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창 무장읍성 설경
좋은 때/나태주
언제가 좋은 때냐고
누군가 묻는다면
지금이 좋은 때라고
대답하겠다
언제나 지금
바람이 불거나
눈비가 오거나 흐리거나
햇빛이 쨍한 날 가운데 한 날
언제나 지금은
꽃이 피거나
꽃이 지거나
새가 우는 날 가운데 한 날
더구나 내 앞에
웃고 있는 사람 하나
네가 있지 않느냐
강가에서/용혜원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면
내 마음에 질퍽하게 고인
그대 사랑도 함께 흐른다
우리들의 삶도
저렇게 흘러가는 것을
물밑 어디쯤에서
그대 사랑의 목소리를
다 들을 수 있을까
모두 다 떠나고
모두 다 보내야 하는데
우리도 가야 하는데
그대가 사랑으로 있었던 자리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마음속에 그리움으로만
남았는데
그래 우리 오늘도
살아 있다는 것만으로
행복하다
진실한 사랑/용혜원
마음에 잔잔한 파문이 일어난다고
다 사랑이 아닙니다
잠시 불다가 떠나가 버리는
바람일 수 있습니다
마음에 폭풍이 몰려오고 요동친다고
다 사랑이 아닙니다
요구만 가득해 상처만 남기고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릴
바람일 수 있습니다
사랑은 마음에 가득히 고이는
그리움이 있어야 시작하고
잊지 못할 애틋함이 있어야
추억으로 남습니다.
그리울 것도 없이
추억할 것도 없이
한순간 불타오르는 사랑만 원한다면
우리는 서로 안 만난 것처럼 떠나야 합니다.
진실한 사랑은
가장 소중한 것도 다 내어주며
그리움이란 다리를 건너
서로 하나가 됩니다.
인간이 항상 외로운 것은
아무도
너를 온전히 이해해 줄 사람은 없기 때문이야.
네가 살아온 삶
네가 겪은 경험들
네가 느끼는 수많은 감정들
너 스스로 지고 있는
무거운 의무들과 책임감들을 알아줄 사람이 어디 있겠어
그건 친구도 가족도 알 수 없을 거야.
아무도 너를 이해해 주지 못한다고 마음 상해하지 마.
어쩌면 그건 당연한 일인지도 몰라.
그들이 나쁜 것이 아니라
단지 너를 모를 뿐인 거니까.
서동식/삶에 지친 나에게 내가 해주고 싶은 말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