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46장 창식이의 흑백 텔레비젼

[미석/한규원]

제목-어린시절-창식이의 흑백 텔레비젼
미석 한규원

1972년도 그 당시 우리 동네에 유일하게 흑백 텔레비젼이 있는 집은 윤씨네 였다
윤씨네는 조그만 마을에서 산과 논과 밭이 제일 많은 부자집이다.
그런 그집을 보면 부러웠다. 그 집의 형들과 누나는 얼굴에 기름기가 흐르고, 머리도 좋아 공부도 잘 했다.

그 중에 막내 아들은 머리는 좋은데 공부 하기를 무척 싫어 했고 부모를 끔찍히 생각하는 자식이어서 그런지 오직 돈을 많이 벌어 부모에게 효도하는 것이 자신의 본분이라고 생각하는 아들이다.

늘 상경할 때를 기다려 왔다고 서울에서 내려온 이모에게 말씀드렸다. 옆에서 듣던 어머니께서 "오늘 올라 갈때 창식이를 데리고 올라가라 돈벌러 못 나가서 환장 걸린 애 같다." 하며 어머니는 버럭 화를 내셨다.

이모는 오늘 같이 올라가서 우리집에 머무르며 일자리 알아 보면 되겠네" 하시며 요즈음 이런 애들 어디에 있어 돈 많이 벌어 와 부모 호강시켜 준다는데 업어줘야지"

여태껏 창식이 편이 되어 준 사람이 없었다. "부지런히 서둘러 가도 저녁 늦게 도착하니 빨리 출발하자"고 재촉했다.

드디어 집을 나서 논산역에서 기차에 몸을 싣고 도착한 곳은 영등포 창식이의 눈은 휘둥그레지고 딴 세상에 온 느낌이 온몸에 전율이 타고 흘렀다.

택시들이 줄나레를 펴고 있는데로 가서 택시를 잡고 이모집에 도착했다.
들어서자 마자 처음부터 눈에 들어온 것이 나무 상자이고 그 옆에 오디오가 있었다. 오디오에선 잔잔한 음악이 흐르고 있었다.

이모는 잠시후에 "우리 조카 왔으니 텔레비젼 틀어 줘야지 " 하며 미닫이 문을 열고 손잡이를 잡고 후두둑 틀더니 그안에서는 재미있는 개그를 하고 있었다.

창식이는 처음보는 것들이라 모든것이 호기심으로 가득했고 돈을 얼른 벌어서 이 나무상자 사다 엄니 갖다 드려야지 하는 야심찬 계획을 세웠다.

며칠 지난 뒤 이모 아는 분이 구로에서
상가를 하는데 사람이 필요하다고 해서
구로상가에 가보기로 했다. 곧바로 출발하여 구로상가에 도착해 이모는 상가 주인을 만나 몇마디 말씀이 오가더니 내일부터 출근해야 한다고 하셨다.

날개 달린 새처럼 훨훨 나는 기분으로 출근한 제도 벌써 대여섯달이 흘러 나무상자(텔레비젼) 하나 살돈이 되었다.
얼마 남지 않은 어머니 생신 때 사 가지고 갈 생각에 무척 기다려지고 있었다.

기다렸던 생신날이 몇 주 앞으로 다가와 이모한테 "어머니 생신 선물로 텔레비 하나 사가지고 가고 싶다" 하니까 "그래 좋은 생각이다".

여기 구로상가에 가서 사면서 주소 알려주면 시골 집에까지 이삼일 안에 배송된다고 하셨다 .
곧바로 구로상가 전자코너에 가서 구입하고 시골 집주소를 알려주었다.

어머니 생신날이 하루 앞으로 돌아왔다. 창식이는 설레이는 가슴을 부여잡고 영등포에서 비둘기행 기차를 타고
논산에 도착했는데 동네에 들어가는 버스가 하루에 서너번 있는데 한참을 기다려야 했다.

옛날 학교 다닐때 동네에서 논산 시내를 밥먹듯 걸어다녔던 생각으로 걸어서 집에 걸어서 가기로 했다.
그런데 마음이 급행이라서 그런지 너무 멀어 보였다. 동네가 눈안에 들어왔다.
집앞 텃밭에 어머니는 밭을 메고 계셨다.

창식이는 반가운 마음에 어머니를 와락 끌어 안았다.
어머니는 보자마자 "네가 무슨 돈이 있어서 저 큰 티비를 샀어" 하신다.
그러면서도 입가에는 미소가 한바구니 가득 차 있었다.

창식이는 집에 들어서자마자 텔레비젼을 찾았다. 그런데 집안에는 보이지 않았다.
"어머니 티비 어디 있어요". "어 어 티비 저녁에 동네 사람들이 연속극을 봐야해서 바깥마당에 내 놓았다".

마당에 멍석이 두개나 깔려있고
집아래 턱이 있는 곳에 미닫이 텔레비젼이 동네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앞산에서 어둠이 깔려오자 동네 사람들이 하나 둘 창식이네 앞마당 멍석에 앉기 시작했다.

창식이는 동네 사람들 눈에 띠지 않으려고 텔레비젼이 등을 대고 있는 집 방에 누워 있었다.
동네 어른들 하시는 예기가 다 들려왔다.

"아 아 글쎄 이집에 잘 생기고 똑똑한 막내아들 창식이가 서울가서 잘 되어 가지고 돈 많이 벌어 이렇게 큰 티비를 어머니 생신 선물로 보냈다네 효자네
되는 집은 하는 일도 잘 되는구만" 그리고
"창식이 그놈 어릴때부터 심부름도 잘 하고 지 어머니에게 끔찍하게나 잘했어"

그말을 방에서 듣고 창식이는 우쭐대며 어머니한테 다음에는 노래 잘 나오는 오디오도 사다드려야지 마음속으로 계획을 세웠다.

제일 먼저 온 승렬이 어머니는 티비 관리자라도 되는 듯 서슴치 않고 손잡이를 틀더니 어제 보았던 KBS에서 나오는 여로에 맞춰 놓았다.

이미자의 노래 가사 그옛날 옥색댕기 바람에 나부낄 때의 노래가사가 잔잔하게 흘러 나오고 있고 나중에 도착한 기훈 엄마는 숨을 헐떡거리며 "분이 오늘 최주사댁 바보 영구네 씨받이로 들어가는 날이잖아 갖은 고생 다 했는데 들어가 잘 살아야 할텐데 "

땅꺼지는 걱정속에 분이가 영구네 집에 들어가는 화면이 나왔다. 동네 사람들은 이제 잘 됐네 하며 박수를 쳤다.
그것도 잠시 시댁에 시어머니의 눈초리는 매섭고 분이의 과거를 알아 내려고 추문을 하기 시작했다.

티비 앞에는 용득이 아버지가 초저녁부터 술이 거나하게 취해 있었다.
맨 뒤에 계시다가 뭐 저런 집구석이 다 있어 이런 것이 뭐가 재미 있다고들 보는 거야 하며 뛰쳐나와 채널을 홱 돌려 버렸다. 손잡이는 땅바닥에 뒹굴고 티비는 지직 거리며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동네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술을 입으로 먹어야지 똥구녁 으로 먹었나" 불쾌감을 갖고 자리에서 털고 일어나려 할때 혜성같이 창식이가 마당으로 나가 뻰찌로 채널을 돌려 놓았다.

동네 사람들은 일제히 "효자 아들 훌륭한 아들" 하며 어깨와 머리를 쓰다듬이 주시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내일은 분이가 어떻게 될것인지 궁금해 하며 마당을 빠져 나갔다
분이 이제는 고생하면 안 되는데
글쎄 말입니다. 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