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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단말기법·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
법 개정 필요한데 야당과 협의도 안 해
“주말 의무휴업 폐지 노동자 휴식권 침해”
“결국 총선용…실효성 없고 부작용 클 것”
정부가 생활 규제를 개혁한다는 명분으로 이동통신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단통법)을 폐지하고 대형마트 공휴일 의무휴업을 없애는 내용으로 유통산업발전법(유통법)을 개정하겠다고 22일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이 줄곧 주장했던 사안이라 새로울 건 없다. 그러나 두 규제의 순기능이 사라지고 시장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욱이 모두 법을 바꿔야 하는데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정부 방침에 반대하고 있다. 결국 총선을 앞두고 논란만 벌이다가 흐지부지될 공산이 크다.
이상인 방송통신위원회 부위원장(왼쪽)이 2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단말기 유통법 폐지와 관련한 세부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2024.1.22. 연합뉴스
단통법은 지난 2014년 제정됐다. 이유는 단말기 시장 혼탁이 극심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 팬텍, 애플 등 국내외 단말기 생산업체들이 치열하게 경쟁했던 데다 이동통신사들의 가입자 유치 전쟁이 벌어지며 단말기 구매 지원금이 천정부지로 뛰었다. 문제는 유통점과 판매 시기 등에 따라 가격 차이가 너무 컸다는 점이다. 그러다 보니 단말기 시장은 말 그대로 복마전과 다름없었다.
단통법은 어떤 사람은 저렴하게, 어떤 사람은 터무니없이 비싸게 단말기를 구매하는 이용자 차별을 없애기 위해 마련됐다. 당시 시장 가격을 정부가 규제하는 게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있었으나 그런 역기능보다 투명한 거래 질서 확립이 먼저라는 여론이 형성되며 법이 통과됐다. 법 시행으로 소비자들은 단말기 지원금과 통신비 할인액을 예측할 수 있었고 이용자 차별도 줄었다.
다만 이동통신사 간 지원금 경쟁이 줄며 스마트폰 가격이 전반적으로 오르는 상황이 연출됐다. 단말기 지원금을 삭감한 덕에 이통사들의 영업이익도 급증했다. 단통법 시행으로 비싸게 단말기를 구매하는 ‘호갱’은 감소했으나 “전 국민이 호갱이 되고 말았다”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이런 비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이다. 단말기 지원금이 줄어든 것은 단통법 시행 영향도 있으나 LG전자와 팬텍이 스마트폰 사업을 중단하며 경쟁이 약화한 이유도 있다. 이와 함께 이통사들의 시장점유율이 고착되며 신규 고객을 유치하려는 동력이 떨어진 것도 지원금이 줄어든 원인이다. 결과적으로 소비자가 스마트폰을 비싸게 살 수밖에 없는 환경이 조성된 것이다.
이런 진단이 맞는다면 단통법을 폐지할 게 아니라 순기능을 강화하는 쪽으로 법을 개정하는 게 바람직하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정부는 단통법을 유지하되 이통사들이 단말기 지원금을 더 줄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하려고 했다. 단통법을 폐지하면 단말기 시장이 다시 혼탁해질 수 있고 법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지금의 문제점을 얼마든지 보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공시지원금 상한액을 높이고 공시지원금의 15%로 돼 있는 현행 기준을 30%까지 상향하면 소비자들이 단말기를 좀 더 싸게 살 수 있을 것이다.
월 이용액의 25%를 깎아주는 선택약정 할인 제도를 그대로 운영하기 위해서도 단통법 존치가 필요하다. 정부는 단통법을 폐지하더라도 선택약정 할인 제도는 전기통신사업법으로 이관해 유지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선택약정 할인액은 통상 단말기 지원금에 상응하는 수준으로 산정된다. 단통법이 사라지면 할인 기준 자체가 없어지는 것이다. 정부 답변이 궁색하게 들리는 이유다.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는 시민들. 2023.3.29. 연합뉴스
대형마트 공휴일 의무휴업 규제를 없애고 새벽 배송을 허용하는 내용으로 유통법을 바꾸겠다는 것도 당장 실행하기 어렵다. 민주당과 소상공인들이 대형마트 영업규제 철폐를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행 유통법에서는 대형마트는 월 2회 공휴일 의무휴업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기초자치단체장이 이해관계자들과 합의하면 의무 휴업일을 평일로 지정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일부 지자체는 휴무일을 일요일에서 평일로 바꿨다.
대형마트 영업규제는 골목상권 보호를 위해 지난 2012년부터 시행됐다. 주말밖에 시간이 없는 소비자들은 불편을 겪었으나 전통시장과 골목 상점의 매출이 상승하는 효과가 있었다. 물론 지역마다 상황이 다를 수 있다. 대형마트가 문을 닫으니 소비 자체가 줄어 골목상권까지 매출이 감소했다는 조사도 있다. 이는 소비자들이 온라인 쇼핑으로 옮겨간 영향도 있을 것이다. 정부가 대형마트 영업규제를 없애겠다는 것은 이런 사실에 근거를 두고 있다.
현재 일부 지자체는 대형마트 휴무일을 변경하기 위해 협의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법을 개정해 일괄적으로 휴무일을 평일로 전환하려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지자체 권한을 중앙정부가 침해하는 것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참여연대는 “지자체 성격에 따라 추진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정부 차원에서 밀어붙이는 건 일종의 월권”이라고 지적했다. 소상공인 단체들도 “과도한 독점을 막고 지역 상생을 도모하자는 유통법의 취지를 훼손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노동계는 대형마트 공휴일 의무휴업 폐지가 노동자 휴식권을 침해하는 조치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민주노총은 최근 조사한 ‘마트 의무휴업일 변경에 따른 노동자의 건강과 삶 실태조사’ 결과를 토대로 “의무휴업이 평일로 변경된 (일부 지자체의) 대형마트 노동자는 여가와 가정생활, 사회생활 참여 시간 감소 등 삶의 질이 나빠지고 있으며 스트레스를 비롯한 신체적·정신적 피로도가 증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출처 : 휴대폰 시장 혼탁·골목상권 침해가 생활 규제 개혁? < 경제 < 기사본문 -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 (mindl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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