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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시꽃 당신♣
도종환作 낭송 소림사방장
옥수수잎에 빗방울이 나립니다 오늘도 또 하루를 살았습니다 낙엽이 지고 찬바람이 부는 때까지 우리에게 남아 있는 날들은 참으로 짧습니다
아침이면 머리맡에 흔적없이 빠진 머리칼이 쌓이듯 생명은 당신의 몸을 우수수 빠져나갑니다 씨앗들도 열매로 크기엔 아직 많은 날을 기다려야 하고 당신과 내가 갈아엎어야 할 저 많은 묵정밭은 그대로 남았는데 논두렁을 덮는 망촛대와 잡풀가에 넋을 놓고 한참을 앉았다 일어섭니다
마음놓고 큰 약 한번 써보기를 주저하며 남루한 살림의 한구석을 같이 꾸려오는 동안 당신은 벌레 한 마리 함부로 죽일 줄 모르고 악한 얼굴 한 번 짓지 않으며 살려 했습니다 그러나 당신과 내가 함께 받아들여야 할 남은 하루하루의 하늘은 끝없이 밀려오는 가득한 먹장구름입니다
처음엔 접시꽃 같은 당신을 생각하며 무너지는 담벼락을 껴안은 듯 주체할 수 없는 신열로 떨려왔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우리에게 최선의 삶을 살아온 날처럼, 부끄럼없이 살아가야 한다는 마지막 말씀으로 받아들여야 함을 압니다
우리가 버리지 못했던 보잘것 없는 눈높음과 영욕까지도 이제는 스스럼없이 버리고 내 마음의 모두를 더욱 아리고 슬픈 사람에게 줄 수 있는 날들이 짧아진 것을 아파해야 합니다 남은 날은 참으로 짧지만 남겨진 하루하루를 마지막 날인 듯 살 수 있는 길은 우리가 곪고 썩은 상처의 가운데에 있는 힘을 다해 맞서는 길입니다
보다 큰 아픔을 껴안고 죽어가는 사람들이 우리 주위엔 언제나 많은데 나 하나 육신의 절망과 질병으로 쓰러져야 하는 것이 가슴 아픈 일임을 생각해야 합니다 콩댐한 장판같이 바래어 가는 노랑꽃 핀 얼굴 보며 이것이 차마 입에 떠올릴 수 있는 말은 아니지만 마지막 성한 몸뚱아리 어느 곳 있다면 그것조차 끼워넣어야 살아갈 수 있는 사람에게 뿌듯이 주고 갑시다
기꺼이 살의 어느 부분도 떼어주고 가는 삶을 나도 살다가 가고 싶습니다 옥수수잎을 때리는 빗소리가 굵어집니다 이제 또 한 번의 저무는 밤을 어둠 속에서 지우지만 이 어둠이 다하고 새로운 새벽이 오는 순간까지 나는 당신의 손을 잡고 당신 곁에 영원히 있습니다
*도종환시인 약력*
소림사방장이 남긴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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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접시꽃은 여름(7월에서 9월초)에 피는꽃으로 아욱과에 속하는 초본식물. 중국이 원산지이지만 멋진 꽃 때문에 널리 재배되고 . 1년생·2년생·다년생의 여러 변종들이 있다는.... 줄기는 키가 1.5~2.7m까지 자라며, 잎은 5~7갈래로 갈라져 있음. 꽃은 보통 흰색·분홍색·붉은색 또는 노란색인데 지름이 7.5㎝ 또는 그보다 크게자라는 식물이네요.
94년 어느날 가볍운 수술로 집에서 무료함을 달래려고 그냥 녹음한것입니다...좋은시를 제가 갱상도 툭바리 사투리로 낭송함으로 인하여 벼리는건 아니련지???
정말 이 시대에 사랑받고 있는 시인중에 한 사람이지요.... 제가 청주에서 학교를 다녔지요. 고향 지인 시인이기도 하지요. 신경님 시인의 생가는 제 고향에서 10분 상관이었고...청주 출신 중에 드라마 작가 김수현 이라고 아주 유명했지요. 저는 무명으로 더 무명합니다. ㅎㅎㅎ 임꺽정 소설가 홍명희도 충북 출신이랍니다. .... 소림사 방장님의 새로운 모습에 입이 다물어 집니다.... 아무래도 연예계로 진출하던가 문학계로 나가던가... 방송계로 진출해야 할 분인데... 생이 무엇인지. 그렇지요. 하지만 이처럼 살면서 주어진 여건속에 즐긴다는 그 자체가 본업을 택한 사람들도다 더 행복한 것이랍니다. 화이팅!
이동근님 감사합니다. 제생각엔 문학과 예술적 작품의 대중적으로 히트 칠려면 좋은 창작물도 중요 하겠지만 주위 여건의 환경과 그시대의 욕구가 맞물려 삼위일체가 되어서 위의 도종환시인의 접시꽃당신도 아마 그렇게 된것인것 같네요.... 우리 이동근님도 시기와 여건의 내용이 일치할때 언제가는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질 날이 반드시오리라 확신합니다....툭사발깨지는 제 성음 들어주셔....감사합니다.
방장님의 재능이 여기 저기서 빛나네요. 그 많은 끼를 혼자 너무 많이 독점하고 계신 듯 부러움에 시샘해 봅니다.
나눔의 실천의 메시지가 담긴 마지막 연이,, 끼워넣어줘야 할,, 가슴에 와 닿는 군요!! 소림사방장님의재주에 새록 새록 감동 받고 있습니다. 감히 조심스러워 늦깍이로 인사 올립니다. 감사합니다~!!꾸뻑^^
놀랍습니다!~이젠 예술의 손끝이 아니라~~마음의 표출에 또 다시 놀라고 놀라고있습니다~~어떤 예술이든 모든 장르의 한계를 넘나듬이 예사롭지 않습니다~~삶의 시간~시간을 즐기시며 또 행복을 만들며....행복을 나누시는 모습이 아름답습니다. 사방장님을 뵈면서....리디아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