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의 능선 아래서 만난 삼척 대금굴

[넉넉한(57년,안산시)]

2015. 8.2.

삼척 대금굴은 친구의 추천으로 갑자기 일정을 잡았는데 오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몇 번이고 들었던 곳이다.

영덕에서 해안을 따라 강릉방향으로 올라가다가 서쪽으로 방향을 틀어 삼척 석회암지대의 준령을 넘어 협곡으로 들어섰다. 경상남도의 계곡을 넘을 때는 물이 많지 않은 계곡에 사람만 많더니, 강원도 삼척으로 오니 우선 수량이 풍부하다. 삼척쯤에 으례 있기 마련인 시멘트 회사를 지나쳐 이윽고 대금굴·환선굴 주차장에 이르렀다. 일찍 서두른 덕에 주차장을 300m정도 남짓 남겨놓고 주차 통제를 위해 대기했던 것을 제외하곤 휴가철 관광치 치곤 양호한 편이다(동굴 관람을 마치고 나올 때는 대기 행렬이 끝간데 없어 족히 수 키로는 돼 보였다).

차에서 내려 사방을 둘러보며 와~하는 탄성이 절로 나온다. 수 해전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에 갔을 때 찌를 듯이 높이 서있는 산의 위엄에 놀란적이 있는데, 여기 대한민국 삼척시 신기면에 거의 비슷한 느낌의 깍아지를 듯이 솟아있는 산들로 둘러싸인 곳이 있다니...

대금굴이 속해있는 덕항산 1,070m이고, 환선굴이 속해있는 바로 옆 지각산은 1,085m 이런 식이다.

사방의 산 정상들이 손에 잡힐 듯이 눈앞에 있고 그 산들의 계곡지대에 서 있으니 위세에 놀라는 것은 당연.

대금굴은 덕항산의 415m 지점에 위치하고 있다. 동굴이 발견되게 된 것은 산 중턱으로부터 쏟아져 나오는 엄청난 물을 유심히 관찰하다가 동굴이 있을 것으로 보고 탐사 끝에 2003년 발견하게 됐다고 한다. 탐사 후 개방을 위해 3년에 걸친 정비기간을 거쳐 2007년도에 개방.

대금굴로 가기 전에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이른 점심을 먹기로 하고 매표소 아래로 내려와 더덕구이 백반을 시켰다. 1인당 8천원은 평상시와 같은 가격. 식당 주인이 속속 들어오는 손님들을 물리느라 애쓴다. 예약 받아 놓은 손님들 때문이라는데 준비한 음식재료만큼 손님을 받아야 되기 때문이란다.

매표소로 가기 전 우측으로는 삼척시에서 운영하는 대이동굴관리소가 있다. 관광객 유치를 위해 상당히 공을 들이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우선 화장실이 매우 깨끗하다는 것.

화장실은 주차장 부근에도 설치 운영되고 있었는데, 내린 소나기로 인해 자칫 바닥이 지저분할 수 있었음에도, 관리소 건물 화장실까지 개방하여 청결하게 관리하면서 관광객에게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

대금굴과 환선굴의 매표소는 한 곳의 관문에 왼쪽은 환선굴 매표소, 오른쪽엔 대금굴 매표소 이렇게 나뉘어져 있다.

눈에 띄게 길게 늘어선 환선굴 매표창구와는 다르게 대금굴 창구는 한산하다.

바로 인터넷 사전예매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매달1일부터 다음 달 분을 예매한다.

동굴의 보호를 위해 여름철 하루 720명, 겨울철 하루600명만을 입장시킨다.

그러나 운이 좋다면 예매 후 취소된 좌석이 있어 현장에서 입장표를 구매 할 수도 있지 않을까.

대금굴 입장료 어른 ₩12,000

환선굴 입장료 어른 ₩4,500

(각 모노레일 탑승료 포함)

매표소를 지나 100여m 정도를 오르면 왼편으로 대금굴과, 오른편으로 환선굴 가는 길이 나뉘어진다. 우렁차게 흐르는 계곡의 다리를 건너면서 대금굴로 향하게 되는데, 곧게 자란 전나무, 금강송 숲길을 지날 땐 가장 무더운 계절에 찾았지만 내내 시원한 청량감을 만끽할 수 있었다.

이윽고 모노레일 은하열차 타는 역에 도착하니 기다리는 시간에 지루하지 않도록 대금굴 영상을 방영해주고 의자도 충분하게 준비되어 있다.

매 30분 간격으로 운행되는 은하열차는 동굴안 140m지점까지 사람들을 태우고 들어가는데 모노레일을 구간은 610m. 40명씩 탑승하고 개인별로 이어폰이 지급된다.

이윽고 12시30분 은하열차 출발.

가파른 계곡을 올라가는 동안 이어폰에서 가이드의 설명이 들려오고, 발아래로 이름모를 초목의 지대를 지나더니 갑자기 왼편으로 폭포수가 우렁차게 쏟아진다. 바로 대금굴에서 흘러내리는 엄청난 양의 물로, 산중턱 바위틈에서 난데없이 물이 쏟아져 내리는 것이 신기하다.

  ↑은하열차 내부

국내에서 모노레일 열차를 탄 채로 동굴안으로 들어가는 것은 대금굴이 유일하다고 한다. 동굴입구로부터 140m를 더 들어가니 이윽고 동굴안 은하역이 나타났다. 은하역은 자연동굴 광장으로 모노레일 승하차 및 동굴 내부 관람이 시작되는 곳이다.

↑ 동굴 입구

이어폰에서 이어지는 가이드의 안내대로 차례대로 동굴 관람이 시작됐다. 갈림길이 나타날 때는 무조건 오른편으로 가란다.

동굴 내에서 사진촬영은 엄격하게 통제.

처음 관람 장소인 '비룡폭포' 앞에서 그 위엄 앞에 놀랐다. 동굴내에 이렇게 큰 폭포가 있다니. 8m의 높이라고 하는데 물의 양이 많아 떠나갈듯이 우렁찬 소리를 낸다.

동굴 관람내내 폭포수 소리가 그치지 않은 것으로 보아 동굴내에 얼마나 많은 물이 흐르는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커튼 종유석'은 부드러운 곡선이 마치 커튼의 굴곡져 늘어진 모습과 같다고 하여 명명됐다는데, 암석의 갈라진 틈새를 따라 흘러내리면서 광범위하게 형성되어 있다.

이어폰에서 들리는 가이드의 설명 또한 재밌다. 나름대로 종유석에 이름을 붙여 '삼겹살 종유석', '오겹살 종유석' 하며 후레쉬로 비춰가며 설명을 한다. 종유석이 얼마나 얇은지 명품 도자기에 빛을 비추면 빛이 통과하듯이 반대편을 환히 비칠만큼 종유석이 투명하다.

석회수가 떨어진 곳에 생성된 갖가지 모양의 석주는 물론이요 마치 계란 흰자모양을 하고 바닥에 볼록하게 자라는 종유석이 있는가하면, 흔치 않게 생성된다는 돌 진주가 우윳빛 영롱한 빛을 띠고 곳곳에 박혀 있다.

'막대형 석순'은 지름이 5cm에 불과한데 바닥에서 천장까지 닿아 있고 길이가 3.5m로 국내에서 최대의 크기라고 한다. 가히 5억3천만년전부터 형성된 동굴의 역사를 짐작케 한다.

'용소부잔교'는 관람용으로 설치된 다리로, 동굴에 물이 불어나면 물의 양에 따라 자동으로 높낮이가 조정되는 부교로 설치되어 있다.

관람객의 안전을 위해 그리 만들었다고 하는데 수량이 많을 때는 다리가 출렁거리면서 걷는 재미도 더 난다는 설명.

실제로 다리 난간의 찌그러진 부분이 있었는데 물이 불었을 때 난간이 동굴 천장에 닿은 흔적이라고 한다.

동굴이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탐사하여 끝내 발견한 것도 대단하지만, 개방을 위해 설치된 각종 시설물 또한 많은 공력이 들어간 것이라 그 노고가 놀랍지 않을 수 없다. 석회암 바위덩어리들로 이루어진 동굴이라 위에서는 언제고 바위들이 굴러 떨어질 형태를 띠고 있었는데 이 부분도 빔을 박아 안전에 만전을 기했다고 한다.

또 물길(폭포)옆으로 난 관람로가 많아 수량이 불었을 때 물이 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계단 옆으로 차단시설이 되어있다. 실제로 장마철이나 겨울철 눈이 녹기 시작할 2~3월경에는 동굴내에 물이 불어나 동굴관람을 통제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우리가 방문한 2015.8.2.일엔 물이 많지 않다는 가이드의 설명. 며칠 전까지 물이 많았는데 좀 아쉽다며 물이 많아야 동굴 탐험이 재미있다고 한다. 가이드는 물이 적은 기간이라고 설명하지만 동굴 관람내내 우렁찬 폭포수 소리가 관람로를 따라 이어지고 있고, 빠른 속도로 흐르는 물의 양이 만만치 않다.

동굴의 물 길 제일 깊은 곳은 9m에 이른다는데 바닥이 선명하게 보일정도로 물이 맑다.

빛이 없기 때문에 물고기는 살 수 없다고 하며, 벽에 붙어사는 노래기와 귀뚜라미 같이 생긴 곱등이는 직접 볼 수 있었다. 모두가 투명에 가까운 흰색을 띠고 있다. 대금굴에는 총15종의 서식생물이 존재하고 있다고 한다.

대금굴의 마지막 장소는 천지연이라 이름 붙여진 곳. 백두산의 천지를 닮았다 해서 이름 지어졌다고 한다. 푸른 호수가 정말로 그림속의 천지를 닮았다. 천지연 바닥에는 밧줄이 늘어져 있었는데 이곳에서 개방되지 않은 동굴로 이어지는 구간 200m를 연결한 밧줄이라고 한다. 아마도 환선굴까지 이어진 수중동굴일걸로 유추한다는 가이드의 설명.

중국의 어마어마하게 큰 동굴도 가보았지만,

우리나라의 동굴에 이렇게 수량이 풍부하여 대규모 폭포와 종유석, 석순, 석주 등 동굴생성물이 잘 발달한, 현재까지도 왕성하게 살아있는 석회암 동굴이 있다는 것이 신기하다.

사진촬영이 허용되지 않아 짧은 글로 표현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많은 수의 다 소개하지 못한 기기묘묘한 종유석과, 규모는 작지만 물이 흐르는 계단에 형성된 터키의 파묵갈레를 연상시키는 침전 계단형 휴석소, 석회석이 흘러 유석을 만들고 그 표면에 이슬같이 반짝거리던 영롱하고 신비한 빛의 보석종유석들이 경이로웠다.

그 빛은 물이 많아 석회석에 물이 흐르면 더 영롱한 빛을 띤다고 한다.

↑모노레일 아래 초목지대

대금굴은 모노레일 탑승 시간까지 총 관람시간이 1시간 20분이 소요되고, 순전한 동굴탐험시간은 1시간 정도였는데, 시간이 어떻게 흘렀는지 모르게 시종 흥미진진한 탐험이었다.

대금굴을 가시고자 한다면,

강원도 그것도 삼척 첩첩산중에 그 모습을 감추고 있느니만큼 일부러 계획을 잡아야 한다.

굳이 동굴 탐험이 아닌 등산을 좋아하는 분들에게도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등반코스이다.

바로 지각산, 덕항산의 능선으로 백두대간의 등줄기가 통과하고 있어 등산객들을 위한 제2주차장이 따로 지정되어 있을 정도이다.

주변의 경치까지를 감안하여 봄날의 연초록 생동감, 여름날의 짙푸름, 가을날의 그 화려함 등과 겸하여 어느 계절에 찾아 가도 좋을 터이고, 그 모두를 함유하고 있을 눈 쌓인 겨울날에 간다해도 고요한 순백의 세상이 반겨줄 것 같다.

●위치:강원도 삼척시 신기면 환선로 800(대이리189)

●정기휴관일 : 매월18일(18일이 휴일, 연휴인 경우 그 다음 평일)

-교통-

●철도 열차

신기역(무궁화호 1일 - 상,하행 각1회, 주말16회 통과) 청량리발, 부산발, 동대구발, 광주발, 강릉발.

●고속버스:

•서울(강남버스터미널) 삼척, 편도20회(주말26회)

•동서울(구의동) 삼척, 편도8회(주말10회)

●완행•시내버스

•삼척 -> 신기 -> 동굴주차장(06:10부터 18:50분까지 6회)

•도계 -> 신기 -> 동굴주차장(06:50부터 19:00까지 7회)

●일반ᆞ승용차

•서울,경기 : 영동고속도로-> 동해고속도로-> 7번국도-> 38번국도(신기)

•부산방면 : 7번 국도,38번국도(신기에서 진입)

•대구,남해방면 : 중앙고속도로(영주) -> 태백 -> 삼척(신기)

•충청,중부지방 : 중앙고속도로(제천) -> 38번국도(신기에서 진입)

 동굴내부 사진이 없어 지루한 글 끝까지 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 스크랩글이나 펌해서 온 글과 사진은 올리면 안됩니다. ※

※ 정성껏 올려주시는 님들의 글과 사진을 그냥 읽고만 나가지 마시고

짧은 댓글로 대답 해 주시는 님이 아름답습니다. ※

[자연소리(57년.광양)]

대단 하시네요----ㅎ
삼척에 이런 곳이 있다는 것도 처음 알았습니다. 상세한 설명이 더더욱 ~~~~

[넉넉한(57년,안산시)]

보기전엔 저도 그다지 기대하지 않았는데 한번쯤은 가볼만한 곳 같아요.

[걷다보면(60년,분당)]

언젠가 tv에서 본거 같은데 대단하네요
산중턱에서 떨어지는 폭폴 꼭 보고 싶네요 ^^

참 넉넉한님 그렇게 부지런히 다니시다
병나시는건 아닌지 ....^^

[넉넉한(57년,안산시)]

ㅎㅎ 남푠 휴가때 간거라 운전도 어쩌다 교대하고 구경만 했드래요~~

[담쟁이(61년.고양시)]

와~ 정말 대단하세요~
자세한 설명도 잼있게 잘 해 주셔서
가이드가 전문이신가?? ... 생각도 듭니다. ㅎㅎ
저희도 가족들과 대금굴 ~여행 꼭 기억해 놓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넉넉한(57년,안산시)]

가..가..이드에 가字도 모르드래요~~~

[산람(64년.캐나다)]

넘 좋은 곳이네요...
저는 아직 가보지 못했네요.
정말 좋은 가이드가 된듯해요.

[넉넉한(57년,안산시)]

캐나다 소개좀 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일상이나 주변풍경등...제가 그냥 뭐든지 관심이 많아서요~~^^

[영아 (52년,부천)]

자세한 설명에 다시 한번 더 다녀온것같네요,,,,

[넉넉한(57년,안산시)]

이미 다녀오셨군요. 전 동굴 존재 사실도 몰랐다가 이번에 처음 알았답니다^^

[같은맘. (65년광주광역시)]

이런 멋진 곳도 있었네요...저도 한번 꼭 가보고 싶은 곳이네요...

[넉넉한(57년,안산시)]

긴 글 보아주셔서 감사합니다^^
강원도쪽 나들이 하실때 양념 코스로 들르셔도 나쁘진 않을거예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