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트코 허가 반려 북구청장, 배상해야”

[무쇠]

울산지법 “코스트코 허가 반려 북구청장, 배상해야”

울산 북구 진장유통단지 내 코스트코 입점 및 허가를 거부하다 직권남용 및 권리 행사방해 혐의로 기소된 윤종오 북구청장이 올해 1월 17일 오후 1심 선고를 받기 위해 울산지방법원을 찾고 있다. 2013.1.17/뉴스1 ⓒ News1 노화정 기자

(울산=뉴스1) 김규신 기자 = “법률상의 권한을 넘어선 행위가 공익을 추구한 결정이었다는 이유만으로 객관적 정당성을 획득한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피고의) 이러한 논리대로라면 어떤 위법·부당한 행정처분도 공익을 위한 행위였다는 점을 내세워 불법행위의 책임을 면한다고 주장할 수 있게 됩니다.”

울산지법 제3민사부(재판장 도진기 부장판사)는 4일 열린 원고 울산진장유통단지사업협동조합과 피고 윤종오 울산 북구청장 및 북구청의 코스트코 허가 반려에 관한 손해배상 소송 선고공판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리며 이같은 뜻을 밝혔다.

재판부는 이날 판결에서 법을 어기고 원고 측의 건축허가 재신청을 연이어 반려한 부분과 관련, 피고 측에 3억6700여 만원 상당을 원고 측에 지급하라고 주문했다.

울산지역 유통업 종사상인 75명으로 구성한 원고 울산진장유통단지사업협동조합은 2004년 5월 이 사건 속 울산진장유통단지 내 부지를 사들인 뒤 2011년 3월 지상 4층 판매시설(코스트코)을 짓기 위해 북구에 대규모 점포 건축허가 신청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피고 윤 구청장은 대형마트 다수가 북구에 입점한 상황에서 다시 외국계 대형할인마트인 코스트코가 추가 입점하면 할인점간 과다 출혈 경쟁으로 지역 소규모 점포와 재래시장이 몰락하고, 결국 중소상인의 어려움이 가중할 뿐 아니라 서민경제 전반적으로 득보다 실이 많다며 신청 반려 처분을 내렸다.

이에 원고 측은 울산시 행정심판위원회에 건축허가신청반려처분 취소심판을 청구했고, 같은해 5월 행정심판위원회는 원고들의 주장을 받아 들여 건축허가신청반려처분을 취소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원고들은 같은 달 피고에게 다시 건축허가를 신청했지만 피고 측은 같은해 6월 중소상인과 대형유통기업이 상생하는 방안 또는 중소상인 보호 대안이 마련되지 못했고 코스트코 입점에 따라 지역경제에 심각한 피해가 우려된다며 다시 건축허가신청을 반려했다.

원고는 곧바로 행정심판위원회에 건축허가의무이행 등에 대한 심판 청구를 한 뒤 건축허가반려처분의 취소 및 건축허가 처분 이행을 재결 받았고, 곧이어 건축허가를 신청했지만 피고는 앞선 두 차례의 반려 처분과 같은 취지로 허가 신청을 반려했다.

결국 행정심판위원회는 같은해 8월 원고의 건축허가 신청에 대해 직접 건축허가 처분을 내리기에 이르렀고, 원고 측은 윤 구청장이 직권을 남용해 건축허가 처분에 대한 권리행사를 방해했다는 이유로 고소하고 피고들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따라 윤 구청장은 앞서 올해 1월 열린 울산지법의 형사재판 결과 벌금 1000만원을 선고 받았다.

울산 북구 진장유통단지 내 코스트코 입점 및 허가를 거부하다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로 기소된 윤종오 울산 북구청장이 지난해 10월 두 번째 심리가 열린 울산지법 102호 법정을 찾고 있는 모습. 뉴스1 포토뱅크 ⓒ News1 김규신 기자

원고 측은 민사 소송을 제기하면서 윤 구청장이 정당한 이유 없이 세 차례에 걸쳐 건축 허가신청을 반려했고,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한 이런 조치로 인해 입은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피고 측은 건축 허가에 대한 반려 처분 및 재반려 처분을 한 것은 주민의 의견을 수렴하고 지역경제에 미칠 악영향을 고려한 결론이므로 구청장의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불법행위로 볼 수 없다며 지역 상권을 보호하고 균형 발전을 이루겠다는 공익을 추구한 행위였으므로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했다고 볼 수 없다고 맞섰다.

재판부는 손해배상이 성립되는 지에 대한 여부를 먼저 살펴봤다.

그러면서 최초 반려 처분에 대해 중대한 공익상의 필요가 있을 때 법령에서 정하는 제한 사유 외에 사유를 들어 건축허가를 거부할 수 있다는 대법원의 판결을 인용했다.

이에 따라 피고가 중소상인 보호라는 공익상 필요에 의해 최초 반려 처분을 한 당시에는 그 행위가 법률상 가능한 재량 범위 내에 있는지 여부가 명확하지 않으므로 손해배상 책임을 부담시킬 만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행정심판위원회의 재결 이후 내린 두 번째와 세 번째 반려 처분에 대해서는 윤 구청장이 재량으로 판단해 다시 반려 처분을 할 여지는 없다면서 이는 법규에 반해 피고가 할 수 없는 처분을 한 행위로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했음이 인정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중소 상인 보호라는 가치가 부지 매입에 거액을 투자한 원고의 이익이나 대형 유통점의 신설로 인한 긍정적 경제효과, 그리고 소비자들이 얻을 편익 등의 가치를 가벼이 덮을 만큼 우월한 공익이 된다고 확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법을 어겨가면서까지 그 의견을 강행해도 된다고 단언하는 것은 독선에 불과하다”면서 “피고 윤 구청장은 직접 불법행위를 한 당사자로서 원고에게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고, 피고 북구청 역시 국가배상법에 따라 소속 공무원인 구청장의 위법한 직무집행으로 인해 원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의 불법행위로 건물에 대한 건축허가가 72일 지연하면서 올릴 수 없었던 만큼의 임차료, 보증금 등의 임대수익과 그 이자가 원고 측이 입은 손해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원고가 함께 청구한 종합부동산세 등에 대한 손해와 공사비 증가분 상당의 손해, 사업 지연으로 인해 발생한 추가 금융비용 손해액의 경우 피고 측의 불법행위와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는 손해로 보기 어렵고 증거도 부족하다며 이런 부분에 대한 손해 배상 청구는 기각했다.

이번 판결에 대해 원고와 피고 측은 나란히 항소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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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정릉골 주민들도 따지고 보면 비슷한 경우입니다...손해비용이 몇배정도 될까요?...