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 인사체계를 전면 개편해야

[김정광]

법조계 인사체계를 전면 개편해야

'재판의 독립'을 보장해 주니

예의도 없고 못된 것만 배운

판사들이 많다. 

 말도 안 듣는 자들을 대신하여

대법원장이 사과를 한들 무슨 소용이 있으랴?

證人(회원)    

기업인으로부터 1억7000만 원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한 부장판사가 지난 2일 구속됐다. 현직 부장판사로는 사상 처음이라고 하는데 구속이 처음이라는 것이지 부패 부장판사가 이 한 사람밖에 없다는 말은 아니다. 아마 들키지 않은 부패 부장판사들이 더 있을 것이다.
  
  부장검사가 고교 동창 사업가에게서 수사 무마 대가로 돈을 받았다는 의혹이 나와 대검찰청이 감찰에 착수했다. 보도된 사실만으로도 부정한 거래가 있었음이 확실해 보이다. 이러한 부패 검사가 어디 이 사람뿐이랴? 얼마 전에는 검사장이란 자가 뇌물 수수에 거짓말까지 하다가 결국 구속된 사례도 있지 않은가? 스폰서 검사는 심심잖게 나왔다.
  
  판사와 검사의 대우는 파격이다. 사법시험에 합격하고 2년 동안 사법연수원을 수료한 후 판사시보에 임용되면 3급 부이사관 대우를 받는다(검사시보는 4급 서기관 대우). 행정고시에 합격해 5급 사무관부터 시작하는 일반 공무원이 3급까지 승진하려면 대개 15년 이상 걸린다. 이에 비해 엄청난 특별대우다. 또한 판사는 양심에 따라 재판하고 그 결과가 잘못돼도 문책당하지 않는다. 일반 공무원과는 달리 판사는 탄핵이나 금고 이상의 형이 아니면 파면도 할 수 없다.
  
  판사가 이렇게 특별대우를 받는 만큼 당연히 책임과 지켜야 할 의무가 있다. 법관윤리강령으로 품위유지나 정치적 중립은 물론 구체적 사건에 대해 표현의 자유도 제한하고 있다. 재판의 공정성과 신뢰를 유지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이렇듯 특별한 대우를 받는 판사가 시정잡배와 같은 행태를 보인다면 이 사회가 어떻게 되겠는가. 흔히들 '有錢無罪 無錢有罪(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을 하지만 이도 심증은 있으나 물증이 없을 때 얘기지 판사가 비리에 연루되면 물증이 뒷받침 되어 재판의 공정성과 신뢰는 여지없이 무너지고 마는 것이다.
  
  한때 일부 판사들이 '나꼼수' 수준의 행태를 보여 말썽을 일으킨 적이 있다. '뼛속까지 친미인 대통령이…, 나라 살림을 팔아먹은'(최은배 판사) '가카의 빅엿까지 먹게'(서기호 판사)가 있었고, 이를 본따 신종 라면이라며 '가카새끼 짬뽕'이라는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린 판사도 있었다.(이정열 판사) 이는 모두 판사가 아니라도 점잖은 사람이라면 보일 수 없는 행태다. 지금은 조용해진 듯하지만 그렇다고 이런 '나꼼수 판사들'이 갑자기 사라진 것은 아닐 것이다. 잠복해 있으며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재판을 하고 있을 것이다.
  
  판사도 사람이다. 동창들과 어울려 술도 마셔야 하고, 친척 중 누가 무슨 부탁이라도 해 오면 거절하기 어려운 경우도 생길 것이다. '20대 판사'가 감당하기에는 어려운 일이다. 학교 갓 졸업한 신출내기 사회인이 무슨 재주로 世上事를 재판한다는 말인가. 그리고 세상과 담 쌓고 사건 서류만으로 세상을 바라본다는 것은 아무래도 문제가 있다. 법조계 인사체계를 전면 개편해야 할 것으로 본다.
  
  판사 임용은 일정기간 이상의 변호사 경력(10년 정도)이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엄정 선발하여 3급 대우를 해 주는 게 상식에도 맞다. 어느 정도 사회 경험이 있어야 주위로부터 받는 유혹에 대해서도 슬기롭게 대처할 수가 있고 이해의 폭이 넓고 깊이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부장판사 이상이면 終身制(종신제)를 채택하고 퇴직 후에는 변호사 개업을 못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전관 예우도 큰 사회문제 아닌가. 변호사로 돈 벌 사람은 아예 판사직은 넘보지 못하게 하는 게 옳을 것이다.
  
  대법원장이 부장판사가 구속된 사건에 대해 對국민 사과를 했다. 요즘 판사들은 대법원장 말도 잘 안 듣는다고 한다. '재판의 독립'을 보장해 주니 예의도 없고 못된 것만 배운 판사들이 많다. 말도 안 듣는 자들을 대신하여 대법원장이 사과를 한들 무슨 소용이 있으랴?  
  

[김순덕 칼럼]

썩어빠진 기득권 계층을 어쩔 것인가

김순덕 논설실장

“국가 위기 극복과 성장은 기득권 세력에 주어진 특권 제거와 계층의 특권을 제거하고 법질서를 바로잡는 일에서 시작된다!”

 세상이 암만 썩었대도 판사는 법대로 판결해 줄 것이라는 국민의 소박한 믿음, 최후의 기대, 사법정의의 근간을 뒤흔드는 .... 

2016-09-05

"공부 잘해 고시 붙으면 뭐하나 , 공직에 앉아 사익 챙기면서도 부패인 줄 모르는 도덕적 마비,  법치 유린하는 잘난 지배계급에 ‘헬조선’ 소리 절로 나올 판...

“법대로, 살아있는 권력까지”… 김수남 검찰총장 해낼 수 있나?? 

“잘났어, 정말”이라는 TV 유행어가 있었다. 의부증에 시달리는 고두심은 주로 남편한테 히스테리를 부리다 말이 막히면 “잘났어, 정말” 하며 눈을 희번덕거렸다. 1989년 KBS ‘사랑의 굴레’가 방영되던 그때는 저금리·저환율·저유가로 단군 이래 최대 경제 호황이었다. 드라마 속 남편도 정말 잘나가서 “잘났어” 할 수밖에 없었던 거다. 그해 4월 1일 종합주가지수는 1,000을 돌파했고 대학 졸업생들은 어디든 취업이 가능했다.

그때 정말 공부 잘해서 사시, 행시 패스하고 대한민국 최고 엘리트 판검사나 관료가 된 사람들의 민낯이 요즘 드러나고 있다. 그들이 새파랗게 젊었을 때 “물러나라”고 외쳤던 구악(舊惡) 뺨치는 모습이다. 공직에서 태연하게 사익(私益)을 챙기는 부정부패를 해먹고도 국민은 개돼지로 아는지 그게 무슨 문제냐는 식이어서 더 놀랍다. 

2일 밤 구속된 인천지법 김수천 부장판사는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전 대표한테 억대의 뇌물을 받고는 그가 원하는 대로 판결을 해주는 희대의 사법비리를 자행했다. 10년 전에도 부장판사가 구속된 적이 있었지만 그때는 브로커 돈을 받고 동료 법관의 재판에 잘 봐달라고 청탁을 한 것이어서 차원이 다르다. 세상이 암만 썩었대도 판사는 법대로 판결해 줄 것이라는 국민의 소박한 믿음, 최후의 기대, 사법정의의 근간을 뒤흔든 것이다.

더 기함할 일은 보름 전 그의 수뢰 의혹이 나왔을 때 인천지법이 “살펴봤더니 양형 참작 사유를 충분히 고려한 판결이었다”고 감싸고, 대법원에선 “불공정한 재판 결과가 나타났다고 보지 않는다”고 뭉갰다는 사실이다. ‘주식 대박’ 진경준 당시 검사장의 수상한 투자설이 불거졌을 때 “제 돈 가지고 투자한 게 뭐가 문제냐”는 청와대 반응과 거의 비슷한 잘난 사람들의 제 식구 감싸기요, 도덕적 마비다. 

4·13총선 전후만 해도 이런 특권 의식은 국회에나 있는 줄 알았다. 그런데 행정부, 사법부, 심지어 청와대에도 잘난 사람들의 구린내가 진동한다는 것이 줄줄이 드러났다. 과거 정권에선 이들이 공직자 아니었을 때 관행처럼 퍼졌던 부동산 투기, 세금 탈루, 위장 전입, 병역 기피, 논문 표절 등 ‘청문회 5종 세트’로 지적됐고 상당수가 낙마했지만 박근혜 정부에선 3종 세트 정도는 기본이다.

공부 잘해 그 어려운 시험을 통과한 대한민국 최고 엘리트들이 세금 좀 덜 내겠다고 가족회사에 통신비를 떠넘기고, CJ 햇반 행사에 출몰하면서 CJ가 건설한 빌라에서 파격적 싼값 전세를 살고, 부부가 한 사람은 공정거래위원회를 감사하고 한 사람은 공정거래위원회에 소송하고도 그게 부패인 줄도 몰랐다면 공직사회 타락이 도를 넘었다는 얘기다.  

이대로 가면 새누리당 집권은 10년으로 끝이라는 얘기가 자칭 보수라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끊임없이 나온다. 패권주의 친박(친박근혜)을 제외한 대선 주자들은 이미 ‘보수 개혁’을 입에 올리기 시작했다. 제 월급으로는 굴비 한 마리 안 사 먹는 공직자들의 관존민비(官尊民卑) 근성이 28일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으로 달라질 수 있다고 치자. 그러나 법치에 대한 신뢰는 이미 땅에 떨어진 뒤다.

검찰이 자의적으로 기소독점권을 휘두르고, 사법부가 멋대로 판결한다면 김영란법은 끔찍한 흉기가 될지 모른다. 지배계급부터 법과 규칙을 유린해 기득권을 유지하면서 국민에게는 애국심과 자긍심을 강조하다니 ‘헬조선’ 소리가 절로 나올 판이다.

청렴한 복지국가 스웨덴도 1700년대까지는 부패한 나라였다.

이 나라의 개벽은 1793년 왕이 살해되고 1809년 정보공개법을 헌법에 넣는 등 기득권 세력의 특권을 없애고 부패를 척결함으로써 가능했다고 최연혁 스웨덴 스칸디나비아정책연구소장이 ‘좋은 국가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에 적었다.

박정희 대통령은 병역 기피가 만연했던 1960년대 초,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병역미필자들을 제주도 5·16도로 건설에 투입하는 것으로 병역의 의무를 바로 세웠지만 따님 대통령은 그럴 것 같지가 않다.

지금 기득권 계층의 특권을 제거하고, 법치를 바로잡고, 그리하여 나라에 새 기운을 불어넣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은 김수남 검찰총장이다. 김 총장은 김밥 한 줄 사 들고 홀로 산에 올라 고민할 것이 아니라 제 식구는 물론 살아 있는 권력까지 법대로 수사하도록 독려해야 한다. 그것이 김 총장에게 시대가 요구하는 소명이다.
　 
김순덕 논설실장 yuri@donga.com

● 강력한 법조계의 개혁없이는

대한민국은 사상누각(砂上樓閣)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