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살고 있는 하와이를 local news에서는 "파라다이스"라고 칭한다.
그런데, 나는 왜 (so-called) "파라다이스"에 살면서 한국을 그리워하는가?
3가지 이유를 들라하면, 재래시장, 도서관(서점 포함), 산이다. 내가 한국에서 살 곳을 정하는데 이 3가지가 근처에 있어야 한다.
재래시장:
한국가면 남대문 시장을 꼭 들린다. 한국에서 지인들에게 "나, 오늘 남대문시장 가고 싶어"라고 말하면 "사람많고 복잡한 곳에 가고 싶어?" 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나는 그 이유때문에 가고 싶다. 왁작지껄함! 내가 사는 곳에서는 느낄수 없는, 살아 숨쉬는 듯한 것을 듣고 보고 느끼고 싶은것이다.
어릴때 집근처에 있던 삼선시장, 돈암시장이 한동안 꿈속에 나타났다. 또 오기전에 살던 곳에서
가까웠던, 가끔 어린 딸과 함께 시장보던, 성당이 시장입구에 있는, 새마을 시장도 떠오른다. 물론
"파라다이스"에도 Farmers' Market은 있지만 체급이 다르다. 그리고 box형의 빌딩안에 존재하는
supermarket은 나의 필요욕구(necessary)만 채워줄뿐이다.
작년 6월에 한국에 갔을때, 지인이 사고 싶은 것이 있어서 시장에 가고 싶다는 나와 딸을
H 백화점에 데려갔다. 백화점에 가려고 한국에 온것이 아니다. 미국에도 백화점은 있다. 또 미국브랜드의 상품을 사려면 미국에서도 충분하다.
재래시장이 가고 싶은 것이다.
인천 젓갈시장을 들린후, 신포시장에 갔을 때가 좋았고,
작년 6월 딸과 둘이 여수에 처음으로 갔을때도 아침에 한 시장(이름 잊어버렸음)에 가서 연한
색깔의 녹두죽을 맛있게 먹고, 하천을 따라서 생선 점포가 줄지어 있는 생선시장을 구경한후, 하천을 가로지르는 버스가 다니는 큰 길 건너편에 있는 시장에서 매실 파는것을 보고, 매실청을 자주 쓴다는 지인이 생각나, 매실을 사서 택시를 타고, KTX를 타고, 또 택시를 타고 갖다
주었다. 딸과 나는 힘들었어도 싱싱한 매실을 사다 줄수있다는 것에 기분 좋았는데, 지인이
씻는것 다듬는것 힘들다고 해서, 딸과 내가 하나 하나 꼭지도 따고 씻어주었다.
우리는 참 재미있는데, 지인은 왜 탐탁해 하지 않을까? 라고 속으로만 생각했다.
도서관 (서점포함):
내 책은 아니어도 책에 둘려 싸여 있으면 기분 좋게한다.
초기에 한국을 방문 할때마다 교보빌딩 지하의 교보서점을 거의 매일 들려서 장난감 구경하듯
책들을 뒤적였고, 그 안에서 식사도 해결하고 놀았었다.
작년에 오랫만에 들린 교보문고는 인테리어가 어두운 색감으로 바뀌었지만, 그 자리에 그대로
있다는 것만으로도 안심이 됬다.
한국가면 도서관, 작은 책방 순례를 하려고 한다.
산:
산꾼의 wife였고, 나 역시도 산꾼에 버금가는 산꾼의 와이프였다고 자부한다.
미국 동부에서 살때는 애팔레치안 트레일도 걷고, VA 셰난도아의 산들도 올랐지만, 서울 근교의
인수봉, 선인봉의 그리움을 다 채워주지는 못했다.
미국의 큰 산들은 가까이 하기에 너무나 먼 당신이라, 항상 목마른 나의 갈증을 채워주기에는
부족하였다.
예전에 서울에 살때는 한국의 큰 산들에 빠졌었는데, 이번에는 가까운 뒷동산들부터 차근차근
걷겠다.
이 3가지를 많이 그리워하지만,
어리석은 나는 이 3가지 조건이 "파라다이스"에서 충족된다해도 또 다른 핑계를 대면서 한국에 갈
구실을 찿겠지!
첫댓글 21년 살고 귀국했는데 사회전반 의식도 변하고 경제도 살만해졌습니다
못산다는 개념이 20년전과는 달라져 있습니다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작년 6월에 한국에 갔을때, 달라진것을 많이 보고 느꼈고, 앞으로의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삭제된 댓글 입니다.
사진이 눈에 너무 익습니다.
가장 그리운 몇안되는 곳중에 하나입니다.
오버행 하강길이 잘보입니다.
암벽등반을 하는 클라이머들을 그 밑의 약수터 근처에서 올려보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마져요 ~ 마져^^
한국에 대한 마음 넘 넘 와 닿아요~~ ㅎ
그라서 저도
한국에와서 살고있어요 ~~
넘넘 좋고 행복해요 ㅎ
저도 조금만 더 행복해지고 싶습니다.
저보다 먼저 가 계시니, 부럽습니다.
제 버켓리스트에도 재래시장 방문이 있습니다,
차기방문때는 전남 탐방입니다,
특히,
여수는 아직까지 가 보지 않았지만요,
차기방문때는 꼭 방문하고 싶네요,
그곳에 아버지의 성공과 좌절이 공존했던곳였네요,
좌절은 좌파들 때문였죠,
아직도 좌파들이 많겠지만요.
좌파들 정권이 들어서고부터는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흐려지네요,
계속해서 좌파정권이 이어진다면 한국행은 포기합니다.
1995년부터 2008년까지 매년 1~2회 다녀왔고요,
가 봐야 반겨줄 사람도 없고요.
현생의 고향에 돌아가 죽으나 전생의 고향에서 죽으나 죽는것엔 별 차이가 없죠.
할딱고개위에 주모가 차려주는 감자전에 시원한 막걸리,
그 맛은 잊을 수가 없지요,
미국산엔 그런 게 없지요,
여기 산악회에서는 산삼주와 차가버섯주로 대신하네요.
깔딱고개라는 단어 오랬만에 접하네요.
우이동의 인수봉을 오르는 중턱을 깔딱고개라고 불렀었는데요.
@고향사람/여/1960 우이동에는 깔딱고개가 있군요,
할딱고개는요,
속리산 문장대가는 중간쯤에 있습니다,
거기에 다녀온 지도 41년이 되었네요,
1년에 4번 계절마다 한번씩,
고2때부터는 자전거 타고 다녀왔습니다.
저도 한국의 재래시장이 제일 가보고 싶어요. 미국 Flea Market 은 한국음식이 없어 아쉬워요. ㅋㅋ
문화의 차이점을 명백하게 보여주는 곳들의 하나가 '시장'인것 같아요.
Flea Market도 나름대로 북적북적하지만, 재래시장과는 다르잖아요.
곧 한국의 재래시장을 방문하게 되시기를, 그래서 한국음식에 대한 아쉬움을 푸시게 되시기를 바랍니다.
미국은 한번도 못가본 촌놈이지만~ 그래도 평생 한국에서 살고픈
한국인의 통뼈입니다. 옛사람은 아니지만 그래도 사람들이 바글바글대는
재래시장과 장터는 정말 사람냄새를 맡게하는것 같고~ 전국 어데를 운전해도
도심지를 조금만 벗어나면 청명한 구름과 산들 정말 한국은 너무 아름다운 금수강산인듯 합니다.
운전하다 피곤하면~ 맛집을들러 한끼식사하면 부러울게 없지요. 피자나 햄버거보다
너무좋은게 묵은지 김치찌게나 고등어구이등 정말 향토음식 너무 좋습니다.
그래서 저는 더 나이먹으면 조그만 텃밭가구며 사는게 인생에 목표이랍니다.
자연에 시원한 물소리와 그늘아래에서 뜨거운 감자,고구마,옥수수를 먹으며
만화책이라도 본다고 상상해보면 앞으로에 삶이 너무 즐거울것 같네요.
한국에 강아지풀~ 너무 이쁘죠!! 하늘에 구름은 보너스 입니다!!
강아지풀은 미국에도 많아요,
제 집 뜰에도 있고요.
학교에 다닐때, 우리나라를 금수강산이라고 표현하는 것을 머리로 배웠지만, 가슴으로는 이해하지 못했었습니다.
오랜 세월을 미국에 살면서,
아! 그 표현이 가슴으로 이해되었습니다.
촌놈아니십니다.
저야말로 미국촌놈!
@고향사람/여/1960 가든 스테이트에 살아서 그런지요,
자연환경면에서는 한국이 하나도 그립지 않아요,
산에 가서 불때서 밥해 먹고요,
여름엔 은하수 이불삼아 덮고 자고요,
서부는 안가봐서 모르지만요,
동부에서는 뉴헴프셔부터 그레잇 스모키 마운틴까지요,
다 다녀봤네요.
이유가 명확하시군요. 멋지네요~!
저도 서점과 산 그리고 재래시장은 꼭 가보고 싶어요.
추천 +1
저희보다 먼저 역이민하실거라고 알고 있습니다.
부럽습니다.
저도 다른 이유도 있지만 언급하신 3가지 이유로 역이민을 결정했습니다. 늘 역동적인 한국! 오늘도 감사하며 보냅니다. 우리 잘 역이민해요!
네, 화이팅!
소도시의 작은 책방순례를 함께 해볼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두겠습니다.
삭제된 댓글 입니다.
감사합니다.
어디서라도 만나뵙게 되면, 함께 걸어보도록 해요.
작년6월에 서울 숲을 방문했는데, 꽃들도 많고 걷기에 무리가 없었는데,
이렇게 걸을수 있는 곳은 이제 한국에 많다고 합니다.
저또한 같은 이유로 고국행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유유히 흐르는 강변이 바라보이는 산자락 아담한 집
작은 텃밭 가꾸며 여유롭고 평안한 소소한 일상.
금년 폭우가 한시적이 아니라 해마다 계속 이어질 수 있다는
우울한 보도가 사실이 아니길 바래봅니다...
그런데 산꾼의 자격은 어느정도까지 되어야 하는지요? ^^
30년도 더딘 이전에, 토요일 밤만되면 저희가 배낭을 메고 집을 나서니, 동네분들이 궁금해하셨고 , 혹시나 밤일을 하는건 아닌가하는 농담으로 여쭤보시게 만드는 정도. 어린딸도 데리고...
밤 산길을 오르며 야영하는...
인간은 언제나 가지지 않은 것에 갈망 합니다.
차차로 한국에서 하고 싶은 3가지 하시면서 또 소감 올려 주시면 읽겠읍니다~ ^*^
글 감사합니다.
이번에는 제가 선택을 하게 되는 겉모양이니, 선택에 책임이 따를것이라는 것을 잊지말아야겠지요.
글 잘 읽었습니다. 저도 한국이 늘 그리운 사람입니다. 제가 사는 이 곳도 정말 좋은 곳이지만, 고향은 그 소리만 들어도 마음이 푸근합니다.
맞아요.
어느곳이나 장단점이 있고, 모든 곳이 살만한 곳이지만,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은 '그리워하는 마음'을 그만두고 싶다라는
의지만으로는 안되는 일인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