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핀오프라는 말이 있다. 스핀오프(spin-off)는 원래 기업분리 경영학에서 쓰는 용어로 계열사, 혹은 자회사를 가리키거나 부수적인 생산을 의미한다. 대학 연구실에서 새로운 연구 성과가 나오면 그것으로 창업을 하는데, 그럴 때 스핀오프 창업이라는 말을 쓴다. 조국혁신당은 그런 식으로 만들어진 민주당의 스핀오프 정당이다.
두 번째로 조국혁신당은 장마철에 발생한 강소형 태풍이다. 중심 기압이 낮은 소형 태풍이 강한 태풍을 만나면 장마전선에 접근해 정체하고 있던 전선을 활성화한다. 지금 이 전선이 서울에서 대전을 거쳐 낙동강으로 연결되고 있다. 서쪽은 민주당이고 동쪽은 국힘당이다. 이 전선은 총선 때마다 생기는 전선이지만 장마전선이 다가오면서 전선을 동쪽으로 밀어내고 있다.
조국혁신당이 처음에 등장했을 때만 하더라도 보수 진영에 있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진보 진영에서도 대체로, 한 자릿수 숫자 정도를 당선시키고 끝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런데 여론조사에서 조국혁신당 지지율이 20%까지 나오고 있다. 바로 민주당의 스핀오프 정당이라서 그렇다.
조국혁신당이 걸고 있는 제일 큰 구호가 검찰 독재 정권의 조기 종식이다. ‘이렇게 3년 이상을 간다는 것은 나라가 망하는 길이다.’ 이것이 많은 유권자들의 마음이다. 그런데 민주당은 중도 진보 정당이기 때문에 당 이름을 걸고 나가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민주당 지지층 중에서 강성 지지층과 중도 무당층 자유주의자들이 조국혁신당 쪽으로 옮겨간 것이다.
조국 대표의 표정이나 몸동작을 보면 시한부 선고를 받은 남자의 마지막 몸부림 같은 느낌이 든다. “저는 감옥에 갈 겁니다. 대법원에서 결과가 나오면. 곧 감옥에 갈 사람이에요.” 자기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사회적 공동선을 내걸고 어느 정당도 하지 못했던 얘기를 그냥 직진해서 들이받는다. 그런데 이것이 주는 묘한 카타르시스가 있다.
우리가 ‘조국 사태’ 때 본 조국은 고개를 숙이고 목소리 톤을 낮추고 공격당하고 추궁당하고 사과하고 해명하고 또 사과하는 모습뿐이었다. 그런데 조국혁신당에서 보는 조국은 완전히 다른 사람처럼 보인다. 검찰 정권의 최대 실수가 바로 조국을 벼랑 끝까지 몰아세운 것이다. 이제 그는 산에 풀어놓은 맹수가 돼버렸다. 영화 글라디에이터가 떠오른다. “다 죽어. 나도 죽겠지만 다 죽었어.”
이재명 대표가 가진 엄청난 서사와 조국 대표의 고난의 서사가 두 개로 합쳐져서 이번 선거판을 키우고 있다. 그래서 애초에 국민의힘이 회심의 카드로 내세웠던 이재명과 한동훈의 대결 구도가 산산조각 깨져버렸다.(유시민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