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민간신앙을 읽고...
제출일: 2012년 6월 5일 화요일
수강과목: 사회학개론
학번: 2012201021
이름: 고 주 희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많이 떠오르는 것 중 하나가 신구간이 아닐까 싶다.
신구간은 제주도 세시풍속 중 음력 정월 초순경을 전후하여 집안의 신들이 천상으로 올라가 비어 있는 기간으로 이 기간은 이른바 신구세관이 교대하는 과도기간으로 지상의 모든 신격이 천상에 올라가 새로운 임무를 부여받아 내려오기까지의 공백 기간이다. 따라서 이 기간에는 지상에 신령이 없는 것으로 관념되고 있다. 그러기에 이 기간에는 이사나 집수리를 비롯한 평소에 금기되었던 일들을 하여도 아무런 탈이 없다고 한다. 나는 이제까지 신구간이라는 말을 정말 많이 들으면서도 민간신앙과 연계를 해서 생각을 해본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책을 읽으면서 내가 무심코 지나쳤던 내가 살고 있는 제주도의 민간신앙에 대해 자세히 알게 되었으며, 이에 대해 깊게 생각해보게 되었다.
제주도의 민간신앙은 사회변화와 함께 변화의 과정을 보내왔다. 그중에서도 아직까지 많은 사람들이 민간신앙에 의지하고 있는 이유는 민간신앙이 여러 시대에 걸쳐 이루어진 정권의 탄압과 4.3과 같은 아픈 사건들을 거치며 제주민들이 유일하게 기댈 수 있으며, 소망을 가질 수 있는 하나의 탈출구와 같은 역할을 하기 때문에 고유성과 특이성을 갖고 있지 아닐까 싶다. 또한, 제주도의 민간신앙은 자연적 조건에 많은 영향을 받았다. 지금의 제주도는 별다른 탈 없이 잘 지낼 수 있도록 교통과 통신이 발달되어 있다. 하지만 과거에는 이러한 모든 것들이 척박했고, 유배지로도 많이 이용되었기 때문에 격리되었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을 것이다. 이 모든 것들이 제주도에서 민간신앙이 나타나게 했던 이유가 될 것이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불교의 영향을 많이 받으면서 자라왔다. 하지만 크게 그쪽 분야에 대해서 깊게 생각해보거나 많은 관심을 갖지는 않았다. 물론 지금도 마찬가지이기는 하다. 하지만 이번 책을 읽으면서 관심도 없고, 전혀 재미있을 것 같지 않 던 분야가 조금씩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던 것 같다.
3장에서는 ‘제주시의 무당과 역술인’이라는 소제목을 달고 있다. 전국적으로 점집의 수는 알 수 없다고 한다. 그 이유는 따로 등록돼 있지 않고 하루에도 많은 점집이 생기고 없어지기 때문이다. 제주도 또한 마찬가지다. 무당은 자신이 처음 점집을 차렸을 때는 점집이 5군데 정도였지만 지금은 수 백개가 되는 것 같다고 했다. 인터뷰를 통해서 무당이 된 과정이나 점을 보거나 굿을 하는 과정도 조사했다. 무당이 되는 과정은 대부분 신내림을 받아 무당이 되지만 신내림을 받기를 원하지 않아 자살을 시도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역술인의 경우는 다르다. 역술인은 대부분 자신이 원해서 되는 경우이다. 무당은 신을 불러내 점을 친다고 한다. 앞서 얘기했듯이 이쪽 분야에 대해서는 크게 관심이 있지 않던 나는 신을 잘 믿지도 않고, 신이 있다면 어떻게 신과 소통을 할까라는 생각에 상술이라는 생각을 많이 한다.
솔직히 그 상술이라는 것은 굿을 하는 비용으로 보여진다고 생각한다. 점집은 주로 도시지역에 있다. 어떤 점집이 유명하다고 소문이 나면 각지에서 몰려드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시간대별로 찾아오는 손님의 연령과 성별도 제각각이다. 각 연령별로 대상을 두고 하는 점집도 있지만 요즘에는 다양한 나이의 손님이 있다. 점집에서 물어보는 내용은 연애, 결혼, 사업, 학업 등 다양하다. 최근에 점집을 찾는 20대 젊은이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했다. 나는 점집이라는 곳을 한 번도 가 본적은 없다. 책에서는 젊은이들이 점보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많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요즘 젊은 사람들은 좀 더 쉬운 해결방안을 찾기를 원한다. 물론 그것은 나도 마찬가지이다.
사람들은 보통 다른 사람에게는 말도 못하는 이야기를 점술가들 앞에 가서는 많은 이야기를 하게 된다고 했다. 이것은 점술가들과 개인적 관계가 없어서 소문이 나지 않는다는 점 때문인 것도 맞지만 앞에서 얘기했듯이 점술가들이 반드시 해결책을 제시해 줄 것이라는 믿음도 반영된 것 같다. 점술가에게 고민을 털어놓으면 분명히 올바른 해결책을 제시해 줄 것이고 그것대로 하면 반드시 좋은 일이 생길 것이라는 믿음이 큰 것 같다. 어찌 보면 점집과는 좀 다른 측면일 수도 있지만, 나는 타로를 몇 번 본 적이 있다. 타로는 내 이야기를 통해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카드를 뽑고 그 카드에 맞춰서 이야기를 진행해 나가는 방식이다. 물론, 타로라는 것은 재미로 보는 것이지만 우리는 많은 영향을 받는 다는 것은 사실이다. 나또한 그렇고, 내 주위 친구들도 그렇기 때문이다. 타로도 이렇게 많은 영향력을 갖고 있는데, 직접 점술가의 이야기를 들으면 더 큰 영향을 받을 것이다. 이러한 이유들로 인해 젊은이들이 점집을 많이 찾는 것 같다.
하지만 갈수록 제주의 무당이나 역술인들이 점점 육지 사람들이 지배를 하고 있다고 한다. 이렇게 육지 사람들이 정확히 제주의 민간신앙에 대해 알지도 못하고 그저 하려고만 하기 때문에 민간신앙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
책을 읽으면서 “무속”이라는 단어를 보자마자 나는 내가 초등학교 때 한 번도 빼지 않고 봤던 드라마 “왕꽃선녀님”이 내 머릿속에 스쳐지나갔다. 평범한 가정에 입양돼 살고 있던, 무속인의 딸 '초원'이 무병에 걸려 무속인으로 지낸다는 내용이다. 초등학교 시절 그 드라마를 보면서 신내림이 무엇인지, 무당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었으나, 그렇게 변한다는 것은 “세상의 모든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라는 생각을 했었다. 무속인이 된다는 것은 본인의 의지도 아닐 뿐더러 어느 날 갑자기 몸이 아픈데 그 원인을 몰라 이 곳 저 곳을 돌아다니다, 신병을 앓고 있다고 하여 신내림을 받고 무당이 된다는 것이다. 과학적으로는 설명이 불가하지만 이 세상에는 그러한 과정을 거쳐 무속인이 된 사람이 많다고 한다. 신내림을 자신의 운명으로 받아들이기란 참 힘들 것 같은데 그래도 다 그러한 과정을 거쳐 무속인의 삶을 살아가는 것이라고 하니 그 사람들이 대단하게 느껴졌다.
내가 어렸을 때 우리 엄마 주변 사람도 어느 날 갑자기 몸이 아파 정말 수많은 병원을 돌아다녀보고, 약도 먹어봤지만 낫지를 않아서 마지막으로 찾아간 곳이 점집이라고 했다. 그 곳에서는 지금 바로 신내림을 받지 않으면 목숨이 위험해 질 것이라고 하여 결국 무속인의 길로 들어섰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 말을 듣고 나는 너무 섬뜩했었다.
그리고 우리 동생이 그 시절 매일 한복을 입고 집안에서 지냈다. 그냥 동생은 한복이 좋고 편하기 때문에 한복을 입는다고 했다. 하지만, 부모님께서는 항상 혼을 내고 걱정을 하셨다. 혹시 우리 동생한테도 그런 기운이 있지 않은가 하고 말이다. 이처럼 “무속”의 길로 접어든다는 것은 정말 쉽지도 않은 일이고, 모든 것을 포기해야 한다는 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굿에 대해 잠시 얘기를 하자면, 제주 칠머리당굿은 영등신에게 해녀채취물의 풍요를 비는 무속제로서 제주특유의 해녀 신앙과 생활민속이 담겨 있는 굿이다. 한본토에도 영등 신앙은 있지만 부작게 형식인 굿으로 행하는 곳은 제주만이어서 민속신앙 내지 민속예능면에서 중요한 가치를 지니고 있는 곳이라고 한다. 이 굿은 매년 음력 2월 14일 제주시 사라봉에 있는 칠머리당에서 공개행사가 열린다. 나는 사라봉과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14년째 살고 있다. 하지만, 칠머리당굿이라는 말을 책을 읽고 조사를 하면서 처음 알게 되었고, 사라봉에 칠머리당이 있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그만큼 내가 전혀 관심이 없었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지금의 내가 너무 부끄러웠다. 14년 동안 한 번도 관심을 갖지 않았던 제주의 문화가 내 바로 옆에서 진행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공동체 사회에서 개인주의 사회로 변화하면서 집에서 굿을 하는 것이 많이 어려워졌다고 한다. 나도 집에서 굿을 하는 장면을 실제로 본 적은 없는 것 같다. 이처럼 현대사회로 넘어올수록 사람들의 사고관이 변하기 때문에 우리의 풍습들이 사라지고 있기는 하지만, 사적영역에서의 민간신앙은 계속될 것이라고 하였다. 하지만, 어느 한쪽부분에서의 우리의 것은 사라지고 있어 안타까운 면이 없잖아있다.
솔직히 책 전반부는 너무 지루해서 졸면서 읽기도 했다. 하지만 점점 책을 읽을수록 책에 빠져들어가고 있는 나를 보았다. 앞에서 얘기했듯이 나는 종교, 신앙 이러한 것들에 대해서 정말 관심이 없었지만 책을 읽고 나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제주의 민간신앙은 제주의 역사와 문화 속에 살아있는 제주문화의 중요한 뿌리이다. 위에서 얘기했듯이 우리는 지금 남아있는 우리의 것들을 잘 보존시켜 후손들에게 우리의 것을 알려주고 싶다.
제주의 민간신앙 수정본.hw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