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혁순 변호사의 관리법령 되짚어 보기 (15)
장혁순 변호사
공동주택의 관리는 공동주택관리법령에 의해 이뤄지고 관리주체와 관리사무소장의 업무 역시 법령에 의해 명확히 한정하고 있다.
우선 관리주체의 업무는 1)공용부분의 유지·보수 및 안전관리 2)단지 안의 경비·청소·소독 및 쓰레기 수거 3)관리비 및 사용료의 징수와 공과금 등의 납부대행 4)장기수선충당금의 징수·적립 및 관리 5)관리규약으로 정한 사항의 집행 6)입주자대표회의에서 의결한 사항의 집행 7)공동주택 관리 업무의 공개·홍보 및 공동시설물의 사용방법에 관한 지도·계몽 8)입주자등의 공동사용에 제공되고 있는 공동주택 단지 안의 토지, 부대시설 및 복리시설에 대한 무단 점유행위의 방지 및 위반행위시의 조치 9)단지 안에서 발생한 안전사고 및 도난사고 등에 대한 대응조치 10)하자보수청구 등의 대행이다.
다음으로 관리사무소장의 업무는 위의 관리주체의 업무를 지휘·총괄하는 업무는 물론 1)입대의가 의결하는 공동주택의 운영·관리·유지·보수·교체·개량 및 그 업무를 집행하기 위한 관리비·장충금이나 그 밖의 경비의 청구·수령·지출 및 그 금액을 관리하는 업무 2)하자의 발견 및 하자보수의 청구, 장기수선계획의 조정, 시설물 안전관리계획의 수립 및 건축물의 안전점검에 관한 업무 3)관리사무소 업무의 지휘·총괄 4)입대의 및 선거관리위원회의 운영에 필요한 업무 지원 및 사무처리 5)안전관리계획의 조정이다.
이렇게 관리주체와 소장으로 하여금 업무의 독자성을 부여한 것은 주택관리사 또는 주택관리사보의 자격을 가진 전문가인 소장에 의한 업무집행을 통해 입대의 내부의 난맥상을 극복하고 공동주택의 적정한 관리를 도모하기 위한 취지다.
그렇기 때문에 소장이라는 지위 자체에 사법상의 권리능력을 인정하기는 어렵고 비법인사단인 입대의의 업무집행기관에 해당할 뿐 권리·의무의 귀속주체로 볼 수 없다(대법원 2015. 1. 29 선고 2014다62657 판결).
다만 관리사무소장은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 그 직무를 수행해야 하고, 소장의 업무를 집행하면서 고의 또는 과실로 입주자등에게 재산상의 손해를 입힌 경우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이때 소장이 손해를 배상하려면 법령이나 규약에 따라 소장의 업무여야 하고, 그 업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거나 고의 또는 과실이 있어야 한다. 만약 이 요건을 충족하지 않는 경우라면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없다.
가령 세대 내 도난 사고로 입주자가 피해를 입은 사안의 경우 도난 사고가 관리계약상 의무불이행으로 인해 발생한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며 소장에게 업무수행에 관해 중대한 과실이 있었다고 볼 수도 없다고 판단해 법원이 손해배상청구를 기각한 바 있다(대법원 2004. 2. 26. 선고 2003다60204 판결).
손해배상의 책임이 인정되더라도 피해의 대상과 정도, 피해가 확대된 원인, 소장의 과실 정도 등을 감안해 그 책임비율이 제한될 수도 있다. 우선 위탁관리회사 소속의 회계직원의 횡령 사고의 경우다. 피해자인 입대의가 횡령행위를 하고 있음을 알았다거나 주의 의무를 현저히 위반해 주의를 결여했다면 위탁사에게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수 없다. 그렇지 않더라도 입대의의 과실이 존재하는 경우라면 그 과실에 맞춰 손해배상 책임비율을 제한할 수 있다.
법원은 △인력 부족에 따른 추가 채용을 입대의에게 건의했음에도 입대의가 이를 거절한 점 △관리사무소에 대한 정기감사에서 관리비 미수금이 과다한 점 △관리비부과의 정확성을 제고할 것 △전산회계시스템을 강화할 것 △부정방지를 위한 내부통제제도로서 회계업무를 분장할 것 등이 개선권고사항으로서 이미 지적됐음에도 입대의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경우라면 책임이 제한된다고 판단했다(부산지방법원 2008. 10. 29. 선고 2007가합722 판결).
화재사고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위탁사의 유지·관리상의 과실로서 옥내소화전설비 및 스프링클러설비에 대한 유지 및 관리할 의무를 위반해 화재사고가 확대됐다면 손해배상 책임이 있지만 역시나 그 책임은 제한될 수 있다.
법원은 화재사고가 △아파트 자체 설비가 아닌 차량에서 최초 발화됐고 화재의 발생 자체에 대해서는 관리업체에게 그 책임을 인정하기 어려운 점 △그 밖에 화재의 원인과 규모 △피해의 대상과 정도 △연소 및 피해확대의 원인 △앞서 살펴 본 관리업체의 과실 정도 등 손해배상액을 결정할 때 고려할 모든 사정을 종합해 관리업체의 책임비율을 손해액의 50%로 제한한 바 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19. 10. 16. 선고 2019가단5313772 판결).
장혁순 변호사 hapt@hap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