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바쁘신 중에도 저의 정년퇴임식에 자리를 함께 해주신 고 경무 재단 이사장님을 비롯, 교장선생님, 동창회장님, 학부모님, 그리고 동료 교직원 여러분! 대단히 감사합니다.
또 자리를 같이한 학생여러분 반갑고 고맙습니다.
이 자리에 서니 가슴이 벅차오르고 만감이 교차합니다.
저는13살(중학교)에 고향을 떠나 객지생활을 한지 꼭 50년이 지났습니다.
1972년에 첫 직장으로 대한적십자사에서 청소년을 담당 하면서 학생들과 인연을 맺게 되었으며, 본교에는 81년 3월에 부임하여 오늘로 26년6개월이 되었습니다.
초년시절 서울교육청에서 기본연수를 끝내고 각자 “나의 각오”를 쓴 적이 있는데, 그때 마음먹은 그대로 초심을 잃지 않으려고 지금까지 노력해왔습니다.
돌이켜 보면 우리학교가 80년 처음 개교하여 연로하신 이 완규 교장선생님을 모시고 교직원 모두가 한마음이 되어 열심히 일했던 때가 생각납니다.
그때는 과외가 금지되던 시절이라 그런지 학부모와 학생들이 학교를 전적으로 신뢰해 주었고, 저는 신설학교의 좋은 전통을 우리가 세워 나가야 한다는 사명감과 가르치는 보람으로 묵묵히 이 길을 지켜왔습니다.
분단별 단체상담, 개별상담을 하다보면 밤11시를 넘기는 것은 다반사고. 저는 집이 먼 관계로 숙직실에서 많이 잤던 기억도 납니다.
학생들은 “사당동 집값을 우리가 올려놓자”. “선생님 집에 다녀오겠습니다.”하는.
애교 있는 농담을 하기도 했습니다.
뿌린 만큼 거둔다고 성적이 좋다는 소문이 나서 본교로 전학 오려는 문의 전화도 꽤 많았었습니다.
또한 이사장님께서는 언제나 온화한 모습으로 우리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셨고, 학교 교육환경개선에 지금까지도 남다른 열정을 보여주고 계십니다.
부모님은 자식을 위해 모든 것을 다 주시고도 더 주지 못한 것을 못내 아쉬워 하신다는데, 이사장님의 경문가족 사랑이 꼭 그러신 게 아닌가하는 생각도 해봤습니다.
수위 아저씨가 들려주는 말에 의하면, 이사장님께서는 일요일이면 아침저녁으로 학교에 오셔서 아무도 없는 텅 빈 교정을 이곳저곳 둘러보시고 수위실에 오셔서 아저씨와 담소를 나누고 가신다고 합니다.
저는 그 예기를 듣고, 부지런한 농부가 매일아침 자기 농토를 둘러보는 심정과 같구나 했고.
진실만이 통하는 농부와 같이 이사장님의 학교 사랑과 소탈한 성품에 감동을 했습니다.
이런 좋은 환경에서 공직생활을 하다 정년을 맞는 저는 무한히 기쁘고 감사할 따름입니다.
“벽암록”에 “줄탁동기”라는 말이 있습니다.
어미가 품에 안은 알 속에서 조금씩 자란 병아리가 있다.
이제 세상 구경을 해야 하는데. 알은 너무 단단하기만 하다.
병아리는 공략부위를 정해 쪼기 시작하나 힘이 부친다.
이에 귀를 세우고 그 소리를 기다리던 어미닭은 그 부위를 밖에서 쪼아준다.
단단한 알 속에서 사투를 벌이던 병아리는 비로소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된다.
교육이 바로 이와 같은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학생은 병아리 같이 배우고 싶어 하는 갈망의 신호를 교사에게 보내야 하고, 교사 도 어미 닭같이 때를 놓치지 말고 도와주어야 어떤 일을 이룰 수 있다는 뜻입니다.
학생들은 젊은 교사에게서 열정을 배우고 중년의 교사에게서 지혜를 익히며 원로교사에게서 인생의 깨달음을 알게 된다고 합니다.
제가 동작의 언덕에 여러분들과 교육이란 씨앗을 뿌리고 가꿔 오면서, 학생들에게 어미닭 역할을 제대로 했던가?
또한 지도하는 과정에서 꿈과 희망을 키워주지 못하고, 무심코 한 말로 상처를 받은 학생은 없었는지 반성해봅니다.
저는 이제 경문에서의 생활을 접고 정든 교정을 떠나야 합니다.
이룰 만큼 이루어서가 아니고 후배들이 새롭게 더 많은 것을 이루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만약 나뭇가지에 철 다한 꽃과 묵은 잎이 매달린 채 언제까지 떨어지지 않는다면 이듬해 봄이 와도 새 꽃과 햇잎이 돋아나지 못하고, 그러면 그 나무는 성장할 수 없지요.
떠나면서 여러 선생님과 학생들에게 몇 가지 부탁의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선생님 요즘 수업하기 힘드시죠. 교실분위기도 예전 같지 않고!
그러나 낙심하지 마시고 학교에 계실 때 모든 지혜와 열정을 학생들을 위해 모두 쏟아주시기 바랍니다. 우리에게는 학생들의 잠자고 있는 영혼을 깨워줘야 할 책무가 있습니다.
저는 조금 남은 능력도 이제 어디다 쓸 곳이 없습니다.
저도 어느 때는 학생들 탓을 했는데, 그것이 올바른 생각이 아니라는 것을 이제야 알았습니다.
모든 것을 내 탓으로 돌리고 해법을 찾아보면 반드시 길이 있습니다.
또, 후반에 원로로서 한발 뒤에서 지도하는 것보다 초창기에 학생들과 일심동체가 되어 현장에서 고락을 함께하던 때가 더 보람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교직이 높은 도덕성과 전문성을 요구하는 외롭고 힘든 자리입니다.
그래도 포기하지 마시고,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 주시기 바랍니다.
다음은 귀한 시간에 여기에 앉아있는 학생들에게 학습 자세에 대해 예기하려고 합니다.
최근 한국교육학회 연구 발표에 의하면 사교육비는 매년 크게 늘어나지만 대학평점은 오히려 사교육을 덜 받은 학생이 높다고 합니다. 왜 그럴까요.
이는 학생이 학습활동의 정확한 목표 없이 주어진 과제만 완수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타인 주도적 학습자로 전락해서 그렇습니다.
20여년전 일인데. 그해 진학을 못했던 학생이 3년 후 찾아와서 하는 말이 3학년 때까지도 대학을 왜 가야하는지 몰랐다가 군대생활하면서 깨달았다며,
이제 제대했으니 열심히 공부하여 대학에 꼭 가겠습니다. 하더니!
정말 1년 공부하여 서울에 있는 중위권 대학에 들어갔습니다.
스스로 학습 계획을 세워 실천하는 자기 주도적 학습을 했기에 가능했다고 봅니다
그러니 적어도 여러분들은 과외다. 학원이다 전전하며 돈과 시간낭비 하지 말고 학교 선생님을 믿고 따르기 바랍니다.
의문시 되는 것은 선생님이 귀찮아하실 정도로 그때그때 질문을 많이해야 합니다.
그래야 수업이 일방통행이 아닌 생동감이 넘치는 수업이 됩니다.
저는 수업시간에 질문을 많이 한 학생을 오래 기억하고 또 고맙게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저를 나태하지 않게 자극을 주었고, 또 제가 준비한 것을 자랑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기 때문입니다. 아마 모든 선생님은 다 저와 같은 마음일 것입니다.
또 평소에 염려 하던 것 하나 덧붙이면 인터넷과 핸드폰에 너무 빠지지 않기를 바랍니다.
여러분은 제가 무한히 사랑하는 제자입니다. 여러분도 그 점 기억해 주었으면 합니다. 나 또한 여러분의 스승이라는 사실을 벗어나지 않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공자”는 “아는 것이 좋아하는 것만 못하고 좋아하는 것은 즐기는 것만 못하다”고 했습니다.
동료 후배선생님 그리고 학생 여러분 가르치는 것과 배우는 것을 즐기는 차원으로 한단계 끌어 올려 보시기 바랍니다.
그래서 우리는 경문에서 존경 받는 교사가 되고 사랑 받는 제자가 되어 후에 서로가 좋은 추억으로 오래 기억되는 진정한 스승과 제자로 오래오래 남기를 바랍니다.
요즘 아침밥을 달라는 사람은 간 큰 남자라고 하는데, 저는 간이 아주 큰 남자입니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30년간 아침(새벽)밥을 챙겨 먹었기 때문입니다.
제가 삶의 무게에 힘겨워 할 때 어깨를 다독여 주고, 아들 형제를 낳아 잘 키우고 저를 한평생 헌신적으로 내조하여 오늘의 나를 있게 한 아내에게 이 자리를 빌어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이제부터는 가족과 함께 이웃을 돌아보며 의미 있는 제2의 인생을 열어 보려 합니다.
오랜 교직생활을 하는 동안 여러분들이 많은 도움을 주신 것에 감사하고,
경문가족의 일원이 된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동작의 언덕에 남긴 저의 발 자욱이 여러분들에게 좋은 이정표가 되었으면 합니다.
끝으로, 경문학원의 무궁한 발전과 경문가족 모든 분들의 가정에 행운이 함께하기를 빌며 퇴임사를 마치겠습니다.
삼십여성상을 한결같이 후진양성을 위해 진력하여 온 "경문"의 노고에 진심으로 축하의 말을 전합니다. 동시에 성스럽고 빛나는 자리에 함께 하지 못하여 미안한 마음 금할 길이 없습니다. 동작의 언덕에 "경문"이 남긴 발자취는 후세에 길이 빛나리라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앞으로 또다른 길에서 좋은 활략있기를 기대합니다. "경문" 수고 많이 하시었소.
경문의 퇴임사 중에 “벽암록”에 “줄탁동기”를 읽으며 가슴이 찡함을 느끼며...나 또한 학생들에게 어미닭 역할을 제대로 했던가? 다시한번 되돌아 보며 추억에 젖기도했소이다. 우리 오늘 9월 3일 저녁 5시에 3호선 경복궁역 주변에 있는 토속 삼계탕 집에모여서 어미 탉 역활에 대하여 이야기를 나눠보십시다. 시간이 되시는 친구들이 많이 참석 할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많이 참석해 주세요...그럼 우리 5시에 만나요...
첫댓글 저의 정년퇴임식이 지난 8.29일 강당에서 있었습니다. 교직생활을 마감하며 지난 세월을 회고하고 반성하는 의미에서 퇴임사를 올렸습니다. 좀 쑥스럽기는 한데, 저를 이해하는 마음으로 봐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삼십여성상을 한결같이 후진양성을 위해 진력하여 온 "경문"의 노고에 진심으로 축하의 말을 전합니다. 동시에 성스럽고 빛나는 자리에 함께 하지 못하여 미안한 마음 금할 길이 없습니다. 동작의 언덕에 "경문"이 남긴 발자취는 후세에 길이 빛나리라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앞으로 또다른 길에서 좋은 활략있기를 기대합니다. "경문" 수고 많이 하시었소.
경문의 퇴임사 중에 “벽암록”에 “줄탁동기”를 읽으며 가슴이 찡함을 느끼며...나 또한 학생들에게 어미닭 역할을 제대로 했던가? 다시한번 되돌아 보며 추억에 젖기도했소이다. 우리 오늘 9월 3일 저녁 5시에 3호선 경복궁역 주변에 있는 토속 삼계탕 집에모여서 어미 탉 역활에 대하여 이야기를 나눠보십시다. 시간이 되시는 친구들이 많이 참석 할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많이 참석해 주세요...그럼 우리 5시에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