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3일] 일일기록 : 알아서 척척척

★ 특별프로그램, 아주 특별한 선물     제가 이 곳에 와서 가장 많이 느끼는 것은 의존성입니다. 아이들이 집에서, 학교에서 스스로 할 수 있는 것들도 선생님이 옆에 있으면 도와달라고 요청합니다. 학교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학교 학습 시간을 보면 전은주 선생님이나 자신의 담임 선생님과 함께 있으면 떠들지 않는 아이들이 우리가 옆에 있다고 해서 더 장난치고 떠드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들의 태도와 마음가짐이 더 중요하겠지요.   오늘 특별프로그램 시간에는 협동집 만들기를 했습니다. 아이들은 각자 자기 집만을 만들겠다고 합니다. 하지만 프로그램의 취지 자체가 나 혼자서 멋대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함께 만드는 협동집이기 때문에 함께 만들자고 권했습니다. 집을 만드는데 만들고 싶은 것부터 각자 이야기 해보았습니다. 집, 장독대, 우물, 텃밭 등 다양한 의견이 나왔습니다. 2명씩 조를 짜니 5개의 팀이 나왔습니다. 제비뽑기를 했는데 자기의 짝궁에 모두 만족하며 열심히 만들었습니다.   선생님, 이거 해주세요. 이거 만들어 주세요. 못하겠어요.   오늘은 이런 말을 하는 친구들이 없었습니다. 알아서 척척척, 예쁘게 만들었습니다. 만들다가 잘 못 만들 것 같고, 바꾸고 싶어하는 친구는 다른 조와 바꿔서 만들기도 해보았습니다.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아이들의 솜씨는 최고였습니다. 어찌나 잘 만들던지... 돌 그림 그릴 때에도, 페이스 페인팅 할 때에도, 조개 장식품 만들 때에도 느낀거지만 아이들의 창의력은 정말 뛰어납니다.   각 조가 만든 것들을 모아놓고 나니 더욱 멋있는 작품이 나왔습니다. 합동수료식 때 지역 주민들과 부모님들께 보여드릴 날이 기대되고, 또 기다려집니다.     ★ 뛰어 놀기   아이들과 쎄쎄쎄도 하고, 피아노 치며 노래를 부르기도 했습니다. 나희가 노래를 잘 부른다는 소리만 들었었는데 오늘은 직접 노래 부르는 것을 들었습니다. 그동안 부끄러워 하고, 고개를 절레 절레 흔들었던 나희와 함께 피아노를 치며 30분 동안 노래를 불렀습니다. 목소리가 참 아름다웠습니다. 자신감 있게, 멋지게 불렀습니다. 만들기만 잘하는 줄 알았는데 노래도 참 잘 부르는 꿈터장 나희가 예쁩니다. 꿈의 앨범도 함께 참여한다면 참 좋을텐데 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굿타임 공연팀이 오기 전에 아이들과 공연 준비도 하고, 쎄쎄쎄도 하고, 노래도 부르고, 뛰어 놀기도 했습니다. 그러던 중 한 아이가 저에게 mp3를 들려주었는데 어떤 아이들이 비속어를 녹음해 놓은 파일이었습니다. 속으로는 조금 놀랬지만, 겉으로는 당황하지 않고 mp3파일을 지웠으면 좋겠다고 이야기 해주고 고운 말이 아니니 사용하지 않으면 좋겠다고 말해주었습니다.   누구 목소리인지 잘 몰라서 그냥 그렇게 권하기만 했는데 한 아이가 저에게 다가와서 이야기합니다. 자기가 녹음하고 싶어서 녹음한 것이 아니라 비속어가 쓰여진 종이가 있어서 언니와 함께 녹음한 거라고.. 혹여나 제가 그 아이를 나쁘게 보고, 상처 받을까봐 염려되서 말하는 거라고 하더군요. 저는 그 아이가 녹음한건지도 모르고 있었는데....   지나간 일에 대해서 책임을 묻고 뭐라고 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앞으로는 고운 말을 쓰고, 비속어를 녹음해서 친구들과 같이 듣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사람이 급작스럽게 변화하기는 힘들지만 조금씩 조금씩 변화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이들과 뛰어놀면 육신이 힘들고 지치기는 하지만 더 친해진 것 같아 좋습니다. 아이들과 뛰어놀면 힘들고 지친 것도 잊어버리게 되거든요. 오히려 아이들과 있는 시간이 우리에게 큰 힘이 되는 것 같습니다. 아이들이 우리에게 먼저 다가오고, 먼저 안아주고.. 부끄러울 따름이지요.   얼마 남지 않은 여름학교, 아이들을 더 사랑해주고 싶습니다. 나중에 후회하기보다는 지금 주어진 상황에 최선을 다하고 싶습니다.     ★ 굿타임 공연팀과의 O.T   굿타임 공연팀이 들어왔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조를 짜서 조구호도 만들고, 자기를 소개하는 시간을 잠시 가졌습니다. 하루 종일 공부하고, 특별 프로그램 참여하고, 공연 준비하고, 집에 왔다 갔다하느랴 피곤했을 아이들.. 저녁 7시 30분에 다시 공부방에 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었을텐데 조 구호 만드는 것도 참 적극적입니다. 아이디어도 반짝 반짝입니다.   생영공부방, 최고예요! 라는 구호도 외치고, 생영공부방, 5행시도 이야기하고, 새우깡 노래를 개사해서 부르기도 하고, 앗~싸라고 외치며 재미있는 몸짓을 하기도 했습니다.   굿타임 공연팀 조는 조 구호도 만들지 않아서 무대에 나와서 급조하기도 했는데 우리 아이들은 미리 미리 조 구호 만들고, 연습하고.. 선생님과 아이들,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처음 보는 언니 오빠들이 앞에 나올 때마다 자기 일인마냥 열심히 박수 쳐주고, 함께 웃어주고, 반응해주고, 응원해주고... 교회에 들어가기 전에 자기가 솔선수범하여 신발 정리하고, 들어갈 때에도 조별로 1줄 기차해서 들어가주고.   참 기특한 아이들. 정말 기특하지요? 사랑스러운 아이들.   급하고 정신 없을 때, 저 자신도 신발 정리를 잊어 먹기도 하고 귀찮아서 박수 쳐주기 싫을 때도 있는데 아이들의 모습을 보니 저도 더 열심히 하게 됩니다. 내일은 드디어 굿타임 공연이니 더욱 더 힘차게 전진해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섬활 6기~~~ 다 함께 힘내요. 공연, 수료식.. 어느덧 여기까지 왔습니다. 다들 수고하셨습니다. 당신들의 존재는 참 귀하고, 귀하다는 것 기억하세요. 여러분들이 보이는 곳에서, 또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수고한 것 다 알고 있습니다. 힘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