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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도서연구회 24기 북적북적
발제일 :2019년 11월 12일
발제자: 김영신
권윤덕 (1960~) :『만희네 집』, 『시리동동 거미동동』
1960년 경기도 오산에서 4남매 가운데 셋째로 태어났다. 그림을 배우고 싶어 미술대학에 가고 싶었지만 아버지의 반대로 가지 못하고 대신 서울여대 식품학과에 입학했다. 학내 동아리 ‘여성문제연구회’ 에서 여러 자료와 사회과학서적을 탐독하면서 한반도 밖 국제 정세를 알게 되었다고 한다. 점점 그림에 대한 욕구가 통제하기 힘들어져 화실에 다니다 학부가 아닌 미술대학원에 진학하게 되고 그렇게 홍익대 산업미술대학원에 광고디자인과를 졸업하게 된다. 1980년대 말부터 1990년대 초 안양에서 미술운동단체 생활을 하면서 ‘우리 것을 알자’는 모토 아래 민화와 탱화를 배웠고 당시 노동현장에서 걸개그림을 비롯해 필요한 모든 시각 이미지로 노동운동을 선전하는 중요한 역할을 맡아 해냈다. 1998년 중국 베이징에서 산수화와 공필화를, 그 뒤 불화를 배웠다. 대학에서 학생운동을, 졸업 후에는 지역미술운동을 했던 그녀가 1990년대 초에 그림책 쪽으로 넘어오면서 이런 여성, 노동을 포함한 ‘사회문제’는 권윤덕의 작품활동의 출발점이 되어 우리의 삶과 가깝거나 역사성 있는 작업들을 해왔다. 『만희네 집』 이후 아이의 열두 달 옷을 통해 생활사를 담은 『엄마, 난 이 옷이 좋아요』, 여성노동에 대한 관심에서 시작된 『시리동동 거미동동』, 여성 노동의 아픈 그늘인 혼자 크는 아이에 주목한 『고양이는 나만 따라해』, 농장, 병원, 화실 등에서 쓰는 도구를 통해 노동문제를 자연스레 담아낸 『일과 도구』등을 내놓았다. 그리고 작가는 『꽃 할머니』를 통해 정신대 문제를 한 할머니의 개인사를 치고 들어가면서 정신대 영업시간, 요금표, 위안소 지역 표시가지 사실을 자세히 담았다. 그 후 힘들어도 살아가야 하는 이유를 깨닫는 아이들의 이야기 『피카이아』, 제주 4.3사건을 담은『나무도장』, 최근5.18 광주민주화운동의 내용을 담은 『씩스틴』까지 무겁지만 의미있는 작품들을 내놓으셨다.
“즐거운 이야기는 다른 작가들이 잘할 수 있고, 많이 나오니 굳이 저까지 할 까닭은 없지 않아요?”
권윤덕의 그림책은 옛 그림의 미감을 재현해낸다는 특징이 있다. 『만희네 집』이후에 발표한 두 번째 그림책 『엄마, 난 이 옷이 좋아요』에는 한지에 한국화 물감을 사용해 그린 여러 가지 옷의 그림이 실려있다. 권윤덕은 이 책을 만들기 위해 친척 아이들과 동네 아이들의 옷을 수집해 옷에 얽힌 이야기를 모았다. 이 책을 만드는 데 꼬박 2년이 넘게 걸릴 정도로 심혈을 기울였다고 한다.
‘만희네 집’- 1995년 11월 15일 /길벗어린이
‘씹지않고 꿀꺽 벌레는 정말 안씹어’- 2000년 04월 25일 /재미마주 그림책
‘생각만해도 깜짝 벌레는 정말 잘 놀라’- 2001년 01월 29일 /재미마주 그림책
‘혼자서도 신나 벌레는 정말 신났어’-2002년 06월20일 /재미마주 그림책
‘엄마 난 이 옷이 좋아요’-2003년 03월 03일 /재미마주 그림책
‘시리동동 거미동동’- 2003년 07월07일/창비
‘고양이는 나만 따라해’- 2005년 11월 15일/창비
‘일과 도구’- 2008년 07월 31일/ 길벗어린이
‘꽃할머니’- 2010년 06월 07일/ 사계절
‘피카이아’- 2013년 07월20일/창비
‘나무도장’- 2016년 02월 09일/평화를 품은 책
‘씩스틴’- 2019년 04월 15일/평화를 품은책
『만희네집』
권윤덕은 1987년 결혼하고 아들 만희를 낳았다. 아들 만희에게 보여줄 그림책을 찾다가 직접 글을 쓰고 그림을 그려 그림책을 만들기 시작했다. 1995년에 발표한 『만희네 집』은 권윤덕의 첫 그림책이다. 만희네 집의 배경이 된 집에 시댁 어른과 함께 살고 있었다. 6세가 된 주인공 만희의 하루를 따라가며 부엌, 안방, 광, 장독대 등 집안의 모습과 식구들의 일상을 통해 동양화풍의 그림으로 큰 구조의 사회운동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소박한 일상을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한다.
권윤덕은 모든 사물에 이야기가 숨어있다고 믿는데, 이 작품은 이러한 사물에 대한 작가의 애정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사물을 솔직하고 정갈하게 담아낸 전통민화 와 풍속화 기법으로 표현하여, 집이라는 공간 안에 숨어있는 이야기를 담으려고 애썼다.
이 책을 읽는 내내 어린 시절 방학 때 마다 머물던 할머니집에 다녀온 듯 낯익은 추억 속 모습과 물건들을 찾아보며 이야기할 추억거리들이 새록새록 생각났습니다. 시간이 흘러 잊어버리고 있었던 기억들을 만희네 집을 통해 들여다 볼 수 있어서 좋았고, 훗날 자녀들에게 어린 시절 이야기를 하며 그때의 생활모습을 이야기해줄 때 함께 볼 수 있는 그림책이 있어 다행이다 여겨졌습니다.
『시리동동 거미동동』
‘시리동동 거미동동’ 의 뜻? 거미가 거미줄에 매달린 형상을 나타낸 것.
작가가 제주도로 가족여행을 떠났다가 우연히 이 책의 영감을 떠올렸다고 한다. 시리동동 거미동동 글은 제주도 꼬리따기노래 몇 개를 바탕으로 만들었으며, 그림은 제주도 우도의 해녀마을을 배경으로 제주도를 잘 드러내는 특징인 흙과 돌, 바다를 그래픽화한 모던한 방식으로 그렸다. 엄마가 일하는 바다에 높은 바위는 섭지코지에 실제로 있는 바위를 따라 그렸다고 한다.
단순하게 표현한 아이의 모습 속에서 외로움과 두려움, 떨림 등의 감정이 느껴진다. 사실 이 그림책으로 보여주고자 했던 대상은 아이가 아니라 아이의 엄마 였으며, 이 책을 쓰고 그린 이유도 제주여성, 제주여성의 노동, 거친 물속에서 물질 하면서 삶을 꾸리고 아이를 키워내는 강인함을 표현하고자 한 것이었다.
글의 운율이 있어 아이와 읽어볼 때 노래를 부르며 읽어주니 참 재미있어했다. 그림책 속에 다음에 언급될 대상을 작가가 앞 장면에 그려놔 주어서 아이들이 숨은 그림 찾기 하듯 찾아보는 것도 즐거운 요소 중 하나였다. 노래 안에 담겨서 느껴지는 아이의 감정과 그런 아이를 물질 후에 안아주며 집으로 돌아와 돌보는 엄마의 모습에서 마음 속까지 전해지는 잔잔한 울림이 있어 감동이었다.
전미화 : 『미영이』,『씩씩해요』,『너 였구나』
-대학에서 문학을 전공하고 한국일러스트레이션 학교(Hills)에서 그림 그리기를 시작함.
-2009년 CJ 그림책 상에서 50인의 일러스트레이터 가운데 한 명으로 선정되어 주목을 받았다. 첫 번째 창작 그림책인 눈썹 올라간 철이를 시작으로 2019년 오늘까지 10권의 창작 그림책을 발표하였다.
‘눈썹 올라간 철이’ 2009년 12월 17일 / 느림보그림책
‘씩씩해요’ – 2010년 08월 25일 / 사계절
‘달려라 오토바이’ – 2015년 01월 12일 / 문학동네
‘미영이’ – 2015년 05월 20일 / 문학과지성사
‘빗방울이 후두둑’ – 2016년 06월 01일 / 사계절
‘너였구나’ – 2017년 03월 15일 / 문학동네
‘물싸움’ – 2017년 09월 01일 / 사계절
‘어느 우울한 날 마이클이 찾아왔다’ – 2017년 11월 01일 / 웅진주니어
어쩌면 그건 – 2019년 02월 18일 / 문학과지성사
그러던 어느날 – 2019년 06월 05일 /문학동네
-2015년 볼로냐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에 선정되었음. (빗방울이 후두둑)
-소외되고 외롭고 아무도 주목해주지 않는 약자들의 이야기를 꾸준히 전하는 작가.
더불어 사람을 바라보는 철학이 담긴 그림책을 만드는 작가.
특별한 장식 없이 간결한 글과 그림으로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주는 작가.
먼 이상향을 쫓기보다는 지금 여기,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의 이야기를 작가 특유의 절제미를 통해 강단 있게 전하고 있다.
『미영이』
미영이는 어느 날 갑자기 이유도 모른 채 엄마가 어디론가 떠나 버리고 홀로 남겨진 미영이가 다시 엄마를 만나기까지의 시간들을 담고 있다. 홀로 남겨진 아이의 외로운 마음이 절제된 그림과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면서 아이뿐만 아니라 외로워 하는 어른들의 감성도 울리는 책으로 소개되었다.
군더더기 없는 텍스트에 많은 장식과 색채를 배제한 간결한 단정한 흑백 그림으로 표현되었다.
**나누고 싶은 장면
‘엄마 어디 갔다 왔어?’
어쩌면 진짜 묻고 싶었던 말은 엄마 왜 나 놔두고 갔어?
버리고 간 엄마를 때리고 싶었을 수도, 화도 내고 삐쳐서 말도 안하고 싶지 않았을까. 엄마가 나타난 그 순간 그 동안 쌓여왔던 슬픔, 외로움과 그리움이 한데 섞여 하고 싶었던 말이 엄청나게 많았을 텐데 말이다. 그러나 못이기는 척 따라가며 엄마가 잡아 준 손의 촉감으로 “엄마 손은 차갑고 단단했다. 엄마한테 설거지 냄새가 났다” 어린 미영이는 말하지 않아도 엄마의 아픔을 느꼈던 것 같다. ‘엄마 어디갔다왔어?’ 그 한마디에서 엄마를 헤아려보려는 아이의 마음이, 어쩌면 버림받지 않았다는 그 사실만으로도 괜찮다고 와줘서 고맙다고 말하는 마음이 들리는 듯하다.
살면서 이렇게 말하게 될 때가 있는 것 같다. 어린아이처럼 막 서슴없이 다 쏟아내고 싶지만 어느 고통과 아픔 앞에서 스스로 어른이 되어 이야기하게 되는……. 애 어른처럼 이야기하고 행동했던 나의 어린 시절이 떠올랐다. 엄마가 울고 나서 미영이가 엄마 손을 잡아준다. 따뜻하다. 미친 듯이 화가 나다가도 상대방의 마음을 알게 되면 다 묻어두고 용서하게 되고 받아주게 되는…….
또 떠오른 것은 처음으로 아이를 어린이집에 데려다 주고 걸어나올 때, 나도 아이도
많이 울었던 기억이다. 아이가 처음 엄마와 떨어질 때 이런 마음이었을까? 아이가 너무 말을 듣지 않을 때 화가 나서 했던 ‘엄마 혼자 나갈 거야!’ 라는 말이 참 무서웠겠다, 아이의 마음을 조금 헤아려보게 된듯하다.
***나누고 싶은 이야기
‘어른이 된 미영이에게’ 라고 작가가 적어놓은 의도가 어른이 된 나에게 주는 메시지가 있는 것 같다. 꼭 미영이처럼 엄마에게 버림받아 본 경험이 아니더라도 그림책 ‘미영이’를 통해 떠오르거나 마주하게 된 모습이 있나요?
『씩씩해요』
‘씩씩해요’는 전미화 작가의 두 번째 그림책으로 Hills에 재학 중에 작업했다고 한다.
이 그림책은 작가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모티브로 삼았다고 하며, 예기치 않은 사고로 아빠를 잃은 아이가 상처를 치유해가는 과정을 그린 그림책이다.
**나누고 싶은 장면
처음 그림책의 제목과 표지의 색깔, 아이의 표정으로 가볍고 밝은 이야기일 거라 예상하고 펼쳤는데, 첫 장면이 빨간색 배경에 검정색 선으로 표현된 차 사고가 나는 장면이어서 당황스러웠다. 그리고 그 다음 장면은 그 사고의 주인공은 아빠였다는 걸 알았을 때, 다음 장면을 넘기기가 두려웠던 것 같다.
아빠의 사고로 엄마는 일터로 일하러 가야 했고, 그렇게 아이는 혼자 남겨져 슬퍼할 겨를도 없이 아빠 없는 현실을 살아가야 되는데, 이때부터 작가가 그림 속에 아빠를 잃은 아이의 감정 변화나 사건의 흐름을 색을 통해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있음을 볼 수 있었다. 가족을 잃은 슬픔의 감정을 그림책 속 장면을 덮고 있는 색깔을 통해 오롯이 느껴지는 듯했다. 마치 자기의 색깔을 잃어버린 것처럼 한가지 색과 하나의 선으로 표현이 되었다. 작가는 자기의 감정과 목소리를 내지 않고 그저 주어진 생활에 자신이 스미도록 하였기에, 아이의 몸도 배경 위에 그려진 하나의 선으로 나타났던 것이라고 한다.
그러다 아이는 꿈속에서 색색깔의 아름다운 풍선이 가득한 꿈을 꾸며 아빠가 함께하는 가족의 모습을 꿈속에서 만난다. 여기서 아이는 꿈을 통해 아빠를 떠나 보내는 마음의 준비를 하며 슬픔의 눈물 대신 오줌을 싸며 자연스럽게 자기 감정을 흘려보낸다. 아빠의 꿈 이후로 감정이 해소 되고 이불에 오줌 싼 것에 대해 엄마가 괜찮다고 토닥이며 관계를 회복하는 장면에서 자신의 색을 비워낸다. 엄마와의 등산을 통해 아빠의 꿈을 현실화하며 다시 제 색을 찾아간다. 아이의 생활은 달라졌고 변화되었다. 아빠의 사진을 응시할 수 있게 되었고 웃으며 씩씩하게 살아갈 수 있게 되며 마무리 된다.
『너였구나』
딩동 딩동, 어떤 일도 일어날 것 같지 않은 어느 날, 공룡 한 마리가 찾아왔다. 처음 보는 공룡은 “안녕! 오랜만이야!” 웃는 얼굴로 인사를 하고는 천연덕스럽게 내 방에 짐을 푼다. 안경을 쓴 공룡은 뭐든지 잘 먹고 코도 골고 방귀도 뀌며 잠도 잘 잔다. 영화관에서는 시답지 않은 장면에서 웃거나 눈물을 쏟아 나를 창피하게 하며, 탁구 실력이 수준급이다. 처음 이 공룡은 뭔가 싶었다. 그 전의 책들과 달리 속표지 색감부터 따뜻했고 공룡이 등장하면서 유쾌한 모습에 웃음이 났다. 한 장씩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드는 질문, 근데 이 공룡 누구지? 이상하게 친근감이 느껴지는 공룡이었지만 궁금했던 것 같다. 그런데 길 가는 사람들 누구도 공룡을 이상하게 보지 않는다. “너… 누구야?” 질문 이후로 공룡은 하염없이 창 밖만 본다. 기분을 풀어 주러 간 놀이공원에서 콜라를 마시다 말고 공룡은 말한다. “잊혀지는 게 힘들까, 잊는 게 힘들까?” 공룡이 던진 한 질문이 가슴 깊이 박히는 기분이었다.
공룡이 누군지 기억하게 되자 친구의 얼굴로 나타났다. ‘열다섯 살의 친구의 꿈이 무엇이었을까’의 글이 무슨 의미인지 한참 멈춰 생각하다 죽음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삶의 여정 속에서 만나 떠나간 인연들이 떠올랐다. 누군가 기억해줘야 다음 생애에서도 살아갈 수 있는 ‘코코’ 영화 속 주인공처럼 공룡이 누구인지 기억해주자 다시 여행을 떠난다. 마지막 작가의 질문까지 읽고 나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그림책이었다.
사람 보내는 일에 익숙하고, 사람 잊는 일에 익숙하다. 어른이 되어 잘 하게 된 일이란 겨우 그런 것일까? 세상이라는 사막 위에서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은 외로움을 겪는 일이며, 그 외로움에서 벗어나고자 안간힘으로 세상을 탐색하는 일이겠지만 우리는 그 모두를 겪을 힘도, 그 모두를 찾을 재주도 없다. 그럼에도 누군가를 지워 없애는 일을 아프지 않게 일삼는 우리들.
‘잊혀지는 게 힘들까? 잊는 게 힘들까?’이 거대한 질문을 통해 못난 우리 삶의 방식을 뒤돌아보게 하며, 여행하게도 한다. 그리고 소스라치게 놀라게 한다. 세상엔 여전히 제자리에서 빛나는 것들이 있다. 특히 기억은 더 그러하다. - 이병률(시인,여행작가)
풍선처럼 부풀었다 금세 얇아지는 관계 속에서 그 봄을 기억했다. 우리는 무엇을 기억하고 무엇을 잊으며 살아가는 걸까? – 전미화
이 작가를 보고 은둔작가라고 이야기하던데, 작품을 통해 조용히 속삭이듯 그러나 임펙트는 강하게 어려운 세상을 살아가며 아픔을 겪는 누군가에게 위로의 한마디를 건네고 싶었지 않았을까. 이 작가 꼭 만나보고 싶어졌다. 그림과 글이 이렇게 함께 마음의 울림을 줄 수 있구나 새삼 그림책의 매력을 듬뿍 느끼게 한 작품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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