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를 통해 본 리더십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구건서
중앙노동위원회 공익위원·B&K노무법인 대표
labor54@hanmail.net
일요일에 TV에서 방영되는 연속극에서 장인과 아내에게 구박받는 남편의 처량한 모습을 본 기억이 있다. 그 가운데 ‘고래를 춤추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장인의 질문에 채찍이라고 답하자, 틀렸다고 하면서 장인이 칭찬이 고래를 춤추게 한다는 얘기를 한다. 아내는 그러니까 책 좀 읽으라고 다그친다. 장인과 아내에게 주눅이 들은 남편은 작은 목소리로 채찍도 고래를 춤추게 한다고 우물거린다. 과연 고래를 춤추게 하는 것은 채찍일까, 칭찬일까.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채찍이 될 수도 있고 반대로 칭찬이 될 수도 있다. 그런데도 우리는 아무런 생각없이 칭찬이 고래를 춤추게 한다고 믿고 있다. 이는 하나의 각인효과로서 베스트셀러가 된 케네스 블랜차드의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책이 많은 사람들에게 칭찬이 고래를 춤추게 한다는 생각을 갖게 만들었다.
이 책을 통해 조련사와 범고래의 관계는 인간 사이의 관계와 다르지 않으며, 멋진 쇼를 하게 만드는 비결은 상대방에 대한 긍정적인 관심과 칭찬, 그리고 격려라고 한다. ‘고래 반응(Whale Done response)’이라 불리는 범고래 훈련법은 성공적인 인간관계를 위한 훈련에도 그대로 통하는 원칙이다. 고래 반응이란 범고래가 쇼를 멋지게 해냈을 때는 즉각적으로 칭찬하고, 실수했을 때는 질책하는 대신에 관심을 다른 방향으로 유도하며, 중간 중간에 계속해서 격려하는 것이 핵심이다.
사람을 바꾸는 유일한 방법, 칭찬
중앙대학교 박범훈 총장은 <추임새>라는 책에서 “타박이나 질타만 하지말고 서로 상대방을 칭찬해주고, 격려해주고, 배려해주며, 위로해주고, 인정해주는 것을 습관화해야 사회가 건강하고 아름다워진다”고 했다. 칭찬·격려·배려·위로·인정 등이 모두 추임새에 해당하는 것이다. 박 총장이 말하는 추임새는 블랜차드가 말한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칭찬보다 넓은 개념이다. 추임새는 순우리말로 판소리에서 고수(鼓手)가 창을 하는 사이사이에 ‘잘한다’ ‘얼씨구’ ‘그렇지’ ‘좋다’ 등을 삽입해 가며 흥을 돋는 것을 말한다. 추임새는 창을 하는 사람의 기운을 북돋워 주고 판소리를 더욱 듣기 좋고 맛깔스럽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 칭찬이나 추임새 모두 사람을 신나게 만드는 멋진 응원이다.
벤저민 프랭클린도 “성공의 비결은 험담을 하지 않고 상대의 장점을 드러내는 데 있다”고 한다. 우리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얼마나 중요한지 모른다. 그 사람이 사용하는 말은 그 사람의 삶을 말해준다. 칭찬은 마법이요 기적의 원천이다. 좌절의 늪에 빠진 사람을 건져내고, 잔뜩 풀 죽었던 이에게 자신감을 불어넣고, 불가능한 일을 가능하게 만든다. 자녀 교육과 리더십, 대인 관계의 성공은 모두 칭찬에서 비롯된다고도 한다. 칭찬에 인색한 사람은 성공하기 어렵다. 다른 사람을 칭찬하고 때에 따라서는 자기 자신도 열심히 칭찬해 보자. 칭찬하면 칭찬받을 일을 하고, 비난하면 비난받을 짓을 한다. 사람을 바꾸는 유일한 방법은 칭찬밖에 없다.
시대가 칭찬 잘하는 사람을 필요로 한다
칭찬은 능력을 110배 발휘하게 하는 전략적 투자다. 짧은 칭찬 한 마디는 인생을 바꿀 정도로 큰 힘을 발휘한다. “말 한 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다”는 속담처럼 어떤 상황에서 어떤 말을 어떻게 하느냐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특히 말하는 사람이 어떤 위치에 있느냐에 따라 그 말은 엄청난 효력을 발휘할 뿐만 아니라 때때로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꿔놓기도 한다. 그 가운데 칭찬은 대인관계나 조직관리에서 별로 힘들이지 않고 큰 효과를 발휘하게 하는 전략적 수단이다. 물질이 풍요로워진 시대에는 칭찬받고 싶은 욕구가 생활 전체에 퍼져 있다. 칭찬을 잘하지 못하면 대우받지 못하고 이 시대는 칭찬 잘하는 사람을 필요로 한다.
GE의 최고경영자 자리를 20년간이나 지키면서 시가총액을 40배나 키운 잭 웰치 전 회장의 어머니도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어릴 적 말을 더듬는 습관이 있었던 잭 웰치에게 어머니는 늘 “네가 말을 빨리 못하는 이유는 너무 똑똑하기 때문이란다. 다른 사람보다 두뇌 회전이 빨라서 말이 네 생각을 못 쫓아가는 거야”라고 말해 줬다. 이런 어머니의 격려 덕분에 그는 말을 더듬는다는 이유로 부끄러워하거나 용기를 잃지 않았고, 결국 세계적인 회사의 CEO가 될 수 있었다.
에모토 마사루가 쓴 <물은 답을 알고 있다>에서 사랑·감사라는 글을 보여준 물에서는 완전한 아름다운 육각형 결정이 나타났지만 ‘멍청한 놈’ ‘바보’ ‘짜증나, 죽여버릴 거야’ 등과 같이 부정적인 말에는 마치 어린애가 학대를 당하는 듯한 형상이 나왔다고 한다. 물과 마찬가지로 칭찬하는 말과 고맙다는 말을 듣고 자란 식물이나 동물은 부정적인 말을 듣고 자란 것보다 왕성하게 자란다는 연구보고도 있다. 사람도 마찬가지로 칭찬을 듣고 자란 사람은 아름다운 심성을 가지게 된다.
“잘못은 먼지 속에, 칭찬은 대리석에 새겨라”는 말도 있다. 이탈리아의 저명한 사회학자인 프란체스코 알베로니는 <성공한 사람들은 말의 절반이 칭찬이다>라는 제목의 책에서 ‘칭찬’은 낙관주의자가 할 수 있는 최고의 표현이며, 나뿐만이 아니라 너와 우리 모두를 성공으로 이끄는 위력을 지니고 있다고 했다. 칭찬은 열정을 이끌어 내는 최고의 지혜다. 칭찬하면 칭찬받는 사람의 주변도 환하게 엔돌핀이 생성된다. 연구에 따르면 사람은 내가 아닌 내 옆 사람이 칭찬을 듣는데도 기분이 좋아진다고 한다. 칭찬 경영, 릴레이 칭찬 이벤트 등 칭찬이 경영 툴로 자리 잡아 성공적 조직 수행을 이루는 지름길이 되고 있음은 이미 상식이다. 안톤 체홉은 “부드러운 말로 상대를 정복하지 못하는 사람은 강한 말로도 정복할 수 없다”고 했다. 칭찬에 인색하지 말자.
칭찬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쉽게 기억하는 것은 ‘TRUE’라고 하는 원칙이다. Time(때와 장소에 맞게), Respond(신속하게), Uncondition(조건 없이), Enthusiasm(열정적으로)을 의미한다.
출처 : 월간 HRInsight - 2009년 11월호 (통권 제65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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