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원
5월에 만나는 자연은 아름답지 않은 게 없다. 굳이 빼어난 자연경관이 아니어도 높푸른 하늘에 부드러운 바람만으로도 온 몸에 청징한 기운을 듬뿍 받는 느낌이다. 연중 식물원 구경도 이맘때가 최고다. 튤립, 수선화, 퍼몬, 팬지, 금잔디 등 화사한 봄꽃은 정신을 쏙 빼놓을 법하다. 신록의 자태도 만만치 않다. 여린 잎새에 초록을 덧칠해 가는 색채의 마술은 꽃이 핀 정원의 여백을 더 싱그럽게 채색해준다. 수도권 인근에는 근사한 식물원이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그중 화사한 봄꽃 속에 흠뻑 파묻혀 지낼 만한 곳으로는 경기도 포천에 위치한 뷰 식물원을 꼽을 수 있다. 또 잘 가꿔진 전원 속에서 일상탈출의 여유로움을 만끽하기로는 경기도 용인의 한택식물원이 안성맞춤이다. [ 스포츠조선 글ㆍ사진 김형우 기자]
뷰식물원 (포천) 2만여평 튤립 등 500여종 활짝
양귀비 정원'등 계절별 테마로 습지
아기동물원 등 볼 곳 많아
![](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www.bagcamp.com%2Fupload%2Fbbs%2F65k80003.jpg)
한마디로 꽃바구니와도 같은 공간이다. 식물원 치고는 그다지 크지 않은 2만여평의 정원에 다양한 꽃들이 계절을 바꿔가며 집중적이고도 화려하게 피어난다.
특히 주변 풍치와 걸맞게 농업적 경관 식물원을 지향하는 곳으로 논이랑, 밭이랑이 가져다주는 유려한 선의 아름다움을 살리고 있는 게 특징이다. 요즘은 노랑, 빨강, 하얀색 9종류의 화사한 튤립 20만 송이가 만개해 툭 트인 시야와 하늘선이 맞닿은 꽃이랑 경관에 탄성이 절로 나온다. '바보 꽃밭'으로도 더 잘 알려진 뷰 식물원에는 금잔화, 퍼몬, 매발톱, 꽃잔디 등 500여 종의 꽃이 피고 진다. 그중 5월에는 튤립, 수선화, 무스카리 등 100여 가지의 봄꽃이 경연이라도 벌이듯 다투어 피어오른다.
뷰꽃밭은 대표적 귀농 사례이기에 더 곱고 향기롭다. 대기업 임원직을 박차고 고향 선산에서 십수년째 땅을 일구는 이철학씨(57)의 땀 냄새가 밴 공간이다.
식물원은 '튤립 구근 가든', '양귀비 정원' '무지개 언덕' '아기 동물원' 등 계절마다 10여 가지 테마공간을 선보인다.
우선 주차장을 빠져나와 식물판매장을 지나면 장터 같은 분위기의 초가 마당이 나선다. 큰 가마솥이 걸려 마치 잔치집을 연상케 한다. 이내 터지는 탄성. 노랑, 빨강, 흰색 등 형형색색의 튤립 20만 송이가 수선화, 무스카리, 금잔디 등과 어우러져 그야말로 환상적 공간을 연출한다.
언덕위의 집을 지나 완만한 능선을 넘어서면 양귀비 꽃밭이다. 5월중순이후부터 화사한 꽃망울을 터뜨려댈 양귀비가 봄 햇살속에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때를 맞춰 양귀비 축제도 열린다.
양귀비 꽃밭을 지나 황톳길을 걸어가면 꽃창포가 피어난 습지가 나선다. 물위에 철도 침목으로 징검다리를 놓아 한걸음 한걸음 발길을 옮기며 올챙이, 개구리, 미꾸라지 등 수중생물을 관찰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습지 옆 야트막한 산에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아기동물원이 자리하고 있다. 토끼, 칠면조, 토종닭, 아기염소 등 순한 동물들과 아이들이 울타리 안에서 함께 뛰놀 수 있는 공간이다.
봄바람에 은은한 허브향이 풍겨나는 허브정원 위로는 기암괴석과 화사한 꽃들이 어우러진 암석가든이다. 5월에 만난 할미꽃이 색다르게 다가온다.
노랑, 보라, 연분홍, 빨강, 연두, 초록의 무지개빛 지평을 넘어 맑은 계류소리가 들려 온다. 7단의 폭포에서 부서지는 시원한 포말 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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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식물원(www.viewgarden.co.kr)
가는 길=서울에서 내부순환도로~북부간선도로 지나 일동, 퇴계원 방면으로 빠지면 47번 국도. 40여분 달려 화현교차로, 국군 일동병원 이정표 보고 빠져 나와 배상면주가 지나 일동병원 부대 앞에서 이정표 따라 마을길로 접어들면 된다.
맛집=주변에 포천 이동갈비, 이동 막걸리 등 먹을거리가 풍성하다.
주변 볼거리(연계 관광코스)=47번 국도의 4차선 확장으로 옛 도로에 기대에 살던 식당, 카페 등은 요즘 호젓한 멋과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47번 옛 도로를 따라 일동온천~운악산~베어스타운~명성산과 산정호수~백운산과 약사동 계곡 등 주변 볼거리도 쏠쏠하다.
뷰식물원 이벤트=도자기로 만든 수화기에 실을 연결해 통화하는 '말 해봐요(窯), 사랑해요' 이벤트를 실시한다. 또 미꾸라지를 방사한 후 나무에 자신의 이름을 매달아 놓은 후 여름철 미꾸라지축제에 참여하는 '미꾸라지 이벤트', 양귀비가 흐드러지게 피는 6월 붉은 티셔츠를 입고 양귀비가든 대형 스크린 앞에서 월드컵 응원전을 펼치는 '월드컵 이벤트' 등 다양하다. 입장료 어른 4000원(어린이 3000원). (031)534-1136
한택식물원 (용인) 20만평 국내 최대…5월 경관 가장 좋아
자연 생태원 - 호주온실 등 30여개 테마
경기도 용인시 백암면 옥산리 비봉산 자락의 20만평 부지에 8300여종, 730만 그루의 식물이 자라고 있는 명실공히 국내 최대의 사설 식물원이다.
뷰식물원이 아기지기한 꽃동산이라면 한택식물원은 청정미 물씬 풍기는 널찍한 자연 친화적 공간이다.
이 식물원은 크게 동원과 서원으로 나뉜다. 일반인에게 개방되는 동원에는 자연 생태원, 호주온실, 모란작약원, 시크릿 가든 등 30여 개의 테마정원이 조성돼 있다. 이들 정원에서는 사철 갖가지 꽃이 피고 지는데, 그중 모란, 작약, 튤립 등이 만개하는 5월의 경관이 가장 수려하다.
한택식물원에서 가장 먼저 접하는 곳은 가든 센터. 사무실, 영상실과 전시실, 기념품점, 식당 등의 공간으로 나뉘어 있다. 사계정원은 식물의 계절별 감상 방법을 알 수 있는 곳으로 사철 자연의 변화를 한 장소에서 느낄 수 있다. 이밖에도 허브&식충식물원, 어린이정원, 한택식물원의 대표적 공간으로 1000여종의 식물이 자라고 있는 자연 생태원, 암석원, 전망대, 그리고 '어린왕자'의 바오밥 나무와 오스트레일리아의 유칼립투스나무 등이 식재된 호주온실 등 33테마의 식생공원이 있어, 구경만으로도 하루해가 짧다.
한택식물원
홀아비바람꽃 옆에 처녀치마꽃이
'궁'에 나왔던 온실엔 바오밥나무가 [조선일보]
홀아비바람꽃 옆에 처녀치마꽃이? 요즘 용인 백암면 비봉산 자락에 있는 한택식물원에 가면 우리 산과 들에 피는 꽃을 한꺼번에 만나볼 수 있다. 매발톱, 산괴불주머니, 개불알꽃….
전망대(해발 약 240m)에 서니 월가든, 암석원, 유리온실 등 동화 속 숲같은 식물원이 한 눈에 내려다 보인다. 지금이 가장 예쁘다는 모란작약원에는 피나무와 팥배나무 그늘 밑으로 350여종의 모란과 85품종의 작약이 한창이었다.
'어린왕자'의 바오밥나무가 있는 호주 온실도 인기다. 얼마 전 끝난 TV 드라마 '궁'에 나왔던 곳이라 연인들이 몰리는 곳이다. 아니나 다를까. 한 청년이 키 큰 바오밥나무와 사랑하는 연인을 한꺼번에 카메라에 담기 위해 땀 흘리며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총 33개의 주제정원 사이사이에 이정표 표시가 잘 돼 있다. 모든 길이 연결돼 있어서 매표소에서 나눠주는 식물원 조감도와 이정표만 잘 확인하면 꼼꼼하게 돌아 볼 수 있다. 돌아보는 데 2~3시간 걸린다. 산책로는 경사가 완만하고 띄엄띄엄 벤치나 식수대가 있어 노약자나 어린이에게도 무리 없는 코스다. 다만, 날씨가 좋지 않은 날엔 식물원 인근 돈사(豚舍)에서 새어 나오는 '좋지 못한 냄새' 때문에 코가 괴로우니 꽃 향기만 맡다 가고 싶다면 햇살 좋은 날 찾는 게 현명하다. 야생화에 대한 설명을 듣고 싶다면 매주 토·일요일 실시하는 가든 투어를 이용하자. 관람료는 성인 8500원·청소년 6000원·어린이 5000원(주말기준). (031)333-3558, www.hantaek.co.kr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 "그야말로 (꽃이) 실시간으로 피고 집니다. 예전에는 계절 변화가 뚜렷해 개화(開花) 달력과 어느 정도 비슷했는데, 요즘엔 주 단위로 개화 목록을 뽑아도 소용없을 때가 많아요." 매일 매일 새로 핀 꽃을 확인한다는 김 과장은 "다음 날 올라가 보면 어느 새 같은 자리에 다른 꽃이 필 준비를 하고 있다"고 했다.
전체 20여만 평 규모에 자생식물 2400종과 외래식물 5900종 등 총 8300종, 730만 본의 식물을 보유하고 있는 한택식물원은 동원과 서원으로 나뉜다. 일반인에게 개방하는 곳은 동원이다. 뒷동산처럼 정겹고 야트막한 산에 아이리스원, 비비추원 등 33개의 주제 정원이 꾸며져 있다(서원은 주로 서식지보전 지역 및 연구단지다). 식물원 안으로 들어서자 라일락 향이 밀려왔다. "라일락의 우리말 이름은 '수수꽃다리'예요. 하지만 지금 이 향기의 주인공은 수수꽃다리가 아니고, 여기 있는 이 분꽃입니다." 하얀 분꽃이 몸을 흔들며 반긴다. 눈을 감고 집중해서 향기를 맡아보니 라일락보단 수수하다.
자생 붓꽃과 꽃창포 등이 자라는 아이리스원, 자생 원추리 등 120여 종의 원예종을 볼 수 있는 원추리원을 지나면 '한택식물원의 심장부'라고 할 수 있는 자연생태원이 나온다. 자연생태원은 1000여 종에 이르는 우리나라 자생식물을 모아 놓은 곳이다. 공교롭게도 홀아비바람꽃 옆에 처녀치마꽃이 피어 있었다. "이 꽃이 개불알꽃입니다." 말로만 듣던 개불알꽃. 묘한 어감의 이름(?)과 달리 연분홍색 고운 꽃이었다. 노란색 산괴불주머니와 붉은 금낭화(며느리주머니)도 자연생태원 계곡 주변을 화려하게 수놓고 있었다. 복자기 단풍 밑으로 흐르는 시원한 물소리를 들으니 쉬어가지 않을 수 없었다. 손이라도 적셔볼 양으로 계곡으로 내려가니 발 밑으로 무언가 파닥거리며 휙 지나간다. 도마뱀이다. 도마뱀 보고 놀란 가슴, 계곡 주변에 핀 꽃으로 달래며 다시 산책길로 올라왔다.
● 찾아가는 길: 영동고속도로 양지IC 이용→백암방면 17번 국도→근곡사거리에서 우회전 329번 지방도→삼죽방면으로 진행→장평초등학교 앞에서 장평리 방향으로 좌회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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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택식물원(www.hantaek.co.kr)
가는길=영동고속도로 양지 IC(17번 국도 일죽 방면)~백암면 소재지(329번 지방도, 안성 삼죽 방면)~장평초교~한택식물원// 중부고속도로 일죽IC(38번 국도, 안성 방면)~죽산면 소재지~농협 LG 주유소~한택식물원
맛집=미담(식물원 내 한식), 중앙식당의 순대, 자작마을의 숯불구이 등이 유명하다.
한택식물원 이벤트=5월 가족봄꽃축제를 비롯해, 어린이를 위한 다양한 이벤트가 실시된다. 특히 5월 문을 연 '어린이정원'은 식물의성, 미로원, 수생미로원 등 어린이 눈높이에 맞는 흥미로운 공간으로 구성돼 있다. 가족 식물스탬프 찍기 대회, 야생화 가든 투어, 압화 체험 이외에도 27~31일에는 단오를 맞아 창포 무료 나눔 행사도 실시한다. (031)333-35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