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dia Diary] (5)
[보고 싶었어.]
아득하게 익숙한 향기.
그리고 낯익은 따뜻한 가슴.
[....어떻게..? ]
[난, 감정같은 거, 말로 전하는데 엄청 서툴러..]
[..............]
[그리고, 사실은, 시간도 그렇게 많지 않아서..]
[.....]
[그래서, 이렇게 올 수 밖에 없었네, 역시. 행동력이 좋은 건 내 장점이니까]
[뭐야, 깜짝 놀랐잖아.]
[그렇게 놀랐어? 나도 나지만, 하나짱도 그래. 어떻게 내가 여기 온 줄 알았어?]
[그 정도 감은 있어!]
[감이라- 감으로치면, 일본에서부터 하나짱 집 찾아온 나도 대단하지 않아?]
[응! 그러고보니, 어떻게 찾아온거야?]
[엽서.]
[응?]
[하나짱은 일기장에 이것저것 막 붙여놓더라? 하나짱 친구가 유럽에서 보내 온 엽서에 주소 적혀있더라고-]
[보기보다 예리한데...?]
[그럼!]
[........내 일기장, 다 읽었어?]
[응... 넌? ]
[나도-댓글도 달았는걸-]
[에? 댓글?? 재밌다- 그래서 그런가- 우리 두 번째 만나는 건데,..꽤 안 어색하잖아?]
[그렇네- 계속 같이있는 느낌이었달까..]
[진짜, 하나짱에 대해서 퀴즈내면 내가 다 맞출 수 있을 것 같아,]
[켁, 그 정도?]
[짬 날때마다 꽤 열심히 읽었으니까. 하나짱은, 이젠 나에 대해 좀 알고 있으려나-]
[그럼! 미처 몰라뵈서 죄송합니다-, 슈퍼아이돌님!]
[켁. 그거 아니잖아.]
[그렇지만, 담백하고 소박하게 행복하고 싶어하는 은근 평범한 남자님.]
[그렇지. 제대로 읽었네-]
[제대로지.]
[드.라.마. P.D.가 되려면 역시, 그 정돈 읽어내야 하지?]
[에..? 쇼군도 역시, 꽤 알고 있잖아? ]
[서로 퀴즈보자니까!]
일기장을 통해 읽었던 그.
그리고 지금 내 눈 앞에 있는 그.
같은 사람이다.
서로의 아팠던 일과, 고민했던 일을 알고 있다는 사실이 우리를 편하게 만든다.
갑자기 인도에서의 키스가 떠올라 얼굴이 화끈해진다.
왜 이런 행복한 순간에 그런 낯뜨거운 생각이...
[내가 아는 하나짱은.]
[응]
[이쯤에서.... 키스...하고 싶지 않을까나..? 히히히]
[에...? 그건 아니거든요. 짐.승.쇼.군.!]
괜히 부끄러워서 시선을 또 피하게 된다.
그런 내 몸을 돌려세운 그가 입술을 덮어온다.
그리고 조용히 속삭인다.
[ 피하지 말고, 똑바로 바라봐 줘, 나한테만큼은, 두려움을 느끼지 않았으면해.]
스케줄 때문에 급히 떠나는 그를 공항에서 배웅하며, 일기장을 돌려준다.
[이제 돌려줄게.]
[에...? 왜? 하나짱이 가지고 있어도 돼]
[여기에 네가 썼던 이야기들, 가사들, 다 쇼군의 소중한 재산이잖아.]
[아냐, 하나짱한테 줘도 하나도 아깝지 않아]
[내가 댓글 달아놨다니까.,안보고 싶어?]
[아..그건...]
[그니까, 가져가.]
그의 가방에 일기장을 쑤셔 넣는다.
[그러면, 나도 돌려줘야 하는건가...]
그가 가방에서 내 일기장을 꺼낸다.
내 일기장이 다른 사람 가방에서 나오는 모습이 새삼 생소하다.
[에..뭔가 하나짱이랑 날 연결해주는게 없어진 느낌이어서 섭섭하네...]
[그러게.]
[그러면!]
[...?]
[그러면, 이건 어때?.. 아이팟!]
[아이팟?]
[응- 이번엔 아이팟 바꾸는 거, 어때.]
그가 긴급제안을 한다.
[흠...]
[응- 음악은 감정을 저장하는 것 같달까. 하나짱이 평소 어떤 감정으로 사는지 궁금해서.]
그래서 우리는 서로의 일기장을 찾은 대신, 아이팟을 바꾼다.
아무래도 뭘 바꾸는데 너무 재미가 들린 것 같지만,
다른 사람의 삶과 생각, 감정을 이만큼 맛볼 수 있는 기회도 참 소중하다 싶다.
게이트를 통과해 바다 건너로 떠나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생각한다.
널, 언제 다시 만날 수 있을까.
다시 외로움이 온 몸을 스산히 감싼다.
-
[花(hana)의 일기]
오늘은 뮤지컬 한 편을 봤다.
배우가 되고 싶어하지만, 번번히 실패하는 여자의 이야기.
그녀를 사랑하는 연인은 그녀를 위로 하기 위해, 노래를 부른다.
나는 그 가사에 여자주인공 이름을 빼고, 내 이름을 넣어 가만히 불러본다.
"나나나나나나나, 하나야, 넌 행복해 질거야.
나나나나나나나, 네게 영원한 시간을 줄게!
나나나나나나나, 걱정 말고 네 행복을 찾아-"
우리에겐, 늘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필요한 것 아닐까.
공부를 하는데,
꿈을 이루는데,
그리고 사람을 사랑하는데.
그렇게, 늘 생각보다 "많이"걸리는 시간들을 버틸 수 있는 사람이고 싶다.
그리고 다른 사람의 그러한 시간도, 믿고 기다려줄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
서울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계속 생각했다.
나는 표현에 아직 많이 서툴러서, 내 마음을 어떻게 전해야 할까, 하고.
이렇게 서울까지 찾아가는 것도 내 표현의 방식이긴 하지만,
깊은 곳에서부터 넘쳐 흐르는 듯한 마음을,
그녀에게 좀 더 확실하게 말해두고 싶은 욕심.
다시 한 번, 평범한 삶을 살 수 없다는 사실이 짜증으로 다가온다.
그녀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다면, 여유를 갖고 생각 해 볼 수 있지 않았을까.
어떻게 전해야 할지, 무엇부터 말해야할지.
평소 나에게 너무나 소중한 활동, 촬영들이 가끔 짜증으로 다가오는 이런 날들이 있다.
불안하다.
너무 분주하고, 정신없고, 자유롭지 못한 나라서.
전하지 못할까봐.
전해지지 않을까봐.
그리고 그녀를 이대로 놓칠까봐.
나 또한, 영원히 사랑같은 건 할 수 없는 인간으로 남을까봐.
[..젠장..]
조바심에 이런, 저런, 음악을 듣다가
손에 쥔 아이팟에서 시선이 멈춘다.
이건가...?
잠시 생각한 후,
녹음버튼을 누르고 차근차근 그녀에게 목소리로 편지를 쓴다.
[완료]버튼을 누르니, 녹음 파일이 수많은 음악 파일 사이에 묻혀 들어간다.
하나짱.
이 세상엔 너무나 많은 사람과 말들과 마음들이 있어.
내 아이팟 속에 들어있는 음악만큼이나 많은-
그 많은 음악들 속에서 넌 언제쯤 이 파일을 들을 수 있을까-
이 빽빽하고 슬픔이 넘치는 세상 속에서,
넌 언제쯤 내 진심을 느낄 수 있을까.
-
[쇼(sho)의 일기]
どこかに答えがあるのなら
(어딘가에 해답이 있다면)
いつか飛び回ることを忘れてしまうよ
(언젠가 날아다니는 것을 잊어버릴꺼야)
君との距離も寂しい時間も
(너와의 거리도 외로운 시간도)
周り続けるからいいんだと思います
(계속 도니까 괜찮다고 생각해)
<smap 형님들의 freebird 중에서>
그와 만나던 모든 순간들은 너무 짧고 강렬해서,
한 편의 꿈 같다.
일기장이 없었다면, 그리고 아이팟이 없었다면 그를 만났던 것은 그냥 꿈으로 여기고 살았을지도 모르겠다.
집으로 돌아오는 전철에서, 그의 아이팟을 처음 켜본다.
목록을 넘기며 어떤 음악들이 있는지 쭉 살펴본다.
대부분이 아라시의 음악. 그리고, 내가 잘 모르는 팝송들.
아무 거나 하나 눌러봤더니, 강렬한 비트와 함께 빠른 랩이 흘러나온다.
[나한텐 좀 안맞는 음악들인가..?]
싶어, 아이팟을 그만 꺼버린다.
한 곡씩, 천천히 들어도 되겠지.
앞으로 집까지 너무 많은 정류장들이 남았다.
내가 감당해야 할 외로움도 그 만큼인 것 같아 눈 앞이 까마득해진다.
할 수 없이 잠을 청해본다.
-----
댓글 달아주신,
♡사쿠마사♡
ima-koukai
님,
그리고 이 글을 읽고 계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날씨가 후텁지근해서, 어디론가 여행을 떠나고 싶은 날이네요-^^
첫댓글 우아... 아이팟이면 랜덤...이지 않던가요..? T_T 아닌가.. (아이팟 안쓰는 1人) 부디 얼른 찾았으면 좋겠네요 사쿠라이상의 메세지.. 후덥지근한 날씨에 열심히 계단을 오르락내리락해서 더웠던 접니다 ㅠ_ ㅠ 저도 여행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