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를 사는 지금, 2022년 7월까지 정착하며 살아가고 있다.
처음엔 도망으로 넘어온 제주
좋지 않은 상황에서 이곳으로 넘어온 나는
모든 상황을 극복하고, 오히려 새로운 삶을 살고 있다.
어쩌면 이 도망이 운명인 거겠지.
나와 맞는 주파수를 가진 제주.
나는 현재 이곳에서 미래를 그리고,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제주시에 사는 내게 서귀포시는 왜인지 여행하는 기분을 선사한다. 제주시에서 서귀포시까진 한 시간이면 가는 거리인데, 왜 이렇게 멀게만 느껴지는 걸까. 서울에 살 때만 하더라도, 한 시간 정도의 거리는 감내할 수 있는 거리였는데, 제주에 사는 지금 한 시간은 그저 먼 거리로만 느껴진다. 이번 여행도 그랬다. 큰마음을 몇 번이나 먹었는지 모르겠다. 몇 번의 고민 끝에 떠난 서귀포. 나는 후회를 최소화하고자 가장 포근하다 생각되는 표선면으로 여행을 떠났다. 그저 드라이브와 바다를 보고 맛있는 것을 먹고 온 게 전부였지만, 일주일을 살아갈 힘을 준 기억. 그 추억을 풀어보고자 한다.
카페 베케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신효동 1137-1 / 매일 10시부터 18시까지 , 화요일 휴무
카페 '베케'는 이름부터 궁금증을 자아냈다. 마치 외국어처럼 느껴지기에 더 그랬던 것 같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베케'는 [낭떠러지]라는 뜻을 지닌 제주도의 방언이었다. 이름에서부터 정감이 가는 카페에 나는 그 내부도 궁금해졌다. 인스타그램을 통해 몇 번 마주했던 카페라 내적 친밀감은 있었지만, 처음 가보는 것이기에 더 기대감이 컸다. 넓은 주차장에 차를 대고 안내하는 길을 따라 도착한 베케. 그 앞엔 회색 노출 콘크리트로 지은 작은 건물 한 채가 있었고, 나무로 만든 투박한 간판이 보였다. 작은 글씨로 소박하게 적힌 베케. 그 모습마저 좋았던 나는 빠르게 카페 내부로 들어섰다.
베케의 내부는 그렇게 크진 않았다. 하지만, 확실히 감각이 있는 공간이라는 생각은 들었다. 정사각형 구조에 위에서 아래로 향하는 특이한 모양새는 공간을 잘 활용해 많은 사람이 카페를 즐길 수 있게 했다. 또 커다란 창은 하나의 액자처럼 보여 바깥의 초록한 정원을 담은 하나의 그림으로 느껴지게 했다. 작은 공간을 잘 활용한 카페. 커피 또한 맛있었다. 산미를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 내게 적절한 맛을 선사한 아메리카노는 고개를 끄덕이게 했다.
베케는 실내 모습만으로도 좋았지만, 바깥 정원은 훨씬 더 짙은 매력을 가지고 있었다. 실내에서 더위를 식힌 뒤 가볍게 정원 산책을 했던 나지만, 그 짧은 산책이 가장 기억에 남을 정도로 정원은 좋았다. 여름만 아니었어도 밖에서 즐겼을 카페가 베케였다. 천천히 정원을 거닐며, 제주만의 특색을 지닌 고사리와 여러 초록빛의 식물을 만났다. 그러다 '베케'를 유명하게 만든 하나의 포토 스폿을 만나게 됐다.
베케를 인기 있게 만든 이 장소는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는 장소였다. 정원을 천천히 거닐 때도, 이곳만큼은 여러 사람이 줄을 서고 있었고, 인생 샷을 건지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좁은 길 위로 높게 자란 사랑스러운 나무의 모습에 사진을 안 찍는 게 오히려 이상했다. 나 또한, 그 뒤에 슬며시 줄을 섰고, 평소에 사진을 잘 안 찍히지는 나지만, 인생 샷 하나 정도는 남기고 싶기에 열심히 촬영에 임했다. 물론 그 모습이 인생 샷과 거리는 멀었지만.
열심히 사진을 찍은 끝에 나는 점심을 먹기 위해 정원을 빠져나왔다. 그리고 그 가는 길 위에서 만난 바다에서 행복감을 느꼈다.
표선의 바다
매일을 보는 바다인데, 왜인지 서귀포의 바다는 다르게 느껴진다. 분명 점심 식사를 하러 가는 길이었는데, 눈에 담기는 반짝이는 표선의 바다에 잠시 차를 멈췄다. 갓길에 차를 대고, 천천히 바닷가로 향한 나는 눈에 담기는 사랑스러운 풍경을 마음껏 누렸다. 날은 맑았지만, 파도가 높았던 터라 더 아름답게 다가온 표선의 바다. 나는 그 모습에 가끔 제주도가 질릴 때면 표선으로 여행을 떠나야겠다는 마음을 먹게 됐다.
판타스틱 버거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표선면 토선중앙로 15번길 6 / 매일 10시부터 18시 30분까지
판타스틱 버거는 이름처럼 '판타스틱'한 버거였다. 방문한 건 이번은 처음이 아니다. 총 세 번을 방문했고, 세 번 모두 내겐 만족스러운 식사를 제공했다. 모든 버거를 섭렵해 본 나로선 특히, 화이트 킹 버거가 그렇게 기억에 남는다. 물론 그 후로 계속 '화이트 킹'만 먹고 있지만 말이다. 내게 인생 버거를 선물해 준 판타스틱 버거. 분위기도, 맛도 모든 게 완벽한 곳이라 단언할 수 있겠다. 이곳 판타스틱 버거를 처음 방문했을 때만 하더라도, 웨이팅은 전혀 없었는데, 지금은 웨이팅마저 생겨버린 이곳. 나만 알고 싶은 곳에서 모두가 알게 된 판타스틱 버거. 이곳은 확실히 제주에서 가장 맛있는 수제 버거집이라 말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내게 판타스틱 버거 최고의 조합을 꼽아보라면 나는 이렇게 추천하고 싶다. 둘이서 판타스틱 버거를 갔다면, 세트를 먹는 것도 좋지만, '화이트 킹' 버거를 하나씩 먹고, 그 사이에 커리 크림 프라이를 하나 시킨 뒤, 탄산음료를 시키라 말하고 싶다. 또 만약 세트를 시켜 먹는다면, 화이트 킹 하나, 커리크림 소스 버거 하나, 스위트 파마산 프라이를 시켜 먹으라 말하고 싶다.
나는 친구와 함께 화이트 킹 버거 두 개와 커리 크림 프라이 하나, 그리고 제로 콜라 두 개를 주문했다. 이곳 판타스틱 버거는 퍼포먼스 또한 완벽하다. 오리지널로 나온 버거에 직원이 직접 소스를 뿌려주는 모습을 보인다. 인스타 감성을 고스란히 살린 판타스틱 버거. 맛만큼 보여주는 서비스도 좋아 이곳은 표선을 오면 찾게 되는 맛집이었다.
만약 표선면을 여행한다면, 꼭 이곳 판타스틱 버거를 찾아보자. 결코 후회 없는 맛을 선물 받을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