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김연수 소설집 『사월의 미, 칠월의 솔』 (문학동네, 2013) 중 [동욱]
1994년 장편소설 『가면을 가리키며 걷기』로 제3회 작가세계 문학상을 수상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장편소설 『꾿빠이, 이상』으로 2001년 동서문학상, 소설집 『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로 2003년 동인문학상, 소설집 『나는 유령작가입니다』로 2005년 대산문학상을 단편소설 「달로 간 코미디언」으로 2007년 황순원 문학상을, 단편소설 「산책하는 이들의 다섯 가지 즐거움」으로 2009년 이상 문학상을 수상했으며 장편소설과 소설집, 산문집 등이 여러 권 있다.
김연수 소설집 『사월의 미, 칠월의 솔』은 타인의 삶과 이 세계를 제식으로 해석하는 것이 아니라, 끝까지 이해하려 애쓰고, 결국은 이해할 수 없음을 받아들이는 것, 그들의 이야기 자체를 받아들이는 것으로 김연수 소설이 가지는 힘은 여기서 온다는 설명을 들었다.
「동욱」은 사회적 문제를 개인을 통해 들여다보고, 개인이 사회적 문제를 보도록 만들었다. 개인의 문제를 사회적 문제로 확장한 소설이다. 사회적 문제를 통과하면서 개인이 어떤 사건을 겪으며 변해하며 느끼는 이야기들을 보여준다. 일인칭관찰자 시점이다. 내가 동욱을 바라보며 사건을 지나가는 소설이다.
처음에 동욱과 담임교사인 주인공의 거리는 가깝지도 아주 멀지도 않다. 담임을 맡고 있는 반 아이인 동욱이 경찰서에 있다는 연락을 받고 경찰서에 간다.
“만사 귀찮다는 듯한 표정으로 경찰서 면회실로 들어왔다. 거기까지 찾아오게 해서 미안하다는 듯, 나를 보고 쑥스럽게 웃기까지 했다.” (p183)
소설의 겉면은 동욱의 방화로 사람이 죽게 되고 청소년 범죄소설처럼 보인다. 속은 철거해야 할 대상, 조손가정의 아이인 동욱의 어머니가 가출한 가난한 소년들이 범죄의 재료가 된다. 또한, 동욱의 이야기와 주인공 남편의 이야기로 두 개의 서사가 소설을 이끌어간다. 두 개의 이야기는 유기적으로 얽히면서 주인공의 마음과 행동을 변화시킨다.
학교에서는 조용한 아이였지만, 범죄를 저지를 인물이 되어 담임으로서 지켜보는 아이인 동욱을 다른 시선으로 본다. 동욱이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을 찾게 된다. 만 14세에 이른 동욱은 형법상, 미성년자가 아니다. 동국이 디디게 될 바닥이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형의 공포다.
남편은 자신의 사연을 털어놓음으로써 관찰자인 주인공을 변화시키는 조력자 역할을 한다. 동욱의 이야기를 남편에게 들려준다. 남편은 동욱의 이야기를 듣고 자신의 이야기를 해 준다. 평소에 들어보지 못했던 충격적인 이야기다.
남편은 동욱이 만한 나이에 친구들과 강에서 수영하다가 깊은 물에 빠진다. 친구가 남편을 구하려다 죽는 상처를 간직하고 있다는 것을 안다. 남편의 이야기를 듣고, 동욱을 도와야겠다고 결심하고 동욱을 구하기 위한 탄원서를 준비한다. 주인공은 겨울방학이 가기 전에 아이들이 뿔뿔이 흩어져 3학년이 돼버리기 전에 탄원서를 받아야겠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이 탄원서를 거부했다. 아이들이 귀찮아서 탄원서를 써 주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인터넷에서 흔하게 검색할 수 있는 탄원서의 문장을 거부했다. 미니처럼 아이들은 동욱이 잘못한 게 하나도 없다고 생각해서였다. 마땅히 죽어야만 할 인간들이 죽었기 때문에 판사와 사회에 탄원할 게 하나도 없다는 게 그 아이들의 생각이었다.” (p198~199)
주인공은 아이들을 보면서 변해간다. 아이들이 당당한 이유와 행동에 주인공이 놀란 것처럼 나도 그런 당위를 펼쳐낼 수 있는 아이들이 대단해 보였다. 주인공은 ‘아이들의 미성숙과 순진과 동심’을 안타까워해 온 사람이었는데, 아이들의 이런 면을 발견하면서 큰 충격을 받는다.
동욱의 친구 미니는
“주민들이 용역들 짓이라고 해도 제대로 조사한 적은 한 번도 없었어요. 그런 경찰들이 동욱이를 잡아가서는 기자들 앞에서 연쇄 방화범이니 사이코패스니 떠들어대는 거예요.” (p200)
라고 말하는 걸 듣고 주인공이 마음도 움직인다.
이제 중학교 2학년인 미니는 세상의 불합리함을 또박또박 토로한다. 그럴수록 그런 정황을 탄원서에 담아서 재판정에 제출하자는 교사의 말에도 “그런다고 뭐가 바뀌냐?”면서 해봐야 소용없다는 일이라고 체념하듯 말한다.
담임은 교도소에 동욱을 면회하러 갔다가 관계란에 고심 끝에 ‘친구’라고 적는다. 동욱의 최고형인 15년이 더 줄어들 수 있도록 어렵게 탄원서를 모아서 국회의원실과 법원에 제출하고 이게 담임도 아니지만 그래도 끝까지 ‘친구’가 되어 동욱을 평생 잊을 수 없는 사람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