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톤타운으로 다시 들어왔다. 스톤타운의 거리는 검은 부이를 입은 여자와 카두라를 입은 남자들이 눈에 띤다. 전통을 고수하는 것일까?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될 만큼 아름다운 석조 도시다. 미로 같은 굽은 길에는 기념품을 팔고 있고 골목에는 어린이들이 무리를 지어 “잠보, 잠보” 장난치듯 인사를 한다. 이슬람교회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기도를 하고 있다. 이곳의 건물들은 18~9세기 지은 건물이라 낡았고 일부는 무너진 건물도 보인다. 아프리카 하우스 주변을 돌아다니다 바닷가 쪽으로 돌린다.
올드 포터가 보인다. 요새는 낡았고 문도 닫혀있고 고양와 개들만 눈에 들어온다. 거리의 화가들이 전시판매하는 화랑거리를 지난다. 화랑거리의 그림을 볼라치면 사라고 흥정을 한다. 바다 쪽 해변에서는 수영하는 가족들, 공차는 아이들, 역기와 평행봉을 하면서 근육을 단련시키는 청년들, 모래사장에서 엎드려 뻐치기를 반복적으로 하는 청년, 노래연습에 열중인 아이 등 자기방식대로 젊음을 발산하고 있다.
내륙 쪽으로 방향을 틀어 머큐리박물관으로 발길을 옮긴다.
영국의 록밴드 퀸의 리더였던 머큐리가 태어난 곳이다. 입구에는 '스타가 아니라 레전드가 되겠다'는 글씨가 쓰여 있다. 시대를 풍미하며 예술적 기질을 발휘하여 큰 족적을 남기겠다는 꿈, 그는 피나는 노력으로 꿈을 이룬 셈이다. 그러나 그는 에이저로 투병하다 목숨을 마감했으니 자기관리에는 실패한 셈이다.
그는 고양이 애호가였다. 45년 동안 10마리의 고양이를 키웠다고 하고 영화에도 연인과 통화 중 고양이를 바꿔달라고 하는 것을 보면 정말 반려묘로 극진히 아낀 모양이다. 1991년 죽을 때도 고양이와 함께 했다고 한다. 고양이의 특성 중에 질병이 심각해질 때까지 아픈 티를 잘 내지 않는다고 한다. 야생에서 고양이가 아프면 천적에게 사냥당할 수 있어 아픈 걸 숨기기 위해서란다. 그도 그랬을까? 근심걱정 숨기고 싶은 마음.
높은 벼슬 한다 해서 마구 놀지 아니하고, 처지가 곤궁하다 해서 되는대로 세파에 휩쓸리지 않는다. 그 즐거움은 벼슬자리에 있거나 곤궁에 빠져 있거나 똑 같다. 그러므로 걱정도 없을 뿐이다.
不爲軒冕肆志 不爲窮約趨俗 其樂彼與此同 故無憂而已矣
불위헌면사지 불위궁약추속 기락피여차동 고무우이이의 <선성편>
요즘을 살아가는 사람들은 근심걱정을 안고 산다. 궁할 때는 얻지 못한 것에 대한 걱정이고 얻었을 때는 놓칠까봐 걱정이다. 두려움과 욕망이 삶의 핵이다. 두려움은 어디서 오는가? 자기 비하에서 온다. 그래서 공자는 존귀한 자신을 발견하고 근심걱정 없는 군자가 될 것을 강조한다. 군자란 자신 안에 있는 에고를 버리고 참나를 찾은 사람이다. 기쁨과 즐거움은 바로 참나를 자각한 내면에 존재하는 것이다.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이고, 어떤 것이 즐거운 삶이냐? 대대수의 사람들이 세상에 이름을 드러내고 부귀영화를 누리며 살기를 바란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서 점차 권세와 재물이 결코 즐거운 삶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다. 사회적 책임을 다했다고 생각되는 시점에 자유를 찾는 것이 진정 즐거운 삶이라는 것을 깨닫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사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만인의 스타인 머큐리가 지구를 녹일 듯한 열정은 사라지고 한 줌 재로 사라질 존재라는 사실을 안다. 이제 얼마 있지 않아 죽음을 맞이해야 하는 두려움. 고양이를 사랑한 이유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위안을 삼으려고 고양이와 함께 아프고 나약한 자신을 숨기고 싶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