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레이션: (오후 5시 촬영시작 2023.8.16), 강남역, 오후 6시 버스 정류장 마다 길게 줄이 늘어선 강남대로,
기자: 안녕하세요? KBS에서 나왔는데요. 지금 잠깐 말씀 나눠도 돼요? 차 시간 얼마 남았어요?
버스 대기자: 죄송한데 차 시간 얼마나 남았는지 좀 봐주실래요? 저희 휴대폰이 꺼져서요.
기자: 지금 어디서 오셨는데요?
버스 대기자: 저는 양재에서 퇴근하고 이제 버스 타고 김포 가는 길입니다.
기자: 김포가시는 길이에요?
남자: 네
기자: 뒤 분은 일행인 가예요?
남자&여자: 아뇨, 모르는 사이예요.
기자: 둘 다 핸드폰이 배터리가 없는 거예요?
여자: (버스 시간을) 여쭤봤는데…
남자: 저도 휴대폰이 꺼져 있어서요, 지금.
기자: 이거 한번 보실래요? 제가 잠깐 빌려드릴게요, 너무 일을 열심히 하셨어요? 휴대폰 충전을 못할 정도로..
정동환/27세 김포: 18분 걸린다네요. 저는 배터리 회사의 설계 연구원으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입사한지 얼마 안 됐어요. 신입사원이라서
기자: 신입사원 이에요?
정동환: 네, 이제 딱 한 달 됐네요.
기자: 신입사원이면 한참 열의에 불타 오를 것 같은데, 어때요?
정동환: 출퇴근 거리가 그 열의를 꺾는 것 같아요. 아무래도 힘드네요. 제 포부 임원까지 올라가는 겁니다.
내레이션: 먼 미래의 내 모습을 상상할 수 있는 일, 그것이 점점 힘들어져 갑니다. 버스에 오르듯 차곡차곡 다음 인생을 계획해 내는 일 아버지 어머니 세대에서 끝난 듯 하답니다. 사람, 돈, 일자리, 대한민국의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블랙홀 같은 도시, 서울, 청년들이 서울을 선택하는 만큼 서울은 점점 대양의 중심이 되어 갑니다. 누가 내일의 나를 그려낼 수 있을까. 서울, 그 중에서 강남에서 72시간 동안 청년들을 만났습니다.
내레이션/최귀화: (선릉역) 우리나라 매출액 상위 100대 기업 중 78개 기업의 본사가 위치한 서울, 그 중 선릉역과 역삼역 일대엔 IT, 금융, 스타트업 기업들이 밀집 돼 있습니다. 전국의 2030 인구를 빨아들이는 흡입구 같은 곳이죠.
기자: 서울에 살면서 어려운 점이 뭐예요?
조은지/28세 청주: 어려운 점은 돈인데, 돈 중에서도 집세, 집세가 벌이의 25%, 30% 회사수입은 고정적이니까 미용 일을 배워서 돈을 좀 더 제 미래에 투자하고자 해서 그거 잘 배우고 나면 회사 그만두고 그 길로 아예 가려고요. 사실 주말에 아르바이트 하고 있거든요. 카페 아르바이트 가만히 있는 것 보다 돈 버는 게 낫지 않나
기자: 서울에 계속 사는 게 자신한테 어느 정도 이득이 될까요?
조은지: 왜 그랬는지 모르겠는데 항상 무조건 서울에 가야 재밌고 기회도 많을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박찬호/35세 파주: 대치동에서 자치하고 있습니다..
기자: 원래 고향은 어디인가요?
박찬호: 고향은 경기도 파주입니다. 성공하기 위해서 서울로 올라와서 영업을 하게 됐고요. 차 판매 영업을 하고 있습니다. 근데 왜 서울로 왔냐면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지금 모든 인구가 서울로 집중되어 있고 유동 인구 그러니까 돈이 어느 정도 발생을 하고 소비할 수 있는 부분이 서울이기 때문에
기자: 서울 대치동에 방을 잡고 살면 방값도 무시를 못하잖아요.
박찬호: 제가 투자하는 거죠. 저 자신을 위해서 조금 손해가 나더라도 투자하는 거죠. 혹시 나중에 차 싸게 해드릴 테니까 제가 다른 건 몰라도 서비스 하나는 잘 해 드릴테니까. 연락 한번 주십시오. 차는 나중에 구매하실 거잖아요?
기자: 그렇죠.
내레이션: 서울의 강남 이곳에 모여 들었던 수많은 청년들이 자신의 집으로 향합니다. 늦은 밤 버스 정류장에서 골똘히 무언가 하는 여성을 발견했습니다,
기자: 안녕하세요, 저 혹시 말씀 좀 여쭤봐도 돼요?
변정은/29세 인천: 네
기자: 멀리서 보니까 뭔가 열심히 하고 계셔서요.
변정은: 오늘 회의했었던 내용들 정리하고 있습니다.
기자: 지금 퇴근하는 거예요?
변정은: 아니요, 퇴근은 아니고 저는 퇴사를 했고 지금 혼자서 콘텐츠 만들고 있어요. 마케터 일을 했었고요. 광고 대행사에서 일을 하다가 퇴사하고 프리랜서로 한 1년 정도 있었고,
내레이션: 정은씨는 요즘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고 있습니다.
변정은: 뭐 하면서 살았지? 했을 때 엄청 많이 해본 거예요. 대학생 때는 해볼 수 있는 거 다 해봤고 29개국 68개 도시 여행 다녀봤고
내레이션: 무엇이든 할 수 있지만 그 무엇도 확정되지 않은 20대 안정이라는 목표 앞에서 현실은 늘 조급하고 자주 불안합니다.
변정은: 나 이제 어떻게 살아야지? 뭐해 먹고 살지? 제 주변에는 이른 나이에 성공한 친구들도 되게 많다 보니까 나도 뭔가 해내야 하는데, 근데 왜 나는 아무 것도 못 해냈지? 항상 비교 속에서 오는 불안함이 있었는데 내가 앞으로 어떻게 살고 싶은지에 대해서 하나씩 적어 내려가다 보니까 지금은 돈도 안 벌고 있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안한 게 있긴 하지만 그래도 예전 보다는 나는 지금 잘 하고 있어 계속 이렇게 상기시키면서 하는 것 같아요.
내레이션: 나 지금 잘 하고 있어 스스로 되뇌입니다. 치열했던 인생의 준비기간을 지나왔지만 때로는 확정되지 않은 미래를 향한 청년들의 불안,
기자: 조심히 들어가요, 컨텐츠 잘 만들고요.
내레이션: 심야 버스 안 그들은 어떤 생각에 잠길까요.
기자: 안녕하세요, 지금 혹시 퇴근하는 길이에요?
남자: 네,
기자: 어디로 가세요?
여자: 저희가 사는 집이 근방에 있어서 거기로 가고 있어요.
기자: 부부예요?
젊은 여자&남자: (포복절도하며 웃음)
남자: 아닙니다, 그런 실례되는 말은 말아주세요.
조호정(여)/27세 & 장훈(남)/29세: 여러 명이 같이 살고 있어요. 한 열 댓 명 정도, 그래서 같이 산다고 하는 건데요.
기자: 셰어하우스 같은 곳인가요?
장훈: 네, 맞아요, 그런데 굉장히 오해의 소지가 있네요.
기자: 두분 같이 산다는 말을 너무 자신있게 하셔서요.
장훈: 앞으로 두 명 일 때 그런 얘기하면 안 되겠다.
조호정: 그러니까
장훈: 공유 오피스가 이렇게 곳곳에 있는 것 같아요.
조호정: 네
기자: 많이 있나요?
장훈: 여기 진짜 많이 있어요. 진짜 많고, 한 15개에서 20개 있을 거예요. 강남역하고 역삼역, 신논현역 쪽에 엄청 많이 있거든요.
직원: (공유 오피스에서) 들어오세요.
기자: 들어가도 돼요?
내레이션: 각자 다른 분야에서 일하는 청년들이 모여 사는 공간입니다.
직원: 저기 있는 친구들이 다 우리 집 사람들이에요.
기자: 안녕하세요,
직원: 안녕하세요, 막내 라인이에요. 00,01,00,02년생이에요.
송승채/22세: 2년 반 동안 블록체인 회사에서 근무하다가 오늘 퇴사했습니다.
기자: 이거 무슨 소리인가요, 정말요?
송승채: 진짜요 대학생이에요.
서창규/21세: 저는 VR게임 개발하고 있고요. 비추얼 리얼리티 개발하고 있습니다.
장준익/21세: 순수 미술인이고 여기 들어온 지는 2주차 됐습니다.
직원: 댄서예요.
내레이션: 아주 끼가 넘치는 분이네요.
기자: 서로 소통이 되게 좋은 에너지를 뿜어내는 것 같아요.
정의준/25세: 혁신이라는 건 사실 엄청 고독한 거거든요. 외롭고 사실 세상을 바꾸는 것들을 혼자 할 수가 없는데 진짜 미친 사람들이 모여야 일어나거든요. 그래서 저희가 보시다시피 다들 평범한 척하지만 분야별로 미친 사람들이에요.
내레이션: 위 층엔 공유 사무실도 있습니다. 단 하나의 책상에 자신의 회사를 차렸습니다. 취업 대신 창업을 선택했으니 스스로 인생을 책임지기로 결심한 청년들, 지난 7년간 이 공간에서 총61개의 기업이 탄생했다고 합니다.
장훈/29세: (옥상에서) 이런 식으로 되어 있어요. 그래서 여기서 평소에 일하다가 좀 답답하면 올라오기도 하고요. 얘기 많이 해요. 처음에는 할 수 있어 이런 마음으로 시작하지만 막상 시작하고 시간이 지나다 보면 힘이 좀 빠질 때가 오죠. 그런 순간에도 옆에 있는 친구들을 보면서 이겨 나갈 수 있는 곳인 것 같고 강남이 주는 모든 것이 다 모여 있다는 점인 것 같아요. 사람도 모여있고 먹을 것도 모여있고 돈도 모여있고 조금 더 손을 뻗으면 닿을 거기에 많은 것들이 있는 것 같아요. 다만, 그 손을 뻗기 위해서 여기에 누워서 살려면 비싼 돈을 지불해야 하는 거죠.
내레이션: 저 높은 성공이 우리를 내려다 보는 것 같은 밤, 오늘도 그 밤을 지샙니다. (13시간 경과 2023년 8월 17일), 아침 6시 반, 경기도에서 서울로 직장인들을 실어 나르는 광역 버스가 도착합니다.
이보라/25세 용인: 용인에서 서울로 와요. 출근시간이 오전 7시 20분까지 라서요.
기자: 무슨 일을 하시는지 여쭤 봐도 될까요?
이보라: 간호사예요.
기자: 출근하면서 하는 생각 같은 거 있어요?
이보라: 또 시작이다, 지겹다.
기자: 케이크는 오늘 무슨 날이에요?
이보라: 오늘 퇴사해요, 제가 퇴사해서 제가 만들었어요.
기자: 같이 드시려고요?
이보라: 네, 맞아요.
내레이션: 더 큰 병원으로 이적 한 답니다.
이보라: 자기 발전이 가장 큰 목적이라 경험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다른 곳에 가서 더 경험을 쌓고 좀 더 풍부해진 간호사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기자: 오늘도 파이팅하세요.
이보라: 감사합니다.
내레이션: 입사와 퇴사를 반복하며 스스로의 명함을 만들어가는 청년들, 평생 직장이 멀어진 만큼 쉴새 없이 달려야 합니다.
기자: 어디 가세요?
남자: 출근 중에요, 출근 중
내레이션: 대한민국 인구의 20%가 밀집해 있는 도시, 그 중에서도 강남은 IT 붐을 타고 크고 작은 회사와 상점들이 밀집해 있습니다. 이들을 실 핏줄 처럼 연결해 주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바로 배달 라이더, 그 중에서도 유독 날쌘 이 분, 이 지역 에이스로 유명하답니다.
남자: 지도를 안보고 타죠, 몸에 프로그래밍이 좀 된 것 같아요. 여기가 어디쯤이다 하면 어느 골목길로 가로질러 갈 수 있는지 알죠. 신호를 안 받고요. 칼국수 집인데, 이야기 하느라 칼 국수가 붙지 않았을까 싶네요.
기자: 진짜요? 벌써 지금 주문이 나와 있어요?
라이더: 네, 자 이동합니다.
내레이션: 픽업에 5분, 배달에 10분, 배달 단말기에 즉시 가능합니다.
기자: 이미 이렇게 다음 주문이 정해져 있나 봐요.
라이더: 배달 완료하기 3분에서 5분 전에 다음 주문이 항상 들어와요. 거의 쉴 시간이 없다고 보는 거죠.
내레이션; 경남 창원 출신의 황영주씨, 4년전 상경해 오토바이를 타기 시작했습니다. 일자리가 많고 배달 단가 높은 강남은 그에겐 꿈의 무대였습니다.
황영주/51세 창원: 물론 여기도 경쟁이 치열하겠지만 그 꿈을 실현하기가 우리가 예전에 아메리칸 드림을 꿈꿔서 미국이라는 곳을 택했듯이 많은 지방 사람들이 강남 드림을 꿈꾸고 오는 건 사실인 것 같아요. 제 눈에는 그렇게 보여요.
내레이션: 인공지능이 배정해 주는 일감을 받아 경쟁하는 그들, 오늘의 노동은 보상해 주지만 내일에 대한 보장은 전혀 없습니다. 플랫폼 경제가 발전하면서 노동의 패러다임 또한 급변하고 있습니다. 이곳은 홀 없이 조리 공간만 임대한 공유 주방, 유독 라이더들의 출입이 분주한 가게가 있습니다. 직원 서너 명이 움직이기도 작은 주방이지만 주문이 끊이지 않는 이곳, 강남 송파 서초에서 까지 하루 평균 140건, 주말이면 200건 넘는 주문이 몰려드는 대박집입니다. (치킨튀김장면),
기자: 사장님 안 더우세요?
치킨집 사장: 덥습니다.
기자: 저는 잠깐만 있어도 이렇게 더운데요.
사장: 오래 해보면 적응이 돼요. 좀 오래 계시면 적응되실 거예요.
내레이션: 이 치킨은 좁은 공간에 한계를 넘어 강남지역 전체를 무대로 합니다. 배달앱에서 인지도를 높여낸 이 사장님에겐 잠잘 시간도 아깝답니다.
윤종성/38세: 평일에는 매출이 370~400만 원 가까이 나오고 주말에는 500~600만 원 정도됩니다. 원래 화곡에서 송파랑 강남 중에서 결정해야 했는데 도저히 강남으로 못 오겠더라고요. 무서워서~ 그래서 송파로 갈려고 했는데 직원들이 그래도 강남으로, 안 되더라도 강남으로, 그래서 용기를 내고 온 거거든요. 여기에 유명 치킨 브랜드들이 다 있다 보니까 솔직히 두려웠죠. 저희는 브랜드가 아니니까. 그래도 일단 죽기 아니면 살기다 라는 생각으로 와서 하루에 3~4시간 자면서 열심히 했죠. 제가 봤을 때 강남은 꿈의 동네라고 생각해요.
내레이션: 그러나 플랫폼 산업은 냉철한 승자 독식의 법칙에 따라 움직입니다. 치킨집 옆 순대집, 개업 일년을 맞은 사장님은 늘 후기공포에 시달립니다.
김현욱/35세: 15분, 20분 안에 음식을 만들어놨지만, 배차가 안돼서 그 음식이 고스란히 남아서 계속 기다리는 경우가 있거든요. 그게 손님한테 가면 식어 있는 거죠. 그러면 바로 배달 플랫폼에 후기가 올라오죠.
내레이션: 후기는 곧 주문수와 직결되기에 늘 라이더의 실시간 위치를 살피며 음식을 조리합니다. 수수료와 홍보비 또한 부담입니다.
김현욱: 플랫폼을 사용하는 수수료도 내야하고 배달비도 모르시는 분들도 많아요. 예를 들어서6000원이면 제가 내는게 3500이에요. 손님이 내야 하는게 2500원 이거든요. 그러니까 가져가는 건 이만큼 그래서 많이 팔 수 밖에 없어요. 많이 팔아야 조금 남는 시스템이죠. 이 배달 자체가요. 플렛폼에서 하는 게 깃발 시스템이라고 해서 아예 가게를 내가 하고 있는 내 가게 말고도 다른 장소에서도 노출이 되겠끔하는 게 깃발 시스템인데 +8만원이에요. 깃발하는 데 8만원이에요. 처음 시작하시는 분들한테 10개 정도 꽂아 봐라. 그러면 어느 정도 수익이 나올거다. 매출이 나올거라고 얘기를 하거든요.
내레이션: 지상에선 라이더들이 더 많은 콜을 받기 위해서 경쟁하고 지하에선 더 많은 주문을 받기 위해 경쟁하는 세계,
김현욱: 원래는 주문이 더 들어와야 하는데, 이렇게 들어오고 지금 또 멈춰 있으니까
기자: 만족스럽지 않아요?
김현욱: 만족스럽지 않죠.
내레이션: 오늘도 생각합니다. 이 가게를 계속 해나갈 수 있을까.
기자: 안녕하세요
내레이션: 어젯밤 버스 정류장에서 만났던 변정은씨를 다시 만났습니다.
기자: 오늘 얼굴이 신나 보여요.
변정은: 그래요? 원래 항상 신나 있긴 하지만 오늘은 열심히 사람들이랑 재밌는 얘기를 할 생각에…
내레이션: 오늘은 콘텐츠 제작 모임이 있습니다. 회원들 대부분은 직장인으로 자투리 시간도 허비하지 않습니다.
전장빈/40세: 개인적으로 SNS에 만화를 그려서 올리고 있는데 자고 일어나면 상품이 팔려있는 미래를 꿈꾸면 어떨까?
내레이션: 캐릭터를 그려 꾸준히 업로우드하자 투자를 제안받았다고 합니다.
전장빈: 여기도 드렸는데 이것도 제 스티커이거든요.
기자: 그러네요?
변정은: 저도 바로 부쳤어요.
내레이션: 디지털에서 더 많은 조회수로 성공하려면 부지런히 알아야 합니다.
기자: 저도, 저도
박정민/29세: 저는 본업이 따로 있어요. 영어 가르치고 있고요. 생각나는 아이디어들을 계정에 적어놓거든요
내레이션: 이 분은 영어회화 콘텐츠를 만들고 있습니다.
박정민: What’s up? 은 How are you? 이렇게 보통 우리가 알고 있는데 What’s up? 하니까 뭐라고 대답해야 하지? 모르는 경우가 많은 거예요.
변정은: What’s up? 하면 똑같이 이야기하거나 I’m doing my work 이런 식으로 무엇을 한다는 예시를 5가지 정도 정리해서 SNS에 올린 적이 있거든요. 유학생들이랑 교환학생들이 되게 좋아하더라고요.
내레이션: 조회수를 높여 자립하는 인생을 꿈꿉니다. (23시간 경과 2023년 8월 17일), IT업체가 몰려있는 역삼역 인근의 편의점,
기자: 안녕하세요 점심이에요? 간식이에요?
남녀: 점심 겸 저녁이 될 것 같습니다..
기자: 지금 오후 4시인데요?
유인창/33세: 네, 저희가 계속 인터뷰가 있어서 일정이 그렇게 됐습니다. 잠깐 시간 내서 밥 먹으러 왔어요.
기자: 어떤 인터뷰가 있었어요?
유인창: 저희가 스타트업인데 고객 인터뷰를 계속 하고 있거든요.
내레이션: 그는 인근의 공유 오피스에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유인창: 저기 보면 다 스타트업인데 100개 정도 되지 않을까요?
내레이션: 수많은 아이디어가 도전용입니다. 인창씨는 청년들을 상대로 자산관리 컨설팅을 해주는 사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IT 서비스는 산업자체를 재정의할 때가 많아 성공한다면 그야말로 대박이겠지만 수많은 실패가 쌓여가는 분야입니다. 늦은 밤까지 잠재고객을 상대로 끝없이 인터뷰합니다.
유인창: 제가 계속 스타트업 하고 없는 사업, 없는 비즈니스를 실행시켜서 현실화하는 일을 하다보니까 계속 좌절의 연속이었고 그때마다 저 스스로 강해져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내레이션: 인창씨가 불안을 이겨내는 작은 테이프,
유인창: 카톡방인데요. 끌어당김 감사확언 실천방입니다. 감사의 말과 긍정확언 두가지만 할 수 있어요. 나는 행복하고 하루하루가 행복하다. 나는 자기 존중, 타인존중을 실천한다. 이런 식의 확언을 계속해 주고 있고 저도 아침마다 하거든요.
기자: 제일 좋아하는 문구 한 번 읽어 주시겠어요?
유인창: 나는 날마다 최고의 습관을 가꾸고 기꺼이 그 습관의 노예가 되었다. 저는 사람이 습관을 이기기가 힘들다고 생각해요. 근데 그 습관을 가꾸는 건 할 수 있거든요. 죽도록 일해라 (일론 머스크), 청년들은 스스로에게 가혹한 말을 건네고 있습니다. 그 누구도 자신을 후원해 주지 않는 시대, 회사의 평생 후원은 아버지 어머니 시대의 유산처럼 느껴집니다. 그래서 일까요. 끊임없이 자신을 채찍질 하는 말 그리고 서로를 위로하는 말을 나누며 살아갑니다.
--나는 생각대로 이루어집니다---나는 내 꿈을 이루기에 충분한 자질을 가지고 있으며, 충분히 용기 있다----나는 날마다 모든 면에서 나아지고 있다-------포기하지 않고 끊임없이 목표를 되새기면서 확인해 나가겠습니다--------나는 23년 12월 까지 부수입을 100만원씩 번다--------나는 행복한 100억 부자다-----모든 곳에서 내게 돈과 사람이 몰려온다-------나는 인간의 모습을 한 위대한 존재다--------온 우주가 나를 지지한다.---나의 인생은 매일 매일이 최고의 날다----------밤이 늦어지니 서울 곳곳에서는 잠 못 이루는 이들이 나타납니다.
라이더: 고객님 위치까지 제가 5분 정도 걸릴 것 같애요.
기자: 목에 있는 액션캠은 촬영용인가요?
라이더: 네, 촬영옹이에요.
기자: 저는 블랙박스인 줄 알았어요.
장지원/52세: 블랙박스이기도 하면서 제가 하는 일들을 생동감 있게 표현하고 싶어서 액션캠을 가지고 다니고 있습니다.
내레이션: 전동힐을 타고 밤거리를 누비는 대리기사 장지원씨, 자신의 삶을 영상 콘텐츠로도 만들고 있습니다.
장지원: 현재 시각은 밤 10시 52분 이구요. 첫 콜을 하나 잡았습니다. 역삼동에서 포천시 가는 콜이에요. 65,000원입니다.
내레이션: 대리운전을 하면서 동시에 대리기사에 기록해 콘텐츠를 만듭니다. 포천 신읍동 도착 (50분 운행), (30분 대기후 두번째 콜), 포천시 신읍동에서 의정부시 민락동 30,000원 그의 일은 그게 전부가 아닙니다.
장지원: 대리운전을 하려는 분들을 위해서 교육하는 초보길잡이 교육을 하고 있고요. 여기에 대리운전에 연관된 보험일을 배우는 중입니다.
내레이션: 낮밤을 뒤바꾼 채, 네가지 일을 하는 그는 아들 하나를 둔 아빠,
장지원: 좀 힘들죠, 서울에서 산다는 것 자체가 대기업에서 직장생활을 하지 않는다면 서울에 살면서 아이들을 교육하고 내 집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한 가지 일로는 힘드니까 이게 서울 사는 사람들의 모습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기자: 가장으로서 서울에서 살아가는 건 어떤가요?
장지원: 너무 힘들다 너무 힘들다 너무 힘들어요.
내레이션: 그래도 아빠의 바퀴는 멈추지 않습니다.
장지원: 콜 잡았어요
기자: 들어가세요.
내레이션: 오늘 밤에도 안전운행 하세요.
기자: 오!
라이더: 안녕하세요
기자: 어기는 어쩐 일로, 이쪽으로 배달 온 거예요?
라이더: 퇴근 길이에요.
내레이션: 오전에 만났던 에이스 기사님, 강남역 근처 고시원에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황영주/51세 창원: 나름 고급스러운 곳이네요. 오늘 주급이 들어왔어요. 주급이 들어왔다고
기자: 얼마 정도 들어왔어요?
황영주: 볼까요? 방금 들어온 거 같네요. 2,755,354원
기자: 우와 주급인데요? 2,755,354원
황영주: 일주일 마다 한 번씩, 아침 6시부터 저녁 8시~9시 까지 거의 쉬는 날 없이 매일 타니 그만큼 속된 말로 갈아 넣는다고 하잖아요. 다시 만날 가족을 위한 준비자금이라고 해야 하나?
내레이션: 가족과 자신에게 안정적인 미래를 만들고 싶습니다. 그러나 멈추면 그 목표에선 바로 멀어질 것입니다.
기자: 혹시 가족에게 서울 강남에서 가장 먼저 보여주고 싶은 곳이 있어요?
황영주: 별마당 도서관, 어릴 때 책을 많이 사줬거든요. 별마당 도서관을 보고 신선한 충격을 받았죠. 아니 저런 도서관이? 그래서 제일 보여 주고 싶어요. 조심해서 들어가세요.
기자: 안전운행 하시고 건강하세요 (42시간 경과 2023년 8월 18일)
내레이션: 점심 시간입니다. 서울 시민 1인당 한 달 평균 생활비는 약160만원, 점심 값도 녹녹치 않은게 현실입니다. (강남역 지하상가) 혼자 점심을 간단히 떼우는 분이 있는데요.
기자: 안녕하세요. 왜 여기서 간단하게 떼우세요?
안효인/19세 청주: 집에 가기가 너무 힘들어서 그냥 여기서 먹고 있어요.
기자: 이 근처인가 봐요, 댁이?
안효인: 네
기자: 오늘은 왜 이렇게 힘들었을까요?
안효인: 아직 신입사원이라서 적응하느라…
기자: 직장 들어간지 얼마나 됐는데요?
안효인: 한 달 됐어요.
내레이션: 청주가 고향인 효인씨는 조기 취업해 원룸에서 자취를 하고 있습니다.
기자: 마시는 건요?
안효인: 마시는 거요?
기자: 목 매이지 않아요?
안효인: 아, 물이요? 물을 살까 고민했는데 어차피 회사에 있으니까요.
기자: 서울 살면서 제일 힘든 점은요?
안효인: 밥 한끼 먹을려고 하면 기본이 12,000원이에요. 하루에 5천원도 안 쓰기는 힘들다.
내레이션: 신사동 골목길에선 경북 칠곡에서 올라온 한 청년이 달리고 있습니다.
기자: 어쩌다 강남이라는 곳을 정한 거예요?
백범열/29세 칠곡: 일거리가 어느 정도는 계속 맞춰져 있는 것 같아서 오게 됐죠.
기자: 고향에서 택배하던 때보다 훨씬 나아요?
백범열: 한 2배 가까이 왔다 갔다 하는 것 같아요.
기자: 이 차는 개인 것이 아니죠?
백범열: 제 거예요.
기자: 개인 거예요?
백범열: 요즘은 다 사서 사업자 내고 일하는 추세라서요.
내레이션: 이 트럭이 이 청년 사장님의 사무실이자 회사입니다. 믿을 수 있는 건 오직 자신과 오늘,
백범열: 다치면 저희는 끝이니까 더군다나 택배가 어떻게 될지 모르는 거니까 당장 오늘 일이 많았다가도 내일 적을 수도 있고 그래서 일이 있는 대로 다 하려고 하는 편이에요.
내레이션: 취업이 복지와 정년을 보장해 준다는 것을 이미 아득해진 기억,
백범열: 맨날 그래요, 크고 무거운 짐 들어오고 물량 많고 이래서 늦게 끝나면 그만 두든지 해야지 하다가도 다음날 배달하고 있어요.
내레이션: 먼 미래를 계획할 수는 없습니다. 달릴 수 있는 지금에 최선을 다 합니다. 서울의 2030대 인구비율은 약 30%, 전국에서 가장 높습니다. 기형적인 인구집중은 과도한 경쟁을 불러 일으킵니다. 불안한 청년들은 모든 것을 미릅니다. 결혼도 출산도 심지어는 연애까지도요. 점심시간 만났던 효인씨,
기자: 오늘 하루 일 잘 마쳤어요?
안효인: 네
기자: 여기 맛 있는 곳도 워낙 많고 예쁜 카페들도 워낙 많잖아요.
안효인: 너무 많은데 이 근처에서 먹어 본 적이 딱 한 번 밖에 없어요. 다 집에서 먹다 보니까
내레이션: 주변에 놀거리 즐길거리가 많지만 퇴근 후엔 동네 마트에 갑니다. 생활비를 아끼기 위해 모든 것을 집에서 해 먹기로 했습니다.
안효인: 가계부 작성하고 있는데요. 작은 지출도 다 적어서 계산하고 있고 이번 달 중반 정도 됐는데 이 정도 썼어요. 원래 오늘 우동을 먹고 싶어서 6500원 짜리 우동을 먹으려고 했는데 결제하기 직전까지 갔는데 갑자기 정신이 딱 들어서 편의점에 들어가니까 먹은 것도 그냥 김밥 아니라 목살 김밥이었거든요. 오늘은 조금 아꼈으니까. 과소비를 해보자 하고 목살 김밥 결제했어요.
내레이션: 서울 시민으로 살기 위해 필요한 비용과 서울시민에게 주어지는 노동의 댓가 사이엔 괴리가 큽니다.
한효인: 월급은 230만원 정도 받아요. 아직 신입이라, 식비랑 생활비 합쳐서 50 그리고 월세를 제가 부담하는 게 50, 그 다음에 적금 100만원 하면 딱 200만 원 정도 되잖아요. 서울에서 살면 힘들겠지만 나 말고 다 힘드니까 내가 어떻게 하느냐가 가장 중요한 것 같은데 지금은 내가 서울에 있다는 거 서울에서 행복하고 목표를 빨리 이루고 싶으니까 더 노력해야겠다.
안효인: 안녕히 가세요.
내레이션: 이 사회 초년생은 서울에서 얼마나 먼 미래를 그려내고 있을까. 내일이 불확실한 만큼 스스로 빠른 시간 내에 안정을 쟁취하겠다는 분위기, 당연할지 모릅니다.
김진구/34세 청주: 3년 전부터 모임이 시작됐거든요. 3년 전이 딱 그 시기예요. 서울의 집값이 갑자기 막 5억 하던 집이 10억, 15억 원씩 하니까 10억 원을 어떻게 만들어요. 가뜩이나 청년층 월급은 낮잖아요. 초봉 3,4천 만원인데 10년 모아야 몇 억 모으지도 못하니까 아, 내 집 마련이 힘들겠구나.
내레이션: 2030 직장인이 매주 다른 주제로 경제공부를 합니다.
직장인: 서울 외곽 아파트 가격이 못 해도 5억 원 이상인데요.
직장인1: 지금 직장인들 투잡 쓰리잡 하는 분들 많잖아요. 그렇게 다른 투자나 일할 수 있는 걸로 소득을 늘려가야 한다고 생각하고
내레이션: 빨리 돈을 벌고 싶은 청년들은 자산 축적의 지름길을 찾고 있습니다.
김진구: 서울에 집이 마련되는 순간 여러가지 비용이 줄거든요. 그러면 서울 생활이 훨씬 더 쉬워지죠. 근데 내 집 마련이 안 되면 거기서부터 모든 게 꼬이기 시작합니다.
강호중/34세 안양: 경제적인 목표는 2025년까지 100억 원을 버는 게 목표입니다. 목표는 크게 잡고 열심히 하고 있는데 가진 자산은 너무나도 미비하지만 목표가 높죠. 저는 재건축 재개발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내레이션: 어지간하면 중산층에 진입할 수 있다는 낙관이 깨어진 시대, 재미삼아 묻는 것이긴 하지만 청년들의 질문과 바람은 대체로 비슷하답니다.
권태연: MZ세대들이 돈 많은 백수를 꿈꿔요. 그냥 하는 얘기예요. 그러는데, 그 안에 뿌리가 있어요. 진심인 거예요. 30대도 마찬가지고 노골적으로 물어봐요. 언제쯤 부자가 되나요? 너의 부자의 기준은 어느 정돈데? 라고 물어보면 얘기하죠. 좋은 차 타고 좋은 집에 사는 것, 그러고 나서 대체로 50%는 얘기해요. 내가 안 될 거 알아요.
내레이션: 공유 주방의 순대집 사장님, 이 달까지만 영업하기로 마음 먹으셨답니다. 지하에서 지상으로 10시간 만에 밤공기를 마십니다.
김현욱/35세: 보시면 건물이 엄청 다 높잖아요. 이런 것만 보면 되게 화려할 것 같은데 막상 공유주방에 들어가면 너무 치열하고 힘든 사람들도 너무 많고 이런 게 참 아이러니 하네요.
기자: 그래도 섭섭하지 않으세요? 이제는 보기 힘들 수도 있잖아요.
김현욱: 저랑 잘 안 맞는 것 같아요. 근데 되게 재밌고 열심히 했어요. 뭔가 많이 이루지는 못했지만 경험상으로는 너무 좋은 경험을 해서 저는 9월에, 만족하고 공유주방을 나갈 겁니다.
내레이션: 행운을 기원합니다.
김현욱: 수고하셨습니다.
내레이션:” 불타는 금요일, 주점의 유리창 너머에 한 청년이 보입니다. 수십 가지 막내의 일을 부지런하게 해냅니다. 조심~ 조심~ 전골냄비도 나릅니다.
알바생: 안녕하세요
기자: 여기서 아르바이트 한지 얼마나 됐어요?
알바생: 저 오늘 처음 출근했어요.
기자: 이거 말고도 다른 일도 하고 있어요?
조한진/29세 용인: 아침에는 공사 현장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아침 5시에 일어나서 가서 7시 부터 오후 4시까지 일해요.
기자: 왜 공사 현장을 택하셨어요?
조한진: 공사 현장이 시급도 세고 바로 바로 일 끝나고 입금해 주니까요.
기자: 일당이 얼마인데요?
조한진: 정해진 건 없는 데 저는 16만 원 정도 받아요.
내레이션: 경기도 용인이 본가인 한진씨, 아르바이트와 일용 노동 가리지 않고 목표 일당을 만들어갑니다. 아직 서울 정착은 기대하긴 어렵지만 하루 하루 성실하게 버팁니다.
기자: 고생 많으셨어요.
조한진: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어요. 또 출근해야 하니까.
기자: 몸이 너무 고단할 것 같아요.
조한진: 그래도 적응이 돼서 지금은 괜찮아요.
기자: 이렇게 까지 일하는 이유가 있어요?
조한진: 그냥 돈 많이 벌려고요.
기자: 돈 많이 버는 게 최종적으로는 어떤 목표가 있는 거에요?
조한진: 보다 나은 삶을…
기자: 보다 나은 삶을 이해서요?
내레이션: 인생을 저 멀리 내다 볼 수 있는 낙관의 시대는 다시 언제 찾아올까요?
기자: 어디 가는 길 이었어요?
1남&2녀: 저희는 막차 시간이 돼서 집에 가려고 합니다.
박준환/36세: 강남은 애증의 지역이죠. 내 것이 되고 싶긴 한데 내 것이 되기 쉽지 않죠. 그래서 일을 열심히 하는 겁니다.
안영선/31세 원주: 서울에 와서 사는 게 쉽지 않거든요. 1년도 못 살고 돌아간 친구도 진짜 많아서 저도 저 자신이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내레이션: (새벽 2시 2023년 8월 19일) 늦은 밤 귀가 중인 여성을 만났습니다.
기자: 이제 퇴근하고 오는 거예요?
여자: 술 먹고 왔는데요. KBS요?
기자: 네, 고향은 어디에요?
여자: 저 경상도요, 통영
기자: 서울 사는 거 좀 어때요?
이수현/28세 통영: 서울 살이요? 힘들죠. 사실 살고 싶어서 사는 건 아니고 일 자리가 여기 밖에 없어요. 보통 수도권 밖에 일자리가 없으니까 늘 하던 생각이거든요.
기자: 어떤 생각이요?
이수현: 진짜 이러다가 다들 힘들게 살고 미래도 없고 가정을 꾸릴 의지도 없는 데 그러다가 망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은 제 친구들도 하고 누구나 하는 생각이라서 정말 망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한 번 해 봤어요.
취재진: 결혼할 생각이 없어요?
이수현: 없는 건 아닌데 현실적으로 힘드니까 못하지 않을까.
기자: 집이 어디에요?
이수현: 여기 돌아가면 있어요.
기자: 잘 돌아가세요. 주말 잘 보내시고요.
내레이션: 누가 내일을 알 수 있을까. 아무도 내일을 모르는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요?
기자: 사장님,
내레이션: 공유 주방에 새 식구가 들어왔습니다.
새 주방: (촬영감독에게 불쑥) 대구 어디신데요?
기자: 저는 칠곡이에요.
새 주방: 칠곡
기자: 네
새 주방: 올라온 지 얼마 됐나요?
기자: 8년? 좀 됐네.
새 주방: 저 지금 촬영한다고 최대한 또박또박 사투리 안쓰고 있는 겁니다.
내레이션: 누가 들어도 대구 사람 개업 3년차 입니다.
안기만/43세 대구: 둘째 날보다는 조금 나아졌고 첫째 날보다 조금 나아졌고 오늘 셋째 날이니까 조금 기대해 봐야죠.
내레이션: 대구에서 하나 다시 강남으로 입성했습니다.
안기만: 물론 앞으로 미래가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열심히 하고 나중에 실패해도 후회가 없을 것 같아서 하는 데까지 열심히 해보고 있습니다.
기자: 사장님 오늘도 배달 가는 거에요?
안기만: 저도 배달 가야죠. 배달비 아껴야 해서 직접 다니고 있어요.
내레이션: 대한민국에서 가장 치열한 전장, 사장님은 달려갑니다. 더 많은 기회, 더 좋은 직장을 찾아 오늘도 서울엔 청년들이 모여듭니다. 하지만 그들에게 더 짧은 고용, 더 높게 주거비, 더 많은 불안을 돌려주고 있지는 않은지요. 누가 내일을 말할 수 있을까요. (72시간 종료 2023년 8월 19일) 끝. (KBS 다큐인사이트 149회 하드코어 서울 part2 내일은 아무도 몰라 에서 정리).
내용요약
① 2023.8.16 서울 강남역, 오후 6시 버스 정류장 마다 길게 줄이 늘어선 강남대로, 먼 미래의 내 모습을 상상할 수 있는 일, 그것이 점점 힘들어져 간다. 버스에 오르듯 차곡차곡 다음 인생을 계획해 내는 일은 아버지 세대에서 끝난 듯 하다. 사람, 돈, 일자리, 대한민국의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블랙홀 같은 도시 서울, 청년들이 서울을 선택하는 만큼 서울은 점점 대양의 중심이 되어 간다. 누가 내일의 나를 그려낼 수 있을까. 선릉역, 우리나라 매출액 상위 100대 기업 중 78개 기업의 본사가 위치한 서울, 그 중 선릉역과 역삼역 일대엔 IT, 금융, 스타트업 기업들이 밀집 돼 있다. 전국의 2030 인구를 빨아들이는 흡입구 같은 곳이다. 서울에 살면서 어려운 점은 돈인데, 돈 중에서도 집세, 집세가 벌이의 25%, 30% 회사수입은 고정적이니까 미용 일을 배워서 돈을 좀 더 제 미래에 투자하고자 해서 그거 잘 배우고 나면 회사 그만두고 그 길로 아예 가려고 주말에 아르바이트 하고 있다. 카페 아르바이트 가만히 있는 것 보다 돈 버는 게 낫지 않나, 서울에 계속 사는 게 자신한테 어느 정도 이득이 될까, 왜 그랬는지 모르겠는데 항상 무조건 서울에 가야 재밌고 기회도 많을 거라고 생각했다.
② 성공하기 위해서 서울로 올라와서 영업을 하게 됐다. 차 판매 영업을 하고 있다. 근데 왜 서울로 왔냐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지금 모든 인구가 서울로 집중되어 있고 유동 인구 그러니까 돈이 어느 정도 발생을 하고 소비할 수 있는 부분이 서울이다. 서울의 강남 이곳에 모여 들었던 수많은 청년들이 자신의 집으로 향한다. 늦은 밤 버스 정류장에서 골똘히 무언가 하는 여성을 발견했다, 그녀는 퇴사를 했고 지금 혼자서 콘텐츠를 만들고 있다. 마케터 일을 했었다. 광고 대행사에서 일을 하다가 퇴사하고 프리랜서로 한 1년 정도 있었다, 정은씨는 요즘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고 있다. 뭐 하면서 살았지? 했을 때 엄청 많이 해본 거다. 대학생 때는 해볼 수 있는 거 다 해봤고 29개국 68개 도시 여행 다녀봤다. 무엇이든 할 수 있지만 그 무엇도 확정되지 않은 20대 안정이라는 목표 앞에서 현실은 늘 조급하고 자주 불안하다. 나 이제 어떻게 살아야지? 뭐해 먹고 살지? 제 주변에는 이른 나이에 성공한 친구들도 되게 많다 보니까 나도 뭔가 해내야 하는데, 근데 왜 나는 아무 것도 못 해냈지? 항상 비교 속에서 오는 불안함이 있었는데 내가 앞으로 어떻게 살고 싶은지에 대해서 하나씩 적어 내려가다 보니까 지금은 돈도 안 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안한 게 있긴 하지만 그래도 예전 보다는 나는 지금 잘 하고 있어 계속 이렇게 상기시키면서 살고 있다. 나 지금 잘 하고 있어 스스로 되뇌인다. 치열했던 인생의 준비기간을 지나왔지만 때로는 확정되지 않은 미래를 향한 청년들의 불안, 강남역하고 역삼역, 신논현역 쪽에 공유 오피스가 한 15개에서 20개 있다. 엄청 많이 있다. 각자 다른 분야에서 일하는 청년들이 모여 사는 공간이다. 2년 반 동안 블록체인 회사에서 근무하다가 오늘 퇴사했다. 저는 VR게임 개발하고 있고 비추얼 리얼리티 개발하고 있다. 서로 소통이 되게 좋은 에너지를 뿜어내는 것 같다. 혁신이라는 건 사실 엄청 고독한 거다. 외롭고 세상을 바꾸는 것들을 혼자 할 수가 없는데 진짜 미친 사람들이 모여야 일어난다. 그래서 다들 평범한 척하지만 분야별로 미친 사람들이다. 위 층엔 공유 사무실도 있다. 단 하나의 책상에 자신의 회사를 차렸다.
③ 취업 대신 창업을 선택했으니 스스로 인생을 책임지기로 결심한 청년들, 지난 7년간 이 공간에서 총61개의 기업이 탄생했다고 한다. 평소에 일하다가 좀 답답하면 올라오기도 한다. 얘기 많이 한다. 처음에는 할 수 있어 이런 마음으로 시작하지만 막상 시작하고 시간이 지나다 보면 힘이 빠질 때가 온다. 그런 순간에도 옆에 있는 친구들을 보면서 이겨 나갈 수 있는 곳인 것 같고 강남이 주는 모든 것이 다 모여 있다. 사람도 모여있고 먹을 것도 모여있고 돈도 모여있고 조금 더 손을 뻗으면 닿을 거기에 많은 것들이 있다. 다만, 그 손을 뻗기 위해서 여기에 누워서 살려면 비싼 돈을 지불해야 한다. 저 높은 성공이 우리를 내려다 보는 것 같은 밤, 오늘도 그 밤을 지샌다.
④ 아침 6시 반, 경기도에서 서울로 직장인들을 실어 나르는 광역 버스가 도착했다. 자기 발전이 가장 큰 목적이라 경험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다른 곳에 가서 더 경험을 쌓고 좀 더 풍부해진 간호사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입사와 퇴사를 반복하며 스스로의 명함을 만들어가는 청년들, 평생 직장이 멀어진 만큼 쉴새 없이 달려야 한다. 대한민국 인구의 20%가 밀집해 있는 도시, 그 중에서도 강남은 IT 붐을 타고 크고 작은 회사와 상점들이 밀집해 있다. 이들을 실 핏줄 처럼 연결해 주는 사람들도 있다. 바로 배달 라이더, 그 중에서도 유독 날쌘 이 분, 이 지역 에이스로 유명하다. 픽업에 5분, 배달에 10분, 배달 단말기에 즉시 가능하다. 배달 완료하기 3분에서 5분 전에 다음 주문이 항상 들어온다. 거의 쉴 시간이 없다. 경남 창원 출신의 황영주씨, 4년전 상경해 오토바이를 타기 시작했다. 일자리가 많고 배달 단가 높은 강남은 그에겐 꿈의 무대다. 물론 여기도 경쟁이 치열하겠지만 그 꿈을 실현하기가 우리가 예전에 아메리칸 드림을 꿈꿔서 미국이라는 곳을 택했듯이 많은 지방 사람들이 강남 드림을 꿈꾸고 오는 건 사실이다. 인공지능이 배정해 주는 일감을 받아 경쟁하는 그들, 오늘의 노동은 보상해 주지만 내일에 대한 보장은 전혀 없다. 플랫폼 경제가 발전하면서 노동의 패러다임 또한 급변하고 있다. 이곳은 홀 없이 조리 공간만 임대한 공유 주방, 유독 라이더들의 출입이 분주한 가게가 있다. 직원 서너 명이 움직이기도 작은 주방이지만 주문이 끊이지 않는 이곳, 강남 송파 서초에서 까지 하루 평균 140건, 주말이면 200건 넘는 주문이 몰려드는 대박집이다. 이 치킨은 좁은 공간에 한계를 넘어 강남지역 전체를 무대로 한 배달앱에서 인지도를 높여낸 이 사장님에겐 잠잘 시간도 아깝다. 평일에는 매출이 370~400만 원 가까이 나오고 주말에는 500~600만 원 정도다. 원래 화곡에서 송파랑 강남 중에서 결정해야 했는데 도저히 강남으로 못 오겠더라고. 무서워서~ 그래서 송파로 갈려고 했는데 직원들이 그래도 강남으로, 안 되더라도 강남으로, 그래서 용기를 내고 온 거다. 여기에 유명 치킨 브랜드들이 다 있다 보니까 솔직히 두려웠다. 저희는 브랜드가 아니니까. 그래도 일단 죽기 아니면 살기다 라는 생각으로 와서 하루에 3~4시간 자면서 열심히 했다. 제가 봤을 때 강남은 꿈의 동네다. 그러나 플랫폼 산업은 냉철한 승자 독식의 법칙에 따라 움직인다. 치킨집 옆 순대집, 개업 일년을 맞은 사장님은 늘 후기공포에 시달린다. 후기는 곧 주문수와 직결되기에 늘 라이더의 실시간 위치를 살피며 음식을 조리한다. 수수료와 홍보비 또한 부담이다. 플랫폼을 사용하는 수수료도 내야하고 배달비도 모르시는 분들도 많다. 예를 들어서 6000원이면 제가 내는게 3500이다. 손님이 내야 하는게 2500원 이다. 그러니까 가져가는 건 적다. 그래서 많이 팔 수 밖에 없다. 많이 팔아야 조금 남는 시스템이다. 이 배달 자체가. 플렛폼에서 하는 게 깃발 시스템이라고 해서 아예 가게를 내가 하고 있는 내 가게 말고도 다른 장소에서도 노출이 되겠끔 하는 게 깃발 시스템인데 +8만원이다. 깃발하는 데 8만원이다. 처음 시작하시는 분들한테 10개 정도 꽂아 봐라. 그러면 어느 정도 수익이 나올거다. 매출이 나올거라고 얘기를 한다. 지상에선 라이더들이 더 많은 콜을 받기 위해서 경쟁하고 지하에선 더 많은 주문을 받기 위해 경쟁하는 세계,
⑤ 오늘은 콘텐츠 제작 모임이 있다. 회원들 대부분은 직장인으로 자투리 시간도 허비하지 않는다. 캐릭터를 그려 꾸준히 업로우드하자 투자를 제안받았다. 디지털에서 더 많은 조회수로 성공하려면 부지런히 알아야 한다. 이 분은 영어회화 콘텐츠를 만들고 있다. 조회수를 높여 자립하는 인생을 꿈꾼다. IT업체가 몰려있는 역삼역 인근의 편의점, 수많은 아이디어가 도전이다. 인창씨는 청년들을 상대로 자산관리 컨설팅을 해주는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새로운 IT 서비스는 산업자체를 재정의할 때가 많아 성공한다면 그야말로 대박이겠지만 수많은 실패가 쌓여가는 분야다. 늦은 밤까지 잠재고객을 상대로 끝없이 인터뷰한다. 죽도록 일해라 (일론 머스크), 청년들은 스스로에게 가혹한 말을 건네고 있다. 그 누구도 자신을 후원해 주지 않는 시대, 회사의 평생 후원은 아버지 시대의 유산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일까요. 끊임없이 자신을 채찍질 하는 말 그리고 서로를 위로하는 말을 나누며 살아간다.--나는 생각대로 이루어집니다---나는 내 꿈을 이루기에 충분한 자질을 가지고 있으며, 충분히 용기 있다----나는 날마다 모든 면에서 나아지고 있다-------포기하지 않고 끊임없이 목표를 되새기면서 확인해 나가겠습니다--------나는 23년 12월 까지 부수입을 100만원씩 번다--------나는 행복한 100억 부자다-----모든 곳에서 내게 돈과 사람이 몰려온다-------나는 인간의 모습을 한 위대한 존재다--------온 우주가 나를 지지한다.---나의 인생은 매일 매일이 최고의 날다--------밤이 늦어지니 서울 곳곳에서는 잠 못 이루는 이들이 나타납니다.
⑥ 전동힐을 타고 밤거리를 누비는 대리기사 장지원씨, 자신의 삶을 영상 콘텐츠로도 만들고 있다. 대리운전을 하면서 동시에 대리기사를 위한 콘텐츠를 만든다. 포천 신읍동 도착 (50분 운행), (30분 대기후 두번째 콜), 포천시 신읍동에서 의정부시 민락동 30,000원 그의 일은 그게 전부가 아니다. 대리운전을 하려는 분들을 위해서 교육하는 초보길잡이 교육을 하고 있다. 여기에 대리운전에 연관된 보험일을 배우는 중이다. 낮밤을 뒤바꾼 채, 네가지 일을 하는 그는 아들 하나를 둔 아빠, 서울에서 산다는 것 자체가 대기업에서 직장생활을 하지 않는다면 서울에 살면서 아이들을 교육하고 내 집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한 가지 일로는 힘드니까 이게 서울 사는 사람들의 모습이 아닌가. 오전에 만났던 에이스 기사님, 강남역 근처 고시원에서 생활하고 있다. 오늘 주급이 들어왔다. 스마트폰으로 주급이 방금 들어왔는데 2,755,354원이다. 일주일 마다 한 번씩, 아침 6시부터 저녁 8시~9시 까지 거의 쉬는 날 없이 매일 타니 그만큼 속된 말로 갈아 넣는다. 다시 만날 가족을 위한 준비자금이다. 가족과 자신에게 안정적인 미래를 만들고 싶다. 그러나 멈추면 그 목표에선 바로 멀어질 것이다. 점심 시간, 서울 시민 1인당 한 달 평균 생활비는 약160만원, 점심 값도 녹녹치 않은게 현실이다. (강남역 지하상가) 혼자 점심을 간단히 떼우는 분이 있다.
⑦ 청주가 고향인 효인씨는 조기 취업해 원룸에서 자취를 하고 있다. 신사동 골목길에선 경북 칠곡에서 올라온 한 청년이 달리고 있다. 일거리가 어느 정도는 계속 맞춰져 있어서 오게 됐다. 고향에서 택배하던 때보다 한 2배 가까이 바쁘다. 이 트럭이 이 청년 사장님의 사무실이자 회사이다. 믿을 수 있는 건 오직 자신과 오늘, 다치면 끝이니까 더군다나 택배가 어떻게 될지 모르는 거니까 당장 오늘 일이 많았다가도 내일 적을 수도 있고 그래서 일이 있는 대로 다 하려고 한다. 취업이 복지와 정년을 보장해 준다는 것은 이미 아득해진 기억, 크고 무거운 짐 들어오고 물량 많고 이래서 늦게 끝나면 그만 두든지 해야지 하다가도 다음날 배달하고 있다. 먼 미래를 계획할 수는 없다. 달릴 수 있는 지금에 최선을 다 한다. 서울의 2030대 인구비율은 약 30%, 전국에서 가장 높다. 기형적인 인구집중은 과도한 경쟁을 불러 일으킨다. 불안한 청년들은 결혼도 출산도 심지어는 연애까지도 미룬다. 점심시간 만났던 효인씨, 주변에 놀거리 즐길거리가 많지만 퇴근 후엔 동네 마트에 간다. 생활비를 아끼기 위해 모든 것을 집에서 해 먹기로 했다.
⑧ 서울 시민으로 살기 위해 필요한 비용과 서울시민에게 주어지는 노동의 댓가 사이엔 괴리가 크다. 월급은 230만원 정도 받아요. 아직 신입이라, 식비랑 생활비 합쳐서 50 그리고 월세를 공동 부담하는 게 50, 그 다음에 적금 100만원 하면 딱 200만 원 정도 된다. 서울에서 살면 힘들겠지만 나 말고 다 힘드니까 내가 어떻게 하느냐가 가장 중요한 것 같은데 지금은 내가 서울에 있다는 거 서울에서 행복하고 목표를 빨리 이루고 싶으니까 더 노력해야 한다. 이 사회 초년생은 서울에서 얼마나 먼 미래를 그려내고 있을까. 내일이 불확실한 만큼 스스로 빠른 시간 내에 안정을 쟁취하겠다는 분위기, 당연할지 모른다. 3년 전부터 모임이 시작됐다. 3년 전이 딱 그 시기다. 서울의 집값이 갑자기 막 5억 하던 집이 10억, 15억 원씩 하니까 10억 원을 어떻게 만드나. 가뜩이나 청년층 월급은 낮다. 초봉 3,4천 만원인데 10년 모아야 몇 억 모으지도 못하니까 내 집 마련이 힘들다. 2030 직장인이 매주 다른 주제로 경제공부를 한다. 서울 외곽 아파트 가격이 못 해도 5억 원 이상이다. 지금 직장인들 투잡 쓰리잡 하는 분들 많다. 그렇게 다른 투자나 일할 수 있는 걸로 소득을 늘려가야 한다. 빨리 돈을 벌고 싶은 청년들은 자산 축적의 지름길을 찾고 있다.
⑨ 서울에 집이 마련되는 순간 여러가지 비용이 줄어든다. 그러면 서울 생활이 훨씬 더 쉬워진다. 근데 내 집 마련이 안 되면 거기서부터 모든 게 꼬이기 시작한다. 어지간하면 중산층에 진입할 수 있다는 낙관이 깨어진 시대, 재미삼아 묻는 것이긴 하지만 청년들의 질문과 바람은 대체로 비슷하다. 불타는 금요일, 주점의 유리창 너머에 한 청년이 보인다. 수십 가지 막내의 일을 부지런하게 해낸다. 아침에는 공사 현장에서 일하고 있다. 아침 5시에 일어나서 가서 7시 부터 오후 4시까지 일한다, 공사 현장이 시급도 세고 바로 일 끝나고 입금해 준다. 일당이 정해진 건 없는 데 16만 원 정도다. 경기도 용인이 본가인 한진씨, 아르바이트와 일용 노동 가리지 않고 목표 일당을 만들어간다. 아직 서울 정착은 기대하긴 어렵지만 하루 하루 성실하게 버틴다. 인생을 저 멀리 내다 볼 수 있는 낙관의 시대는 다시 언제 찾아올까. 서울 살이 힘들다. 사실 서울서 살고 싶어서 사는 건 아니고 일 자리가 여기 밖에 없다. 보통 수도권 밖에 일자리가 없으니까 늘 하던 생각이다.
⑩ 진짜 이러다가 다들 힘들게 살고 미래도 없고 가정을 꾸릴 의지도 없는 데 그러다가 망하지 않을까. 친구들도 하고 누구나 하는 생각이라서 정말 망하지 않을까. 생각을 한 번 해 봤다. 누가 내일을 알 수 있을까. 아무도 내일을 모르는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앞으로 미래가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열심히 하고 나중에 실패해도 후회가 없을 것 같아서 하는 데까지 열심히 해보고 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치열한 전장, 사장님은 달려간다. 더 많은 기회, 더 좋은 직장을 찾아 오늘도 서울엔 청년들이 모여든다. 하지만 그들에게 더 짧은 고용, 더 높은 주거비, 더 많은 불안을 돌려주고 있지는 않은지. 누가 내일을 말할 수 있을까.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