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충북대학교 의과대학 입학정원을 현재 49명에서 200명으로 151명 증원한다고 발표했다. 전국의과대학 중 가장 크게 늘어나는 증원규모다. 그러나 당사자인 충북의대와 병원은 현수막까지 걸며 반발 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들이 의대정원 증원을 무조건 반대했던 것은 아니다. 현재 49명에서 80~100명 수준으로 증원해야 한다고 꾸준하게 주장해왔다.
그러나 200명 까지 증원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심지어 병원이 파산 할 수 있다는 의견까지 제시했다. 충북대학교병원 권순길 교수(신장내과)는 의대정원이 200명으로 늘어나면, 병원에서 동시에 근무하는 의사와 실습학생이 본과 3~4학년 임상실습학생이 400명, 인턴과 레지던트 1~4년차 1000명 등 1400명이 병원에 상주하게 된다고 말했다. 또 교수도 최소한 500명 이상이 충원돼야 하는데, 그러면 2000명가량의 의사와 실습생이 근무하게 된다고 했다.
권 교수는 "의대입학정원이 135명인 서울대학교병원 병상수가 1800병상이다. 여기에 분당서울대병원, 보라매병원을 수련병원으로 가지고 있어서 모두 합치면 3500병상에서 학생과 전공의가 교육을 받는다. 충북대병원이 늘어난 정원(200명)을 교육하려면 최소한 2000병상이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전공의 배정도 학생실습도 불가능해 의과대학인증평가에서 탈락하면 입학생도 받지 못하고 의대를 졸업해도 의사면허 시험에 응시할 자격이 박탈된다"고 전망했다.
현재 충북대병원은 800병상으로 간호사가 1800명이 일하고 있다. 권 교수의 설명대로 의대정원이 200명으로 증원되면 의사가 2000명이 일하게 된다. 간호사보다 의사가 더 많은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충북대병원에 따르면 현재 800병상 수준에서도 만성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권 교수는 "늘어난 의사 인건비 그 자체만으로도 병원을 도산하게 만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2000병상으로 병원을 키우면 해결되지 않을까? 권 교수는 "2000 병상으로 현재보다 1200병상을 늘리려면 기획재정부에서 산출하는 건축 및 장비비만 최소 1조200억 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정부가 정말 올해부터 이 예산을 투자할 계획이 있는가"라며 "2000병상으로 건립해도 청주의 인구가 200만 명 이상이 되지 않으면 입원병상은 텅텅 빌 수밖에 없다. 진주의료원처럼 텅 빈 병원이 돼 도산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보건복지부는 상급종합병원은 중증환자 위주의 진료, 40% 이상의 비율로 중증환자의 입원 및 치료를 해야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른 여러 평가 항목도 있지만, 이를 충족하지 못하면 상급종합병원의 지위를 박탈당하고 의료수가 및 여러가지 보건복지부 공공의료사업에서 불이익을 받는다.
권 교수는 "2000병상으로 늘릴 경우 청주 인구를 고려하면 중증환자가 모두 다 충북대에 입원해도 병상이 텅텅 빈다"며 "결국 경증환자, 교통사고 골절환자 등도 모두 충북대병원이 흡수해야 병상을 채울 수 있다. 그럼 청주에 있는 다른 2차병원들이 도산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되면 지역의 의료전달체계가 무너지게 된다"며 "또 경증환자 진료를 많이 하면 상급종합병원의 지위를 박탈 당하게 되니 진퇴양난에 빠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