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아침 출근길에 읽었던 조선일보 사설입니다. 참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사설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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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상훈 칼럼] 삼성의 나라 양상훈 · 정치부장
입력 : 2005.05.17 18:46 10' / 수정 : 2005.05.17 23:07 25'
총학생회는 욕먹을 일을 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 사건으로 삼성의 힘을 새삼 실감한다. 우리나라 노조에 심각한 문제가 많지만, 삼성은 아예 노조 자체를 만들지 못하게 한다. 삼성은 노조를 만들려는 직원들을 정보기관처럼 감시하기도 한다. 고대 총학생회는 이에 항의했다가 지금 박살이 나고 있는 것이다. 총학생회의 낡은 시위 방식이 문제였다지만 이런 시위는 한두 번이 아니었다. 이번 시위에 다른 것이 있다면 그 대상이 삼성과 이건희 회장이었다는 것이다. 그것이 얼마나 큰 차이인지 몰랐던 고대 총학생회는 지금 대가를 치르는 중이다. 삼성의 힘은 전 분야에 퍼져 있다. 삼성 계열사들은 해당 업종에서 대부분 1위다. 삼성은 매출액이 국가 총생산의 17%, 주식시장 시가총액의 22%, 국가 수출액의 20%를 차지하고 있다. 세계에 유례가 드물 놀라운 수치들이다. 삼성은 수십개 대학에 수천억원을 기부하고 불우이웃 돕기에 다른 기업은 상상도 못할 돈을 내놓는다. 자원봉사도 대규모로 후원하고 있다. 모두 최고, 최대다. 이에 대한 칭송 자체가 삼성의 힘이다. 삼성은 입사 선호 기업 1위다. 젊은층 선망의 대상이다. 인터넷엔 ‘삼성’이란 글자만 뜨면 조회수가 현격하게 올라간다. 삼성문화재단은 우리나라 문화계의 많은 행사를 후원하고 있다. 20대 젊은 문화예술인들을 대거 유학보내기도 했다. 문화계의 현재와 미래가 모두 삼성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삼성은 미술계의 가장 큰손이다. 국보급 문화재가 가득한 국내 최고 미술관도 세웠다. 범(汎)삼성인 CJ는 영화계를 완전히 평정했다. 경쟁사 하나가 버티다 최근 무너졌다. 삼성이 휴대전화 광고를 위해 만든 노래가 일반 가요를 제치고 인터넷 다운로드 1위가 된다. 삼성이 주는 학술상(賞)은 상금액 최고이고 권위도 따라서 최고 수준이 됐다. 문화가 새로운 파워로 떠오른 이 시대에, 문화계의 뒤엔 삼성이 있다. 스포츠계도 삼성이 먹여살린다. 지금 프로야구, 프로축구, 프로농구 리그 명칭은 모두가 ‘삼성배 리그’다. 삼성이 백수십억원을 제공한 대가다. 삼성 계열사 사장들은 각종 경기단체의 회장을 맡고 있다. 이들 경기단체는 삼성의 지원으로 유지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골프장도 삼성 것이 최고, 병원도 삼성 것이 최고 수준이다. 삼성이 유망한 ‘관료 장학생’을 점찍어 하위직일 때부터 관리한다는 것은 업계와 관계의 오래된 소문이다. 삼성은 지난 대선 때 밝혀진 것만 385억원의 정치자금을 냈다. 정치자금에서도 가장 큰손이다. 삼성 눈치를 안 볼 정치인은 거의 없을 것이다. 삼성은 변호사 300명으로 법률단도 구성할 계획이라고 한다. 아시아 최대 로펌보다 더 크다. 시민단체가 이건희 회장의 아들 이재용씨 관련 사건을 배임 혐의로 고발했더니 검찰은 수사에 3년을 끌었다. 삼성이 아니었더라도 이렇게 시간이 걸렸을까? 삼성은 누가 견제할 수 있을까. 언론? 삼성가족은 이미 신문사를 소유하고 있고, 방송으로의 재진출을 꾀하고 있다. 언젠가 결국 삼성의 방송이 출현할 것이다. 그땐 삼성 미디어 왕국이 된다. 좌파 성향 신문의 광고 수입 중 삼성이 준 광고가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크다고 한다. 삼성이 광고를 주지 않으면 작은 신문들은 곧장 휘청거릴 수밖에 없다. 대통령? 임기 5년의 대통령과 무제한 임기의 삼성 회장 중 누가 더 진정한 파워맨일지 쉽게 답하기 어려운 문제다. 이렇게 한 기업이 국가의 거의 모든 분야에서 막강한 힘을 가진 경우는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힘들다. 삼성이 너무 크기도 하고, 우리 사회가 너무 얇기도 한 탓일 것이다. 정말 막가는 운동권 학생 정도나 삼성에 한번 덤벼볼 수 있는 세상으로 가고 있는 것일까. |
첫댓글 제 동생이 삼성 SDI 수원 디지털 센터에서 대리 5년차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솔직히 최고 연봉으로 국내 최고대우를 해주는 반면에 폭주하는 업무량 때문에 일요일에 출근하는 날도 허다하고 야근도 많습니다. 각 부문별 최소 인원배치를 하기 때문에 노조니 그런거에 신경쓸 시간 자체가 아예 원천 봉쇄된다고 여겨집니다.
필요이상으로 인력이 방만하고 비효율적이고 무사안일한 관료주의,공무원 사회에서는 상상할수도 없는 곳입니다.
그것보단 이게 조선일보 기사라는게 훨씬 더 신기합니다. 하여간 과학자들도 결국 삼성에서 스카웃하지 않는 분야는 소외되면서 한국에서 살기 힘들어지겠군요.
=-=.. 쩝.. 사람들이 의사좋아하는데 다 이유가 있는거죠..
뭐, 기업의 본질에 가장 가까운 기업이라고 생각합니다=_=그치만 공권력을 무시하는건 좀 아니죠.
대기업에서 일해본 사람보다 일안해본 사람이 많기 때문에 삼성같은 대기업이 선망의 대상이 되는것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