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1, 제목: 바래봉 2, 언제: 2,015. 5. 18.(월, 비) 3, 누구와: 혼자서 4, 코스: 팔랑마을- 지계곡- 바래봉- 팔랑치- 팔랑마을(약 8km) 5, 소요시간: 3시간 39분 6, 시간대 별 구간 08: 38.- 팔랑마을 09: 06.- 계곡 건넘 09: 36.- 너덜 시작 10: 23.- 정규등로 10: 33.- 바래봉 10: 54.- 삼거리 11: 20.- 팔랑치 12: 17.- 팔랑마을 7, 산행소묘
남부지방에 비가 온다는 예보를 듣고 집을 나섭니다. 산청휴게소를 지나니 비가 내리기 시작합니다.
바래봉을 오르는 길은 운봉, 인월, 장항 등 여러 코스가 있습니다. 08: 38. 오늘은 팔랑마을에서 오릅니다.
주차장에서 마을로 들어서면 표지판이 나오고.......
왼쪽으로 진행하면 팔랑치로 오르는 정규 등로이고 오른쪽으로 진행합니다. 한 번도 가지 않은 길입니다. 곧 커다란 집수탱크가 나오고 그 뒤로 산길이 열려있습니다.
작은 계곡 물소리를 왼쪽으로 들으며 한 삼십 분 무난한 산길이 이어지다가.....
09: 06. 계곡을 건넙니다.
뽓때 님이 반갑게 맞아줍니다. 지리산 골골 능선 중에 이 양반 안 가본 곳이 어디일까?
이후 다시 한 삼십 분 정도 좋은 길이 이어지다가 너덜겅으로 바뀌면서 길 모습은 사라지고 고로쇠호스만 바래봉 방향으로 이어집니다.
경사도 급해지고 비는 내려 미끄럽습니다. 바위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어 돌 디딜 때 조심하며 오릅니다.
지도에 나와 있는 길을 따르려고 방향을 이리저리 살피며 오르는데 지피에스 수신이 잘 안 되는지 실제 걸음과는 다르게 트랙은 갈 之자를 그립니다.
바래봉이 눈에 들어오고....... 10: 23. 바래봉 샘터 조금 위, 90도로 꺾이는 지점으로 나왔습니다. 기록된 트랙을 보니 막바지에 조금 더 오른쪽으로 붙어야 하는데 왼쪽으로 치우쳤네요.
" 대중음악 노랫말은 때로 시(詩)다. 가슴 깊숙이 들어와 가슴을 뭉텅 베어 가는 노래라면 그건 시다. 계간지 '시인세계'가 2004년 시인 100명에게 '좋아하고 흥얼거리는 노랫말'을 물었다. 2~5위에 '킬리만자로의 표범'(작사 양인자) '북한강에서'(정태춘) '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양희은) '한계령'(하덕규)이 올랐다. 단연 1위는 1953년 백설희가 부른 '봄날은 간다'(손로원)였다. 열여섯 명이 꼽아 2위를 여섯 표 앞섰다. 저 아래 표지목 선 곳이 나온 지점
뒤돌아 보니 서북능선이 신록을 뽐내고......
주능 북쪽자락, 삼정산 부근으로 운해가 넘실거립니다.
▶작사가 손로원은 원래 화가였다. 광복 후 '비 내리는 호남선'을 비롯한 여러 가사를 썼다. 그는 6.25 전쟁 때 피란살이 하던 부산 용두산 판잣집에 어머니 사진을 걸어뒀다. 연분홍 치마에 흰 저고리 입고 수줍게 웃는 사진이었다. 사진은 판자촌에 불이 나면서 타버렸다. 그가 황망한 마음으로 써 내려갔다.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 오늘도 옷고름 씹어가며/ 산제비 넘나들던 성황당 길에/ 꽃이 피면 같이 웃고/ 꽃이 지면 같이 울던/ 알뜰한 그 맹세에 봄날은 간다….'
가운데서 오른쪽으로 올라온 골짝
▶요즘 차에 두고 노상 듣는 노래가 '봄날은 간다'다. 백설희부터 박은경과 래퍼까지 60년에 걸친 가수 스물셋이 각기 불렀다. 최백호·장사익은 감정을 간수하지 않고 뜨겁게 내지른다. 절절하게 토해낸다. 조용필·김도향·최헌은 덤덤하도록 절제한다. 들을수록 깊은맛이 우러난다. 한영애는 신들린 듯 주절대는 스캣이 오래 남는다. 나훈아·이동원·심수봉도 저마다 저답게 불렀다.
운봉은 글자대로 구름으로 덮였습니다.
나만 비오는 날, 그것도 평일에 바래봉에 오른 줄 았았더니 지는 꽃 보러 삼삼오오 비 맞으며 제법 왔습니다.
▶듣다 보니 봄날이 다 갔다. 거리엔 어느새 반팔 차림이다. 좋은 시절은 금세 간다. 봄도 문득 왔다 속절없이 떠난다. 그래서 화사할수록 심란하다. '봄날은 간다'는 그립고 슬프다. '그때가 봄날이었지' 되뇐다. 다시 못 올 젊음의 회한(悔恨)을 삼킨다. 나이 든 이는 이제 봄을 몇 번이나 더 맞겠는가 싶다. 그 애틋함에 끌려 수없이 많은 가수가 불렀다. 가는 봄 서러워 목이 멘다.
렌즈에 물기가 묻어 흐릿하죠? 10: 33. 바래봉 정상입니다.
▶'봄날은 간다'를 듣다 듣다 별스러운 곳에서 듣는다. 며칠 전 새정치민주연합 최고위원회의에서 유승희 의원이 첫 소절을 불렀다. 막말 소동으로 회의장에 흐르던 침묵을 깨뜨렸다. 야당 앞날을 탄식하는 것이라면 모를까 "어버이날 경로당에서 불러 드리고 왔다"고 했다. 노인 위로에 적절한 노래도 아니다. 그는 이튿날 "분위기 바꿔보려다 심려 끼쳐 죄송하다"고 했다. "박근혜 정부의 공적연금에 대한 알뜰한 맹세가 실없는 기약으로 얄궂은 노래가 됐다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참 궁색하게 들린다. 정치인은 좋은 노래마저 지저분한 정치로 오염시킨다." - 오 태 진 -
꽃은 바래봉 정상 부근에만 조금 남았고......
정면으로 반야봉이, 오른쪽 저 멀리 만복대가 보입니다.
흰철쭉도 있네요. 바래봉 샘에서 물 한 잔 마시고, 10: 54. 용산리에서 올라오는 삼거리를 지나 팔랑치로 향합니다.
서북능선 허리로 운해가 몰려옵니다.
뒤돌아 본 바래봉
산이 섬이 되어 구름바다에 떠 있습니다.
生也 一片 浮雲起(생야 일편 부운기), 死也 一片 浮雲滅(사야 일편 부운멸) 태어남이란 한 조각 구름이 일어남이요, 죽음이란 한 조각 구름이 스러짐인데.......
浮雲自體 本無實(부운자체 본무실), 生死去來 亦如然(생사거래 역여연) 구름의 바탕은 본래 실체가 없으니, 나고 죽음 오고 감도 이와 같구나.
草露人生(초로인생), 우리 인간은 해뜨면 없어지는 풀잎의 이슬과 같은 존재이지요.
동에서 밀려드는 운파는 영을 넘어 운봉고원으로 합류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쓸데 없는 것들에, 그리고 너무 많이 가지려고 집착을 합니다. 미망에서 헤어나지 못하며 살다가 앞서거니 뒷서거니 갑니다. 가진 자나 못 가진 자나 다 같이, 그렇게..... 흙으로.
두 주먹 쥔 빈 손으로 이 세상에 왔다가 양 손에 아무 것도 가지지 못하고 다시 돌아갑니다. 흙으로.
운해가 점점 더 많아집니다.
붉은병꽃
팔랑치에는 꽃이 다 졌습니다.
때를 놓친 아쉬움보다는 우중의 지리산 연봉의 조망이 참 좋았다는 느낌을 안고 다음을 기약합니다.
11: 20. 팔랑치. 아래에 마을 이름이 있어 고개 이름이 되었습니다. 부운치와 같이. 와운, 부운, 팔랑.... 참 정겨운 이름들입니다.
이제 내려갑니다.
벌깨덩굴
젖어 미끄러운 길을 오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우산도 쓰고, 우의도 입고. 저같이 비맞으러 왔습니다. 저만 대중없는 줄 알았더니.......
장갑이 젖어 손이 시리지만 웃어어야쥐이~~~~ 잘 안 웃어졌네예.
오늘 대여섯 대 주차했는데 돈 받는 사람이 없네...... 아!!! 평일 무료인갑다.
아침에 배낭 메고 도착하여 처음 벗습니다. 물도 한 모금 안 마시고, 간시도 안 먹고, 무알콜 산행이었습니다. 거리도 짧고 시간도 얼마 걸리지 않았지만 비에 귀찮아서.....
생초의 작약밭
읽어주신 여러분, 고맙습니다. 복 많이 받으십시오.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 |
|
첫댓글 비내리는 바래봉 철쭉 산행
후기글 잘 읽었습니다
먼저가신 모 대통령의 인용글귀가 인생의 허무함을 느낌니다 물도 한모금 안마시고 끝까지 고생많으셨습니다
비와함께 떠나가는 봄을 느끼게합니다.
지리산 운해가 넘 멋지네예~~
우중산행에 고생하셨습니다.
봄날은 간다~~~ 노래 잘 들었심니다. 고문님!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