만끽할 수 있도록 했다. 쉽고 재미있는 동화나 인형극 프로그램을 인문학적으로 개발하여 2시간 동안 공연을 진행했다. ‘더불어 사는 삶이란?’을 주제로 한 이날 공연은 운남동어린이도서관에서 열렸는데 공연장이 비좁을 정도로 많은 어린이와 부모님이 찾아와 자리를 빛내주었다.
‘무지개 물고기’ 생각나무의 블랙패널극 동화구연이 있었고, 가족 5개 팀의 ‘커다란 순무’ 상황극 체험이 있었다. 특히 상황극 체험의 경우아이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관객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극단 책뽀의 ‘늑대가 들려주는 아기돼지 삼형제’의 경우 아이들에게 익숙한 동화를 인형극으로 꾸며 기존에 알고 있던 동화에서 색다른 재미를 더했다.
마지막으로 ‘내가 돼지라면’만들기 체험이 있었는데 관객 전원이 참여해 프로그램에 참여한 참가자들에게 여운을 남겼다. 꿈꾸는 도서관 이용자, 수문초등학교 학부모 독서회, 운남도서관 수업 수강자 가족 및 광산구 어린이집에서 참여하여 어른과 아이 모두 동심을 느끼고, 또한 회복하는 시간이었다.
■ 5일차 시간의 樂 ■
“멈춤과 흐름”
시계 속에서 ‘지금’은 금방 달아난다. 또 아직 오지 않은 ‘지금’은 금방 다가온다. 우리는 끊임없이 ‘지금은 이미 아닌’ 의 시간 속에서 ‘지금은 아직 아닌’시간을 향해 살아가고 있다.
5일차 인문학 축제에서는 시간의 樂을 탐구하며 멈춤과 흐름이라는 주제로 사진전과 철학콘서트를 열었다. 사진전 ‘시간을 기록하다’는 스튜디오 예인의 대표이자 사진작가 임창진이 광산구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의 사진을 통해 과거의 단절과 과거의 계승이라는 시간의 멈춤과 흐름을 표현했다. 광산구공익활동지원센터에서 있었던 이번 전시를 통해 끊임없이 변화하는 시간과 공간의 미학을 느껴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철학콘서트에서는 고봉 기대승의 철학을 소개했다. 고봉은 스승이라고 할 수 있는 이황과 12년 동안 서한을 주고받으면서 8년 동안 사단칠정(四端七情)을 주제로 논란을 편 편지는 유명한데, 이것은 유학사상 지대한 영향을 끼친 것으로 평가된다. 고봉철학 전문가가 살롱드 월봉이 1시간 반 동안 고봉철학을 강의를 진행했다. 강의 후에는 고봉이 이 시대에 던지는 메시지는 무엇인가에 대해 시민과 함께 자유토론을 했다. 철학콘서트는 광산구에 위치한 기념물 제 9호인 월봉서원에서 진행되었는데 기대승의 학문과 덕행을 추모하기 위해 창건하여 위패를 모신 곳이라 시간의 樂 ‘멈춤과 흐름’의 주제에 부합하는 시간이었다.
■ 6일차 미래의 樂 ■
“인문자치도시 빛뫼, 세계로 향하다”
이 행사는 파편화된 세상의 경계를 넘어 상호 소통하는 통합의 인문자치도시 ‘글로컬(Glocal) 광산’을 상징한다. 인문자치도시 빛뫼에서 시민들이 문화로 소통하며 하나 되는 음악 樂 페스티벌을 준비했다. 바닥프로젝트, NS Jazz Quartet, 루트머지, SAZA 최우준 밴드 등 월드뮤직, 크로스오버, 국악, 퍼커션 공연이 이어졌다.
오후 5시부터 8시가 넘도록 진행되었는데 참여한 관람객들은 끝까지 자리를 지키며 흥을 나누었다. 화려하게 막을 내린 음악 樂 페스티벌은 세계로 뻗어나가는 인문자치도시 빛뫼의 밝은 미래를 기원했다.
▼바닥프로젝트
▼ NS Jazz Quartet
▼루트머지
▼SAZA 최우준 밴드
■ 7일차 공존의 樂 ■
“공존, 보듬어 안기”
7일차 공존의 樂은 “공존, 보듬어 안기”라는 주제로 광산구의 인문정신을 관용의 철학으로 설정하고, 상호 소통을 가로막는 우리시대의 불관용의 벽을 논했다. 문제점에 대한 논의 뿐 아니라 대안을 제시하는 미래지향적 토론회를 개최했다. ‘빛뫼 인문학’에 대한 정립에서부터 토론이 시작되었다. 한 도시의 성장과 발전의 지표는 도시가 지닌 호화로운 면모와 경제적 풍요, 사람들의 단순한 집단적 거주지 이상의 의미를 넘어 온전한 삶의 터전으로 역할을 할 때 가치를 지닌다. 잃어버린 인간성과 삶의 권태, 각박함으로 도시민은 풍요속의 가난을 겪으며 살아간다. 상처를 치유하고 본성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먼저 도시민들을 가르고 나누는 분할의 장벽을 허물고, 삶의 공간들, 나와 나의 이웃을 정신적․역사적으로 성찰할 필요가 있다. ‘빛뫼 인문학’은 도시의 다양한 물리적 공간들을 인문학적 만남의 장소로 전환하고, 이로부터 공존과 공생을 위한 도시적 삶의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고자 했다. ‘인문도시 광산’은 배제와 분할의 공간을 인문학적 만남의 장소로 전환하기 위한 ‘빛뫼 인문학’의 출발지임을 확인하며, 그 비전에 관해 모색하는 시간을 가졌다.
‘불관용의 벽을 넘어 관용의 인문도시로’ 토론회에서는 우리의 비(非)지성을 고백하고 인문학의 새로운 대안 찾기를 목표로 의견을 나누었다. 지역사회단체 및 연계 단체의 몰상식, 편협, 악습 등 우리의 비지성으로부터 온 문제점들을 논하고, 대안과 비전을 제시했다. 전남대 철학과 박구용 교수의 진행으로 지혜학교에서 1명이 발제를 하고, 지혜학교, 전남대 철학과, 공무원, 참여단체 등 토론자 4명이 가감 없는 의견을 주고받으며 인문도시로서 광산구를 재조명, 지향점을 제시함으로써 토론을 마쳤다. 측은지심 장터 프로그램에서는 토론회에 참여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사회적기부(책도서관) 인문학 강사 풀을 확보하여 차후 정례적인 모임으로 발전시켜 인문도시의 토대로 활용하고자 재능기부 및 사회적 기부를 유도했다.
마치며,
인문 樂 페스티벌은 현시대에 인문학이 주는 가치와 메시지를 재해석하여 광산구민과 일대의 시민들이 인문학적 즐거움을 느낄 수 있도록 마련된 행사이다. 7일간 광산구 일대에서 국가, 성, 연령, 종교를 뛰어넘어 음악, 문학, 철학, 미술 등 다채로운 분야를 경계 없이 구성하였다. 인문학이란 결국 인간을 위한, 인간다움을 회복하는, 인간답게 살기 위한 학문으로 결국 공존에 대한 필요성과 방법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현재는 과거로 흘러가고, 과거는 다시 미래를 비추는 등불이 된다. 이 등불이 경계를 넘어 세계로, Glocal 광산의 원동력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