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장에서](수필)

[뻥새뻥새]

[결혼식장에서](수필) - 교정본
 
      - 배종숙(은곡)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날 찾으라 하면, 누구는 생일날, 누구는 결혼식날이라고 할 것이다.
 친구들과 만나 수다를 떠는 건 오나가나 여자들이었다.
 이날도 예외는 아니었다.
 날씨가 좋다느니,  흐리다느니, 눈발이 조금 날리는 게 낫다느니, 아니 올 테면 함박눈이 더 낫다느니, 자기 의견을 합당하게 껴맞추느라 입들이 좀처럼 쉴 생각을 하지 않는다.
 누가 그러더라, 여자는 자고로 요물이라서 아마도 말이 많은 것 같다. 그런 속담이 왜 생겨 났을까. 여기 저기 부산을 떨다가도 우르르 몰려 신부 대기실로 들어갔다. 신부가 이쁘다고 찬사를 늘어놓고, 온갖 있는 폼 없는 폼 다 잡아가면서 신부 곁에서 또는 뒤에서 둘셋씩 이렇게 돌아가면서 사진을 찍어댔다.
 사진이 잘 나왔다는 둥 못 나왔다는 둥 이러든지 저러든지 참 말들이 많다.
 나 역시 예외가 아니다.
 얼마나 수다를 떨었던지, 입안에 불이 나서 활활 타들어 갈 지경이었다.
 혓바닥이 쩍쩍 갈라지는 기분이었다.
 물을 찾아 이리저리 다녀봤지만 그 어디에도 물은 없었다.
 신랑 입장이라는 사회자의 목소리가 마이크를 통해 울려 퍼지자, 우리들은 식장 안으로 우루루 들어가 각자 빈자리를 찾아 앉았다.
 옆에 있는 희선이는 신부 표정이 굳어 있다는 둥 신랑이 싱글벙글 웃는다는 둥 재잘대고 있었다.
 이래 저래 참 말들이 많았다.
 신랑이 용감하고 씩씩하게 입장을 하여, 주례사에게 넙죽 인사를 하더니, 곧 바로 돌아서서 나왔다.
 사방에서 웃음보가 터지고, 도우미가 황급히 달려가 신랑이 못 가도록 잡았다.
 이때 신부 입장 소리가 들려왔다.
 또한번 사회자의 해맑은 목소리가 통통 튀었다.
 이어서 피아노 반주곡에 맞춰 저 멀리서 아버지의 손을 잡고 들어서는 신부가 보였다.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습인 듯했다 .
 조금은 굳은 듯한 표정으로 먼저 입장해 있던 신랑이 보다 빨리 신부를 데려오고 싶었던지, 급히 앞으로 걸어가서 장인으로 부터 신부를 건네받았다.
 그때 장인이 사위에게 한마디 전하고는 자리로 내려갔다.
 성혼 선언문과 성혼 서약을 마치고 주례사는 열심히 잘 살아라. 부모에게 효도하라, 서로 존중하라 등등의 조언을 해주었다.
 이 말들이 신랑과 신부 귀에 들렸을까.
 아마도 아무 말도 안 들렸을 것 같았다.
 누구나 처음 하는 결혼식이니까, 서투른 게 당연할 것이다.
 식장에서 보면 사회자가 참 걸짝이다
 신랑과 신부에게 상상을 초월하는 우스개 소리와 행동을 시키고 친구들이 축가를 불러 주도록 하고, 오늘 같은 멋진 날을 선물하니까 말이다.
 이런 날이 생애 또 어디 있겠는가.
 신랑 신부의 첫 걸음인 행진을 끝으로 결혼식은 30여 분 만에 끝이 나고 말았다.
 기념 촬영을 하고 폐백을 하고 나면, 하객들께 인사를 하고 정신 없는 시간이 흐른 다음에, 돌이켜 본다면 아무런 기억이 없는 결혼식이 되어 버린다.
 말 많은 친구들도 모두 자기 갈 길을 찾아 떠나 버린다.
 각자 봄에 찿아오는 연초록 향내를 그리면서.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