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오후부터 중부지방 일원에 내리기 시작한 눈은 폭설로 변하여
경부/중부고속도로의 통행이 차단되고 소백산/주흘산/월악산/속리산으로 이어
지는 백두대간의 준령들이 입산 통제되는 최악의 기상이변으로 나타났다.2004년 3월 6일(토). 3월들어 첫 번째 맞이하는 덕산산악회의 토요산행인
도명산과 낙영산이 마침 폭설 피해지역 중심부에 위치하고 있어 산행이 불가할
것이라는 예상을 하면서도 혹시나 하는 생각에 덕산 매니아들은 이른 새벽 예정
된 시각, 예정된 장소에서 만나 산행버스에 승차한다.이날 동원된 2대의 버스에 모두 55명이 참석하여 60%의 참석율을 기록한 것은
덕산을 사랑하며, 덕산을 신뢰하는 깊은 믿음 때문이 아닌가 생각되어진다.
덕산산악회 정구웅 사장은 인사말을 통하여 백년만에 처음이라는 기습폭설로
고속도로 진입 자체가 불가능하여 부득히 다음주 산행 예정지인 축령산과 서리
산으로 변경 시행 할 것임을 알려준다. 천재로 인한 산행지 변경이며 안전산행
이 최우선이니 탓할바 못될 일, 한주간을 뒤바꿔 먼저 가보는 산행이니 괘념치
않으련다. 오늘 함께한 친우는 吳秉益, 洪錫天 그리고 필자 知山이다.당초 목적지 도명산(643m) 보다 200여m가 더 높은 축령산은 백두대간 한남정
맥 광주산맥의 지산 중간에 위치한 888m의 명산이며 바위가 절경인 아름다운
산으로 능선 2.8km 서북 방향으로 서리산(825m)과 쌍봉을 이룬다.조선을 개국한 이성계가 고려말(1390년경) 이곳으로 사냥을 나왔다가 산세가
웅장하고 신비스러워 반드시 산신령이 계실 것 같아 산신제를 올렸다 하여
祝靈山이라 불리워지는 이 산은 오늘같이 흰눈이 많이 쌓여 雪景과 雪花의
운치를 더해주며 시산제 장소로서도 더없이 좋을 것 같아 보다 잘된 선택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아침 7시 30분. 중부고속도로 "만남의 광장"에서 잠시 휴식 후 하남톨게이트
를 지나 팔당대교를 건넌다. 양수리 방향으로 북한강변 따라 북동진 하며 바
라보는 한강 좌우 산록은 그간 내린 눈으로 백설을 머리에 이고 수놓여 있으며
높은 나뭇가지에 걸린 눈꽃은 한폭의 그림인양 아름답기만 하다. 이어 대성휴계
소에서 이른 새벽 산행준비로 아침을 거른 산우들을 위하여 식사시간이 주어
진다. 아침식사를 마친 산우들은 모닝커피로 미각을 달래고 다시 버스에
오른다.일기는 화창하고 산행하기에 아주 좋은 날씨이다. 유독 충청/경북 내륙지방
만이 40-50cm에 달하는 기록적인 폭설로 지금 이 시간까지 고속도로에 갇힌
차량 승객들은 헬리콥터로 공수해온 빵과 우유로 빈속을 채우고 있다는 긴급
뉴스 속보를 들으며 이추운 날씨에 얼마나 많은 고생들을 하고 있을까 생각하니
남의 일 같지가 않다.아침 9시. 가평군 현리-비금리 방면의 일차선 지방도로를 달려 수동면 사무소
를 지나 축령산 자연림 휴양지로 우회전 하고 깊은 계곡으로 빨려 들어간다.
이 지역은 수동천의 상류를 안고 있어 산 전체의 산림이 울창하여 자연림 휴양
지구로 지정되어 있으며 최근에는 삼림욕장으로 각광을 받고 있는 수동 국민관
광지이다.9시 30분. 매표소를 지나 제2주차장에서 하차후 축령산 자연휴양림 안내도
앞에서 산행 안내 설명을 듣고 축령산 산행을 시작한다. 프로급인 A팀은 축령
산과 연이어있는 서리산을 종주하고 하산하며 아마튜어 B급은 축령산 정상 등반
후 절고개에서 좌편으로 하산 하기로 하여 각자 자기 체력에 맞추어 산행을
유도한다. 산행 소요 시간은 축령산이 3시간 30분, 서리산 까지는 5시간으로
산행하기에 아주 적합한 산인 것 같다.산행 시점인 "숲속의 집"까지는 아스팔트 도로가 깔리어 있으며 수리바위
1.1km, 남이바위 2.0km, 정상까지 2.8km의 이정표를 바라보며 각자 아이젠을
등산화에 채우고 오른편 등산로를 따라 눈 쌓인 산길을 오른다.계곡 따라 오르는 완만한 등반로가 아니고 능선을 향해 곧바로 산허리를 타고
오르는 산길은 몹시 가파르다. 오늘 산행은 초입부터 땀깨나 흘리게 생겼다.
자연휴양림 지구로 지정된 곳 답게 올곧게 자란 소나무, 전나무 숲이 하늘을
가리듯 울울창창 서있고 먼저 앞서간 산우들의 발자국 따라 가는 후미조들은
길 잃을 염려가 없다. 특히나 많은 여성 산우들이 동참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함께 오르는 산행길은 또다른 색다른 멋을 선사해 준다.등반 시작후 한 40여분쯤 지났을까? 1차 지능선상에 도착하여 한고비 숨을
고른다. 이마에는 땀방울이 송글송글 배어나고 가쁜 숨을 토해낸다. 이제
산행에 어려운 고비는 넘긴 것 같다. 항상 산행을 시작한 후 30여분이 어려운
시점이다. 경사진 비탈면에 눈길은 계속되고 왼편으로 멀리 서리산 정상이
엿보인다.10시 25분. 수리바위 주능선에 오른 것 같다. 축령산은 예로부터 다른산보다
독수리가 많이 서식 하였다 하며 바위 모양이 독수리를 닮았다 하여 <수리바위>
라고 한다. 바위산답게 암벽이 많아 암등 연결부위는 자일이 설치되어 있어
양팔로 붙들고 힘겹게 오르며 먼저 오른 산우들이 손을 내밀어 이끌어 주는
진한 우정을 보여준다.남이바위 0.95km, 정상 1.67km라고 표시 되어있고 이어 수리바위로 부터300m
지점 능선삼거리에 도착한다. 능선 바위 밑으로는 천길 낭떠러지의 가파른
골짜기가 내려다 보이며 맞은편 멀리 천마산이 아련히 보인다.11시10분. 남이바위에 오른다.
"百頭山石은 磨刀盡이요"
頭滿江水는 飮馬無라
男兒二十 未平國이면
後世唯稱 大丈夫리요"
풀이하면 "백두산의 돌은 칼 갈아서 다 없애고
두만강의 물은 말 먹여서 다 없앤다.
남자 이십세에 어지러운 난국을 평정 못하면
후세에 누가 대장부라 일 컬으리요"기개 높은 남이장군이 한성 동북방의 요충지인 이곳에 자주 올라 지형 지물을
익히고 이 바위에서 휴식을 즐겼다 하여 <남이바위>라 불리운다. 사방이 환히
바라다 보이는 곳, 눈꽃 세상이 발아래 펼쳐지고 설경은 아름답기만 하다.
산을 찾는 산사나이들이 느끼는 희열이고 겨울산행의 매력이기도 하다.11시 40분. 드디어 우리는 정상에 섰다. 산행 시작 2시간 10분이 경과
되었다. 정성들여 쌓아놓은 돌탑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고 갖고온 꽃감과
귤로 간식을 즐긴다. 북쪽으로 멀리 주금산/운악산/명지산/화암산등 800-1400m
의 달하는 고산 준령이 일열로 줄지어 장관을 이룬다. 韓國의 山河는 春夏秋冬
四季와 함께 정말로 아름답다. 그래서 금수강산이라 일컷지 아니 하는가!12시 정각. 자 이제는 하산 해야지, 주변경관에 미련을 남긴채 맨 마지막으
로 정상을 내려선다. 하산 갈림길인 절고개 까지는 급경사 비탈길이다. 두어번
눈방석에 엉덩방아를 찧으며 조심조심 내려간다.년초 도봉산 자운봉을 시작으로 태백산 눈축제, 수리산 수암봉, 남해 금산보리
암 그리고 이번 축령산까지, 즐거운 산행의 추억을 쌓으며 이제 남은 여생 산과
친구와 벗삼아 오르고 또 오른다. 우리의 인생 "日怒日老 日笑日少"라 한다.
즐거운일 웃을일을 많이 만들어야 한다. 짜증나는 일도 감사함으로 받아 들이
고 남은 인생 함께 즐기면서 살아가자 그래서 우리 고교동창들의 모임인 화요
산우들의 건배 구호도 시종여일 <餘生同樂>이다.정상 능선을 내려서니 싸리나무와 억새가 뒤 덮이는 절고개라 하며 이곳이
서리산과 축령산 산행의 중심이 된다. 이 고개에서 북쪽 능선을 따라 오르면
바로 서리산 인데 한자로는 霜山으로 표기된다. 선발대는 멀리 앞서 나가
보이지 않는다. 서리산 2.1km, 축령산 0.75km, 재2주차장 2.18km의 산행
이정표가 보이고 좌측 하산로를 따라 내려 가는길은 잣나무 숲이 우거져 있으며
눈비가 흩날려 두뺨을 시원하게 적신다.12시 30분. 야생초 화원에 도착하여 시원한 약수로 목을 축인다. 한참을
지나니 계곡이 나타나고 계곡 건너편 으로는 아스팔트 포장도로가 이어진다.
편안한 발걸음으로 도로 따라 내려오니 중간중간 자연휴양림 휴게소와 팬션
통나무집이 보이며 축령산 고로쇠 판매소 안내판이 자주 눈길을 끈다. 전남
광양에 있는 백운산 고로쇠가 유명한 줄 알았더니 이곳 축령산 고로쇠도 유명
하다고 한다.오후 1시. 최초 산행 기점인 "숲속의집"에 도착한다. 내려오는 방향으로
버드나무/대추나무/느티나무 棟이 오미조밀 하게 들어서 있고 올라가는 길목
으로도 잣나무 1. 2호/은행나무/사과나무/단풍나무 棟이 배열되어 있다.수리바위-남이바위-정상-절고개-야생초화원-숲속의집 까지의 산행 거리는 6km,
산행시간은 휴식시간을 포함하여 3시간 30분이 소요 되었다. 주차광장에는
계곡에서 불어오는 바람막이 방풍용으로 2대의 버스를 잇대어 놓고 시산제
제수를 진설 하였다.돼지머리/시루떡/어포/각종과일과 포천일동 막걸리 등으로 아주 근사한 제상이
마련되어 있고, 차재전 명예회장이 祝官으로 "유세차"로 시작되는 축문을
낭독하고, 정구웅 사장이 祭官이 되어 금년 한해 무사 산행을 기원하는 시산제
의식이 진행 된다. 모두 차례로 배례를 드린 후 음복에 이어 오찬의 잔치 마당
이 시작 된다. 은박지에 곱게 싸서 바베큐한 돼지고기가 일품이고 뜨끈뜨끈
하게 현장에서 끓인 된장찌개에 막걸리와 소주를 곁들인 잔치상은 모든 남녀
산우들이 둘러앉아 한 식구가 되는 끈끈한 우정속에 흥겨웁게 펼쳐진다.한마당 잔치가 끝나고 푸짐한 상품이 걸린 보물찾기가 시작된다. 모두 40명
에게 돌아가는 경품으로 그 옛날 동심의 세계로 돌아간다. 빈손으로 돌아온
필자의 손에 넌지시 자기 몫의 경품권을 건네주는 시산제 도우미에게 감사의
눈인사를 보낸다.2004년. 甲申年의 축령산 시산제는 모든 산우들이 하나가 되는 축제의장으로
막을 내리고 전원 무사히 귀로에 오른다. 시간은 오후 3시. 6시경이면 인천
에 도착할 수 있다 하니 아주 적당한 귀가시간이 되지 않나 생각된다.폭설로 인하여 오늘 아침에 품었던 기우는 눈 녹듯이 사라지고 좋은 산행을
예비해준 덕산산악회 주최측과 시산제 행사를 잘 마무리 해준 도우미님들께 감사
의 인사를 전하며 축령산 산행기를 마치려 한다.자! 그러면 덕산산악회 산우들.
다음 만날때까지 모두 모두 안녕히..........
첫댓글 축령산은 마침 우리집애가 군근무를 현리에서한 관게로 자주지나던곳입니다.한번등산도 하였구요,이같이 지산의자세한 설명을 들으니 더욱 공부도되고 옜생각이 간절합니다.
산행기를 읽고나니 몇년전에 축령산에 갔다가 중턱에서 내려온 생각이 납니다. 이제 다사 한번 가서 정상을 다녀와야 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