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제 20살이야. 드디어 올 해 대학을 가!
근데 진짜 사실 너무 속상해.
올 해 수능이 불수능이었던 건 다들 기사로 봐서 알고있지? 뭐 역대 수능중에 2번째로 어려웠다고 하더라고.
고1 초반때 기대했던 거 보다 성적이 많이 안나왔던 건 사실이었어. 고1때 친구들이랑 너무 친하게 지낸 나머지 공부를 소홀히 했던 것도 사실이었어.
근데 그래도 중학교때 국영수는 항상 전교권에 들고 교과우수상 받고 애들이 모르는 것도 많이 알려주고 그랬어. 공부 좀 한다하니까 지역에서 그래도 제일 공부잘하고 주말에도 강제로 학교나가고 막 그런 학교를 갔어. 근데 와 진짜 내신이 너무 어려운거야. 수능도 어려운데 진짜 수능보다 내신이 더 어려운 것 같음. 그러다 보니까 한다고는 하는데 그래도 생각한 것 만큼 내신이 안따라와 주니까 아 자존심이 상하는 거야. 너무 속상하고. 그래서 고2때 반배정도 망한 김에 공부나해보자 해서 백분위를 1학년때보다 많이 올렸어. 거의 과목별로 1학년 초반보다 1 ~ 1.5등급 정도 올린 것 같아.
그리고 고3이 됐지. 다들 3월 모의고사가 중요하다 중요하다, 보통 많이들 떨어진다 하는데 진짜 고2 마지막 11월 전국연합보다 백분위가 훨씬 많이 오른거야. 거의 한 15 오른 거 같다. 담임쌤도 칭찬많이해주시고 나 스스로도 뿌듯하고 기분좋았어.
4월 모의고사때는 유지 한 것 같았어. 그리고 6월 평가원때는 평가원 보기 하루전에 엄마랑 조금 심하게 다퉜어. 기분도 너무 안좋았고 그래서 잠을 1시간 정도밖에 안자고 그런거야. 그래서 사회문화 빼고 망했어. 다행히 사회문화는 2등급 나왔던 것 같아. 대신 다른 건 평소보다 훨씬 못봤지. 남들이 다 6평 중요하다 해도 그래도 난 거기에 휘둘리지 않았어. 난 그게 진짜 내 실력 아닌 거 아니까.
그렇게 7월이 됐고 너무 쉬워서 멘붕왔던 모고를 쳤는데 4, 5월 모의고사보다 훨씬 많이 오른거야. 기분도 좋았어. 그러다가 여름방학이왔지. 학교 보충은 너무 별로여서 나 스스로 하겠다고했는데 여기서부터 잘못된 선택이었던 것 같아. 나는 아침잠이 많은데 결국 방학 때 그 아침잠과 싸워보고자 도전했던 건데 결국 아침잠과의 싸움에서 난 진거지.
그렇게 9월이 됐고, 평소 본 것 만큼 봤고, 6평때에 비교하면 그래도 비교적 잘 봤어. 내가 좋아하던 사회문화도 잘 봤지.
사회문화는 내가 제일 좋아하던 과목이었고, 그래서 항상 기출 풀면 1~2등급 나오고 모의고사보면 2등급 정도 나왔던 것 같아.
영어는 내가 두 번째로 좋아하는 과목이었고 항상 2등급후반정도 백분위 나오는 3등급. 그 딱 컷에 걸리는 거 있잖아 그정도로 나왔어.
그리고 10월 모의고사때 나름 괜찮다 싶었지. 근데 10월짝꿍이 진짜반에서 제일 친한 친구랑 되어버린거야. 그리고 막상 수능이 다가온 다고 생각하니까 너무너무 떨렸어. 우리학교는 내신따기가 많이 어려워. 우리동네는 공부를 되게되게 못하는 동넨데, 우리학교만 유일하게 정시로 스카이 보내는 학교? 그런거야. 모의고사3등급이어도 그걸 학교등급으로 바꾸면 4~5등급으로 넘어가.
공부를 되게 열심히하고 빡센학교로 유명한 학교여서 나도 정시에 올인을 한 스타일이지. 그래서 그런지 수능이 다가온다니까 사소한 걸로도 서럽고 속상하고 수능이라는게 안믿기고 그러는거야. 나는 토요일에도 학교 꼬박꼬박 나오고 쉬는 날 없이 개교기념일이라던가 학교 재량 휴업일같은 날에도 무조건 학교와서 자습했는데 그런 게 다 생각나면서 울컥하고 그랬어.
그리고 수능을 봤지.
와ㅋㅋㅋㅋㅋㅋ폭망했어. 최근 2년동안 받아본 적 없는 결과가 나왔어. 이런 백분위 받아본적도 없는데 너무 속상하더라.
수능때 사실 교실에 있던 애들이 우리학교 애들밖에 없었어. 2명빼고 다 우리학교 애들이었고, 심지어 시험감독관도 우리학교 선생님들어왔었고, 중학교때 많이 친했던 선생님이 들어오셨어. 적당한긴장감이 필요하다던데. 난 너무 긴장을 안해서 망한 케이스 같아.
수능보고 가채점할때 국어는평소처럼 봐서 나쁘지 않네 했지. 수학은 오 생각보다 잘나왔어. 좋았지. 그리고 제2외국어 아랍어봤는데 다찍었는데 너무 잘본거야ㅋㅋ 기분좋았어. 근데 내가 제일 열심히한 사회문화. 평소에도 1~2등급나오던 사문이 5등급이 나오고,
내가 초중고 통틀어서 가장 열심히하고 마지막까지 잡고있던 게 영언데, 영어도 내가 봤던 모의고사중에서 가장 못봤더라ㅋㅋㅋ 진짜 가채점표들고 담임한테 내는데 담임쌤도 너무 당황하셔서 너가 한번도 받아본적 없는 백분위를 내면 내가 어떻게 받아들이냐고 다시해보라고 하시기까지 하셨어. 그 때 교실에서울고 하니까 담임쌤도 놀라서 울지말라고 달래주시고 하시더라.
정시상담 할 때 가군에 담임쌤이 최초합 노려보자고, 아무리 못해도 1차추합이라고 했던 학교 썼지, 광탈당했어ㅋㅋㅋ 예비도 못받음
정시 나군에 쓴건 예비 25받았어. 작년에 예비40, 재작년에 예비 39까지 나왔던 학교야. 근데 앞에 7명 남기고 떨어졌어ㅋㅋ
다군은 그냥 상향 쓴 거라 뭐 예비는 기대도 안했지.
결국 나 어떻게 됐냐고? 응 전문대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와 진짜 솔직히 자존심도 너무 상해. 너무 속상하고 나군 발표났을 때 정말 많이 울었어. 그 다음날이 졸업식이었는데 2시간? 정도 잤던 것 같아. 1시간도 넘게 계속 울고 울고 너무 속상하고 진짜 그냥 속상하기만 했어.
솔직하게 고3생활을 열심히 했다고는 말 못해. 나도 양심상 열심히하지않았고 중요한 여름방학 시기를 많이 놓쳤던 건 사실이야. 그래도 나 전문대는 아니거든, 진짜 그렇게 공부를 하진 않았거든. 전문대를 무시하는 발언은 아니야. 혹시 전문대다니는 블리들 있다면 오해는 하지 말아줘. 근데 막상 4년제를 목표하던 내가 2년제를 가게 된다고 하니까 그 때부터 가족들 얼굴은 보기도 싫어지고, 막 쪽팔리고 그렇게 되더라. 난 다시 고3이 온다고 해도 알아. 아마 난 또 똑같이 올 해 처럼 고3을 보냈을거야. 잠에 질 거고 의지 없이 욕구에 밀리는 사람일거야. 그게 내가 재수를 안 하는 이유기도 하고. 그래도 수능을 다시 볼 수 있다면 다시 보고싶긴 하더라.
난 무남독녀 외동딸이고, 사촌에 피섞인 내 또래 사람들 1명도 없어. 친척동생이라곤 딱 한 명있고 걘 올 해 6살이야. 사촌에는 올 해 8살, 11살 되는 동생있는데 얼굴도 자주 못 봐. 걔넨 멀리사니까. 가까운 나이는 22살, 19살 있는데, 사실 친가족은 아니야. 재혼하면서 그쪽에서 키운 애들이라서 가족이 된 지는 7년? 6년? 정도밖에 안됐어.
아무리 이런 환경에서 자랐어도, 나 되게 엄하게 자랐거든. 외동같다는 소리 안듣게 하려고 엄마랑 아빠가 7시만 돼도 늦었다고 하고, 안되는 건 안되는 거였어. 해달라고 다해주는 건 꿈도 못꿨지. 주변에서도 엄하게 자랐다는 거 완전 인정하고 주변에서 분위기때문에 외동같다는 말은 들어도 많이 듣진 않아. 거의 남자형제있을 거 같다는 말을 많이 들었던 거 같아. 이렇게 자랐는데 결과가 이러니까 너무 속상하더라. 초등학교 때 나 외국나갔을 때 같이 살면서나 왕따 시킨 언닌느 성균관대, 고대를 들어갔던데, 중학교 때 내 친구한테 어장친애도 고대들어갔던데, 나보다 공부 못하고 나 왕따시키고 이간질 시켜서 중학교 때 내 인생 망쳐놓은 애는 나랑 같은 전문대를 간다고 하네ㅋㅋㅋ 나보다 공부 못하던 애들도 다 4년제 들어갔는데.
나 진짜 요새 웃으면서 친구들이랑 마지막으로 정리하면서 만나고는 있지만, 그래도 너무너무 속상하다. 하루에도 수십번씩 웃다가 현타와서 아 내가 지금 이럴 시간이 있긴한 걸까, 이게 맞는 건가. 친구들을 만날 시간, 정신은 있나 하는 생각이 많이 들어.
나 공부시키겠다고 초등학교 때 어학연수랑, 미국보내주고, 중고등학교때 학원비에다가 개인과외비에다가 인강비에다가 진짜 돈 많이들었거든. 나도 알고있는데 엄마랑 아빠 얼굴볼때마다 미안해서 얼굴도 못쳐다보겠어.
아빠가 연대 대학원을 나오셔서 주변에 다 대우그룹 상무, 이사, 단국대 교수님, 이런 사람들에다가 연대에서 제일 유명하신 교수님이랑 엄청 친한데, 그 교수님도 올 해 나 대학가지않냐고 물어보시고 그랬다는데ㅋㅋ 아빠 아는 사람들 딸은 성신여댄데 친구들이 다 이대가서 재수한다, 누구는 한국외대 들어갔다. 이런사람들 뿐인데 진짜 할말 없겠지? 우리아빠는 개인사업해서 뛰는 사람들인데 그 아빠 사람들이 얼마나 아빠를 안쓰러운 눈초리로 쳐다볼까ㅜ 나는 친절한 딸도 아니었는데 얼마나 딸 잘못키웠다는 눈초리 받고 있을까. 엄마 친구 아들은 연대, 딸은 세종대나왔다는데, 얼마나 내가 쪽팔릴까. 나가는 모임에서 얼마나 내가 부끄러울까
나 진짜 요새 너무 속상한데 그렇다고 내가 잘한 일들이 없어서 아무것도 할 수가 없어. 이 얘기를 어디가서 할 장소도 없고... 아무한테도 말 못하겠고..
그래서 그냥 새벽이라서 한 번 적어봤어...
혹시 이 긴글을 다 읽어준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다면 너무너무 고마워.
문제시 댓글로 알려줘.
다들 좋은 밤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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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너도 좋은 밤되길 바라
그리고 앞으로도 항상 좋은 날만 있기를 바랄게
고마워. 이 긴 글을 읽어줘서 너무 고마워. 블리도 좋은 날들로 가득하길 바라..
부모님을 아예 신경쓰지 않을 순 없겠지만 부모님보단 너한테 더 신경써봐 부모님도 속상하시겠지 우리 엄마도 나 서울권 노리다가 지거국 가셔서 나한테 배신 당한 기분이라시더라 아무말도 못했어 그래서 부모님 걱정하면 결과가 달라지는것도 아니고 난 이미 그대학 학생이잖아 그 대학에서 열심히 해서 내 길 찾으면 되는거니까 너무 속상해하지마
ㅜㅜ 고마워 블리... 가서 진짜 지금보다 훨씬 더 열심히 살아볼게ㅜ
@겨울이다 응응ㅠㅠ좀 냉정하게 말하긴 했지만 나 자신한테 하는 말이기도 하니까! 같이 열심히 살자! ㅎㅎ
@히히힙 아니야 하나도 냉정하게 들리지 않았어. 진짜 열심히 살아볼게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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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리... 혹시 유학 생각해 본 적 없어?
유학 하고싶은데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할 지 모르겠어.. 어떻게 될 지 모르겠어서 지금 토익하려고 이것저것 알아보는중이야ㅜ
@겨울이다 일단 가정에서 경제적인 지원이 빵빵하면 무조건 유학해서 해외에서 취업해... 내가 봤을 때는 너 지금 학교 다니는 것보단 그게 훨씬 나을 것 같아. 유학을 하려면 토익이 아니라 토플 준비해야 되고, 대부분의 학교들은 외국인 전형이 있어서 내신 쓰레기만 아니면 외국인은 다 받아줘ㅇㅇ 돈만 있으면! 그 대신 토플 점수는 있어야 되고!! 더 좋은 게 뭐냐하면 대부분 외국 학교들은 가을학기제라서 9월입학이야. 지금 시작해도 늦지 않았어!!!
@김하성꺼루두룩 토플 점수 엄청 높아야되지않아? 토플은 엄청 어렵다고 들었는데ㅜ
@겨울이다 대부분 대학은 토플 120점 만점에 80점이 커트라인이고, 더 낮은 곳도 많아. 물론 스피킹리딩리스닝라이팅 다 보니까 빡세게 해야 되는 건 맞지
@김하성꺼루두룩 고마워 블리ㅜ 한 번 이런 거 저런 거 많이 알아봐야겠다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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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홀같은건 어때?? 내가 만약 다니고싶지않은 학교를 다녀야한다면 영어공부 빡세게 해서 외국에서 새로운 시작을 하고싶을거같아 그러면 시선때문에 스트레스받는것도 없어질거같고..
무튼 고생했어 고3에 쌓았던 추억이 그저 '수능 폭망의 지름길'이 아닌 '시간이 흘러 되돌아봤을때 행복했던 학창시절'로 남길바라..🙂
@so 4 more 말 너무 예쁘게 한다ㅜ 고마워 블리..ㅜㅜㅜ
워홀이 뭐야??
워킹 홀리데이라구 외국나가서 일하면서 돈버는거야! 그러니까 다른 나라가서 알바하는거랄까 ㅇㅅㅇ 요새 많이들 관심갖고 나도 할계획이어서!
@so 4 more 아아 뭔지 알겠다! 고마워 블리ㅜ
웅웅 힘내ㅎㅎㅎ🔆🔆
@so 4 more 응응 블리도 워홀 준비 잘 해서 하고 싶은 거 잘 되길 바랄게!
내가 더 안타깝다..글도 잘쓰네
나도 올해 대학가는데 인문계고등학교 기숙사까지 들어가면서 공부했는데 끝은 전문대 보건계열이더라구 나도 고등학교 땐 당연히 4년제 갈 줄 알았어 주위에 애들 봐도 나보다 공부 못하는 애였는데 4년제 낮은 과 가는 애들 보면 억울하긴 하더라 그래도 보건계열이라는 거에 자부심을 갖고 이제 받아들이려고해..대학가서 열심히 해서 좋은 병원 들어가면 되니까! 너무 공감되서 댓글 남기고 가..화이팅하자!
글 못써ㅜㅜ 이걸 이제야 봐버렸네ㅜㅜ 블리 진짜 너무 고마워ㅜ 힘들때마다 여기 한 번끼 들어와야겠어ㅜㅜ 진짜 고마워.
우리 더 열심히해서 더 행복하게 잘 살고 꽃신신고 꽃길만 걷자. 블리도 나도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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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상하겠다... 집안형편이 그리 어렵지 않으면 재수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 학교 다녀보고 반수하는 길도 있고. 솔직히 너처럼 공부열심히 했었고 스스로도 그걸 잘 알고 있는 아이가 전문대에 만족할거라고 생각하지 않아. 물론 학교 다니다보면 만족할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으니까..
ㅜㅜ 나도 재수생각은 했는데 나랑은 안맞는 것 같아ㅜ 재수하기엔 성적도 애매하고 도전을 하기엔 타이밍도 애매하도 그래서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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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많이 지나서 이 글 보기 힘들었을텐데..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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