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공예박물관
儉而不陋(검이불루)
華而不侈(화이부치)
<김부식 삼국사기 백제본기>
검소하지만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지만 사치스럽지 않다는 말은 모든 예술품에 적용되는 것 같다. 공예박물관의 작품들도 그렇다.
(대한 끝에 양춘있다)
이 말은 꽃이 만개했을 때 이우는 징조를 상상하는 것처럼, 20일 매서운 대한 추위가 겨울의 절정이니 봄도 멀지 않았을 것 같은 설레임에도 닿아있다.
19일 문예회 번개날, 날이 푹하고 눈비 없어 가벼운 마음이었으나 서울 원터 페스터 축제의 밤기운 대비해 꽁꽁 싸매고 나섰다.
노약자는 외출하지 말라고 더구나 밤외출은 삼가라고 아무리 방송해도 아직은 하며 조심스럽게 오랫만의 밤외출 나서는 마음은 학창시절을 떠올리게 했다.
오늘 집결지는 옛 풍문여고 자리의 공예박물관.
조광복 문예회회장은 침선의 장인답게 이미 방문했고 초행이 아닌 동기들도 있었지만 대부분 처음이었던 듯..
장석산 총무가 신청한 해설사가 기쁘게 맞이하며 1시간 동안 전통자수와 보자기를 전시한 상설전시의 작품들을 재미있게 설명해주었다.
어린 시절까지 남아있던 전통 공예를 보고 자랐고 여고시절 자수와 침선을 배웠던 우리들로선 익숙하고 반가운 작품 대하니 유년의 향수가 아련하다.
삼국사기의 검이불루 화이부치로 전통직물의 아름다움을 축약하는 해설사에게 박수하며 인사했다.
공예박물관의 상설전시 말고도 이번 기획 전시 금속공예작품 등 다른 전시 공간을 보려면 다시 한번 와야겠다는 친구도 있었다.
2. 인사동 선천 한정식집
60여년전 공예박물관 맞은 편 종로경찰서옆 인사동 들어가는 길목에 꿀빵센터란 작은 분식집이 있었다.
초딩시절 밀가루 음식이라곤 수제비와 칼국수 그리고 셈베와 오란다빵 정도밖에 몰랐다.
중1때 학교앞 프랑스 제과에서 버터와 우유로 갓구운 쇼빵 먹었는데 집에서 가끔 먹던 막걸리 빵과 다른 향긋함과 부드러운 감촉이 아직도 생생하게 떠오른다.
꿀빵센터엔 앙금 들어간 도너츠와 고로께를 팔았는데 그 맛의 신세계에 경이로웠다.
마침 그 때 마요네즈란 것이 나왔던지 사라다 빵도 처음 먹어보았다.
그 빵집가격이 좀 있어서 양껏 먹지 못하고 때론 차비로 빵 사먹고 집에 1시간 이상 걸어가기도 했다.
옛모습이 보존된 인사동 길은 언제 걸어도 고풍스러워 정겹다.
인사동 골목은 중동고 출신의 장총무님이 꽉 잡고 있는지 가장 오래된 한정식 집 선천을 예약해두어서 17명이 모듬전 곁들인 백반을 오붓하고 맛있게 먹었다. 건배사 (여친^남친)을 외치며...
여태까지 친했으니
남은 인생도 친하게 지내자
맞는지 모르겠다.
3. 송현동 솔빛 축제
오늘 솔빛축제가 열리는 송현동 부지는 한세기 동안 높은 담장으로 둘러쌓여 볼 수 조차 없었는데, 이제 개방되어 봄가을엔 꽃들이, 겨울엔 불빛 축제가 열린다.
앞으로 이건희 기증품 전시관이 들어설 때까지 많은 예술 작품들이 들어설테니 서울의 또 다른 명소가 될 듯하다.
탁트인 송현 광장에서 보이는 동십자각과 경복궁 그리고 인왕산 능선 보니 가슴이 후련해져 추운 줄도 몰랐다.
이날 행사를 위해 야경 찍어보려 사전답사했다는 사진계 명문집안의 후손 김철영작가가 조명기구 동반하여 촬영했다.
공예박물관은 물론 인사동 거리 그리고 광화문 빛초롱축제 현장까지...
4. 광화문 빛초롱축제
광화문 정면을 미디어파사드로 쏘아대는 라이트쇼는 매시 정각부터 35분간 진행되었는데 광화문의 위용을 넋을 놓고 보게 되었다.
조선시대 같으면 왕실과 사대부들만 즐겼을 오락을 누구나 볼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구나..
돌아오는 광화문 광장의 동화적 빛초롱 즐기느라 아이들도 많았는데 추워서 스타벅스에 겨우 자리잡고 뜨거운 차를 마시고 귀가했다.
동지섣달 밤...
70건각 친구들과 함께 한 화려한 야회가 또 다른 추억으로 쌓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