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이 마흔 여섯이라는 결코 짧지 않은 인생길에 서 있다.
뒤돌아보아도 아득하게 느껴지는 사십 육년을 새삼 생각해 보는 시점이다.
(나이 더 든 어른들이 보시면 죄송합니다. 꾸벅)
나의 십대는 부모님 품안에서 호강스런 시절을 보내었고,
이십대는 외줄을 타는 곡예사처럼 아슬아슬한 방황의 시절을 거치었었다.
삼십대는 여느 가장들처럼 경제 활동을 하느라 정신없이 바빠서 나를 느끼거나 배려할 틈도 없었고,
사십에 들어서면서 내가 좋아하는 여러 스포츠를 접하게 되었다.
2009년 2월 5일 인터넷 사이트를 통하여 ‘안양 마루금 산악회’와 인연이 되었다.
혹자는 내려올 산을 왜 힘겹게 오르려느냐 말하고,
또 어떤 이는 산이 거기 있어 오른다 하기도 한다.
내게 묻는다면 산은 말없는 미소로 나를 믿어주고 나의 등을 어루만져주는 어머니 품이라
표현하고 싶다.
얼마 전 공지가 올랐다.
‘경기 남부 일 곱산 (삼, 관, 우, 청, 바, 백, 광)종주 산행’이 있단다.
지난 두 달 사이에 ‘관악산 11국기봉 찍기 산행’과 ‘두륜, 주작, 덕룡의 3산 종주 산행’
'백두대간 산행’을 무사히 마치기는 하였지만 경험이 많지 않은 나로서는 두려움과 설레임으로
며칠을 망설여야만 하였다.
하루에도 몇 번씩 신청을 할까 말까.. 그리고는 결정하였다.
46.5Km의 산행거리!
목표는 14시간!
산행평균속도 시간당 4Km!
게다가 야간산행!
가슴이 두근거린다.
46.5Km를 내 나이 46세에 도전해보리라.
2009년 04월 18일 토요일 오후 11시 우리의 만남은 수원 반딧불이 앞이다.
긴장해서 일까..
가장 먼저 도착한다.
10여분이 지났을까.. 산수갑산님을 포함한 안양 마루금 회원들의 모습이 보인다.
반갑다. 마치 해외에서 한국인을 만난 듯..
잠시 후‘수원 드림팀’이 도착한다.
이름도 멋지다. 뭔가를 해 낼 것 같은 이름이다.
인사를 나누는데 외모를 보아서는 (연세가 있어 보이기도 하고..) 전문 산악인 같지가 않은
듯하여 안심? 을 하였는데 나의 안심은 1구간에서 깨졌고 시간이 지날수록 드림팀의 여유와
산행속도는 못 오를 산처럼 거대하게 느껴졌다.
1구간은 경기대 반딧불이~형제봉~비로봉~시루봉~백운산~바라산~하오고개의 14.5Km 이다.
4시간을 목표하였는데 3시간 27분의 기록으로 30분을 앞당겼다.
시계를 본다.
새벽 2시 27분이다.
이 시간에 난 무엇을 하는가..
그래 산에 오른다.
내가 좋아하는 가슴 뿌듯한 일을 한다.
아직은 힘이 있다.
5분간 휴식을 하고 2구간으로 향한다.
2구간은 하오고개~국사봉~이수봉~매봉~옥녀봉~화물터미널의 10.5km이다.
이 구간은 난코스다.
더구나 1구간만을 산행한 4명을 제외하니 내가 아는 얼굴들은‘산수갑산님’과‘드로님’
두 사람뿐이다.
오르고 또 올라야 하는 오르막이다.
경험이 부족한 나는 에너지의 적절한 배분에 실패하였고 체력이 급격히 떨어짐을 느끼며 매봉을
오를 때는 지치기 시작하였다.
선두그룹의 유지를 포기하며 혼자의 길을 걸었다.
아무도 없다.
어둠속을 한 가닥 불빛에 의지하며 걷고 또 걷는다.
나는 왜 걷는가?
맞다.
거기 산이 있음으로 그냥 걷고 있다.
가족들은 자고 있을까..
토요일 저녁 집을 떠나오면서 아내와 세 아이들의 “아빠! 화이팅!”를 외치던 모습들이 선하다.
그냥 돌아가면 사랑하는 그들을 볼 낯이 없다.
아니 무엇보다 내 자신에게 부끄럽다.
그 일은 못하겠다.
또 걸었다.
남자의 오기가 발동하여 입술을 깨물며 빠른 걸음으로 다시 선두그룹에 합류한다.
그렇게 2구간을 마쳤다.
3시간 30분의 목표를 또 30분 단축하였다.
일요일 아침 오전 5시 32분이다.
청,백,광,의 25km를 6시간 32분에 종주하다니 나 자신도 놀라고 대견스럽다.
평소처럼 25km를 즐기며 산행하였더라면 이렇게까지 지치지는 않았을 텐데..
역시 속보 산행은 경험이 없는 나에게 두 배 이상의 체력소모를 가져왔다.
하지만 이루었다는 환희는 백배다.
나는 가야한다.
3구간이 기다리고 있다.
그 곳을 향하여 가리라.
3구간은 양재 터미널~교육문화원~태봉주유소~소망탑~사당역의 6.5km이다.
남은 사람은 산수갑산님과 드림팀의 4명 그리고 나까지 총 6명이다.
우면산은 내게 첫 경험이다.
서울 시내 한복판에 있는 산을 누가 어렵다 말할 수 있으리..
그저 편한 마음으로 오르고 내리고를 몇 번 하면 될 거라 생각하였는데
나의 육체는 최악의 상황을 맞이한 듯 말을 듣지 않는다.
건전한 육체에 건전한 정신이 깃든다 했던가..
아무리 정신을 차리려 하여도 발걸음은 천근만근이다.
입술을 깨물며 아이들의 이름을 번갈아 불러보아도 큰 힘이 되어주지 못한다.
어떤 보상을 바라고 산행을 하였다면 포기하였을 것이 분명하다.
여기서 포기한다하여도 누가 나를 욕하겠는가..
하지만 난 나를 믿고 싶다.
마지막 전율을 느껴보고 싶다.
마흔 여섯의 한 남자가 아직은 건재해있음을 오기로라도 느끼고 싶다.
시간은 흐른다.
7시 10분 사당역에 도착한다.
산에 매달려 왔는지 신이 나를 데려다주었는지 가물거릴 정도이다.
아침식사 계획이 있다.
무엇을 먹는다는 기쁨보다는 잠시라도 나의 육신을 아무것도 하지 않은 상태로 보존할 수 있음에
그저 손꼽아 기다려지는 시간이다.
불가능한 소원을 빌어본다.
제발 이대로 시간을 멈추게 해 달라고..
기도를 채 마치기가 무섭게 산수갑산님이 외친다.
식사시간은 30분으로 제한한단다.
참으로 야속하다.
도대체 난 왜 이 산행을 하는가..
그냥 집으로 돌아갈까..
아니다.
마지막 코스를 꼭 이루어내고야 말리라~
모두들 등산화 끈을 맨다.
맨 마지막으로 나는 끈을 조이면서 전쟁터로 향하는 전사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살아 돌아올지 아닐지도 모르며 꼭 떠나야만 하는 숙명 같은 처지에 있는 병사 말이다.
마지막 구간은 사당역~연주대~무너미고개~삼성산~장군봉~석수역의 14.8km로 가장 길고도
힘겨운 구간이다.
개인적으로 바위산을 좋아하는 데 지금은 절대 아니다.
최악의 상황이다.
정말 포기라는 말이 입술까지 나온다.
연주대다.
더 이상 못 걸을 것 같다.
산수갑산님이 나를 위로하려는 듯 힘든 고비 다 넘겼다 한다.
아직 무너미고개가 남아있음을 나는 아는데..
젖 먹던 힘까지 다 나온 듯하다.
내 안에는 텅 빈 그 자체다.
아~
올 것이 오고야 말았다.
그 고개다.
삼성산의 무너미고개다.
급기야 산수갑산님은 내 배낭을 자신의 것인 양 낡아 챈다.
난 자식이 부모에게 내 맡기듯 나의 배당을 그에게 던져 버린다.
그에게 미안할 것도 감사하다고 말 할 예의 같은 것도 없다.
죽기 전 바로 그 상태다.
어떻게 무너미고개를 넘었는지 모른다.
잠시 5분 휴식이 있다.
난 그저 벌렁 누웠다.
모두들 준비한 음식을 맛나게 먹는데 나는 내 음식을 꺼낼 힘이 없어 그냥 굶는다.
아니 입속에서 음식물들을 오물거릴 에너지가 남아있지 않았음이리라.
오전 11시 50분!
석수역이다.
14시간의 목표를 12시간50분에 해냈다.
아~
해냈다.
나는 해냈다.
우리는 해냈다.
남자들은 말이 없다.
손과 손을 굳게 마주잡고 그저 눈빛으로 마음으로 서로에게 감사함과 대견함을 전한다.
자랑스럽다.
언젠가 이 산행 길에 다시 오르리라.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그때는 여유 있는 산행을 하리라.
그리고 말하리라.
나의 이번 산행에 대하여..
각 구간마다 겪었던 나의 심경과 상태를 다시 한 번 추억하리라.
이번 나의 산행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주신 산수갑산님을 포함 함께 산행한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하는 마음입니다.
혼로는 도저히 이룰 수 없는, 여러분이 있었기에 이룰 수 있었던 7산 종주산행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첫댓글 정말 대단합니다....저는 이코스를 16시간대에 다녀왔는데....그런줄도 모르고 늦은 시간에 우면산 중간에서 기다리고 있었답니다 ㅎ 3구간부터 함께 하려고요....
16시간도 인간으로 안쳐드리는데~~~
아 그랬군요. 3구간부터 같이 산행하였다면 제게도 힘이 되었을텐데요. 다음 기회에 함께해요.
그냥 가슴이 콱 막히고 묘한 감동이 제게도 전해지네요 ...
그렇게 느끼셨다니 감사합니다.
아 감동 지대로입니다 ! 저로서는 도저히 감당이 되지않을 그런 산행을 ... 저하고 비슷한 연배신데.. 화이팅 입니다
감사합니다. 산에서 땀냄새 같이 맡아요.
와우. 대단한 힘이 있었네요.. 고생 하셧습니다..
항상 도와주셔서 제게 힘이 됩니다.
응원해주셔서 무사히 마쳤습니다. 감사합니다.
진짜 고생길... 배낭 좀 가볍게 오시지. 넘 큰 배낭 메고 오셔서 더 힘드셨을듯...광교산을 걸으며 저에게 체력은 없지만 오기로 산행한다..라고 말씀하신게 생각나네요. 오기를 넘어 한 십기 되시는것 같습니다. 정말 축하드리고 수고하셨습니다. 잘 쉬시고 무릎관리 잘해주세요~
배낭요?제가 경험이 부족하여서요.앞으로는 배낭없이 가야겠어요.하하~ 감사합니다.
산행15시간잡고 후미만 보려했는데..병화님 의지와 체력에 박수를 보넵니다 .병화님 수고 많으셨습니다...장거리고수들과 호흡을.. 국공연계 무박200km산행 참가 연습차 온사람들과...비스므리...^^
감사합니다. 산에대한 가르침 더 주십시요.
대단한 병화님....수고 많![앗](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45.gif)
구...담에 시간될때 함게해 보자구여![~](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8.g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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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기회에 시간내시어 함께 가시지요.
아~~~마땅히 할말을 찾지 못했습니다...수고하셨습니다....
등등산님의 지난번 종주사진보면서 부러웠었는데 등등산님의 응원덕분으로 제가 무사히 다녀왔습니다. 감사합니다.
병화님 역시 대단하시고 수고 많으셨습니다
응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대단하다는 말밖에.... 저의 도가니 상황에선 그저 바라보기만 할뿐^^*
감사함니다. 무릎관리 잘하시어 다음에 산에서 진한땀흘려봐요....
병화님 삼관우 청백광 ..종주 산행기를 접하고 마루금 산악회에서 큰일을 해냈다고 자부합니다. 개인 성취감 자부심도 있었으리라 생각됩니다.....고생하셨습니다..병화님..화이팅...........!!
선배님들이 닦아놓은 길을 저는 그저 다녀왔습니다. 제가 오히려 감사드립니다.
병화님이 그렇게 산행을 잘하시는줄을 몰랐어요. 고생 하셨고 푹 쉬시고 토요일에 뵈야것네요
비웅님, 힘든 산행을 마치고 하는 이야기. 다음번에는 생각 좀 해야겠다고.. 하지만.. 토요일에 우리는 또 거기 있을 겁니다.
장거리산행 무사히 성공하심을 축하드립니다. 좋은 체력을 가지셨으니 담엔 여유로운 종주가 되겠지요. 언제나 즐거운 산행이어가시고 성공의 기쁨을 만끽하시길 바랍니다. 감동의 산행기 잘 봤습니다...^^
그 날 마중나오심에 감사드립니다. 건내주셨던 시원한 음료수는 생명수, 그 자체였습니다.
병화님에 남부7산 종주를 축하드리며 12시간 50분이라는 대단한 기록으로 완주하심에 경의를 표합니다...화~이팅~~~
지두요![~](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8.g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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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단하십니다
마루금에서의 첫 산행, 백두대간 에서 설백호님을 처음 뵈었죠. 산행하는 모습보며 닮고 싶다는 생각했었는데... 감사합니다.
게으른넘은 먹을것도 없어 항상 배고프다고 하더만 난 후기를 이제야 봤네요 죄송하네요 암튼 무서운 갑산님과 함께한 7산완주를 진심으로![축하](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_48.gif)
드립니다 저에게는 감히 꿈도 못꾸는 어려운 ![종](https://t1.daumcdn.net/daumtop_deco/icon/deco.hanmail.net/contents/emoticon/things_34.gif)
주산행이네요
마라톤 풀 코스를 밥먹듯이 완주하시는 분이 그런 말씀을 하시다니요.
병화님과 함께하신님, 축하와 경의를 표합니다,,,,,고생 하셨습니다,,,,,,,,,,,,
감사함니다....다사님의 힘이 넘치는 산행 늘존경하고 있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